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가 모두 끝났다.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 그대로 몸을 눕혔다. 오늘 일이 끝났으니까 앞으로 3일간은 휴식, 드물게 연기쪽 일도 하나도 안들어왔고, 학교도 방학에 들어갔으니까 그대로 푹 쉬는 일만 남았다.

요 며칠동안은 정말로 무리했으니까, 생각하면서 그녀 시라사기 치사토가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드라마 연습, 끝나고나면 곧바로 라이브 연습,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서 무너지듯이 잠들고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반복...

​

"휴식이 필요해..."

​

중얼거리는 도중에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만 같았다. 지금당장 눈을 감고 내일 오후때까지 늘어지게 자고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잠들 수 없었다. 치사토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쉬는건 내일부터라도 할 수 있지만 이 일은 매일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반쯤 풀린 눈으로 주문처럼 중얼거리더니 한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했다. 이윽고 화면에 [파스파레☆팬클럽☆채팅방] 이라는 문자가 띄워졌다.

그것을 보자 피로가 사라지는 듯 했다. 눈을 빛내며 치사토가 그것을 단숨에 클릭했다.

​

*

​

<<아야치사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

아야치사최고 >> 방장님이다~

​

치사아야 >> 그동안 많이 바쁘셨나봐요~

​

이브마야 >> 안녕하심까!

​

아야치사 >> 네.

​

아야치사 >> 그동안 이래저래 바쁜일이 많아서

​

아야치사 >> 며칠만에 겨우 접속했네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그 마음 이해해요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저도 며칠동안 연습하다가 간만에 들어왔거든요.

​

아야치사 >> 어머, 연습이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네.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기타를 조금 치고있어요.

​

아야치사 >> 그거 대단하네요.

​

<<히나아야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역시 닉네임처럼 히나를 따라서 시작한건가요?

​

아야치사 >> 히나아야님 안녕하세요.

​

히나아야 >> 안녕하세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히나아야?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드문 조합이네요.

​

히나아야 >> 아뇨, 아뇨! 이게 얼마나 멋진 조합인데요!

​

히나아야 >> 천재인 히카와 히나, 노력파인 마루야마 아야!

​

히나아야 >> 대비되는만큼 더 돋보이는 커플링이 아닐까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그런가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히나는 방송에서 늘 언니 이야기를 해서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언니랑 자주 엮이지않던가요?

​

아야치사최고 >> 저분이 컾알못이시네.

​

아야치사최고 >> 역시 파스파레의 백미는 아야 x 치사토죠!

​

아야치사최고 >> 덜렁거리는 아야, 아역연기로 똑부러지는 치사토.

​

아야치사최고 >> 그 둘 사이의 미묘한 조합!

​

아야치사최고 >> 따라서 히나아야보다는 아야치사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

이브마야 >> 아까부터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

이브마야 >> 아야치사니, 히나아야니, 히나 언니랑 히나라던가

​

이브마야 >> 그런 언제든지 커플링이 바뀌는 유동적인 커플링보다는

​

이브마야 >> 늘 둘이 함께 다녀서 다른 사람이랑 엮일 건덕지가 없는 이브마야야 말로

​

이브마야 >> 파스파레의 간판 커플이 아닐까 생각함다!

​

치사아야 >> 엮일 건덕지가 없는게 아니라

​

치사아야 >> 엮일 사람들이 없어서 엮은게 아닐까요?

​

아야치사 >> 이야기가 너무 과열됬는데

​

아야치사 >> 잠시만 괜찮을까요?

​

아야치사 >> 이 채팅방은 파스파레에 대한 팬질을 하기 위해 만든 톡방입니다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커플링에 대해서 떠드는건 뭐라 안하겠는데 타 커플링에 대해서 비방은 하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

카오치사 >> 늦은 시간에 고생하는구나, 아기고양이들아.

​

카오치사 >> 아이돌 시라사기 치사토의 소꿉친구인 세타 카오루와의 커플링을 전파하기 위해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서 강퇴당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별 거지같은...

