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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테이블보 당기기 03 -끝- (히나사요

ㅇㅇ(219.120) 2019.01.05 20:56:29
조회 356 추천 16 댓글 2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40043

2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40046




***


  망토를 되찾기 위해 히나와 사요는 던전이 되어버린 거실을 돌아다녔다. 정확하게는 사요가 히나에게 여기저기를 끌려 다닌 것이지만. 처음에는 그런 왕자님이 너무 귀찮은 사요였다. 하지만 사요의 손을 꼭 붙잡고 즐거워하는 히나를 보니 그런 마음도 사라져갔다.

  그래, 히나는 내 동생이니까. 다만 아쉬운 점은 모든 문제를 히나 혼자서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요가 보잘 것 없다고 해도, 함께 하자고 했던 것은 히나가 아니었는가.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히나는 사요를 데리고 커피 테이블 앞으로 왔다.


“공주님! 저기에 망토가 보입니다!”


  히나가 기쁜 듯이 담요를 가리키며 말했다.


“후후..축하드려요 왕자님.”


  이제 곧 놀이가 끝나겠다는 기쁨에 사요도 미소를 지었다. 늘어난 설정 덕분에 오늘은 평소보다 정신력과 체력 소모가 심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요가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크윽..! 히나 왕자, 어느새 여기까지 오다니!!”


  아, 또 나타났다. 외톨이 마법사. 나무 꼭대기에 있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피곤해진 사요가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망토는 되찾을 수 없을 거다. 망토를 빼내면 나무가 쓰러질 거고, 그러면 성은 파괴되겠지! 뭘 하든 어차피 너희는 죽게 되어 있다!”


  아니지. 그냥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망토를 빼내면 되는 건데? 눈치 빠른 사요는 히나가 말했던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크윽, 나쁜 마법사 녀석..하지만 포기하지 않아!”


  어느 샌가 왕자로 돌아온 히나가 흔한 대사를 외쳤다. 그리고 커피 테이블 앞으로 가서 담요 끝자락을 양손으로 쥐었다.


“왕자님, 잠깐만요.”


  히나가 담요를 잡아당기려고 하는 찰나에 사요가 말했다. 갑자기 불러 세워진 왕자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인가요, 사요 공주님?”


  이대로 끝내기에 사요는 아쉬웠다. 아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말을 하면서도 사요는 조금 두려웠다. 히나 왕자님은 불가능한 것이 없는데.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사요 공주 따위가 끼어들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기우였음을 사요는 깨달았다. 히나가 눈을 반짝이며 만면에 미소를 띠고 사요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물론이죠! 공주님!”


  히나 왕자는 기뻐하며 사요 공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망토의 한쪽 끝자락을 사요 공주에게 건네주었다.


“자, 그럼..”


  준비를 마친 히나 왕자가 사요 공주를 보며 말했다. 사요 공주도 준비가 된 듯 히나 왕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둘!!””


  함께 외친 구호에 맞춰서 두 사람은 동시에 손을 잽싸게 뒤로 뺐다. 천이 쓸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에 깔려있던 망토가 두 사람 앞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무는 쓰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우뚝 서있었다.


“...해냈다!”

“우와!! 언니!”


  해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동안을 크게 웃어댔다.


“하하하! 진짜 대단해! 언니랑 둘이서 룽! 했어!”

“후후, 그러게. 설마 한 번에 해낼 줄은 몰랐어.”


  웃다가 지친 자매는 커피 테이블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웃음이 멈춰서인지 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둘은 전리품으로 얻은 망토를 함께 걸쳤다.


“공주님, 아직 나무가 쓰러지지 않아서 날이 여전히 춥네요.”


  히나가 사요에게 기대며 말했다.


“그러게요, 왕자님..”


  사요도 히나에게 기대며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페트병이 사요를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나무, 외톨이 마법사가 혼신의 힘을 쏟은 설정이었던가. 천재 마법사의 능력 그 자체라니, 저런 건 아무리 노력해도 쓰러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외톨이 마법사는 저 나무 위에서 여전히 홀로 우리들을 보고 있을까.


“언니 왜 그래? 추워?”


  나무에 정신이 팔려 사요는 히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히나는 멍하니 있는 언니가 걱정됐다. 그래서 둘의 어깨 앞으로 내려와 있던 담요 끝자락을 잡더니 묶기 시작했다. 언니가 히나에게 망토를 묶어주었을 때처럼 말이다. 이내 망토가 두 사람을 포근하게 감쌌다. 다만, 아직 9살인 히나의 힘이 부족했던 걸까. 매듭은 좀 헐거웠다.


“있잖니, 히나.”

“응??”


  칭찬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건지.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사요를 바라보았다.


“그 마법사도 친구 하면 안 될까?”

“에엥~?”


  당황한 듯, 놀란 듯. 미간을 좁히며 히나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언니 그치만.. 그거 나쁜 마법사인데...”


  히나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그 표정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사요가 이때까지 보아왔던 히나의 표정 중 가장 복잡해보였다.


“으음...”

“하지만 히나. 사실 마법사가 사람들을 초대를 했는데, 오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그 마법사는 나쁘지 않아.”

“그치만 공주님이랑 왕자님을 힘들게 했는데? 글구 나무 때문에 온 나라가 겨울이 됐어.”


  확실히. 오늘은 여러모로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사요가 입을 열었다.


“그 마법사는 분명...우리랑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친구가 되고 싶은데 왜 싸우려고 해?”

