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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억제제를 꼬박꼬박 챙겨먹던 사람이 2차 발현을 겪게되었을 때앱에서 작성

별랙(123.143) 2018.12.17 00:03:23
조회 2466 추천 6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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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메르로


앙겔라 치글러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의무관이라는 중압감과 전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야기될 것 이라는 압박감.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눈 앞에서 맞이했을 때, 그리고 애꿎은 사람에게 입양되어 학대를 당했을 때, 오메가로 첫 발현이 되어 페로몬을 억제하지 못했을 때. 앙겔라는 나락으로 빠질 뻔 하다가 우연찮은 도움으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나가던 군의관으로부터, 보육시설 원장으로부터, 가깝게 지낸 베타 친구로부터. 하지만 나이가 차고 앙겔라의 입지가 단단해진 지금은 앙겔라가 무언가로부터 지켜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 주변엔 적의를 가진 이들과 최정상에 선 그녀를 시기하고 끌어내리려는 자들로 가득했다.

독해져야 한다. 앙겔라는 이를 꽉 물고 살아왔다.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하여 움직이지만 그 판단이 무르진않았다.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하는 상황에선 자신을 내던졌지만 상황을 타개할만큼 영리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허물없이 대하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앙겔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빈틈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녀를 한순간 무너뜨릴 방법에 대하여서도 알았다. 그것은 앙겔라와 몸을 부대끼던 사람들이라고해서 포함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앙겔라의 은밀한 비밀을 알고있으며, 뒤에서 교란할 수 있는 사람.

모이라 오디오런은 앙겔라 치글러의 모든 것을 동경했다. 그녀의 과학적 진보, 논문, 언변, 머리, 행동. 하나하나, 치글러의 독하디 독한 생활습관까지 존중했다. 하지만 그녀 자체를 배려해줄 순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녀와의 신념과는 반대되었으니. 기세등등하게 뛰어난 제 콧대를 찍어 누르는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지.

모이라는 블랙워치에서 탈론으로 이동하기 전, 치글러가 오메가 임을 눈치채고 그녀가 비상용으로 지녔을 법한 억제제까지 모두 바꿔치기했다. 억제제가 나오기전 사용되었던 약품. 단순히 히트싸이클의 주기를 미루고 미루어 한번에 터트리게 하는 것. 2차 발현의 위험이 있어 억제제가 나온 후 시중에서 판매가 전면 금지되었지만 모이라는 그것들을 소지하고 구할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앙겔라는 단순히 똑같은 삶의 반복을 유지해왔기에 큰 변수가 없으면 생각외로 그 발견이 늦었다. 어느 누가 억제제를 자세히 관찰하고 먹겠는가. 덕에 자신의 몸에 이상증세가 있음을 느낀건 꼬박 1년이 지난 후 였다.

*

"박사님 아프세요?"

"그냥 요새 몸이 안좋네요, 피곤한 것 뿐이니 신경 쓰지말아요."

앙겔라는 어딘가 항상 날이 선 사람 처럼 보였다. 자신이 오버워치에 발령되었을 시기인 8달 전 쯤은 그래도 밝고 유쾌하셨는데. 식욕도 없으신건지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않고서는. 몇 년이나 같은 모습을 보였던 앙겔라의 변화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모두의 걱정을 앞세우게했다.

걱정 어린 하나의 표정에 앙겔라는 시선을 돌리다 아차싶어 살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하나의 눈에는 한없이 위태로웠다.

앙겔라도 자신이 왜 이럴까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부쩍 탈론과의 교전이 잦아지고 야근을 하는 일이 많아지더라도 자신의 몸 상태는 외부적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심각했다. 빈혈이 잦아지고 페로몬 조절이 힘들었다. 앙겔라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아무도 없기에 그것은 꽤 치명적인 실수였다. 가끔은 몸에 마비 증상이 초래했으며 숨쉬기가 힘들며 흉부와 복부에 통증이 함께했다. 주기가 짧아지고 증상이 악화될수록 앙겔라는 초조했다. 자신은 이미 정상에 올라온지 오랜시간이 지났고 그 어느누구도 자신에게 오메가라며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들이 자신이 오메가라는걸 안 시점부터는 순수한 동경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앙겔라는 전신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통증에 이를 악물며 신음했다. 그러고보니 슬슬 히트싸이클이 올시기인데. 힘없이 떨리는 몸을 이끌어 책상위의 달력을 집어 날짜를 확인하던 치글러는 자신의 몸상태에 이미 히트싸이클 기간을 맞은 날짜를 눈으로 확인하고 허겁지겁 서랍으로 다가갔다. 스스로도 느끼는 자신의 페로몬 향에 당황하여 책상 위를 가득 채운 서류를 뒤지다 떨어트리는 실수까지. 욕짓거리가 입밖으로 절로 튀어나왔지만 겨우 침착을 유지하며 억제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발치에 걸린 서류를 대충 쓸어모아 정리하던 앙겔라는 크게 인쇄된 약품의 사진에 눈길을 끌었다.

