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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연하공/수위] 위험한 짐승

synara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1 11:04:04
조회 2802 추천 32 댓글 19
														

* 끝까지 다 쓴 다음 이전에 올렸던 것들 통합해서 퇴고한 버전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주제에 갑자기 시를 읊네. 갑자기 뭐 하냐?"

"아랑 언니랑 하고 싶을 때 이거 한마디만 하면 바로 먹혀."

"뭐라고?"

"먹힌다고. 내가, 너네 언니한테."

"이거 순 또라이 아냐?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데? 미쳤어?"

"미래의 처제에게 미래의 새언니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야. 밖으로 나와."

"협박 좀 그만해. 안 그래도 변태 같은 게 협박까지 하면 어떡하니."

"나오라고."



* * *



이서연은 변태다. 그녀의 친구들은 항상 그렇게 말한다. 그 폭언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억울해했다. 연인과 단둘이 집 안에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서연이 보기에 진짜 변태는 그녀의 연인, 류상아였다.


그 진짜 변태께서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담한 체구를 낙낙하게 가리는 박스티에 가느다란 다리를 빈틈없이 감싼 스포츠 레깅스 차림이었다. 실은 옷차림보다 헤어스타일이 더 신경 쓰였다. 새까만 말총머리 아래로 슬쩍슬쩍 드러나는 목덜미를 보며 서연은 확신을 굳혔다. 역시 변태야. 저런 옷차림에 저런 헤어스타일로 나를 유혹하는 걸 보면.


상아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짓을 하건 그딴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연이 변태 소리를 듣는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깨달았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강철 같은 뻔뻔함을 한껏 담아서, 서연은 상아의 곁에 앉았다.


"상아 언니."


팔락, 하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서연은 한 번 더 말했다.


"내 말 들려요?"


팔락, 하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상아 언니. 팔락. 언니이? 팔락. 자꾸 그럴 거예요? 팔락. 다시 팔락. 팔락, 팔락, 팔락. 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책 조심해요."


그녀는 곧장 움직였다. 왼팔은 상아의 오금에. 오른팔은 그녀의 등에. 그다음엔 동화 속 기사가 공주를 안듯 상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장작개비처럼 가벼워서 서연은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밥은 챙겨 먹어요? 너무 가벼운데."


또다시 팔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아는 곁눈질로도 서연을 보지 않았다. 그 흔들림 없는 눈을 보며 서연은 생각했다. 혹시 도발하는 건가?


상아가 어떤 때에 어떤 행동을 하건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연이 변태 소리를 듣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는 대신 도발을 받아주기로 했다. 조심스레 소파에 앉은 그녀는 상아를 제 무릎 위에 앉혔다. 그다음엔 그 허리에 팔을 감고 살며시 끌어당겼다. 서연의 가슴과 상아의 등이 맞닿았다. 그제서야 상아가 입을 열었다.


"끝났니."


상아는 질문할 때도 어조의 변화가 적다. 그래서 좋았다. 서연은 그녀의 어깨 위에 턱을 얹었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은근하게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 향기도 좋았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상아의 머리칼에 뺨을 대고 말했다.


"아뇨."


상아의 입술에서 소리 죽인 한숨이 새었다. 서연의 팔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품 안에 상아를 안고,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성이 굳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이성은 처음부터 굳어 있었다. 상아와 단둘이 있을 때는 특히나. 서연은 기분에 이끌려 유명한 시구를 입에 담았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언젠가, 서로가 서로를 개 같은 년이라고 여기는 여자에게서 배운 말이었다.


─ 아랑 언니랑 하고 싶을 때 이거 한마디만 하면 바로 먹혀.


그 '아랑 언니'와 친자매처럼 자란 서연에게 그따위 말을 싸지르는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막상 배워놓고 보니 퍽 적절했다.


하지만 상아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매정하게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서연은 상아의 어깨 너머로 책을 살폈다. 대략 300페이지쯤 하는 소설책이었다. 열심히 집중하는 기색을 보아하니 다 읽을 때까지는 안 일어날 것 같았다. 그리고 상아가 300페이지를 다 읽으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짐승처럼 튼튼하다는 것이 서연의 몇 안 되는 장점이었다. 반면 상아는 장작개비처럼 가볍다. 그러니 한 시간 정도는 참고 기다릴 수 있었다.