​

히나아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치사아야 >> 방장님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야치사최고 >> 망설임없이 강퇴하시네 ㅋㅋㅋㅋ

​

아야치사 >> 죄송해요.

​

아야치사 >> 못보일꼴을 보여드렸네요.

​

이브마야 >> 근데 카오루선배라면 분명

​

아야치사 >> 잊어주세요.

​

​이브마야 >> 네...

​

아야치사 >>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서

​

아야치사 >> 타 컾 비방같은건 하지 않고 서로 건전한 토론을 해주셨으면 해요.

​

아야치사 >> 물론 저도 아야 x 치사토 커플링을 파고 있지만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셧습니다.>>

​

아야치사 >> 타 커플링에 대한 견해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서 강퇴당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저런 너무 근본없는 커플링을 제외하고는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네.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서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히나는 사...자신의 언니랑 엮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아야는 치사토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이브는 마야랑 엮이는게 어떤가요?

​

치사아야 >> 최소 컾잘알.

​

이브마야 >> 최소 파스파레 커플링 석사학임다.

​

히나아야 >> 물론 히나가 방송에서 자신의 언니에 대한 자랑을 자주 하긴 하지만

​

히나아야 >> 자매끼리 좋아한다고 외치는거랑

​

히나아야 >> 실제 연애는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

히나아야 >> 아역배우인 치사토가

​

히나아야 >> 연기하는 상대역이랑 엮이지 않는 것 처럼

​

<<파레오 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

히나아야 >> 그 점은 따로 구분해서 생각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파레오 >> 안녕하세요~!

​

이브마야 >> 파레오님 안녕하심까.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물론 그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그렇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제 언니가 좋다고 하는데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이걸 단순히 호의로 끝낼 수 있을까요?

​

파레오 >> 무슨 이야기중이에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

치사아야 >> @파레오 ) 히나는 아야랑 엮이는게 맞는지

​

치사아야 >> @파레오 ) 자기 언니랑 엮이는게 맞는지 떠들고 있어요

​

히나아야 >> 그건 방송에서 만들기 위한

​

히나아야 >> 시스콤 컨셉일 수 있지 않을까요?

​

파레오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파레오 >> 전 굳이 고르자면

​

파레오 >> 치사토가 다른 사람들 몰래 멤버들 모두와

​

파레오 >> 사귀고있는쪽이라고 생각해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

​

이브마야 >> ...

​

치사아야 >> ...

​

히나아야 >> ...

​

파레오 >> 제가 뭔가 못 할 소리를 했나요?

​

아야치사 >> 아뇨, 조금 당황해서요.

​

아야치사 >>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파레오 >> 여기분들께 묻는건 실례겠지만

​

파레오 >> 파스파레의 기념할만한 데뷔라이브 생각나세요?

​

파레오 >> 거기서 음향장비의 사고로 아무것도 안들렸었잖아요

​

파레오 >> 모두가 파스파레의 아이돌 인생은 그걸로 끝이다! 라고 외쳤을 때.

​

파레오 >> 그 때를 생각하면 치사토는 아역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있던만큼

​

파레오 >> 밴드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

파레오 >> 그런데 의리를 지키고 끝까지 밴드에 남아서 파스파레의 모두를 지탱해줬어요! 

​

파레오 >> 자칫하면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날릴 수 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

파레오 >> 이건 밴드 멤버들 모두에게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위!

​

파레오 >> 따라서 치사토씨는 밴드 멤버 모두를 사랑하고있다고

​

파레오 >> 저는 굳게 믿고있어요!!

​

파레오 >> 죄송해요.

​

파레오 >> 저 혼자 너무 떠들었나요?

​

아야치사 >> 아뇨, 그건 아니에요.

​

아야치사 >> 조금 흥미로운 의견이라고 생각해서.

​

아야치사 >> 그렇지만 전 역시 치사토는 아야랑 사귄다고 생각해요.

​

아야치사 >> 저번달에 있던 WIF 기억나시나요?

