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이 세계가 GL물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다.txt (재업)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4 23:22:23
조회 6037 추천 110 댓글 20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e85fa11d02831fb456630640f875b0a4c706b476506c8bcb7d4b84391cfaf7a28494617fc772aa202035db9a2b8dba1aeb44f0ca15932f3fd9b


- 1


 뜬금없지만 나는 내가 소설 속 주민이란 것을 알아챘다.


 한밤중의 학교에서 흡혈귀가 등장하는 어반 판타지 소설이라거나,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팡, 하고 떨어지는 머리 나쁜 이세계 소설의 주민도 아니다.


 “언니, 여기서 이러면...”


 “괜찮아. 보는 사람도 없는 걸.”


 미안한데... 보는 사람은 없지만, 듣는 사람은 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어련히 나갈까 싶었는데, 교실에 사람이 없다고 인지한 그들은 더욱 야한 소리를 내었다. 


 정적 속 교실 안에서 내는 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크게 들린다. 듣기만 해도 손에 땀방울이 가득한데, 내가 있는 걸 쟤들이 알기라도 하면... 


 응... 쟤네도 뻘쭘하고, 나도 뻘쭘하겠지.



 그렇게 교탁에 숨어 있기를 20분 째. 


 제대로 뻗지 못한 다리가 저려왔다. 교탁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살짝 폈다. 다리 저림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각도 상으론 안 보이니까,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으리라. 


 그나저나 쟤네들은 언제까지 저러려나. 이번 작가는 묘사를 모두 소리를 때울 셈인가. 더럽게 쭈왑쭈왑대네.


 교복 마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미니 북을 꺼내서 찬찬히 읽었다. 어차피 앞으로 한 20분은 저러고 있어야 소설이 끝날 것이다. 


 그 뒤엔 전여친이라거나, 썸을 타던 또 다른 인물이 난입해서 혼파망을 만들겠지. 


 아~ 갑자기 죽고 싶다.


 제발... 니들이 GL 소설 등장인물들인 건 알고 있으니까, 공공기관과 공공장소에서는 좀 자제하자. 제발. 진심으로 부탁한다.


 사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머리가 조금씩 굵어질 때쯤에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좋아하는 남돌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그 여돌 섹시 하지 않아? 라고 물타기를 당했을 때. 남자 스캔들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유명 여배우가 돌연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한다거나, 어여쁜 미망인으로 유명한 옆집 아줌마의 집에서 웬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나왔을 때, (참고로 그 아줌마는 애가 없다.)한 남자를 두고 싸우던 두 여자가, 싸우다 못해 갑자기 손을 잡고 카페 밖으로 뛰어나갔을 때.



 만약 이곳이 GL 소설의 세계관이라면, 그 모든 게 설명된다.



 그 의심이 확증으로 바뀐 건,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동생이 갑자기 나한테 고백했을 때였다.


 그날따라 평소와는 다르게 달라붙던 동생이었다. 평소 무릎베개를 해주는 걸 좋아해서, 그 날도 아이스크림 한 개를 까먹으면서 같이 TV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리 GL 세계관이라도 설마 ‘근친’ 까지 가겠어?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언니.”


 “응?”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살짝 녹아서, 동생의 얼굴에 묻어버렸다. 동생은 검지로 그것을 닦아내더니, 이내 입가에 가져갔다. 검지를 새빨간 살덩이로 핥던, 동생의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


 “있잖아... 나, 언니를 사랑하는 것 같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나도 너 가족으로서 사랑해.”


 동생의 충격 고백에 살짝 식겁했던 나. 부정하듯 말하는 그런 내 말에 동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언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랄하지마라. 미친년아.”


 동생의 머리를 그대로 소파에 메다꽂았다. 그리고 전력으로 도망쳤다. 쿵쿵거리는 문. 가족끼리의 사랑인줄로만 알았던 동생의 사랑이 무겁다. 


 그 사랑의 무게가 무거워!


 그 뒤, 동생의 어프로치 (목욕을 같이 하고 싶다며 들어온다거나, 그런 것.) 가 더욱 세진 건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참고로 이복동생도 아니다. 레알 피가 섞인 동생이다. 


