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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올해의 백합] (재업) 크리스마스와 노란 꽃의 향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3) 2019.01.01 20:26:06
조회 758 추천 16 댓글 1
														
마리X앨리
벽이 온통 홍색으로 칠해진 홀 내에 인적이 붐비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많은 요괴들이 홍마관에 모여있다.

파티 내부는 술을 홀짝이고 있는 오니와 검 집을 맨 채 자신의 주인을 따라다니는 반인 반령, 양 어깨에 날개를 달고 도도하게 와인잔을 홀짝이는 흡혈귀등이 보인다.
도저히 신의 아들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일 자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외관만 보면 크리스마스 파티가 아니라 핼러윈 파티에 가까워보인다. 애초에 흡혈귀의 저택에서 크리스찬의 행사를 연다는 것부터가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규율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환상향에선 가장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홀 중앙에서 이 저택의 메이드장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금발 여자아이이다.
검은색 마녀 복을 입은 그 아이는 내 눈을 마주치자 뾰로통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돌렸다. 나는 술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 귀여운 반응에 대꾸해주었다.  

“싸우기라도 한 거야?”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본다. 홍백의 무녀복장을 입고 있는 레이무가 서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두 겨드랑이가 훤히 들어나 있는 복장은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게 한다.  
“그냥. 어제 어른스럽지 못한 일을 저질러서. 살짝 반성중이야.”
  “...무슨 일 인진 모르겠지만, 말과는 다르게 얼굴엔 미소가 만연한데?”
  “...그래?”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표정을 숨길 생각은 없다.

“그나저나 꽤 고약한 취미네.”
“무슨 소리야?”
“마리사의 목 쪽.”
“어머, 그게 무슨 소릴까?”
“시치미 때긴. 아까 마리사와 이야기 할 때 발견 했어. 다행히 아직 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쿠야는 발견하지 못한 것 같지만... 무슨 장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성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른다는 듯이 와인을 홀짝였다. 레이무는 그에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기만 했다.  

레이무와 내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리사는 사쿠야와 계속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러던 중, 사쿠야는 몹쓸 것이라도 발견했는지 무언가를 알아채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리사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배회하였다.

  마리사는 그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하기에 의아해 하는 몸짓만 보일 뿐이었다.

내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레이무가 비소를 지며 혀를 찼다.

  사실 내가 이런 고약한 장난을 한 계기에 레이무 또한 한 몫을 한 바 있다. 바로 전날인, 크리스마스이브 때 일이었다.

  그날 아침, 홍마관에서 온 박쥐로부터 크리스마스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 바로 전날에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요 몇 년간 계속 있는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준비해 놓은 선물들을(주로 인형들을) 포장하며 다음 날 있을 파티를 준비했다. 선물은 주로 홍마관 당주의 여동생과 파티에 올 요정들을 주려고 마련한 것이었다. 그밖에도 다음날 케이네의 서당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도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머플러를 짜며 시간을 보냈는데, 마리사에게 줄 선물이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줄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을 내지 못해(매일 같이 마리사가 오느라 몰래 만들 짬이 나지 않아서) 제시간 내에 만들지 못하였다. 그래도 신정 날에 맞춰서 줄 순 있을 것 같다.

  신사에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소원을 빌고 나온 그 아이에게 이 머플러를 건냈을 때, 그녀가 지을 함박웃음이 눈에 스쳤다. 기쁨과 쑥스러움이 섞여 분명 말도 안 되는 얼굴을 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저녁이 다가오고, 여느때처럼 비슷한 시간대에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만들고 있던 머플러를 인형을 통해 안 보이는 장소에 숨겨놓았다.

“여어, 앨리스. 들어간다제.”

내가 문을 열어줄 새도 없이 그녀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와.”
“홍마관에서 온 초대장 받았어?”
“응.”
“에, 하루 종일 뭐하고 지냈어?”
“그냥 이것 저것. 내일 볼 플랑도르와 요정들의 선물포장이나, 케이네 서당 아이들 선물 준비.”
“앨리스는 열심히네.”

