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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올해의백합] Last Christmas

ㅇㅇ(221.167) 2018.12.25 17:00:10
조회 1388 추천 39 댓글 7
														


참여 근거: Shooting Star 오버워치 D.va 시네마틱



원래 소재 주인은 여기 계십니다 : 퇴폐적인 42살 송하나가 메르시 만나는거 보고싶다

사용 허락 고마워요 

요건 수상 채점에서 제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재 is not  mine

와플먹으러가야지

대회 성공 개최 기원 참여작

다들 참여합시다 트라이 트라이











Last Christmas







어둑한 복도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앙겔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잰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전체 회의가 예상외로 길어져서 곧 있을 미팅에 늦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힐튼 대령은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고 한 것 같은데. 시작부터 마이너스? 잘한다, 앙겔라 치글러.


심지어 시간이 없어 대령의 프로필도 채 읽지 못한 채였다. 작전 공동 책임자인 힐튼 대령의 발령이 오늘 아침에서야 결정됐다고 들은 탓이다. 덕분에 서류 이관도 좀 늦어졌다. 일단은 에릭의 준비성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거의 뛰기 시작한 앙겔라를 사람들이 알아서들 피해주었다.


거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무렵, 복도 한구석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작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건 집에 가겠다는 항의겠지.' 앙겔라가 냉소적인 태도로 생각했다. '저럴 시간에 일을 했으면 좋겠네, 좀.'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탈론의 움직임에 오버워치 전체에 비상체제가 걸렸다. 이전의 배로 증가한 부상자들 덕분에 앙겔라를 비롯한 의료팀은 휴가를 반납하고 3배는 더 일해야 했다.


거기에 개인 임무가 들어오면서 앙겔라는 침대에 누운 것이 며칠 전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에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쪽잠도 포기했어야 하리라.

마침내 도착한 사무실의 문 앞에서 앙겔라는 잠시 숨을 골랐다. 좋아, 제시간에 도착했어.


어쩌면 힐튼 대령이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림색의 문을 열자 이미 누군가가 인사 파일을 보고 있었다. 낭패를 느끼며 앙겔라는 일단 사과를 했다. 여기서 기다렸어야 했을 에릭은 대체 어디 간 건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 작전의 후방 책임자인 앙겔라 치글러입니다, 힐튼 대령.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오버워치가 좀 정신이 없어서요..."


"....흠."



힐튼 대령일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흠이라고? 그건 괜찮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네?"



여자는 짧은 단발을 흔들며 웃었다. 기묘한 울림이 있는 소리였다. 화를 내거나 혹은 괜찮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앙겔라가 예상한 반응 중 어느 쪽도 아니어서, 그녀가 약간 혼란스러운 틈을 타 대령이 성큼 다가섰다.


좁혀진 거리에 앙겔라는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섰다. 앙겔라의 경계에도 개의치 않고 머리끝부터 천천히 훑어내리는 시선에 기분이 나빠질 때쯤이었다. 살피던 시선을 거두고 허리를 곧게 편 여자는 자연스럽게 재킷 안에서 철제 갑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갑에서 꺼낸 담배에 거리낌 없이 불을 당긴다. 앙겔라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녀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차분하게 주의를 주었다.



"대령, 죄송하지만 여긴 금연 구역입니다."


"그래?"



가볍게 대꾸한 여자가 앙겔라의 얼굴에 대고 천천히 연기를 뿜었다. 도를 지나친 무례함. 앙겔라는 독한 냄새와 그 무례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게다가 생리적인 따가움 때문에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이 사람 미친 건가? 잔기침과 함께 결국 앙겔라는 여자에게서 담배를 뺏어 들었다. 짙은 립스틱 자국이 묻은 담배가 앙겔라의 손으로 넘어갔는데도 여자는 여전히 그 기묘한 미소를 유지한 채였다.


의무관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그 누구도, 심지어 사령관조차도, 앙겔라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제 삶을 거는 이와 여분의 삶을 준비하는 이 사이에 상호 간 존중이 있었으니까.



"이게 무슨 짓이죠?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세요, 대령."


"인내심은 여전하네, 당신. 쓸데없이 관대한 것도. 이 정도면 적어도 화는 낼 줄 알았어."



그건 그렇고. 설마 나를 못 알아볼 줄이야. 섭섭해.