 미친 작가 새끼. 죽어.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GL 세계관이란 걸 눈치 챈 이후에는 별 짓을 다 했던 것 같다. 그래! 차라리 왕따가 되면 아무도 안 건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세계엔 공X수란 개념이 있는 모양이어서, 왕따가 되자 조금... 특이한 사람들의 취향을 자극했던 것 같았다. 여교사들의 극진한 관심부터 시작해서... 우리 반드시 이겨내자! 라고, 말하는 열혈 소녀. 그리고 특히... 일진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한번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강제로 당할 뻔했다. 


 누군가 청소를 끝내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마대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찐따수...왕따수... 아무튼 이런 개념들 만든 작가들 다 죽어. 아무튼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어쨌든 그 이후엔 별 다른 짓 안 하고, 나름대로 조용히 살고 있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중이었다.’




 “언니, 너무 좋았어요.”


 “나도.”


 “그럼 저, 이만 학원 가볼게요.”


 “응. 집에 들어가기 전에 꼭 연락하고.”


 네, 하고 소리가 들린 뒤, 복도로 걸어가는 소리 또한 같이 들렸다. 한숨을 푹, 쉬고 교탁에서 나왔다. ‘언니’ 라고 불렸던 사람은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의 단추를 매만지고 있었다. 


 길고 검은 머리가 노을 빛에 살짝 부서졌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 사람’ 이었다.


 “그 화끈한 보여주기식 섹스는 드디어 끝난 건가요.”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씹어뱉듯 말했다. 내가 있던 걸 진작에 알았는지, ‘그 사람’ 의 손이 인사하듯 살짝 흔들렸다.


 “보여주기식보단 들려주기식에 가까웠지. 기껏 견학이나 한 번 해보라고, 여기까지 유도해서 겨우 했는데. 정작 중요한 네가 하나도 안 봤잖아.”


 쿡쿡, 하고 웃는 학교의 학생회장님. 학생회장님의 눈가가 피곤함으로 찌들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하고 다녔으면... 


 “왜, 드디어 여자랑 하는 것도 관심이 생겼어? 너도 같이 할래?”


 학교의 학생회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와이셔츠를 벗어 보인다. 다량의 키스 마크가 번진 쇄골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혐오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좆까세요.”


 “여자 애가 함부로 좆, 좆, 거리는 거 아니야.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말하는 학교의 학생회장님. 나는 교실 구석에 두었던 가방을 들었다.


 “선배랑 자느니, 차라리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생이랑 잘래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네. 여자랑 자는 건 죽어도 싫다고 했던 주제에.”


 “그만큼 선배가 싫은 거죠. 어깨 위에 박혀 있는 게 대갈통이면 잘 좀 생각하세요.”


 “넌 언젠가 안아달라고, 나한테 사정, 사정 하게 될걸?”


 “지랄. 몰염치가 대갈통 기본 탑재 개념이신가.”


 거친 내 말에 학생회장님은 다시 픽, 웃더니 “잘가.” 하며 나에게 인사했다. 나는 교실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이 세계엔 공X수란 개념이 있다. 특히 소설의 주 무대에 의해 힘이 더욱 강해지는 ‘공’들이 간혹 있다. 가령 학원물의 경우에는 ‘학생회장’ 의 힘이 절대적이다.


 일진도, 왕따도, 교사도, 동아리도, 심지어 평범한 사람조차도 학생회장 앞에선 모두 무력하다.


 아직 미성년자인 내 나이에 의해 아직 소설의 장르는 ‘학원물’에서 멈춰있었다.


 그리고 정말 좆같게도, 그런 학생회장 ‘공’ 에게 ‘나’ 는 찍혀버렸다. 


- 2


 무릇 작품이 있다면 거기엔 마땅히 클리셰란 것이 있다.


 대표적인 클리셰라 하면 전쟁영화에서 딸의 사진을 보여주는 병사의 모습. 그리고 하지 말라는 짓은 다 쳐 해놓고 뒤지는 호러 영화 등장인물의 모습들이 이른바 클리셰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멍청하기 짝이 없다.


 다행이 내가 살고 있는 작품은 평범한 GL물이어서 갑자기 죽는다거나, 그런 일은 없다. ...없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고, 동생의 고백 이후로 수많은 GL물을 독파했다. 