  그러곤 나와 마리사는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저녁을 보냈다. 평소라면 화기애애하며 서로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은 시덥잖은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눈 뒤, 둘이 다음날 있을 파티를 준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찍 잠에 들 예정이었지만, 담소동안 그녀가 꺼낸 주제는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마리사는 저녁 내내 오늘 누구랑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자기가 누구랑 계속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아침부터 레이무네에서 전병을 얻어먹었다느니, 홍마관에서 온 초대 편지를 동시에 받아 내일 어떻게 하고 갈지 의논했다느니(그래봤자 평소 복장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점심은 레이무와 함께 따뜻한 우동을 먹었다느니, 얘기 내내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거리면서 레이무와 함께 있었던 이야기만을 늘어놓았다.

  원래부터 그 둘은 절친한 친구로 같이 지내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둘만이 있는 시간까지 자신의 절친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가 얄밉게 느껴졌다.
계속되는 레이무에 대한 얘기에 결국 참다못해 그녀의 말을 막아서곤,  


  “레이무랑 있었던 이야기 말곤 다른 건 없어?”

  하고 꽤나 어린아이스러운 심통을 내었다.

  아무리 눈치 없는 마리사라도 평소라면 사과를 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을 테지만, 그날은 어째선지 내가 이렇게 반응 하는 것을 기대라도 한 것인지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질투했어?”, “천하의 앨리스도 질투를 한DAZE☆" 라며 나를 놀려대기까지 했다.

  나는 화가 난 나머지 식탁을 치우자마자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마리사도 자신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안 것인지,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선 사과를 하며 아양을 떨었다.

“아아, 미안하다니까. 화 풀어 앨리스.”

  침대에 누워 토라져 있는 내 두 어깨를 잡으며 마리사는 그렇게 말했다.

“내일 홍마관에서 크리스마스파티도 있고. 오늘 이렇게 찡그린 채로 잠들면 예쁜 얼굴 다 망가진다고?”
“...크리스마스파티”
“그래, 맞아. 내일 웃는 얼굴로 가야지 보기도 좋을테고 말이야.”

   그 말을 듣자 문득 내 머릿속에 그녀에게 난 화를 풀 수 있는 유치한 방안이 떠올랐다.

“...맞아. 내일은 크리스마스 파티지. 이렇게 토라져서 갈 순 없으니까.”
“그래. 앨리스 잘 생각했어. 지금 기분 풀고, 내일 파티에...”
나는 마리사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그녀를 붙잡아 침대로 끌어들였다.

“잠깐, 앨리스! 내일 파티가 있다니깐?”
“홍마관의 파티는 밤에 하잖니. 그리고 이 상태로 잠에 들어 내일을 맞이하면 결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없을거야.”
“그럼, 적어도 씻고... 힛!”

  평소에 그녀는 건방지고 당돌한 말투로 나를 곤란하게 할 때가 많았지만, 침대에서 만큼은 목덜미를 잡힌 고양이처럼 온순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날 또한 그랬고, 다만 보통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평소보다 조금, 아주 조금 힘을 주었단 점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리사는 이미 옷을 챙겨 입고 떠난 후였다. 남들이 훤히 볼 수 있는 자신의 목덜미에 내가 어떤 장난을 행하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목덜미 부분에 마크를 한 것은 의도 아닌 의도였다. 하루 종일 다른 여자와 지낸 뒤에, 자신과 단 둘이만 있을 때조차도 그 여자의 이야기만 꺼낸 사랑하는 이를 향한 일종의 벌이었고, 그 밖에 많은 여성들과 접하게 될 파티에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마법이기도 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발상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서, 나의 마법에 걸린 채 파티를 누비는 사랑스러운 금발 아이를 보는 행복과 그 마법의 영향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진한 메이드를 보는 재미를 접하자니, 비록 어른스럽지 못할 행동이었다 할지라도, 이 행위에 후회감이 밀려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감상을 갖는 내가 유치하기 짝이 없단 생각이 들자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퍼졌다.

  “뭐,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만 있을지...”

마리사 쪽을 보고 있던 내게 레이무는 그렇게 속삭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묻고 싶었지만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하여 말을 아꼈다.

  홀 중앙에서 마리사와 얘기 하고 있던 사쿠야는 잠시 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자신의 왼쪽 손을 자기 목덜미 쪽에 갖다 댔다. 마리사 또한 그 행동을 따라하며 자신의 손을 목덜미 쪽에 갖다 댔다.

그 후 사쿠야는 어디선가 손거울을 들고 와 그녀를 향해 보여주었다. 마리사의 얼굴이 급격하게 빨게 지는 것이 보인다.