10분이 지났다. 서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녀는 상아의 허리를 감았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서연은 달아오르는 속을 심호흡으로 달래며 상아의 가슴께에 손을 대었다.


너무 급하지 않게. 언니가 아프지 않게. 옷 찢어먹지 않게. 천천히. 느긋하게. 세심하게.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말캉하고 탄력적인 감촉이 손바닥을 가득 채운 순간 서연은 손을 꽉 오므리고 말았다. 막 책장을 넘기려던 상아의 손가락이 우뚝 굳었다. 차분하던 호흡도 한 박자 끊어졌다. 서연은 손가락에서 힘을 뺐지만 상아에게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이도 저도 못한 채 서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파요?"


책장이 넘어가며 팔락 소리가 났다. 서연은 손을 떼지도, 그렇다고 상아를 더 만지지도 못한 채 우물쭈물거렸다. 상아가 또다시 한숨을 쉬자 서연은 손을 뗐다. 그때 상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럼 마저 할게요."


접시를 깬 아이처럼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상아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서연에게는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상아의 답변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서연은 더듬더듬 말했다.


"언니?"

"하고 싶은 대로 해."

"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옷이 상하거나, 심하게 구겨지거나, 혹은 손자국이 진하게 남을 것이다. 상아 역시 오랜 경험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덧붙였다.


"옷은 찢지 마."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옷도 상하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서연은 상아의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상의가 쇄골 즈음까지 말려 올라가자 검은색 속옷이 드러났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디자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 흘렀지만, 그러면 상아가 책을 보지 못한다. 서연은 욕망을 꾹꾹 누르며 상아의 등과 자신의 가슴 사이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상아가 말했다.


"앞에 있어."

"네? 뭐가요?"

"후크."


서연은 침묵했다. 그러자 상아가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눈을 마주쳐 왔다. 묘하게 서늘한 눈빛이 서연의 욕망에 한 번 더 불을 붙였다. 저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시선이 달아오르고, 떨리고, 촉촉하게 젖는 것을 보고 싶었다. 짐승이나 품을 법한 욕구를 억누르며 서연은 손을 상아의 가슴 한가운데, 속옷의 후크가 위치한 곳에 대었다. 상아의 시선이 또다시 책으로 향했다.


그 몸짓이 무심한 만큼, 후크를 푸는 서연의 손짓도 단호해졌다. 속옷이 좌우로 벌어지며 가려져 있던 가슴이 드러났다. 서연은 누가 볼세라 양손으로 상아의 가슴을 가렸다. 처음엔 그냥 가리려고 했는데 살갗과 살갗이 닿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의 손짓에 욕망이 서렸다. 적극적으로 주무르고 문지르며 은근히 전해지는 체온과 탄력 있는 무게감을 만끽했다.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쩌면 혼자만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상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성가신데, 서연이 달라붙으니 어울려주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서연의 표정에 그늘을 드리웠다.


분명 상아도 반응은 했다. 몸도 은은하게 달아올랐고, 마냥 하얗던 살결에도 복숭앗빛 핏기가 돌았다. 하지만 책장은 이따금씩 넘어갔고, 숨소리도 차분했다. 지금 그녀가 보이는 모든 것이 생리적 반응일 뿐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러운 목덜미가 원망스러웠다. 서연은 슬며시 상아의 목덜미에 입술을 문대었다. 문지르면서 그녀의 체온을 느끼고, 깨물고, 입을 맞추고, 빨아들이면서, 상아의 몸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변태 같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고, 짐승처럼 굴고 있다는 자각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서연은 왼팔을 상아의 허리에 감았다. 상아는 약하다. 함부로 만지면 파스스 부서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서연은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상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체온과 체향이 뒤섞였다. 바짝 붙어 있던 탓에 상아의 살갗에 땀이 배어 나왔다. 서연은 상아의 귓가에 밭은 숨소리를 속삭였다. 하지만 상아의 숨은 여전히 길고 차분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그리고 부자연스러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아예 아무렇지도 않으면 모르되 몸이 반응을 보이는데, 숨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길고 차분했다. 꼭 억지로 숨을 가다듬는 것 같았다. 설마, 혹시, 어쩌면. 이런저런 단서를 붙여가며 서연은 상아가 읽던 책을 살폈다. 그녀는 62페이지째를 읽고 있었다.


