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손가락 조루 우러욧..앱에서 작성

뮻ㅇ(59.11) 2019.01.10 18:18:56
조회 1237 추천 26 댓글 7
														

181208


사요는 심각한 표정으로 반찬통에 남아있는 당근 두개를 내려다보다 입술을 힘주어 깨물었다. 기껏 가까이로 가져간 젓가락이 한참을 머뭇거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한숨과 함께 한 달 조금 못 된 기억이 피어올랐다.


#


"히나!"


힘껏 문을 열고 들어섰으나 사요의 극적 연출이 무색하게도 히나는 이미 현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히나가 언니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라고 말하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의식 저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언니, 오늘은 일찍 왔네."


평소와 다름없이 들러붙는 히나를 밀어낸 다음 교복 칼라를 끌어내렸다. 쇄골 위의 하얀 피부에 흐릿하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키스마크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도 보이네. 명백히 화가 난 사요의 표정에도 히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보이는 곳에는 남기지 말랬잖니!"

"그럼 안 보이는데는 남겨도 되는거야?"


히나의 해맑은 질문에 잠시 주춤했으나 사요는 금방 다시 찌푸린 미간에 한껏 힘을 주었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로 시작된 설교는 길어졌고, 현관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부엌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깐깐한 사요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면서도 반성의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히나 때문이었다. 사요의 잔소리가 종달새의 지저귐이라도 되는 양 눈을 맞춘 채 고개를 끄덕거리는 히나의 표정은 마치 애완동물을 보는 주인의 그것과 흡사해서 사요로써는 그런 태도에 대해 혼내느라 할 말이 더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냥 사회인도 아니고 연예인이잖아, 앞으로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해야지. 언제까지 하고싶은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잖니."


사요가 반시간만에 말꼬리를 차분하게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쉬지 않고 말을 했더니 목이 아픈 것 같아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려 냉장고로 몸을 돌렸다. 사요의 말이 계속될때는 단 한 마디 반박도 없던 히나가 그제서야 궁시렁대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그러는 언니도 아직까지 당근은 안 먹잖아."


별다른 의미가 담기지 않은, 말 뜻 그대로였지만 사요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단 한마디로 자신의 모순을 파고드는 히나가 따지려고만 들었다면 자신은 말싸움에서도 그녀를 이길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제낀 사요는 물 대신 야채칸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직 의자 위에 쪼그려 앉아있는 히나에게 보라는듯 식탁 위로 아기 당근 봉지를 소리 내어 내려놓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히나의 동그란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이 사이로 말을 잘근잘근 씹어뱉었다.


"그 말은 내가 앞으로 편식을 줄이면 너도 자제심을 조금은 기르겠다는 뜻이려나?"


그 이후의 상황은 히나에 의해 주도됐다. 아니, 돌이켜보면 애초에 자신이 내내 히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걸지도 모른다고, 사요는 나중에 생각했다.


사요의 도발은 금새 내기가 되어 규칙이 정해졌고, 곧바로 그 내용은 말에서 글로 옮겨졌다. 히카와 히나는 히카와 사요가 아기 당근 최소 다섯개를 섭취한 날 밤에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만약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소리내어 읽으며 펜을 놀리던 히나가 머뭇거리는 그 순간을 사요는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로 보았다. 봉지 안에서 손에 집히는 가장 작은 아기 당근을 하나 꺼내어 베어물며 말했다.


"그 때는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굳은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사요의 의도와는 달리 히나 안의 무언가를 깨워버렸던 모양이다.


#


물론 사요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매일 당근 다섯개. 분명히 힘겹고 고통스럽겠지만 해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에 동의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조건을 잘 충족해나가는듯 했다. 처음 몇 번은 괴로웠지만 곧 맛을 최소한으로 느끼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고, 덕분에 여유롭게 숙면을 취하는 밤이 계속됐다. 집에 돌아오면 득달같이 사요의 도시락통부터 확인하던 히나도 언제부턴가 체념한듯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평화롭기 짝이없는 며칠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아닌 몇 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젓가락을 쥔 사요의 손가락 위로 어젯밤 느꼈던 감촉이 남아있는것만 같았다. 항상 히나의 손가락만을 허락했던 자신의 안.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녀의 이름을 입밖으로 내지 않도록 이불 끝을 깨문채 저지른 자위행위가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 그녀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사이 손 하나가 그녀의 시야를 지나갔다.


"아..."


사요의 시선이 뒤늦게 당근을 쫓아 함께 밥을 먹던 동급생의 입으로 향했다. 앗, 미안. 혹시 먹으려던 거였어? 엄청 싫은 표정으로 한참 보고만 있길래... 사요의 표정을 보더니 입을 가린채 사과하는 그녀에게 사요는 한 템포 늦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뇨, 괜찮습니다. 나머지 하나도 드시겠어요?"