“아, 들켜버렸네.”

  마리사가 내 쪽을 째려본다. 그대로 내게 와서...

“왜 웃기만 하는 거지?”

  예상과 다르게 마리사는 새빨개진 얼굴로 시시 웃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자국을 남긴 부분을 손으로 살짝 터치하고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내 몸을 건드린다. 건드린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배배 웃고 있는 홍백의 무녀가 손거울의 앞면을 나를 향해 비추고 있었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그녀가 터치하고 있던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어젯밤 누군가가 박아놓은 진한 키스마크가 그려져있었다.

  레이무는 여전히 실실 웃고 있다.

“아무래도 저쪽은 당하기만 한건 아닌 가 본대?”

  나는 마리사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부끄러움에 붉어짐이 빠지지 않은 얼굴을 하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보인다.

“...그러네. 참, 서로 어른스럽지 못하네.”

  요괴들이 잔뜩 얽혀있는 흡혈귀의 저택 내에서, 나의 노란색 꽃송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밤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키리사메 마리사의 시점]

  사쿠야가 건네준 거울을 통해 목덜미에 난 키스마크를 보았을 땐, 부끄러움이 내 심장을 강타하여 당혹스러움을 숨기기 힘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기쁨이 솟아나고 있었다.

   분명 나의 얼굴은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개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야 천하의 앨리스 조차 자신의 목에 나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얼굴이 새 빨게 지는 것을 면치 못했으니까 나는 말할  것도 없을 테였다.

  아마 오늘밤, 나는 얼굴이 홍색으로 물들어진 이유를 감추기 위해(그리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녀의 표식의 행방을 잊기 위해) 밤새 술을 들이 킬 것 같다.

  어젯밤 앨리스와 단 둘이 있던 중에도 레이무의 이야기만 한 것은 일부러 그녀를 화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정확히는 질투해주길 바래서였다. 앨리스는 평소에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는 성격이고, 집에 들어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그녀가 날 정말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 불안할 때가 있었다.

  그런 불안감에 막타를 가한 것은 어제 점심 레이무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코타츠에 앉아 우동을 먹고 있던 내게 그녀가 물었다.

“앨리스가 뭐라고 안 해?”
“응?”
“아니, 너 보통 점심도 신사에서 먹고, 앨리스네는 저녁 중에야 가는 것 같고. 일단 둘이 특별한 사이잖아? 단순히 옛날처럼 신사에 자주오고 하면 앨리스가 불편해 하는 거 아니야?”“뭐야, 레이무 답지 않게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냥, 궁금해서.”
“...딱히 앨리스는 그런 걸 신경 쓸 타입도 아니고. 정 볼일이 있으면 직접 신사에 오니까.”
“그건 그렇지.”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대화였을 테지만. 어째선지 그날 나둔 대화가 가슴속에 계속 맴돌았다. ‘앨리스도 나에 대한 소유욕이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부터‘사실 나는 필요 없는 거 아닐까?’하는 불안감까지, 그 대화에서부터 필요 없는 의문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앨리스의 집에 가자마자 다른 여자 이야기만 했다.

다른 여자라고 해봤자 하루 종일 레이무 하고만 있었으니까(그래봐야 중간 중간 찾아온 스키마나 스이카 정도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이것이 오히려 효과를 가중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가중시켜 밤에는 정말 너무했지만.

  처음에 그녀 또한 나에 대해 소유욕이나 다른 여성에 대한 질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기뻤다. 하지만 그 사랑이 너무 과해서, 침대 안에서 힘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하기만 해서 싫었다. (지금 안 것이지만)남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훤히 키스마크 까지 남겨두고 말이다.
  
나는 내 오른손을 목덜미에 갖다 댔다. 아침부터 계속 이 상태로 다녔다는 것을 생각하니 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와인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래도, 끝까지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나또한 그런 집착과 질투에 대한 보답을 해줬어야 하니까.

앨리스가 있는 쪽을 다시 본다. 아직 수치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아님 그새 술을 많이 마신 것인지 얼굴이 많이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나또한 그에 응답하여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아직 나는 토라져있는 것이기에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 생각은 없다.

요괴들이 잔뜩 얽혀있는 흡혈귀의 저택 내에서, 나의 노란색 꽃송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밤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재업이라 추해보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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