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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올해의백합] (카스아리)이제는 다가가야 할 때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13 02: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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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흑, 카스미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리미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책상 위의 휴대폰을 챙겨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던것 같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카스미! 이 바보녀석이......"
카스미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골목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랑 부딪혔다고 리미가 울면서 전했다.

현실이 아니기를, 나쁜 꿈이였기를, 용서 받을 수 없는 생각이지만 사고를 당한게 카스미를 닮은 다른 사람이길 빌면서 뛰쳐나왔다. 카스미가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지 못했지만, 계속 지하실에 있다가는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것 같았기에, 무작정 시내쪽으로 달렸다.

늦은 오후를 알리는 붉은 빛 석양은 핏빛같아서 섬뜩하고 불길했다. 카스미가 당한 일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 같아서, 카스미가 지평선 너머로 떨어져 영영 볼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그것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석양이 보이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하지만 어느 방향을 보아도 붉은빛은 그런 나를 비웃듯이 하늘을 전부 채우고 있었다.
뛰다가 지친 나는 인도 한가운데에 서서 붉은 빛이 비치지 않는 회색 보도블럭 바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어떻게 된거지? 그 바보는 왜 골목길에서 뛰어갔던 거야?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던거야? 뭐가 급해서? 또 반짝이는 별모양 스티커라도 발견했던거야? 그깟 반짝임이 뭐라고, 그깟 두근거림이 뭐라고. 카스미 너 자신이 사라져 버리면 네가 그토록 원하던 반짝임도 볼 수 없고 두근거림도 느낄 수 없잖아 바보야!
항상 남의 속마음은 생각도 하지 않는 녀석. 항상 수습 못할 일을 벌이고는 우리를 말려들게 하는 녀석. 생각보다 행동부터 하는 바람에 뒷바라지 해주느라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녀석.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건 싫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귀찮은 일만 만드는 녀석이지만 싫다. 싫어. 이대로 사라지지 마. 이대로 사라지면, 싫어.
회색 보도블럭에 검은색 파문이 하나 둘 퍼져나간다. 정신을 차리니 볼을 타고 뜨거운 물이 흐르고 있다. 손으로 훔치고 훔쳐도 볼을 타고 내려오는 비탄의 강은 마르지 않는다. 카스미를 보고 싶다. 카스미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 언제나처럼 달라붙는 카스미의 감촉을 느끼고 싶다. 카스미의 활기찬 목소리를 듣고 싶다. 카스미의 애절하면서도 굳센 노랫소리를 듣고 싶다. 카스미가 쓴 가사를 읽고 싶다. 카스미가 비운 자리를 비탄의 강물이 대신하여 회색 보도블럭을 검게 물들여 가고 있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울린다. 화면을 키자, 포핀파 라인에 사아야가 카스미가 입원한 병원의 이름을 공지해주었다. 내가 달려왔던 방향의 정반대 방향. 신은 짖궃게도 핏빛 하늘을 넘지 않으면 카스미를 만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하고 최대한 바닥을 보면서 다시 달린다. 보고 싶지 않은 불길한 색상의 풍경과 밤이 오기전에 사라지는 태양의 마지막 열기가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바보 카스미, 바보. 멍청한 녀석. 만나게 되면 엄청 혼내줄거야. 보자마자 엄청 짜증낼거야. 보자마자 때려줄거야. 랜덤스타 가격 깍아준거 다시 다 받아낼거야. 잔뜩 화내고 잔뜩 소리지르고 잔뜩 험한 말 할거야. 그러니까......내가 화낼 수 있게 제발...... 제발 얼굴을 보여줘. 제발.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병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 응급실로 무작정 달려가려다가 경비아저씨께 제지당하고 한마디 하려고 할때 사아야가 뒤에서 나타났다.