“우리가 싸울 때, 아빠가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항상 그러시잖니?”

“그런가...?”


  다시 고민에 빠진 것 같은 히나. 하지만 조금은 풀린 표정으로 담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히나를 바라보며 사요가 말하기 시작했다.


“히나. 내가 가끔 히나한테 화를 낼 땐...히나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히나는 내가 싫어서 화를 내니?”

“그건 아니야!! 나는 언니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봐봐. 이제 알겠니?”


  사요의 말을 듣고, 히나는 무언가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그럼 마법사랑도 친구할께!”


  고민을 끝낸 듯 히나가 웃으면서 사요에게 대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히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히, 히나! 갑자기 왜 울어?!”

“어..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눈물이 나와..”


  훌쩍거리는 동생을 바라보며 사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내가 무슨 나쁜 말이라도 했나? 아니면 마법사랑 친구가 되는 게 그렇게 싫었던 걸까?

  허둥대는 언니를 옆에 두고 히나가 말하기 시작했다.


“빨리 마법사한테..훌쩍..친구하자고 말하러 가야 되는데..훌쩍.”


  아차차, 그랬었지. 사요는 잠시 잊었던 것을 떠올리곤 스스로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외톨이 마법사도 내 동생이었잖아.


“마법사가 아까 우리를 계속 지켜볼 거라고 말했잖니? 아마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사요는 울고 있는 귀여운 동생을 껴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망토를 짓누르고 있던 나무는 여전히 우뚝 서서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사요는 평생 저 나무를 이겨내지는 못할 것이다. 나무의 밑에는 사요와 히나가 있었다. 사요가 가져온 망토를 함께 뒤집어쓰고 있었다. 망토의 안은 정말 포근했다. 그리고 히나가 맨 매듭은 계속 묶여있기엔 너무나도 약해보였다.

  그렇다면 이 매듭이 풀리기 전까지 만이라도. 고개를 돌려 불안한 눈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사요였다.




***


“후훗..”


  이런저런 옛날 생각을 하니 사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이후로 히나가 테이블보 당기기에 맛을 들였던가. 재미있다면서 이것저것 추가하거나 바꾸기 시작했었지. 페트병을 여러 개 올리거나, 잡지 등을 올려서 놀기도 했다. 하루는 TV에 나오는 것처럼 유리컵을 가지고 하기도 했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유리컵을 깨먹어서, 엄마한테 엄청 혼난 기억도 있다. 이것저것 하다가 질린 히나는 급기야 테이블보를 두 장을 들고 나타났다. 그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


“언니~? 지금 뭐해~? 잠깐 내려 와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요에게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무슨 일 인걸까. 문득 시계를 보니 저녁시간이 훨씬 넘어 있었다. 아차. 저녁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부모님은 할머니 댁에 가셔서 오늘은 사요와 히나 단 둘 뿐이다. 사요는 서둘러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사요 공주님! 오늘은 우리나라의 파티에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엌으로 가기 위해 거실로 들어간 사요의 앞에 히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커피 테이블에는 테이블보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엔 물이 반쯤 찬 페트병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옛날보다 훨씬 성장한 히나 왕자님이 신사처럼 사요에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은 여전히 멋진 왕자님이었다.


“히나..”


  놀란 언니를 보며 히나는 짓궂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공주님께서 선물해주신 제 망토가 어느새 나무에 짓눌려 있더라구요. 한 번 더 같이 빼주시지 않겠습니까?”


  사요의 앞으로 히나가 다가오면서 말했다. 정말로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옛날보다 연기가 훨씬 더 능숙해졌네. 아이돌 활동 덕분인가? 이내 히나가 사요의 앞에 도착하자 공손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어서 한 손은 가슴에 두고 한 손은 사요에게 내밀며 말했다.


“공주님, 전 망토가 없으면 힘을 낼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사요는 히나를 한번 보더니, 눈을 돌려 히나 너머에 있는 커피 테이블을 보았다. 저 페트병이 저렇게나 작았던가. 사요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올려다보았던 페트병은 훨씬 크고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존재감은 거대했다. 하지만 테이블보 위에 있는 그것은 이상하게 작아 보이는 것이었다.


“사요 공주님..?”


  불쌍한 표정으로 히나가 사요를 불렀다. 축 처진 귀와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동생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요였다.


“네, 히나 왕자님. 저와 함께 망토를 되찾죠.”


  사요 공주는 대답을 하며 히나 왕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자 히나 왕자는 기쁜 얼굴로 일어나, 사요 공주를 나무 앞으로 이끌고 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둘은 곧 나무 앞에 도착했다.

  나무 앞에서 둘은 함께 망토의 양 끝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옛날처럼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히나 왕자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잠깐만요, 왕자님.”


  갑자기 사요가 히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이 동그래진 히나가 사요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공주님?”


  그런 히나에게 사요가 살짝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왕자님, 타이밍은 잘 기억하고 계시죠?”


  사요의 말을 듣고 히나는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킥킥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어떨는지? 하지만, 어렸을 때 했던 일은 대개 몸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아마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역시 왕자님이시네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럼, 공주님. 슬슬 집중해주시길. 이왕 하는 거 성공해야죠.”

“알겠습니다, 왕자님. 힘내죠.”

“그럼, 공주님 갑니다?”

“”하나...둘!!“”



***



난 가근페충은 아닌데
갓트자매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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