'억제제 이전에 유통되었던 대용품'

"어...?"

기존의 대용품과 현재의 억제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장문의 내용과 부작용들. 그것은 앙겔라 본인이 가장 잘 겪고 있는 것이었다. 동료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앙겔라는 당장 자신의 억제제통을 꺼내어 억제제를 살펴보았다. 아주 미세했지만 알 수 있었다. 다름없는 대용품인걸. 대체 누가? 왜?

"의무관님?"

"!"

"여기서 뭐하세요?"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멍청함을 자책하는데 정신이 쏠려 사람이 다가왔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앙겔라는 최대한 페로몬을 조절하여 급하게 일어섰다. 오메가 연구가 진행중이라 그런가 냄새가 자욱하네요. 어서 나가야겠어요. 서둘러야한다. 서류를 책상위에 대충 엎어넣고 고개를 까닥이고 옆을 지나쳐 나가야만 했다. 그래야했다. 하지만 강한 힘으로 자신을 우악스럽게 잡아 끈 여성 동료 연구원의 손아귀에 앙겔라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등으로부터의 약한 통증이 천천히 온 몸을 잠식해갔다. 도통 숨 쉬기도 힘들고 민감해진 몸은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오메가 연구가 진행됐다고해서 이렇게 강하고 달콤한 향이 남지는 않아요. 게다가 베타인 당신이 오메가 향을 느낄 수 있을리가 없는데."

아차.

"오메가셨어요?"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의 목을 쓸어오는 그녀의 손길에 앙겔라는 숨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악의적으로 내뿜는 알파향에 눈 앞이 핑 돌았다. 이러지마세요. 눈물이 절로 흐른다. 앙겔라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제지했지만 그녀의 힘이 강한건지 자신이 약해진건지 조금도 소용이 없었다. 싫다고하면서도 잔뜩 흥분한 얼굴을 하고선 거칠게 숨을 내뱉는 앙겔라의 얼굴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박히고 싶지 않아요, 의무관님? 달콤하게 속삭여오는 목소리와 페로몬에 앙겔라는 정신을 잃을 것 같다가도 퍼뜩 이성을 되찾고는 그녀를 기어코 밀어냈다.

"어어? 얼굴 붉히는 일은 만들기 싫어요. 저도 지금 정신차리기 힘들거든요."

"이미 정신 나갔어요 당신.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일단 나가요 여기서 제발."

"정말 나가요? 여기서? 당장 밖에 나가면 알파들이 우글우글할테고,"

"...."

"1차인지 2차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박사님 페로몬 이제껏 맡아온 향 중에 제일 강렬해서 우성인자들이 정신을 놓고 덤벼들텐데, 단체로 강간이라도 당하시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신은 가늠하기 힘들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베타에 가까운 알파라 그렇지 당장 복도를 나가면 자신의 향에 이끌려 달려오는 알파들이 많을것이다. 대부분이 알파였고 관리를 받고 있다하지만 자신의 본성을 숨기기란 본디 쉽지않다. 특히 오메가가 발현시기를 맞을 때 그 페로몬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해서 어쩔 수 없이 강간의 위기에 놓이거나 또는 그런 사례들이 쏟아져나왔었다. 페로몬의 상태를 더하는 2차 발현은 그보다 심하겠지.

..여기서 풀어야하나?

어느새 자신의 옷을 벗겨내려가는 손을 더이상 제지할 기력도, 마음도 없었다. 앙겔라는 이미 자신이 2차 발현자라는 것부터 머리가 아려왔다. 싫은데, 정말 싫은데. 싫어요, 제발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흐느껴 울며 사정하는 앙겔라의 간절함에도 이미 연구원은 앙겔라의 바지춤을 내리고 있던 참이었다.

"-?"

"하.."

눈을 질끈 감았다가 바라보니 연구원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자신에게 엎어져있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하나가 가라앉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있었을 뿐이었다. 아. 앙겔라는 서둘러 연구원을 옆으로 밀어놓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당장 이리와요."

느릿느릿한 손길을 보다 못 참겠는지 하나는 앙겔라의 몸에 시야를 가릴정도로 가운을 둘러 완전히 가려버리고 제 품에 안은 채 어딘가로 성큼성큼 향했다. 이따끔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디엔가 도움이라도 청한건지 그들을 제재하는 목소리와 다툼소리 또한 들려왔다. 쾅. 어딘가에 도착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쾅. 또 한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가운이 걷어진 후 힘겨웠던 상태에 앙겔라는 헛구역질을 하며 주저앉았다.

"제 방에 들어오고 또 안 쪽 정비실로 들어와서 아무도 못 들어올거에요."

"...고마워요."

"미치겠네, 제발 그 향 좀 어떻게 해봐요."

"참을 수 있는 최대한 참은,"

"?"

"거에요..."

"하!"

