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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논] 카논, 자니?

ㅇㅇ(222.111) 2018.12.23 23:47:40
조회 1264 추천 2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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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 자니?”

“…….”


옆에서 들려오는 고운 숨소리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침대맡에 올려둔 시계를 보니 시간은 2시 반. 이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는 나와 달리 카논은 베개에 손을 얹고 아기처럼 웅크린 자세로 푹 잠들어 있었다.


침대가 좀 더 넓었다면 좋았을텐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이곳은 내 방의 작은 침대. 좁은 1인용 침대다보니 우리 둘의 거리는 평소보다 가까웠다. 그래, 카논의 따뜻한 숨결이 내 뺨에 닿을 정도로 말이다.


카논은 안 좋은 꿈을 꾸는지 종종 입을 작게 우물거리며 평소의 귀여운 입버릇을 작게 입에 담았다.

저번에 카페에서 ‘너무 어린애 같은 걸까?’하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조차 귀여웠고, 그런 내 생각을 그대로 들려주자 약간 토라지던 모습은 특히 더 귀여웠다. 정말, 나나 다른 사람들하고는 달리 무척 순수하고 맑은 아이.


오랜만에 같이 자자는 내 실언에도 아무런 의심이나 염려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좀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순간 머릿속에 요새 카논과 자주 함께 다니는 검은 머리의 하급생이 떠올랐지만…… 늘 한걸음 물러나는 그 애가 카논에게 손을 댈 리 없겠지.


그 아이의 존재를 지워버린 난 슬며시 손을 뻗었다.


카논의 손가락은 가느다랗지만 다소 딱딱했다. 그 감촉에 살짝 놀라면서 나는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하긴 그랬다. 이 아이는 옛날부터 노력하는 아이였지.


어린아이같이 순한 성격과 부드러운 말씨에서 연상되는 모습과는 다르게, 비록 복장만큼은 연예인인 내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과격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다소 무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가 맡은 일은 끝내고, 새로운 일에도 겁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찬 아이. 카논이 드럼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데도 왜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건지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고.


문득 카논과 친구가 됐던 날이 떠올라 작게 키득거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프린트를, 단지 당번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구하지 않고 우직하게 홀로 안고 가던 모습이. 그리고 휘청거리다 나와 부딪혀 쓰러진 후 내 얼굴 위로 드리워지던 하늘색의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말려 볼륨감이 있는 하늘빛 머리카락과 날 바라보는 보라색 눈동자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호의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 맑고 깨끗한 눈동자는 지쳐있던 내 마음을 시원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그날 이후 튀김빵을 좋아하게 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 그렇게 말하며 기뻐하는 카논의 미소가 떠오르니까.


후후, 이런 말하긴 조금 유치하지만, 이런 게 첫눈에 반한 거라는 걸까?


다시 한 번 어린아이처럼 곤히 잠들어 있는 카논을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의 카논에게선 케이크보다 달콤하고 딸기보다 향긋한 향기가 은은히 감돌고 있었다. 분명히 나와 똑같은 샴푸를 썼을 텐데, 어째서 이런 좋은 향이 나는 걸까.


“……카논. 자?”

“…….”


나올 리 없는 멍청한 질문을 던진 난 속으로 키득거렸다. 아, 이 아이와 함께 있으면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머릿속이 카논으로 가득 차버려…….


이름 모를 고양감에 가득 찬 난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하늘을 그대로 오려낸 것 같은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이 내 손을 부드럽게 떠받들어주었다.

쓰다듬는 것은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같이 커온 레오를 자주 쓰다듬었으니까.

하지만 탄력이 있는 레오와는 달리 손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이 폭신한 이 머리카락엔 익숙하지 않다.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 평소에도 쓰다듬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카논이라면 선뜻 허락해주겠지만, 그러면 분위기가 살지 않겠지.


후훗, 하고 웃으며 쓰다듬던 손을 조금씩 아래로 내렸다. 작고 동그란 귀와 백옥보다 하얗고 말랑거리는 볼, 그리고 딸기같이 탐스러운 입술……. 그러고 보니 카논, 요새 들어 점점 멋부리기 시작했지. 중학교 시절만 해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무척 맑았는데, 지금은…….


“으으…….”


손가락이 차가웠는지 카논이 이불을 끌어올리며 작게 신음했고, 놀란 난 황급히 손을 뗐다.


“카논?”


하지만 카논은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다. 그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난 손을 거두며 꼭 쥐었다. 아무리 자고 있다지만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면서.


잡념을 어느정도 털어낸 난 이불을 살짝 들어 제대로 덮어주었다. 다시 품 안으로 들어온 온기에 마음이 평온해졌는지 카논이 작게 미소지었고, 난 그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카논. 넌 코코로쨩 덕분에 자기 자신에 자신감을 얻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

하지만 달라. 카논 넌 예전부터 무척 노력가에 용기 있는 아이였어. 네가 그걸 잠시 잊어버렸을 뿐이지. 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넌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사이로 달이 힘없이 빛나고 있었다.


겁이 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카논을 발견하고 그녀와 맺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옆에 있던 건 난데, 그런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게 된다는 것이.


……이건 내 아집일 뿐이겠지.


카논은 이제 나보다 작지 않다. 항상 아이라고 생각해버리지만, 카논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나보다 커져버렸다. 아이가 아닌 여성으로서 영글어가는 그녀가 누군가를 선택하는 날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리고 난 그런 카논의 선택을 방해할 수 없어.


싫다.

마음속이 검게 물들어간다.

다른 사람들이 카논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나만의 카논으로 있어줬으면 하는 독점욕이 충돌한다. 머릿속으론 어떤 것이 카논을 위한 것인지 알지만 마음은 그 대답을 피하고 만다.


“……후.”


살며시 카논에게 몸을 기댔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댄 그녀의 품 안은 부드러우면서 무척 따스했다.

계속 이대로 있고 싶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친구인 채라면…… 그건 싫다.


카논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면 카논이 내 마음을 받아줄까?

아직까지도 이름만이 아니라 ‘쨩’을 붙여서 부르는 카논이?


나는 조심스럽게 카논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지금처럼 그녀에게서 도망쳐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카논과는 달리 한걸음 나아갈 용기가 없다.


내 두 손은 최근 가까스로 붙잡은 꿈의 조각으로 가득해서, 저 멀리 떨어진 용기도, 점점 멀어지는 카논도 붙잡을 수 없어.


언제까지나, 친구.


……나도 카논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받게 된다면 좋을 텐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털어내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




“치사토쨩, 자니?”

“…….”


카논은 군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소리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쳤다.


현재 시간은 5시, 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이게 끝입니다... 내용을 더 쓰면 분위기만 해칠 것 같아서 도중에 잘랐습니다. 피곤하면 생각이 자극적이게 변한다던데, 정말이었네요;


초반 부는 술술쓰다 중반부터 지쳐서버려서... 이전에 썼던 글보다 더 못 쓴거 같아요


연관작? - 치사토는 해파리의 꿈을 꾼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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