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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테이블보 당기기 01 (히나사요

ㅇㅇ(219.120) 2019.01.05 20:51:27
조회 663 추천 16 댓글 1
														

안녕 백붕이들아

반도리 신년 이벤트 보고 또 회로가 불타올라서 써버렸어..

아무래도 민트자매는 빛인거 같어ㅜㅜ


전에 쓴 내용이 나오긴 하는데 딱히 상관은 없을거야......아마도?

전작 관심있는 사람은 링크 참조해줘


Error 전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37507

Error 후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37688









***


“후우..”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사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했지만, 오늘 라이브 스튜디오 CiRCLE에서 있었던 신년 이벤트는 사요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츠루마키씨와 오쿠사와씨의 저글링이나 와카미야씨의 수리검 던지기, 하나조노씨의 토끼 흉내 등등. 그러고 보니 그 토끼 흉내는 정말 여러 의미로 대단했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테이블보 당기기라니.’


  심지어 히나는 장기자랑 코너에 둘의 이름으로 신청을 했다는 것도 사전에 말해주지 않았다. 히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히나는 사요에게 같이 무대에 나가자고 말했던 것이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니, 사요는 다시금 동생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나, 두고 보자꾸나.


‘...그래도 오랜만에 해 본건데, 잘 되어서 다행이야.’


  어렸을 때는 히나와 자주 테이블보 당기기를 함께하며 놀곤 했다. 하지만 사요가 히나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나이를 먹게 되면서 그런 놀이도 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 만에 해보는 것인지. 그래도 실수하지 않고 한 번에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요였다. 동생에 의해 막무가내로 불려나갔다고는 해도, 실수를 했다간 정말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왜 테이블보 당기기를 시작하게 되었더라..?’


  기억의 저편에서 아른거리는 것이 있었다. 분명 목적은 테이블보 당기기가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처럼, 미워할 수 없는 개구쟁이 동생에게 휘말려서 시작했던 것 때문이었다.




***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의 겨울방학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언니바라기가 되어버린 히나는 언제나 사요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날도 그랬다. 방학숙제를 끝낸 사요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강아지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샌가 히나가 나타나서 옆에 앉더니 사요를 불렀다.


“언니! 숙제 다 했어? 공주님 놀이 하자!”


  꼭 지금 TV에 나오는 강아지 같네. 사요는 졸라대는 동생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언니 방해 안 하려구 이때까지 기다렸는데..”


  히나에게서 축 처진 귀와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히나가 나를 ‘언니’라고 부른지 몇 년이 지났더라.

  아마 ‘그 날’을 기점으로 히나는 바뀐 것 같았다. 사요는 그 날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사실 꿈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무섭고, 혼란스럽고, 그리고 걱정스러워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었을 때, 옆에서는 히나가 자고 있었다. 해가 떠서 밝아진 방. 색색거리는 히나의 숨소리. 방을 따로 쓰게 된 이후로 히나가 사요와 함께 자는 일은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꿈에서 히나가 나왔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히나가 허공에 혼자 떠드는 일이 없어졌다. 항상 사요를 이름으로 부르던 아이가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알았어 히나. 공주님 놀이 하자.”

“와아! 언니가 제일 좋아!”


  안기려고 달려드는 동생을 받아주며 사요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언니바라기가 되어버린 히나를 상대하는 것은 퍽 지치는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엉뚱한 발상을 해내서 사요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사요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생각 없이 내뱉곤 했기 때문이다.

  특히 히나가 무언가를 물어볼 때가 사요는 가장 힘들었다. 히나의 ‘왜’는 꽤 끈질겼다. 그리고 사요는 동생이 싫어하는 ‘원래 그런거야’를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가끔 사요는 히나의 질문공세에 울고 싶어지곤 했다.

  사요는 어째서 히나에 관해서면 자신이 필사적이 되는지를 몰랐다. 정확하게는 그 이유를 잊어버렸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사요에게 남은 것은 언니인 자신이 동생인 히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럼 언니가 공주님 하는 거야! 히나는 왕자님이야!”


  소파 위에 일어서서 어깨를 쭉 펴더니, 양손을 허리에 두고 으스대며 히나가 말했다. 앉아있는 사요에 비해, 일어선 동생은 두려울 정도로 커보였다. 그런 동생을 보자 사요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동생을 과연 내가 지킬 필요가 있을까.


“알았어, 히나. 오늘은 어떻게 하면 돼?”


  이유는 몰라도 히나는 항상 왕자님을 했고 사요에게 공주님을 강요했다. 딱히 무슨 역할을 하든 상관없었기에 사요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화책에 나오는 왕자님은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히나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공주님 놀이가 아니라 왕자님 놀이라고 하면 될 텐데.

  히나는 언제나 사요보다 뛰어났다. 설령 사요가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금방 히나가 더 잘하게 되었다. 부모님도, 친척들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히나를 보면 칭찬일색이었다.

  히나와 동등하게 서있기도 벅찬 주제에. ‘지킬 필요가 있다’니, 얼토당토 않는 소리였다. ‘지킬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래서 히나는 언제나 나에게 보잘 것 없는 공주님을 강요하는 것일까.


“오늘은 햇님나라에 축제가 열렸어! 아주 좋은 날이라서 그래!”


  공주님 놀이를 할 때마다 히나는 본인을 햇님나라의 왕자님이라고 말했다. 아마 자기 이름에서 따왔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성격이 바뀐 히나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사실 옛날의 히나는 소령하고 이야기 할 때가 아니면, 잘 웃지도, 떠들지도 않았다. 무얼 해도 금방 질려했고, 멍하니 있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소령과 놀지 않게 되더니 히나의 성격은 점점 밝아졌다. 붙임성도 좋아져서 히나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히나에게 ‘친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히나의 예쁜 외모와 밝은 성격에 아이들은 히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히나의 행동이나 말에 상처를 받고는 금방 멀어져갔던 것이다.


“엣헴.”


  소파에서 뛰어내린 히나가 사요의 앞에 서더니, 입에 주먹을 갖다 대고 헛기침을 했다. 이제 연극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다.


“사요 공주님. 축제에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햇님나라의 아주 좋은 날이랍니다.”


  신사처럼 오른손은 가슴에, 왼손은 등 뒤로. 왼발을 오른발 뒤로 살짝 빼더니, 히나가 인사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 씨익 웃으며 사요를 바라보았다. 나와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분위기. 사요는 히나의 밝은 그 미소가 참 좋았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이 미소에 이끌려 히나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성 안이 시끄러운 것은 용서해주세요. 이웃나라에서 놀러온 사람들과 저의 백성들이 신이 나서 이 파티를 즐기고 있어서 그래요.”


  히나가 소파에 앉아있는 사요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히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오른손으로 사요의 손을 잡았다. 어디서 보고 온 행동인지는 몰라도, 정말 멋진 왕자님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히나가 사요의 손을 살포시 잡는 법을 배우게 된 것처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 또한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히나를 떠나는 사람도 줄어들겠지.


“...언니? 언니! 빨리 대사!”


  멍하니 생각에 잠겨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요를 히나가 재촉했다.


“앗, 히나 미안. 그러니까, 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사요는 잠시 생각했다.


“...괜찮아요. 떠들썩한 분위기가 신이 나서 좋네요, 히나 왕자님.”


  무엇이든 쉽게 해내고, 인기도 많은 히나 왕자님.

  그런 왕자님 옆에서 보잘 것 없는 사요 공주는 어떻게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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