그러고보니 이 사람도 알파였지. 우성인자가 어떻게 지금 이성을 유지 중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훅 올라오는 열기에 어지러움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했다. 앙겔라는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상태가 한참 지나있었다. 말하는게 멀쩡해보여도 사실상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앙겔라는 코 끝에 스치는 하나의 향기에 미쳐버릴것만 같아 더이상은 힘드니 문으로 손가락을 고정했다. 당당히 나가라는 의사표현이었다. 그것이 하나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자신에게 성큼 다가온 하나가 페로몬을 잔뜩 뿌려대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갈뻔한걸 스스로의 팔을 물어뜯으며 견뎠다. 욱하는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지금 뭐하는거야!"

"몰라서 물어요? 박사님이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거지."

"...하- 하나... 이런 상태의 저로는 당신과 하기 싫어요."

"이런 상태는 뭐고 저런 상태는 뭔데요? 박사님은 박사님이잖아요."

"지금 그런게 문제가 아니잖아! 2차 발현이라고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모를리가. 짐승처럼 더럽게 얽혀 관계맺기가 싫은거겠지. 배려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본능만이 뒤섞인 섹스. 그게 싫은거겠죠.

"박사님, 이미 제가 이성을 잃었으면 한참전에 잃었겠죠. 그쵸."

"응.."

"내가 앙겔라에게 해줄 수 있는건 해주고 싶어요. 발현시기에 알파와의 접촉은 필수불가결이니까. 내가 발현자가 혼자 지낸 후에 의식불명 상태가 될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는걸 모를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앙겔라 치글러가 혼자 감내하겠다고?"

"..흐..."

"박사님, 나는 본능에 이끌려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당신의 이번 발현을 나눈 하나뿐인 당신의 상대가 되고싶은거에요."

생각이 깊구나. 오히려 열기에 머리가 아파 제대로 된 판단을 못했던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중한 말과 표정에 앙겔라는 수그러들었다. 제 팔을 단단히 붙잡고 바라봐주는 하나에게서 나오는 페로몬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놓으니 편안해지기까지 했다. 이 아이라면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라면.

"하나.. 오메가인 내가 싫지 않아요?"

"그럴리가."

"하나, 나는, 나는-"

"응, 천천히 말해요 앙겔라."

"흑- 하, 하나가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제 몸을 만져주고 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나를 당장 범해주면 좋겠어요... 더럽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자신을 다독이며 천천히 눕히는 그 손길에 따라 앙겔라는 하나가 편하도록 자세를 취했다. 머리 끝까지 차오른 열에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가 손으로 스치는 곳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웠다. 당장이라도 엉망진창으로 당하고만 싶었다. 하나. 입에선 끊임없이 불리어지는 이름에 하나는 만족함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앙겔라가 허락했으니 하나 또한 어렵사리 붙잡았던 이성을 조금은 놓아도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금의 전희를 거치고 이미 잔뜩 젖어버린 밑은 하나의 손가락을 쉽게 빨아들였다. 쾌감에 반쯤 정신을 놓아버린 앙겔라는 이전에 없던 쾌감의 종류에 발끝을 오므리며 덜덜 떨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가득 조이며 움찔거리며 튕겨오르는 허리에 하나는 입맛을 다셨다. 숨 또한 제대로 쉬기가 힘들어 타액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땀에 절은 금빛의 머리칼이 붉게 상기된 피부에 어지러히 뒤엉커 붙었다. 눈물을 머금은 눈빛에, 입에서 나오는 새된 소리.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뒤틀리는 몸이 관능적이었다. 지독한 페로몬 향이 뒤섞여 기분을 몽롱하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긴커녕 참을 수 없이 올라오는 욕구에 하나는 앙겔라를 몇 번이고 가버리게했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누워서, 또는 서서, 벽에 기댄 채 책상에 눕힌 채. 얼마나 한지도 몰랐다. 대략적으로 분명 막 해가 지고 있던 아까와는 달리 완전히 내리깔은 어둠이 새벽 어느 지점 쯤을 지나고 있겠구나를 짐작하게했다.

살이 맞부딫히는 소리와 질걱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정비실을 울렸다.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던 앙겔라의 목소리는 이미 잔뜩 쉬어버려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올 뿐이었다. 하나나 앙겔라나, 알파와 오메가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토록 열렬하게 서로를 느끼고 원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 흑...!"

"..흐으..앙겔라.."

"으응- 나, 나, 갈 것, 하나- 아..!"

또 한번의 탈력감이 뒤덮고나서야 하나는 천천히 앙겔라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땀에 젖은 앙겔라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천천히 숨을 몰아쉬던 앙겔라는 젖은 눈가로 하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쩌죠 박사님?"

"..?"

"나는 아직 식지 않은 것 같아요."

하나는 조심스레 앙겔라의 입술에 입을 포갰다. 앙겔라는 하나의 목에 팔을 감았다. 명백한 허락의 의미였다. 밤은 길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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