상아가 300페이지를 읽는 데 대략 한 시간이 걸린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가 대략 20분 전이었으니, 지금은 못해도 100페이지쯤은 읽었어야 했다. 집중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뒤에서 주무르고 물고 핥고 빨아대는데 평소대로 책을 읽을 수 있을 리 없다. 이제 고작 62페이지까지밖에 나가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인이 따로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 바람을 확인하기 위해 행동했다. 페이지를 외운 다음, 오른손으로는 책장을 넘기는 상아의 손목을 붙잡고, 왼손으로는 책등을 쥐었다. 책을 덮은 다음 잡아당겼다. 책은 아무 저항 없이 상아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서연은 조심스레 상아를 불렀다.


"상아 언니."


그리고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를 타고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긴 했는데, 이다음에 할 말은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서연은 한숨을 서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뗐다. 팔에서도 힘을 풀었다. 언제든 상아가 일어설 수 있도록.


그때, 상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더 하고 싶은데."


서연은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상아와 살을 섞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주로 움직였고 상아는 받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더 하고 싶다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더 해도 되냐는 질문은 여러 번 했지만.


그래서 서연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녀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해야 하나 고민할 때쯤 상아가 서연의 가슴에 등을 깊이 파묻었다. 의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서연의 욕망에 불이 붙었다. 이미 붙어 있었지만, 아무튼 더 격하게 타올랐다.


너무 급하지 않게. 언니가 아프지 않게. 옷 찢어먹지 않게. 천천히. 느긋하게. 세심하게……. 처음 품었던 다짐은 잿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서연의 손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손끝을 거침없이 움직여 레깅스 안쪽까지 기어 들어갔다. 그녀의 손과 상아 사이를 가로막는 건 한 겹 속옷뿐이었다. 그 얇디얇은 천쪼가리에 희미한 습기가 서렸다.


서연은 중지로 젖은 천 위를 매만졌다. 탁본을 뜨듯 톡톡 두드렸다. 상아가 제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장난치는 듯한 손길이 닿을 때마다 상아가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때로는 심호흡을 했고, 그마저도 못할 때는 숨을 참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속옷이 품은 습기는 선명해졌다. 그 사실이 또 서연의 욕망에 기름을 부었다. 그녀는 상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니, 되게 귀여워요. 알아요?"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혹은 말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연을 마냥 밝고 자신감이 넘치며, 대책 없이 저돌적이고, 눈에 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연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행동했다.


가끔 그렇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상아가 그중 하나였다. 그녀를 마주하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상아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리라는 열등감. 그래도 같이 있고 싶다는 애정. 함부로 손대면 상아가 깨질 것 같은 불안감. 상아의 한 마디가 일으킨 불꽃이 그것들을 살라 먹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단순한 사고방식이었다. 마음속 한구석에서 이성이 속삭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중학생 남자애 같다는 말을 듣는 거라고. 서연은 그 속삭임을 무시했다. 중학생 남자애 같아도 좋았다. 지금은 그저 상아와 이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서연은 그렇게 했다. 어느새 흠뻑 젖은 속옷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한데 모인 중지와 약지가 상아의 비부를 비집고 들어갔다.


상아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읏, 하고 짧게 끊어진 신음소리에 서연이 말했다.


"아파요?"


상아는 고개를 저었다. 서연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지도 더 깊게 들어오지도 않은 채 그녀의 몸속에 머물렀다. 상아는 살풋 웃고 말았다. 평소엔 그렇게나 밝고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인데, 조금 전에도 그랬는데, 작은 신음소리 하나만 가지고도 벌벌 떠는 모습이 귀엽고 또 애처로웠다.


'내 탓일까.'