 자주 있는 전개 (ex- 마리X떼의 타이가 삐뚤어졌어. 다행이도 우리 고등학교는 타이 같은 거 안 쓴다. 물론 학교에 성모상 같은 것도 없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실 걱정은 없는 것이다.) 나 플래그가 서기 쉬운 사람들 (ex - 옆집 언니, 오래 전 헤어졌던 소꿉친구 등.) 을 파악했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지금 있는 헌책방에서도 참 많은 책을 읽었다. 순전히 아이쇼핑을 가장한 탐독이었지만, 주인 언니는 그렇게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주인 언니한테 보은하기 위해서, 책을 살 때엔 항상 이 지하 헌책방을 먼저 찾았다.


 GL 소설이나 만화들이 왜 이렇게 많이 출판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엔 “이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맞긴 한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이 세계가 GL물이니까. 거기까진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언니, 오늘 들어온 책 있어요?”


 만화 책장 쪽에서 기웃거리다가, 카운터로 향하면서 물어보았다.


 “아, 저쪽에... 아직 정리는... 지금 제가 가서...”


 책을 읽던 주인 언니가 카트로 향하려는 걸 손짓해서 막았다.


 “그럼 제가 가서 볼게요.”


 주인 언니는 알겠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행여 플래그가 꽂힐세라, 자리에서 급히 떠났다.


 책을 읽을 때엔 어느 정도 기준을 잡고 보는 편이다. 일단 판타지는 제외. (우리X 사는 세X는) 그리고 공간적 배경이 영 떨어진 곳들도 제외. (농X 프X세스.)그리고 마지막으로 업계물도 제외. (이X지 메X킹.) 


 그렇게 되면 내가 읽은 책들은 현저히 적어지게 된다. 그렇다. 이른바 소거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하하... 죽고 싶다.


 그렇게 책을 살펴보던 와중 손에 잡힌 것이 있었다. 매우 위험해 보이는 제목.


 ‘존X님이 납치됐다.’ 전 1권.


 책을 잡던 손이 후들거려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탁, 소리를 내며 떨어진 책. 책을 다시 주우면서, 


 실내에 살며시 풍기는 시멘트 냄새가 정신을 혼미케 했다.



 어, 레알? 이젠 납치까지 조심해야 되는 거야? 


 납치같은 범죄를 조심해야 되는 시점에선, 그냥 여동생한테 처녀를 줘버리는 게 낫지 않나? 그 때려죽여도 모자랄 성희롱 학생회장한텐 죽어도 안기기 싫으니까, 차라리 예전부터 친했던 여동생 쪽이랑...


 아, 아니야. 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나 새끼. 그동안 잘 해왔잖아?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


 논리 회로가 팍, 꺼지진 않은 모양인 듯 머리가 다시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살고 있는 장르를 세 가지 갈래로 나뉘어보자면, GL물. 현대물. 학원물일 것이다.


 다행이도 대한민국은 치안 면에서는 세계 최정상 수준이니까.... 그렇게까지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아직까지 누군가 납치되어 죽었다거나, 그런 소문도 들린 적이 없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존잘이 아니다.  


 존나 예쁜 존예보스도 아니고, 존나 잘생긴 존잘도 아니고. 무언가를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무언가에 부각을 발휘한다는 설정이 나 자신에게 있을까봐, 동아리는 애초에 학을 뗐다.)


 그래, 이런 나를 누가 납치해가겠어. ‘평범’ 하잖아. 응. ...사실 평범한 등장인물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말이야.


 일단 책을 덮고, 다시 카트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은 심적 고통이 너무 세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물론 집도 동생 때문에 그렇게 안전한 건 아니지만.


 “언니, 저 이만...”


 집에 가기 위해 인사를 하려는 도중에 카운터에 앉아 있는 주인 언니를 보았다.


 “재밌는 책이라... 저번에 빌려줬던 아동 전집을 벌써 다 읽다니, 앨리스는 똑똑한 아이네요.”


 뒷말을 삼켰다.


 주인 언니는 어떤 꼬마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컴퓨터 검색을 하는 도중이었다. 문제는 안겨 있던 그 아이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에 얹은 하얀색 리본과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그리고 홍조를 띈 아이의 얼굴이 대비되어서, 아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다. 


