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나가 메르시한테 맨날천날 게임 같이하자고 조르다가 이번 휴가 시즌에 겨우 메르시에게서 허락을 구하고 같이 지내게 되는거야

메르시 쪽에서는 제아무리 하나가 살랑대며 자길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다지만 스무살 가까이 나이차이가 나는 어린애랑 썸을 타자니 제 양심에 찔려서 지금껏 아닌척 지내왔지만 게임을 이유로 하나 집에 며칠간 머물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들어왔겠지

그래도 십년 가까운 의학인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인내심 하나를 믿고 하나 집으로 향하는데,

하나가 지내는 아파트 문의 초인종을 살며시 힘주어 누르자 이내 안에서 줄곧 듣던 익숙한 목소리가 메르시를 반기는거임

“잠시만요.”

잠겼던 문고리를 여는 소리가 들리자 메르시는 어색하게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벌려진 옷틈, 아니 문틈 사이를 보려고 했겠지

“하, 하나⋯.”
“와! 박사님, 일찍 오셨네요. 그럴 줄 모르고 먼저 씻고있었는데.”

평소처럼 웃으며 해맑은 목소리로 말한 하나의 말처럼 갓 씻고 나온건지 대충 두른 샤워 가운으로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톡톡 떨어지고 있었을거임

그 모습에 메르시는 급히 한 손을 들어 제 시야를 가려보지만 붉어진 뺨의 열기가 제게도 느껴질거임

하나가 어쩌자고 저러는 건지 하나의 순진한 눈망울을 보면 도무지 감이 안잡히지만 지금와서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피하기도 어려운지라 메르시는 그저 입 안의 여린 살을 깨물며 하나 몰래 뜨끈한 숨을 뱉어보려 하는거지

하지만 하나는 그런 메르시의 모습이 그저 귀엽고 웃길 뿐인거임 그동안 저를 어린애로만 봐왔던 사람이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오늘부로 모든 감정을 접으려했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던 거지

하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메르시의 손목을 잡아 살며시 내리며 싱긋 웃어보이는거임

“오늘 많이 추웠나봐요, 박사님 볼이 엄청 빨개요.”
“아, 그게 아니⋯. 네 맞아요, 밖이 너무 춥네요⋯.”
“그럼, 어서 들어와요.”

제 손안에서 느껴지는 메르시의 맥박에 하나 또한 동화되는 걸 느끼며 메르시를 제 쪽으로 살짝 끌어들이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