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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츠구미 생일 축하] 자정을 기다리며

ㅇㅇ(168.126) 2019.01.06 23:40:21
조회 704 추천 1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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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책을 읽던 전 또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는 11시 40분, 자정까진 20분이 남아있었습니다. 약간의 피로감에 작게 숨을 고른 전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아무런 연락도 와 있지 않았습니다. 밝게 빛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좋아하는 순정 만화로도 쫓는데 실패한 졸음에 저항하고자 짧게 스트레칭을 하며 창가로 향했습니다.


밖은 달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습니다. 상점가는 평소의 떠들썩한 모습이 거짓말처럼 개미 한 마리도 없이 조용했습니다. 문득 고개를 들었지만 오늘은 그믐달, 평소보다 어둡고 차갑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가디건을 꼭 여미며 내뱉은 입김 사이로 별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리온자리의 허리띠부분이었습니다. 별 셋이 연이어 붙어있어 초보자들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인 오리온. 그는 포세이돈의 아들로 반신반인, 신들 앞에서 사냥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공언할 만큼 오만했던 죄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 사냥꾼의 자랑스러운 오른 어깨에 놓인 별이 바로 베텔게우스. 베텔게우스는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과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함께 겨울의 대삼각형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겨울철의 밝은 별입니다.


시리우스와 프로키온, 큰개와 작은개.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두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항상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지만 항상 주변을 즐겁게 만드는 히나 선배와, 그리고……. 창문을 연 잠깐 사이에 차가워진 손으로 볼을 감쌌습니다. 하지만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진 볼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고, 서늘해진 밤공기가 제 뺨을 두어번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에야 간신히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먼 길인 것 같네요. 창문을 닫는 사이,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으며 시간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시간은 11시 46분. 아직 14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따뜻한 실내 공기 탓인지 한층 더 피곤해졌기에 잠이라도 깰 겸 핸드폰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첩에 들어가자 곧바로 히마리쨩이 보내준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상 어딜 가도 ‘SNS에 올릴 거야!’라 말하며 사진을 찍는 히마리쨩은, 모두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줍니다.


와, 이건 모두와 같이 이노시마에 놀러갔을 적에 찍은 사진이네요. 돌고래 쇼를 보러 가 모두를 물에 흠뻑 젖게 한 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흠뻑 젖었던 친구들은 모두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런 안 좋은 추억은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껌처럼 마음에 딱 달라붙어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때 비닐 우비를 샀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아, 이건 츠루마키 가에 돌입하기 전에 찍은 사진이네요. 스칼렛, 큐티, 페스타, 하라페코, 그리고 저 바리스타. 다섯 명이서 저마다 포즈를 잡은 채 사진을 찍었었습니다. 란쨩이 스칼렛이라는 코드네임을 부끄러워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집에 들어선지 얼마 안되서 토모에쨩, 페스타쨩과 같이 붙잡히고 말아 별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억입니다.


이렇게 사진집을 보고 있으니 작년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사요씨가 과자교실에 참여했던 일, 저희가 파스파레에 곡을 만들어 주려 우왕좌왕한 일, 그리고 히마리쨩이 참고서를 놓고 와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갔다 호되게……. 어라? 이건 재작년 일이었던가요? 아니, 재작년엔 중학교 3학년이었으니 작년 일이겠죠. 몇몇 일들이 굉장히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건 왤까요?


아무튼 발렌타인 데이 때 카논씨와 함께 초콜렛을 만들기도 했고, 모두와 만화를 만들기도 했고,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아, 카페라고 하니 히나 선배가 천문부 폐부를 막기 위해 노력하시던 걸 도와드린 기억이 나네요. 필사적으로 학생회측의 폐부를 막고자 노력하셨던 히나 선배가 올해는 학생회장이라니, 감개무량하기도 하면서 어딘가 이상한 기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내년부턴 부회장입니다! 하자와 부회장. 어딘가 낯간지러워지는 호칭이네요. 후후.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회장직을 전임 회장이 마음대로 선출해도 되는 걸까요? 왠지 모르게 새 학기가 밝으면 모든 것이 없었던 일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헛생각을 지워내며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은 11시 54분. 이제 6분 뒤면 제 생일입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 제 생일을 좋아합니다. 물론 생일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전 제 생일이 좋습니다. 신년의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 약간 들뜬 시기인데다가, 방금 전처럼 작년에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되새기며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예전엔 제가 주인공인 날인데도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들어 싫어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조차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의 중심에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던 란쨩, 마치 언니처럼 앞장서 움직이며 챙겨주는 토모에쨩, 모두를 신경써주고 즐겁게 만들어주려 노력하는 히마리쨩, 언제나 자기자리를 지키며 안심감을 주는 모카쨩.

그런 소중한 친구들이 저를 축하해주는 날이니까요.


최근엔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만들며 잠깐 멀게 보였던 란쨩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란쨩의 등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건 예전과 똑같지만, 그래도 몇 걸음 더 가까워 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지금까지는 란쨩 혼자 힘들게 나아가게 했었지만, 지금은 손을 뻗어 그 등을 지탱해 줄 수 있을 거 같은 기분! 올해는 란쨩이 제게 의지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할거에요!


생각하다보니 어쩐지 올해의 결의표명 같은 게 되어버렸네요…… 아하하. 모카쨩이 듣는다면 또다시 ‘츠굿하고 있네~’라고 말하려나요? 후후.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00:00, 자정이 되어 있었네요. 잠금 화면을 풀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히마리쨩의 메시지. 여러 이모티콘들과 마지막 문단엔 제일 먼저 답장해 달라는 말로 끝난 귀여운 메시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대로 히마리쨩에게 답장을 하려는 찰나, 다른 친구들에게도 차례로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하나가 더.


제일 먼저 보내준 히마리쨩에겐 미안하지만, 두 번째로 답장을 보내게 되겠네요.


저는 웃으며 메시지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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