당근 두 개로 가득 찬 채 우물거리는 동급생의 입을 보며 사요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당연하지만 당근이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


사요는 현관문에 쏠린 집중을 눈앞의 숙제로 가져오려 분투하고 있었다. 연습이 늦어지나 보네. 태연한척 스스로에게 중얼거린것과는 달리 문 밖으로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온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기를 반복했다. 결국 한참 후에야 히나가 돌아왔을때까지도 사요 앞에 놓인 공책은 백지뿐.


"...늦었네."


그럼에도 막상 히나를 마주하니 목소리가 평소보다도 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181208

이 뒤에 사요가 자존심땜에 눈치만 살살 보면서 암말도 못하다가
히나가 피곤해서 먼저 잔다고 들어가니까 오늘은 같이 자자고 베개 안고 쫄래쫄래 따라들어가서
어설프게 유혹해봣지만 우리으 히나는 약속을 잘지키는 착한 아이라서 눈을 감고 쌔근거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잇으니 억눌러왓던 성욕이 들끓는 사요가
나지막히 "오늘 당근 안먹엇는데.." 라고 중얼거리자마자
히나가 기다렷다는듯 눈을 번쩍 뜨는 그런 내용을 쓸 생각이엇는데
중간에 끊엇다가 다시 쓰려니까 처음부터 수정해야될거 투성이라 손가락이 짜게 식어버려서 폐기함
글을 매번 시작만 하고 끝은 못내는 내가 한심해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6

고정닉 6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05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17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3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89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4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27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78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2 27
1463841 일반 원더프리 19화는 진짜 전설이다...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3 0
1463840 일반 우마무스메 미라단츠 너무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3 0
1463839 일반 수마는 보빔 최대 아웃풋 달성했잖아 [2] 분탕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51 1
1463838 일반 시카노코 따운 최애의아이 따운 [1] ㅇㅇ(61.77) 18:09 55 0
1463837 일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41 4
1463836 일반 흑백vs흑금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6 32 0
1463835 일반 너넨 걸밴크 몇화부터봄?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88 0
1463834 일반 걸밴크 11화 완결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45 0
1463833 일반 봇치더락이나 요루쿠라 같은 4인조 볼때마다 [2] ㅇㅇ(122.44) 18:01 56 0
1463832 일반 카노가 염색을 두 번 했었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47 0
1463831 일반 무근본으로 엮이는 것도 은근 괜찮은 것 같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7 50 0
1463830 일반 어쩐지 X 트렌드에 슬레미오가 있더라니 쿠지 신상 때문이었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71 0
1463829 일반 키위 버튜버 판때기 무쌩기지 않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81 0
1463828 일반 으헤 엠병~ [3] 봇지다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60 0
1463827 일반 마유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3 44 0
1463826 일반 오라 달콤한 우미타키여 [2]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56 0
1463825 일반 아논소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71 7
1463824 일반 수간큐어 장난감 살까말까 하는 백붕이들 참고 [7]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127 8
1463823 일반 근데 진짜 토모루파 섹스 보고싶다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95 5
1463822 일반 보자마자 레뷰 생각났는데 정상? [4] ㅇㅇ(125.177) 17:38 107 2
1463821 일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백합은 어때? [2] ㅇㅇ(58.230) 17:36 59 0
1463820 일반 태국이 근데 그렇게 gl 많이나와? [5]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120 0
1463819 🖼️짤 하스동 신규 카드 일러, 움짤 모음 [2]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60 4
1463818 일반 근데 수마 판매 좋지 않았음? [8] 9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143 0
1463817 일반 슬슬 걸밴크 밤해파리 쌓인거를 몰아볼때가 됐나 [2] 계속한밤중이면좋을텐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0 89 0
1463816 일반 스바토모 조합이 보고 싶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9 55 0
1463815 일반 소요만의 작은 강아지 [1] 천사세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54 0
1463814 일반 사랑이 무거운 니치아사의 금발 여자들 [4] 람머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68 0
1463813 일반 언젠가부터 피폐는 별로야..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121 1
1463812 일반 캐릭터들 디시콘으로 들어가면 죄다 유아퇴행하는거 웃겨 [4]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4 88 0
1463811 일반 그녀가 오고 있어… [3] ㅇㅇ(125.177) 17:23 90 1
1463810 일반 버황 진짜 씹간지네 [1]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75 0
1463809 일반 수마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24] dap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9 544 26
1463808 일반 버걱쓰 이조합 어떤데 [2]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7 61 0
1463807 일반 이번 분기 주인공들 상태가 이상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7 95 0
1463806 일반 쑥맥 코즈에 [2]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6 33 1
1463805 일반 ㄱㅇㅂ) ㅅㅂ 오늘만 턱 3번 빠짐 [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6 126 0
1463804 일반 버걱쓰 이조합 어떤데 [1]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5 40 0
1463803 일반 ㄱㅇㅂ) 백뷰이 에어컨 청소 끝냈어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 88 0
1463802 일반 버걱쓰 이조합 어떤데 [1]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 38 0
1463801 일반 모모스바 조합이 보고싶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 50 0
1463800 일반 버걱스 줄 [2] Auverg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3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