 물론 주인 언니에게 그게 보일 리는 없다. 주인 언니는 이번엔 무슨 책을 추천해줄까 하며 그 생각에 즐거운 듯 목록을 살필 뿐이다.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저녁놀이 아스라이 뛰놀고 있었다. 그게 마치 꼬마의 얼굴 같아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하여튼... 둔감수는 GL이건, BL이건, NL이건... 다 죽어야 돼. 



- 3 


 나에겐 1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꽤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어서 서로를 공유하진 않았던 여동생이 있다.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 건, 나와 그 애가 어렸을 때 분명히 친했기 때문이지만...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그 애가 아직 중학교를 다닐 때, 시간의 필요성을 느낀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 우리는 필연적으로 사이가 좀 벌어졌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만 하며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기를 몇 년.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깨질 것만 같은 빙판을 먼저 걸어간 것은 다름 아닌 그 애였다.


 “다녀왔어.”


 “언니, 왔어?!”


 버선발로 뛰어온다는 모습이 저런 모습일까. 그 애는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눈 꼬리가 접혀 들어가는 게 참 예쁜 내 동생. 그 애는 나랑 달리 꽤 스타일이 좋은 편이다.


 교복 모델이라던가, 학교신문을 대문짝하게 장식한 적도 많았다.


 “좋은 냄새.”


 가방을 침대 위에 던져 놓고, 거실 소파에 앉으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야.”


 “맛있겠네.”


 “1등 신붓감이지?”


 “...”


 구태여 그 말에 대답하진 않았다. 대답을 바라진 않은 건지, 그 애는 웃으면서 식탁 위에 식사를 차렸다. 부엌으로 돌아간 그 애에게서 콧노래가 들렸다.


 저녁 메뉴는 간단했다. 된장찌개와 애호박전. 그리고 배추김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호박전을 젓가락으로 집고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네, 이거.


 “왜?”


 “그냥? 다음주에는 내가 저녁 당번이니까.”


 저녁 당번은 홀수 주에는 동생이, 짝수 주에는 내가 하는 것으로 정했다. 동생은 요리는 자기가 하고 싶다며 한사코 나를 말렸지만, 그건 내가 용납 못 한다.


 “먹고 싶은 거... 있긴 한데.”


 “뭔데?”


 젓가락으로 호박전을 다시 집었다.


 “언니가 먹고 싶어.”


 그리고 떨어트렸다. 


 입 속에 밥이나 물이 없었던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또, 또. 바보같은 소리한다.”


 “진심인데.”


 긴 머리를 검지로 꼬며 말하는 동생. 만약 학생회장이 이런 식으로 성희롱을 했다면, “그 년의 아가리는 좀 밥 먹는 데에만 쓸 수 없을까요.” 라고, 덧붙였겠지만... 유독 동생한테는 세게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동생이니까.


 밥을 다 먹고, 설거지는 내 차지였다. 굳이 같이 씻겠다는 동생을 억지로 머리끄댕이를 잡아 욕실로 처넣었다. 욕실에서 “언니~ 너무해~” 라며 장난스러운 우는 소리가 들린 건 무시했다.


 동생이 씻은 뒤, 나도 욕실로 들어가서 씻었다. 이번엔 같이 씻겠다며 욕실에서 나오지 않던 동생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거실로 끌어내렸다. 


 동생이 탈모가 온다면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거실로 나오니 동생이 소파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얀 박스티 밑에 입은 검은색 돌핀팬츠. 매끄럽고, 잘 빠진 다리가 눈에 띄었다. 


 동생의 옆으로 살며시 다가가, 그대로 무릎베개를 해주었다.




 “...졸립다.”


 동생은 하품을 했다. 하품을 하는 모습조차도, 살짝 맹한 모습으로 끝나는 게 어쩐지 샘이 났다. 동생은 왈가닥인 면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천상여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실 그게 좀 부러웠었다.


 “방으로 가서 좀 잘래?”


 동생의 볼을 쿡쿡 찌르면서 얘기했다. 말랑말랑한 게 마시멜로를 만지는 기분.


 “지금 자면... 밤에 잠 안 올 것 같아.”


 그것도 그렇다.


 “그럼 잠깐만, 그냥 잠깐만 이렇게 있자.”


 “응.”