역시 가벼운 어투였다. 그러나 저를 안다는 듯한 말투에 앙겔라는 얼굴을 찌푸리며 여자를 꼼꼼히 살폈다. 짙은 화장에 가려져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계급까지 고려하자면 나이는 못해도 사십을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이런....'유혹'적인(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한 앙겔라는 마지못해 그렇게 표현했다) 여자는 기억에 없었다. 무엇보다 '힐튼 대령'과는 만난 적도 없었다.


여자가 다시 한번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가슴께의 이름을 가르켰다.


여자는 힐튼이 아니었다.



"송하나....하나? 하나 양?"


" '하나 양'? 양이라고! 맞다, 그렇게 불렀던가?"



붉은 입꼬리가 날카롭게 호선을 그리는 것을 보며 앙겔라는 조금 아득해진 기분으로 여자를 살폈다. 이 사람이 그 '송하나'라고? 언제나 맑은 얼굴이던 그 애? 그 예의 바른 애?



"말도 안 돼.... 그 앤 20대에요. 당신은 누구죠?"


"40대의 송하나지. 박사, 알다시피 세상에는 과학으로는 설명하지 못 하는 일들도 존재해.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아지는 일 같은 거, 말이야."



멍청하게 눈을 깜박이는 앙겔라에게 바짝 다가선 '하나'는 약간 고개를 내려 그녀와 눈을 맞췄다. 흠칫 몸을 움츠린 앙겔라의 왼뺨을, 이글거리는 눈빛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감싸 쥔 하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놔 주면 좋겠군요."


"그러길 바라?"



지독하게 낯설었다.
앙겔라가 아는 송하나는 그녀가 불편을 드러냈을 때 떨어졌을 텐데. 그 전에 이렇게 무례하지도 않을 터였다. 20년간 사이가 틀어진 걸까?


...됐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건 20년 뒤의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다. 더는 참을 수가-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볼까."


"......"


"미리 말하지만 우린 꽤 괜찮은 사이였어. 사실 그 이상이었지."


"...그러면 지금까지의 당신 행동은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하나가 마침내 앙겔라에게서 멀어졌다. 손끝으로 앙겔라의 뺨을, 그리고 팔을 타고 내려간 그녀가 앙겔라의 손에서 여전히 연기를 내는 담배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책상 위에 걸터앉은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담뱃불이 다시금 새빨갛게 타오른다.


40대의 하나는 '지금'보다 키가 컸다. 화장도 짙었으며, 눈가의 주름이 완고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눈의 색, 그것만은 지금과도 같았다.

-때로는 사소한 사실이 전체를 설명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당신 곁을 떠났지, 박사. 무슨 기분이 들어?"



남겨진 뒤에 말이야. 하나가 중얼거렸다. 앙겔라의 답을 딱히 기다린 것은 아닌지, 혼잣말처럼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거부하고, 다음에는 슬프고, 그리고 바닥에 남은 건 분노던데. 그거 알아? 변명을 못 들으니 더 화가 나."


"...하나, 제가..."


"당신이랑도 나이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데, 유나 나이를 먼저 따라잡겠어. 유나는 정말로 몇 달 안 됐는데...두번째라 그런지, 화는 좀 덜 나. 유나가 알면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어."


"......"


"...그런 표정 짓지마, 박사. 말했지? 세상에는 과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도 존재한다니까."



다시 한번 부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제 앙겔라는 말을 잃었다. 닫힌 사무실 너머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희미하게 들렸다. 지나가는 사람이었는지 캐럴은 점점 가까워지다 다시 멀어졌다. 다시금 고요한 정적이 사무실에 머무른다.



"...유나 씨를 연결해 줄까요?"



앙겔라가 겨우 꺼낸 말에 하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점점 타들어가는 담배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까닥인다. 먹먹하고도 헛헛한 기분에 앙겔라는 한쪽 팔을 움켜잡았다. 이상하게도 눈이 뜨거웠다. 이상하게도...



"아니. 지금은 당신이 좀 더 보고 싶어."



요즘엔 왜 꿈에도 안 오고 그래요. 얼굴 잊겠어.

...앙겔라.



앙겔라는 차마 하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발짝 걸어가 하나를 끌어안았다.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마주 안아오는 손길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잘게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무시하고, 점점 젖어 드는 자신의 목덜미를 무시했다.




다시금 캐럴이 들렸다. 앙겔라는 그 노래가 충분하게 길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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