​

아야치사 >> 라이브가 있기 며칠 전 비오는 날

​

아야치사 >> 치사토가 울던 아야를 상냥하게 껴안아준게 있답니다.

​

아야치사최고 >> 정말이요???

​

치사아야 >> 방장님 그런거 어디서 구하신거에요?

​

파레오 >> 보여주세요! 보여주세요!

​

아야치사 >> 지나가던 사람이 찍어서 sns에 개제한 것 같아요.

​

아야치사 >> 소속사 요청으로 금방 내려가긴했지만

​

아야치사 >> 운좋게 찍을 수 있었답니다.

​

아야치사 >> 관계자가 여기 들어와있다는 소문도 있어서

​

아야치사 >> 사진을 올려드릴 순 없지만

​

아야치사 >> 전 제가 밀고있던게 틀리지 않았단걸

​

아야치사 >> 알 수 있었어요.

​

아야치사 >> 말이 나온김에 여러분께 여쭤보고싶네요

​

아야치사 >> 만약 정말로 멤버들간 열애설이 터지면

​

아야치사 >>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실건가요?

​

파레오 >> 전 당연히

​

파레오 >> 쌍수들고 환영이에요!

​

파레오 >> 아, 그래도 치사토 말고

​

파레오 >> 이브마야같이 다른 멤버들끼리 사귀면

​

파레오 >>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지만요!

​

치사아야 >> 치사토랑 아야가 정말로 사귄다고 생각한다면요?

​

치사아야 >> 그래도 제 팬심은 흐려질 일 없어요!

​

치사아야 >> 오히려 최고죠!

​

치사아야 >> 최고로 쿨한 치사토와

​

치사아야 >> 최고로 얘쁜 아야가 사귄다니

​

치사아야 >> 인생에 이것 이상 가는 행복은 없습니다!

​

이브마야 >> 다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슴다.

​

이브마야 >> 이 둘은 이미 결혼했슴다!

​

이브마야 >> 후헤헤...그 상상만 하니까...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전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네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아까도 말햇지만 전 히나는 방송에서 계속 언급된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자기 언니랑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는 파라서

​

히나아야 >> 천재인 히나랑 덜렁이 아야가 

​

히나아야 >> 사실은 이미 사귀고있었다니

​

히나아야 >> 최고에요!

​

소꿉친구 >> 후에엥...

​

소꿉친구 >>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남겨보는데

​

소꿉친구 >> 치사토짱이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면 조금 슬플거같아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전 히나가 자기 언니랑 어느날 사귄다고 발표해도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놀랍지 않을 것 같아요.

​

아야치사 >> 다들 귀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

아야치사 >> 의견이 조금 과열될 것 같으니

​

아야치사 >> 오늘 토론은 여기서 끝내볼까 해요

​

아야치사 >> 내일은 쉬는 날이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

아야치사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먼저 들어가볼께요.

​

파레오 >> 안녕히주무세요!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조심히 들어가시길.

​

<<아야치사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

<<채팅이 종료되었습니다>>

​

*

​

아야치사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

아야치사 >> 먼저 들어가볼께요.

​

​

"후우..."

​

한숨을 내쉬며 액정위에 놓여진 문자의 나열을 쳐다보다가, 그대로 휴대폰을 끄고 저 멀리 던진채 침대에 몸을 눕혔다.

오늘도 끝났다. 하루 일과-라고는 해도 30분정도 채팅방에 들어가서 살짝 떠드는 수준이지만.

그녀-시라사기 치사토는 동료인 마루야마 아야를 좋아했다.

꽤 전, 연습생 시절 열심히 연습하는 아야를 볼 때 부터 사랑에 빠졌다. 아마 이게 첫 눈에 반했다는거겠지.

같은 아이돌 그룹이 됬을때는 무슨 운명인 줄 알고 그대로 고백하려고 했지만 같은 여성이란게 마음에 걸려서 그대로 고백을 관두고는, 조금씩이나마 자신의 연심을 전하기 위해 애썻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다 토해낼 수 없는 연심을 품고 방에서 혼자 끙끙 앓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그룹의 팬카페가 있다는걸 알아냈다.