"사아야! 카스미는? 어떻게 됐어? 카스미는 어디있는거야? 괜찮대? 왜 우리는 안 들여보내주는거야?"
우선 무작정 사아야를 붙잡고 소리지르면서 물었다. 그러자 사아야는 우울한 표정을 하고 나를 안아 주었다. 사아야의 다정한 품에 안기자 길에서 참아왔던 울음소리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카스미의 이름만 계속 부르면서 병원복도가 떠나가도록 울었다.
카스미의 그 미소를, 그 바보짓을 다시 보고 싶어서, 너무나 보고 싶어서, 무작정 달려오는 카스미의 품에 다시 안기고 싶어서 하지만 다시는 못하게 될까봐 계속 울기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더이상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었을때 사아야가 입을 열었다.
"괜찮을거야. 카스미는 괜찮을......거야. 아까 카스미 어머님이랑 아스카가 응급실로 들어갔어. 응급실 규정상 가족말고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나봐."
"그럼...... 흑,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하면 카스미를, 흑......"
"우선 로비에서 기다리자. 카스미는 괜찮을거야. 아리사, 그렇게 믿고, 기다리자."
사아야가 품에서 나를 떼어 놓았다. 사아야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분명 사아야도 말못할정도로 슬펐을텐데, 이런 나를 돌봐주고 있다. 정말, 나는 글러먹은 인간인가 보구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 언제나 카스미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뒷바라지를 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카스미로부터, 카스미가 만들어 준 포핀파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때까지 카스미에게 싫은 소리만 했다. 카스미가 내 이름을 부르며 들러붙을 때마다 떨어지라고 소리치며 떼어 놓았다. 카스미가 막무가내로 제안할 때마다 우선 거친 말부터 내뱉었다. 카스미가 우리집에 예고도 없이 찾아올 때마다 구박했다. 싫다는 말은 셀수도 없이 했지만 좋다는 말은 언제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직 따뜻한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줬는데, 이대로 싫어한다고 말해버린 채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꼭, 꼭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카스미의 눈을 제대로 보고 고맙다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리미와 오타에가 도착했다. 리미는 눈물때문에 얼굴이 말이 아니었고 오타에도 침울한 눈빛을 한 채로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로비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도 흐느끼는 리미의 등을 사아야가 토닥여 주고 있었고, 오타에도 눈에 초점이 없는 채로 앉아 있었다.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기분 나쁜 침묵도 무서웠지만, 말을 꺼냈다가 최악의 상황을 입밖으로 내뱉게 되는게 훨씬 무서웠다. 해는 이미 저 밑으로 떨어져 새까만 밤하늘에는 칼날같은 초승달만 떠있었다. 도심의 불빛 때문인지 오늘 밤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응급실쪽에서 아스카와 카스미의 부모님이 나타났다. 우리들은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달려갔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다리를 다쳐서 꽤 오래 입원하게 될거라고 했다. 부모님은 안도하는 표정을 짖고 있었고 아스카는 아직도 흐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카스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둥켜 안은채로 울기 시작했다. 우리를 위로하느라 슬픔을 억눌러 뒀던 탓인지 사아야가 가장 크게 울었다. 참아왔던 불안감을 씻어내듯이 우리는 몇십분을 울었다.