 물기가 남은 동생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았다. 앉아 있는 동생과 나, 그리고 어쩐지 흐릿한 모습으로 처리 되어 있는 부모님의 얼굴. 그 흐릿한 모습은 사진에서 끝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머릿속에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죽진 않았다. 출장을 갔다는 명목 하에 그들은 사라졌다. 출장을 갔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통장엔 생활비가 따박따박 꽂히긴 했다.


 그런데 부모님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의 기억에서도, 초등학교 입학식 때도, 운동회 때도 참석했던 부모님의 얼굴이 마치 누군가 지우개 칠을 한 것처럼 사라졌다.


 예전엔 그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이 세계가 GL물이란 걸 인식한 뒤에는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계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자각했다.


 ‘출장지’라고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고 했다. 그때 소름이 오독, 하고 살짝 돋았다. 우리가 부모라고 인식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실 그저 이 세계의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동생, 자?”


 “아니...”


 명백히 졸음 기운이 섞인 목소리로 동생은 말했다.


 “동생, 나 아직도 좋아해?”


 “응...”


 “왜?”


 그저 말 한 마디였을 뿐이지만, 분명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다. 평소라면 물어보기 꺼림칙했던 질문이었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목에 기름칠을 한 것처럼 쉽게 나왔다.


 “그냥, 언니니까...”


 간단한 이유였다. 


 묻지 말라는 듯, 동생은 더욱 내 허벅지에 얼굴을 파고들었다. 동생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동생이 진심으로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냥 누군가를 좋아하기엔 뭔가 이 세계에게 지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 


 그게 싫어서 난 찾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여자와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 껄끄러운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선 부모님의 얼굴이 기억나지도 않는, 이 편의주의적인 세계를 부정하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령 이 아이가 이미 이 세계에 익숙해졌다 할지라도... 난 아직 이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못 되었다.


 솔직하게 인정하겠다. 


 난 정말 못난 언니다.


 


 결국 동생은 곤히 잠들었다. 


 잠시 몇 분 동안 그렇게 있다가 동생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졸음으로 비틀거리는 동생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혔다. 침대에 누운 동생은 몇 번 “언니... 언니...” 하고, 나를 찾더니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동생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고, 문을 살며시 닫아 주었다.


 이 세계가 GL물이란 것을 인식하고 난 뒤엔 모든 것이 괴리감이 느껴졌다. 집도, 학교도, 바깥도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동생은, 동생만큼은 여전히 내 가족이고, 내 동생이라고 느낀다. 


 비록 예전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고, 이전과는 다르게 살을 맞대려는 기회를 자주 엿보는 동생이었지만, 그래도 동생은 여전히 내 가족이라고 느꼈다. 


 동생이 나를 언니라고 느꼈고, 나는 그 애를 동생이라고 느꼈다. 


 그냥, 그랬다.



 - 4 - 


 전에 몇 번 언급했듯, 이 세계엔 공X수란 개념이 있다. 


 다른 커플들을 조심스레 살펴 본 결과 이 세계의 공X수란 개념은 꽤 철저한 느낌이다. 자신들이 세계의 부속품이란 걸 모르는 그들이더라도, 공은 절대 수의 포지션을 넘보지 않고, 수는 절대 공의 포지션을 넘보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고, 그어진 선을 지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공들 중, 가장 수를 많이 몰고 다니는 공은 역시 학생회장일 것이다. 


 학생회장은 자신이 앉은 왕좌가 얼마나 쉽게 여자들을 취할 수 있는 자리인지, 본인은 잘 모를 것이다. 베를 짜서 넣은 듯한 검고 긴 머리. 그 긴 머리가 휘날린 취임식 날, 


 학생회장은 수많은 재학생들의 마음을 훔쳤다.


 반면에 수 포지션은 풀꽃 같은 이미지다. 그냥 보기엔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보다 보면 또 사랑스러운 게 수 포지션이었다. 


 수 포지션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그냥 평범해서 일수도 있고, 이미 공의 사랑을 듬뿍 받아 흐릿해진 경우여서 일수도 있지만... 그냥 하는 짓이 음습한 경우여서 눈에 안 띈 것 일수도 있다.


 지금 내 발등에 입을 맞추고 있는 ‘선배’가 그렇다. 


 아주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있지.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서 선배와 나는 변태 짓을 하고 있었다. 