항상 냉철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서연이 상아를 그렇게 보기 때문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랑 언니'에 대한 경쟁 심리, 혹은 질투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게 쌓이고 쌓인 끝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죄어 왔다. 사과하면 편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서연이 가슴앓이를 할 터였다.


쉽고 빠른 사과 몇 마디보다는 앞으로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았다. 상아는 천천히 서연의 가슴에 등을 기댄 다음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상태로 천천히 서연과 뺨을 부볐다. 여전히 굳어 있던 서연이 떨떠름한 얼굴로 눈을 마주쳐 왔다. 상아는 살풋 웃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할 거야. 싫어도 그럴 거고."

"……."

"그러니까 마저 해, 서연아. 하고 싶은 대로."

"그래도……."

"언니 말 듣자."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서연이 상아의 말을 들으면 곱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상아는 서연의 뺨에 키스했다. 서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아의 예상대로 되었다.


서연의, 은근히 거칠고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상아의 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은근하게 퍼지는 통증을 섬짓한 쾌감이 삼켰다.


한동안 잠잠했던 가슴 쪽에도 자극이 왔다. 그저 주무르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대놓고 가슴끝을 꼬집고 잡아당겼다. 상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그 탓에 자극이 한층 더 크게 다가왔다.


섬세하면서도 거친 손짓이 오갈 때마다 상아의 호흡이 끊어졌다. 징징 울리는 몸속을 통해 찌걱찌걱 음란한 물소리가 퍼졌다.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몸속을 파고드는 손짓을 막고 싶었다. 매번 서연에게 보여주던 모습이 무너져내렸다. 표정이 흐트러졌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상아는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서연의 품에 갇힌 터라 더는 물러날 구석이 없었다. 구석에 몰린 채 그녀는 신음을 흘렸다. 흘려댔다.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지금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놓으면 평생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할지도 몰랐다.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쾌락에도 끝이 왔다. 한 걸음씩 쾌락의 계단을 올라가던 상아는 그 절정에서 뚝 떨어졌다. 나른한 부유감과 함께 커다란 자극이 그녀의 아랫배를 물들였다.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하아……. 흐……읏. 서연……. 아."


숨이 차올랐다. 상아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숨만 몰아쉬었다. 그러느라 그만하자느니, 잠깐 쉬자느니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서연은 상아의 말대로 했다. 아프거나 싫으면 이야기할 테니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던.


언니 말 들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너무 잘 들어서 탈이었다.



* * *



여기까지 하자. 그 한마디만 남긴 채 상아는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소파 위에 홀로 남은 서연은 욕실 문을 바라보며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사랑의 흔적을 옅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상념이 몽글몽글 피었다. 너무 심했나. 혹시 아팠을까. 변태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변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도 같았다.


"하아……."


서연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한 열 번쯤 한숨을 쉬었을 때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서연은 튕기듯 상아를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보일듯 말듯한 복근이나 안쓰러울 만큼 가느다란 팔다리, 그런 주제에 도담한 가슴을 보면서 넋을 놓았겠지만, 지금은 상아의 안색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아는 무표정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성큼성큼 서연에게 다가오더니, 그녀 위에 올라타듯 앉았다. 서연은 멍하니 굳은 채 상아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가까워진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 상아의 머리칼에는 물기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의문을 입에 담으려는 찰나, 상아가 말했다.


"나는 아직 모자란데."

"어? 응? 네?"

"너는 어떠니."

"언니, 일단 옷부터 입."


입이 막혔다. 서로 이어져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고, 혀가 녹아내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졌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가운데 서연은 생각했다. 진짜 위험한 짐승은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


사실 이 동네에서 제일 위험한 짐승은 이번 단편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랑 언니"랑 "서연이 개 같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무협백합 <붉은 밤에 피는 백합>의 여주인공 진아랑이랑 명시하 이야기에요.


<위험한 짐승>의 원본(?)인 <달빛에 걸린 거미줄>과 배경을 공유하는 작품이고, 나름대로 그 둘이 서연에게 끼친 영향이 크기도 해서 카메오로 넣었습니다.


이 둘 외전도 언제 쓰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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