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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전에 쓰다만 남장 조폭x창녀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18.12.28 20:49:29
조회 1341 추천 38 댓글 5
														

주영은 창녀였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킬 때 항상 그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창녀. 발음할 때마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묘한 찝찝함이 단어의 뜻과 굉장히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주영은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었다. 최소한 다른 멍청한 업계 종사자보다는 그랬다. 빚을 다 갚고 나면, 자리를 잡을 돈을 마련하고 나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만두겠다는 따위의 헛된 희망은 품은 적이 없었다. 빚은 갚는 것보다 늘어나는 게 빠르고, 자리 잡을 돈을 만지려면 로또를 맞아야 하고, 더 좋은 기회라는 건 더 큰 룸살롱일 뿐이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이 짓거리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 잘 보여야 덜 일 하고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울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해왔을 뿐이었다.

그런 만큼 몇 년 만에 실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하게 된 가게는 주영에게는 나름 소중한 직장이었다.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금요일 밤에 가게를 독점한 손님들이 못마땅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니, 정확히는 손님. 분명 복도에는 험상궂게 생긴 장정 수십 명이 들어서 있었지만 룸에서 술을 마시며 창녀들과 몸을 섞는 건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요구대로 오늘 장사를 접어가며 가게를 통째로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한 명이 이 지역의 주먹패들마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거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영으로써는 그의 정체를 자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오가며 들은 얘기들을 짜깁기해 그가 전국구 폭력 조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여기 담배 피워도 됩니까?"

생각에 잠긴 주영에게 물어오는 쪽은 의외로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성이었다. 주변에 득실거리는 시꺼먼 남정네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맑고 높은 목소리. 외모로 옮겨가면 그 괴리감은 더욱 돋보였다. 기껏 170을 넘을까 싶은 키와 남자치고는 좁은 어깨, 그리고 한껏 미간을 찌푸렸음에도 주변과는 비교부터가 실례일 정도로 미형인 얼굴. 그럼에도 주눅 들기는커녕 양옆으로 건장한 사내들을 줄지어 세워둔 채 혼자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있는 모양새로 보아 이 중에서는 나름 지위가 높은 사람인듯했다. 대답 대신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주영의 눈빛이 의아했던지 그의 오른쪽 눈썹이 한 번 꿈틀거렸다.

"나도 한 대 주면?"

뒤늦은 대답과 함께 주영의 눈가가 사르르 접혀내려 갔다. 잠시 그녀를 마주 보던 사내는 작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담뱃갑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곤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씨발, 돛대네. 잠시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이내 하나 남은 담배를 주영에게 내밀었다. 그걸 받아 입까지 가져가는 일련의 동작은 느리고 조심스러웠지만, 사양은 없었다. 그가 손수 담배에 불을 붙여주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들숨 한 번, 뿌연 날숨 한 번. 그리고 또 한 모금.

"난 이거 딱 두 번까지가 맛있더라."

말과 동시에 연기를 내뿜으며 주영이 도로 담배를 건넸다. 조금 전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곳에 립스틱 자국이 일부러 남긴 듯 묻어있었다. 사내는 무표정으로 담배와 그녀의 입술을 번갈아 봤다.

"돛대라서 그러는 거면 애들 시켜서 새로 하나 사 오면-"
"왜, 신경 쓰여?"

도발적인 말투에도 사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미없는 사람이네. 주영이 생각하는 틈에 사내가 은색 힙플라스크 하나를 꺼냈다.

그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신 다음 타들어 가는 담배에 그 내용물을 조금 부었다. 소량임에도 코를 찔러오는 알코올 냄새 때문에 액체가 높은 도수의 술임을 알 수 있었다. 검지로 몇 번 담배를 튕겨 털고는 그제야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결벽증이 좀 있어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내뱉는 말에 주영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씨발새끼가. 지금 내가 더럽다, 뭐 그런 얘기지?

"그런 거 치고는 알코올만 들어가면 다 마시나 봐? 가게 매출이나 좀 올려주지."
"좋은 술 많은가 보네. 나 입맛 되게 까다로운데."

장난기 섞인 문답 사이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주영이 그의 팔을 끌어안듯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사내의 몸이 긴장으로 굳는 게 느껴졌다.

"그럼~ 술맛은 내가 보장하지. 근데..."

숨결이 귀에 부딪혀 돌아올 만큼 가까이서 속삭였다.

"우리 가게에 술 따라줄 남자애들은 없어서 내가 따라야 하겠는데."

찰나의 순간에 사내, 아니 여성의 눈동자가 단 한 번 흔들렸다. 허. 한숨과 코웃음 사이의 소리와 함께 그녀는 몸을 뒤로 빼 주영을 위아래로 흩어봤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재밌는 년이네, 이거.

이번에는 여성 쪽에서 몸을 밀착시켜 왔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듯 달라붙어서는 주영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우리 실장님은 술만 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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