이거다,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닉네임을 아야치사로 적고 그대로 채팅방을 만들었다. 다행히도 카페에서 멤버들끼리 엮는 사람은 많았다. 금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때부터 치사토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들한테 교묘하게 치사토와 아야의 좋은 점에 대해서 떠들었다. 통칭, 치사아야 커플링에 사람들을 입문시켰다.

이렇게 팬카페 사람들을 먼저 입문시키고, 그 사람들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입문시키고...그런식으로 치사아야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면 라이브때도 치사아야를 외치게 될 것 이다.

그렇게 되면 소속사에서도 무시하지 못하고 비즈니스 백합이니 뭐니 해서 둘을 적극적으로 엮으려고 하겠지.

그렇게 부담감이 한없이 덜어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아야한테 고백한다-그게 치사토의 계획이었다.

반 년, 무리없이 계획은 진행되는 것 같았다. 최근들어서 라이브를 하면 치사아야콜을 외치는 사람이 많아졌고, 스태프분들도 슬쩍슬쩍 안무에 나와 아야가 달라붙는걸 넣는 둥,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곤 했다.

​

"이제 조금."

​

그래, 앞으로 조금만 더.

쿡쿡 웃으며 휴대폰을 쳐다보다가, 이내 두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잠들었다.

​

*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전 히나가 자기 언니랑 어느날 사귄다고 발표해도

​

최고☆여신☆히카와 히나 >> 놀랍지 않을 것 같아요.​

​​

​

액정에 뜬 문자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

"언니~뭐봐?"

​

옆에서 제 여동생이 자신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방 갈테니까, 대답하면서 휴대폰을 끄고 책상위에 올려놓자 더이상 못참겠다는듯 여동생이 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더니 거칠게 혀를 집어넣었다.

히나, 어디 안도망치니까 살살해. 양 팔을 벌려서 그녀를 껴안아주며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자 기세가 조금 수그라드는게 느껴졌다. 곧이어 입술이 떨어지고, 그대로 히나가 체중을 실어서 사요를 침대에 눕혔다.

​

"언니...언니!" 

​

"그래, 히나. 착하지."

​

아무래도 요 며칠 라이브 연습한다고 많이 고생한듯, 어리광을 피우듯 히나가 자신의 품에서 몇 번이고 언니를 외쳐대며 껴안겼다. 상냥하게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주면서 곁눈질로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 팬카페의 존재를 알게된건 불과 석 달 전, 히나와 사귀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히나랑 사귄다-부모님은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 것 같았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여동생은 아이돌이었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제법 이름을 떨친 아이돌.

그런 그녀가 자신의 친언니랑 사귄다고 알려지면 그녀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사회생활, 아이돌로써의 경력, 히나가 속한 아이돌 그룹까지 모든것이 박살이 난다.

그것만큼은 일어나서 안됐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것이 이 팬카페였다.

겉으로는 파스파레...히나가 속해있는 그룹의 팬카페를 위장하고 있었지만 그 실체는 전혀 달랐다. 멤버들끼리 엮는것은 기본이고 히나가 몇 번이고 방송에서 제 언니를 언급한것을 통해서 자기 언니와 엮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가입해서 내부에서부터 조금씩 여론을 바꿔서 히나랑 자신이 사귄다는걸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적었다. 여론이 바뀔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이 생긴 것 같았다. 당장에 자신의 닉네임을 파고 채팅에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석 달...그다지 진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늘만 봐도 왠 히나아야같은 근본없는 커플링을 파는 사람이랑 한바탕 말다툼을 하지 않았는가.

히나는 이미 나랑 사귀고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쿡쿡 웃으며 제 품에 안긴 여동생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서 더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 히나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

*

​

이브마야 >> 파스파레의 간판 커플이 아닐까 생각함다!

​

치사아야 >> 엮일 건덕지가 없는게 아니라

​

치사아야 >> 엮일 사람들이 없어서 엮은게 아닐까요?

