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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움받는 줄로만 알았어

ㅇㅇ(210.205) 2018.12.21 21:54:34
조회 1002 추천 18 댓글 11
														

"나 말이지... 너를..."


최근 들어서 히나와 눈을 마주하고 얘기할 때마다 사요는 눈을 돌렸다. 얼굴을 붉혔다. 머뭇거렸다. 말할 때 뜸을 들였다. 마치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혹은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경우의 상당수는 히나가 먼저 사요를 향해 시선을 향한 것이었으니까, 사요의 입장에서는 히나가 부담스럽거나 두려워서 그런 것일지도, 그럼에도 나름의 배려로 최대한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신호를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분명 사요가 먼저 시선을 마주쳐온 것인데도 이 모양이었다. 상관없다. 히나는 사랑하는 언니의 입에서 어떤 말이든 온전히 나오기도 전에 두려워하거나 기대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불확실한 기대 때문에 지금 당장 언니와 시선을 마주치는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 같아."


히나는 방금 전의 그 순간 스스로의 마음에 진지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들어서 왜인지 자신을 자꾸 피하고 있었다. 뭔가 대화를 할 때마다 전혀 다른 곳을 보면서 얘기는 질질 끌고, 일부러라도 시선을 마주치려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을 붉히고는 시선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에 히나는 언니가 자신을 피하려는 게 아닌가, 미움받는 게 아닌가 불안해했다. 간헐적으로 히나의 마음 속에는 그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히나는 조금 심하다 느끼면서도 때가 되는 대로 언니 얘기를 하면서 자신과 언니 사이의 특별한 관계와 경험을 되새기는 것으로 그 불안함을 걷어냈다.


언니가 먼저 말을 걸었을 때 히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언니의 입에서 나올 싫은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정작 언니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혀 생각해두지 않고 있던 히나는 놀랐다.


"...어?"


"자매애... 같은 게 아냐. 너랑... ...연인이 되고 싶은 거야."


"...그 얘기를 하려던 거였어?"


"히나는 눈치가 빠르니까 다 알아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네가 다가올 때마다 이런 마음을 품는 것도 받아줄지 계속 고민해왔어. 그래도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게 너무 기뻐서 무심코 계속 얘기해버렸는데... 눈을 마주칠 때마다 너무 의식해버려서 자꾸 피해버리게 되네. 히나가 좋아하는 마음과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마음이라도 괜찮아?"


"나... 나는 그런 쪽으로도 언니가 좋으니까! 근데 나 언니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전혀 몰랐어. 오히려 미움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요가 갑자기 주저앉는다.


"언니? 괜찮아?"


"난 괜찮아... 힘이 좀 빠져서 그래. 침대까지 데려다줄래?"


히나는 양팔로 언니의 등과 무릎을 감싸안아 들어올리고는 다시한번 사요와 눈을 마주보았다. 사랑하는 언니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들어올릴 필요는 없었던 걸까? 그래도 기뻐보이는 표정도 선뜻 보이니까 굳이 물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냥 이대로 안아서 푹 쉴 수 있도록 침대에 뉘이기로 하자.


"정말이지 너는 애가 어떻게 그렇게 둔하니... 같이 사진 찍을 때도 그랬잖아?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 머리카락 쪽으로 계속 돌리고 있었는데 그걸로 한소리 들었을 때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데..."


"아니 그게... 그런 것 때문이었던 건 전혀 몰랐어. 고민하느라 엄청 힘들었겠네. 방금 힘 빠진 것도 아마 그것 때문에..."


"아니 그건 말이지, 완전히 들켜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전혀 몰랐다니까 허탈해서..."


잠깐 침묵.


"...생각해보니까 네 말도 맞는 것 같네."


"갑자기 왜 그래?"


"자기 자신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나도 모르던 걸 네가 알게 해준 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을 완전히 알 수 없다니 신기하네."


"히나도 마찬가지잖아. 얼마나 사랑받는지는 전혀 눈치 못채고 미움받을까만 걱정하고 있었으면서."


사요가 옅은 미소를 띄운다. 이제 기운도 돌아온 걸까? 히나는 잠시 이제 언니를 내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언니가 지금 상황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잠기다보니 어느새 언니의 침대 앞에 와 있었다.


"언니."


"왜?"


"나 생각해 보니까... 언니한테는 많이 둔감한 것 같아. 좋아하면 속으로 고민하지 말고 바로 얘기해줘."


"...좀 부끄럽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해볼게."


그렇게 말하면서 사요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는 금방이라도 풀어질 듯한 미소를 짓는다. 히나에게도 언니의 그런 표정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언니가 얘기한 '연인'이라는 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이를 뜻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히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타인에게서 새로운 걸 배우게 된 게 즐거운 것일까? 아니면 언니를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연인'으로 보게 된 것일까? 상관없다. 방금 언니가 얘기했던 것처럼 둘 다일 수도 있다.


히나는 언니를 침대에 뉘이면서 그 표정을 다시금 상기했다. 분명 그 표정을 지어보이면 사랑하는 언니도 방금 자신이 느낀 것과 같은 행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히나는 방금 처음 본 그 표정을 최대한 모사하려고 했다.


"잘 자."


히나가 일어서려는 찰나 사요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히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표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뭔가 실수한 게 아닌가 하는 잠깐의 불안은 곧이어 나온 한마디로 씻겨져나갔다.


"오늘은 같이 자자. ...연인으로서 좀 더 얘기하고 싶어."


왠지 모르게 언니의 목소리가 특별히 달콤한 것 같았다. 다시한번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여태까지 언니와 함께할 때와는 뭔가 다른 새로운 기분이었다. 언니와 한 침대에 들어가면서 히나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방금 전보다 더 자연스러웠겠지?


그날은 간만에 자매가 한 침대에서 잔 날이었다.




어제 썰 푼 거 쪄옴


캐릭터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고 정말로 처음 쓴 거라서 제대로 안 돼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썰은 반응이 괜찮았다고 느껴서 썰 풀면서 느낀 행복감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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