카스미는 다음날이 되자 일반병동으로 옮겨졌고, 면회도 가능하게 되었다.
역시 바보라 그런지 놀라울정도로 빨리 낫는 것 같다. 오늘은 포핀파 애들과 함께 학교가 끝난 뒤 면회를 가기로 했지만, 나는 살짝 나쁜짓을 하기로 했다. 뭐 카스미를 만나기전에는 밥먹듯이 하던 것이였지만. 따지고 보면 학교에 가게된것도 점심시간에 카스미와 함께 있고 싶은 이유가 컸으니까, 포핀파의 다른 애들도 정말 소중하지만, 오늘만은 용서해줬으면 한다. 교복을 차려입고, 도시락통을 두 개가지고 현관을 나섰다. 학교와 반대방향으로. 카스미가 기다리고 있는 병원으로.

교복차림에 수상하다는 눈길을 주던 접수처의 직원을 애써 무시하고 면회신청을 한 뒤 카스미가 있는 병실 앞으로 갔다. 이 문 너머에 카스미가 있다. 카스미를 보면 무슨 말을 해줄까. 우선 다행이라고 해줘야겠지? 지금 많이 아프진 않은지, 뭘 해줬으면 좋겠는지 다정하게 물어보자. 카스미가 맨날 가져가던 계란말이가 잔뜩 들어있는 도시락을 전해주고, 혹시 달리 먹고 싶은게 있는지도 물어보자. 언제나처럼 짜증내고 거부하지말고. 다정하게. 그리고 내마음도 언젠가 전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심호흡을 한 뒤 병실의 미닫이 문을 열었다. 침대에 앉아 창가를 보고 있는 인영이 보인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를 창고에서 세상으로 끌고 나와준 제멋대로에 막무가내인 일등성.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창가를 바라보던 얼굴이 이쪽을 향한다. 살짝 놀란표정을 한 그 얼굴은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리사? 아리사야? 와! 진짜 아리사지?"
잔뜩 들뜬 표정을 하고 붕대로 고정되어 있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내게로 다가오려 하길래 허겁지겁 달려가서 제지했다. 정말, 어쩔수 없는 녀석이다.
"야, 카스미 녀석아! 움직이면 안 돼! 가만히 있어. 그렇게 다쳤으면 제대로 쉬어야지!"
"에헤헤. 그래도 아리사를 보니까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 있지."
무슨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야 이 바보는.
"정말, 환자는 절대 안정!"
의자를 가져다가 침대옆에 두고 카스미를 바라봤다.
"......걱정 많이 했었다구.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에헤헤. 그게 좀...... 화 안낼거지?"
"들어보고 나서."
"그게 있지? 그날 연습하고 랜덤스타를 아리사네 창고에 두고 갔잖아? 중간까지 몰랐는데, 햇빛에 비친 전봇대 그림자가 있지, 딱 랜덤스타같이 보였던거야! 그래서 갑자기 연주하고 싶어져서 꺼내려는데 없어서 두고 온걸 알고 달리다가...... 에헤헤."
할말을 잃었다. 이녀석은 정말 뼛속까지 반짝두근 바보녀석이다. 정말 바보. 뭐 때문에 다쳤는지 들어보니 역시 바보같다. 화도 안날정도로 바보다.
"저기...... 아리사? 어쩐지 멍한데? 혹시 화난거야?"
"하......정말 네 바보스러움에 할말이 없어서 그래!"
잔뜩 뿔이나서 카스미 녀석의 볼을 꼬집으려 손을 들자 카스미는 '히익?'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올려 가드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녀석의 볼을 꼬집는 대신 녀석의 등을 양팔로 감싸며 내품 안에 카스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파묻었다.
"에? 아...리사?"
"무사해서 다행이야. 카스미. 네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구 바보."
"헤? 아리사도 참. 나는 어딘가로 없어지거나 하지 않을거야! 포핀파의 모두와 함께 있으니 언제나 반짝두근거리는 거라구?"
"응. 절대 없어지지마. 카스미."
역시 카스미랑 만나면 카스미의 페이스에 밀려든다. 문앞에서 리허설 한거. 하나도 못했어. 또 카스미한테 바보라고 해버렸네. 그래도, 이런 평소대로 관계도 아직까지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
......이래서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잖아. 지금까지는 카스미가 나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내가 스스로 카스미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싶어. 카스미의 등만을 쫓다가는 언젠가 너무 앞으로 가버려 사라질거 같으니까. 여기서부터는 옆에서 걸어가고 싶어.
"카스미."
"응?"
"잠시 눈 감아볼래?"
"에? 아리사 무슨일이야?"
"잔말말고. 빨리"
"뭐, 아리사 부탁이니까."
카스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언제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가린 눈꺼풀과 속눈썹은 관능적인 미를 뽐내고 있다. 약간 마른 입술은 사고를 생각나게 해서 잠시 마음이 아팠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카스미의 어깨서 손을 올리고 카스미의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푸석푸석하고 약간 차가운 촉감이 느껴져서 애처로웠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웠다.
"에?"
짧은 입맞춤이 지나자 카스미는 눈을 휘동그레 뜨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채로 멍하니 내 눈을 바라보고 있다. 당황할때 마저도 곧고 굳세게 내 눈을 바라보는게 카스미답다. 그렇다면 나도 그에 보답해서 올곧게 내 마음을 전해야 한다. 카스미의 눈을 바라보고 나는 나지막이 속삭인다.
"고마워 카스미. 그리고, 좋아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큰 주제는 있을때 잘하자로 잡고 썼어요.
수줍음이나 감정표현이 서투른 탓에 소중한 사람을 계속 밀어내다가 사고나 이별등을 계기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언제나 밀어내기만 해서는 결코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서툴지만 조금씩 다가가는 건 상당히 흔한 클리셰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쓰면서 그런 클리셰를 잘 살리고 표현하는 것도 재능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ㅠㅠ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많이 쓰면서 다듬어 가고 싶어요

제목을 뭘로할까 고민하다가 역시 심플한 문장이 좋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지었어요. 석양이나 유성등의 테마로 지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안떠올라서 포기;; 지어놓고 너무 직설적이라 좀 아쉽긴한데 제 역량의 부족이라서 ㅠㅠ

카스미랑 아리사 말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난감했어요. 다시읽어봐도 좀 위화감이 있는데 제 역량으로는 더 나은 재현을 못하겠네요 ㅠㅠ 아직 방도리 이벤트와 스토리를 덜 읽어서 분석이 부족한 탓이겠죠 ㅠㅠ 더 열심히 오랜만에 치인 갓컾을 파도록 해야겠어요!

석양이 부정적인 상징으로 쓰였는데, 앱글이 그렇게 좋아하는 석양을 이렇게 쓰니까 앱글한테는 좀 미안하네요. 하지만 앱글 싫어하는건 아니니까 앱글 팬분들은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아주세요~

갓컾 카스아리 많이들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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