 변태짓이라고 표현한 게 빈말이 아니라, 지금 선배와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명백히 변태 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신고 있던 검은색 니삭스를 다른 책상에 올려두고, 


 무방비한 발을 그대로 선배에게 노출시킨 나. 그리고 한 손은 내 종아리를, 또 한 손엔 내 발을 얹고 조심스럽게 샘물을 핥듯, 핥고 있는 선배.


 붉은 노을빛을 받은 선배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활을 쏘기 위해 자른, 살짝 짧은 머리지만 그럭저럭 귀까지는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 그것을 보면서 살짝 귀 뒤로 넘겨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배의 입술이 닿는 부분이 따뜻하고, 간지러워서... 자연스레 발이 살며시 움츠러들었다.


 “간지러우신가요, 주인님.”


 선배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용모는 소녀인 듯 소년인 듯, 어딘가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선배의 외모. 


 역시 양궁부의 왕자님이라고 불릴 만 했다. 



 여자지만.



 “아, 아니요.”


 빤히 바라보고 있던 걸 들킬까 싶어서, 고개를 재빠르게 흔들었다. 그러자 무언가 마음에 안 든 것인지, 고운 눈을 찌푸리는 선배.


 “존댓말은...”


 “제발요. 선배.”


 내가 선배에게 하는 존댓말은 나름의 ‘선’ 이었다. 그 ‘선’ 까지 어겨버리면 정말로 SM의 길에 빠져들 것 같아서 나는 선배에게 ‘선’을 그어두었다. 더 이상 그만하라는 듯, 말을 끊자 선배도 포기한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발 애무에 집중했다.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회장의 어프로치를 받기 전, 그리고 동생이 나에게 고백한지 며칠 안 된 시점이었다.


 그때 선배는 이미 학교의 유명한 사람이었다. 동생이 학교의 홍보 사진 및 교복 모델로 이름을 날렸다면, 선배는 양궁부의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학교 대표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메달도 손쉽게 따는 전국구 유망주.


 그게 선배였다.


 교내 신문에도 자주 나오고, 이 동네에 살다보면 안 들릴 수 없는 이름이어서 나도 선배의 얼굴이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뒷소문으로 들렸던 선배의 화려한 여성편력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정말 선배와는 교집합이라곤 하나도 없는 내가, 선배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라는 망할 순간들이 겹치고 겹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날따라 나는 수업시간이었는데도 화장실이 급했다.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 급하게 들어간 화장실엔 일말의 인기척도 없었다. 문도 잠겨 있지 않아서 그대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위를 하고 있던 선배와 만났다. 


 하얀색 팬티가 선배의 가느다랗고 하얀 발목에 걸려 있었고, 선배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은 야트막한 햇빛을 받아 반들반들거렸고, 노출 된 음부 또한 농익은 모습을 그대로 내보였다.


“아...”


 레알 육성으로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제야 위잉, 하고 작은 진동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다른 손에 분홍색 로터가 들려 있었다.


 “나갈게요.” 하고 문을 닫으려던 순간, 안에 있던 선배가 내 손목을 잡아챘다. 나는 그대로 힘에 이끌려 선배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선배의 몸에서, 예전에 쓰던 바디워시 향기가 났다.


 선배는 몸을 살짝 숙여서 긴 팔로 문을 잠갔다. 쾅, 하고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무슨 짓...”


 그래서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선배가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선배의 거친 숨소리가 귀를 범했고, 막힌 입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살짝 끈적거렸다. 향이나 질감으로 봐선 역시... '그거'인 듯 했다. 


 기분이 팍, 가라앉았다. 


 “너... 있잖아... 내 주인님이 되어주라...”


 그런 내 기분은 몰라주고, 선배는 제 멋대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이야기다. 


 “네?”


 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햇빛 줄기가 살짝 들어오고 있어서, 시야가 차단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되어주세요.”


 그렇지만 그렇게 올려다 본 선배의 얼굴은 어쩐지 훨씬 그늘진 모습이어서...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는 돌연변이였다. 


 ‘공’이었지만 ‘수’가 되고 싶은 이 세계의 불순물. 이전에 사귀었던 여자들과는 자신의 비틀린 성벽으로 인해 다 헤어졌다고 한다.


 자신은 안기고 싶은데, 사귀었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안아달라며 애원했다. 억지로 ‘수’ 포지션의 선을 넘어가면서 안아준 여자들은, 이번에는 선배의 성벽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


 하긴 생각해봐라. 