​

​

엮일 사람들이 없어서 엮은게 아니라, 이미 결혼해서 호적까지 바꿨는데말임다.

그녀, 야마토 마야가 해 벌어진 표정으로 자신의 품에 안긴채 어느새 잠든 이브를 내려다보았다. 흰색의 머리카락, 인형같이 아름다운 피부, 조각같은 외모...너무나도 완벽한 형상에 저도모르게 침이 흐르는걸 한 손으로 슥 닦아냈다.

채팅창의 존재를 발견한건 일주일정도 전의 일이었다.

자신의 아내-와카미야 이브가 얼마나 예쁜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자신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자랑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내자랑이었다.

바보같은 발상이었지만 오로지 그 일념하나로 채팅방에 들어가서 열심히 활동하기를 일주일정도, 조금씩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이브 x 마야가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내심 뿌듯했다. 이대로라면 공식적으로 결혼발표 하는것도 머지 않았네...

생각하던걸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집중, 지금은 눈 앞의 이브한테 집중할때다. 요 며칠 촬영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얻은 둘 만의 시간인데, 이렇게 잠으로 끝낼 수 없었다. 생각한 마야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

"이브, 이브."

​

사귀고 난 다음, 결혼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그래봤자 반 년 정도가 흘렀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 몰래 주례를 도와준 치사토씨와 스태프 한 분 만이 그 사실을 알고계셨다.

말투나 행동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단 둘이 있을때에는 사귀는 사이인데 어째서 존댓말을 쓰는거냐는 이브의 말에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을 쓰곤 했다.

물론 처음에는 바꾸는데 꽤나 고생했지만.

바뀐건 마야뿐만이 아니었다. 이브 역시 마야와 있을때는 무사도와 사무라이는 금지, 더불어서 평소의 존댓말은 금지-라는 말에 이브가 올려다보면서 마야한테 마야언니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마음이 꺾인 마야가 존댓말은 허용해주고말았지만.

​

"마야언니...?"

​

잠에 취한 이브의 목소리가 귀에 흘려들어왔다. 후헤헤헤, 마야가 맥없이 웃으면서 그대로 몸을 앞으로 고꾸라져 이브를 껴안았다. 

라이브가 끝난 후 잠시받은 휴식기간동안은 이브의 제안으로 그녀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때마침 아버님은 어머님을 보러 핀란드로 가시기도 했고.

그말은 요 3일동안은 완전히 이브를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마야가 후헤헤 웃으면서 이브의 입술에 가볍게 모닝키스를 하자 이브가 베시시 웃더니 마야의 볼에 입을 맞추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마야를 번쩍 들어올려서 침대에 그대로 던졌다.

당황해서 이름을 불렀지만 뭔가 스위치를 누른걸까, 그녀가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직 대낮인데-외치는 마야의 발언은 가볍게 묻히고 이브의 타액과 입술로 뒤덮였을 뿐.

어떻게든 되곘지, 마야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휴일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 

*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셧습니다.>>

​

아야치사 >> 타 커플링에 대한 견해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카오치사님이 채팅방에서 강퇴당하셨습니다.>>​

​

"후후, 아직은 멀었군."

​

미소지으며 카오루가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그것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치사토에게 한번 고백하고 차인 직후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발견한 채팅방, 파스파레 커플링을 마음껏 상상해보라는 슬로건에 맞게 여러가지 커플링이 오가고는 했다.

이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활동해서 자신과 치사토 커플링을 메인으로 밀면...!

그런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아직은 채팅방에 초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서 언젠가는 자신과 치사토 커플을 메이저로 세울날이 오겠지.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한번 더 치사토에게 고백하는 날이 오기를.

지금은 아직 먼 미래의 꿈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

"아아, 나의 덧없는 그대여. 언젠가는 반드시 맞이하러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다오!"

​

건물 몇 개 너머에서 자고있을 치사토를 향해서 창문을 열고 고백하듯 외친뒤 카오루가 문을 닫았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언젠가 반드시, 꼭.

어째서인지 창문 넘어에서 좀 닥치라는 말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기분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