 자신의 가장 더러운 부분을, 가장 소중한 사람이 핥는 것을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또 채찍으로 때려달라고, 바늘로 찔러서 학대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어떤 평범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도 ‘수’ 가.


 나와 선배가 만난 그 날. 그 날은 선배가 시즌 56번째 커플에서 깨진 날이었다. (깨졌던 걸 하나, 하나. 다 센다는 점이 또 그 망할 학생회장과는 다른 여성적인 점이었다.)


 이젠 다 끝났다며, 자포자기해버린 선배. 자신만의 주인님을 찾으며 항상 가방에 두었던 로터를 주머니에 넣고 선배는 화장실로 향했다. 이번에야 만날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주인님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 화장실에서 '날' 만난 거다. 그렇게 겨우 만나게 된 사람이 나라서... 선배에겐 재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사실을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다 들었는데, 막상 듣고 나니 이번엔 선배가 좀 불쌍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누굴 불쌍하게 여길 처지는 아니지만, 이 세계의 비밀을 엿 보게 된만큼 어느 정도 감정이 쏠린 것도 있으리라. 


 이 사람은 ‘공’ 이 아니라 ‘수’였어야 돼. 그래서 결국 이렇게 선배의 욕구를 채워주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선배의 ‘공’ 역할이 되어주는 것은, 사실 그냥 내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가 GL물이란 것을 인식한 뒤로, 난 내가 ‘공’ 인지도 ‘수’인지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리고 다시 현재. 


 한참 내 발을 물고 빨고 하던 선배는 어느 정도 만족한 모양인지, 손수건을 꺼내서 내 발을 닦아 주었다. 손수건은 빨아서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선배는 사양했다. 


 주인님한테 그런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선배답다면 선배답다.


 “주인님, 요새 ‘그 년’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선배는 나에게 니삭스를 신겨 주면서 물어보았다. 선배의 손에 다리를 맡기면서 답을 주었다. 어느새 선배의 수발에 익숙해진 내가 싫다.


 “학생회장이요? 저번에 한 번 만난 적이 있긴 한데.”


 선배는 학생회장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땐 조금 강아지 같기도 했다.


 학생회장이 날 자극한 것을 구태여 선배에게 이야기하진 않았다. 분명 이를 갈며 죽여 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뛸 테니까. 그래도 학생회장은 나름 올라운던 느낌이니까...


 “선배도 저같은 반쪽 자리보다는, 차라리 그 학생회장 하렘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아요?”


 어두워진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선배는 내 교복 마이의 깃을 잡아서, 그대로 자신의 품에 이끌었다. 선배가 내뿜는 특유의 바디워시 향. 첫 만남의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선배의 향기는 모두 그 바디워시 향인 것만 같았다. 


 선배의 큰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역시 지조가 있어야 되는 법입니다.”


 가끔씩 이렇게 ‘공’ 포지션의 본능을 선배는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선배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그 년’은 싫어요. 제 본능이 거부합니다.”


 마지막엔 표정을 확 찡그리며 말하는 선배. 뭐, 그래도 이런 게 역시 선배답다.



 “자, 자. 이제 거기까지.”



 쾅, 하고 앞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나도, 선배도 고개가 돌아갔다. 들고 있던 A4 뭉치를 일단 책상 위에 두고, 그 사람은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학생회장이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외설행각은 공연음란죄로 처벌될 수가 있어요.”


 학생회장이 표정을 찡그러트리고, 성난 걸음걸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딱 봐도... 화가 어마어마하게 난 듯 했다. 


 “내 말 알아들었니? 씨발, 변태면 변태답게 음침한 곳에 박혀서 자위나 해. 이 변태 새끼야.”


 다가온 학생회장은 선배의 와이셔츠 멱살을 잡고 그대로 내뱉었다. 이전에도 서로의 뒷담을 깐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붙은 건 처음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뭐라는 거야, 걸레 년이. 죽을라고.”


 선배도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학생회장의 멱살을 잡았다.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던 사이에, 이번엔 앞문이 쾅, 열렸다.


 “잠깐만요. 선배들. 두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언니의 처녀는 제가 받기로 했어요.”


 동생이었다. 


 멱살을 잡고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생에게 향했다.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마치 피X츄라도 된 것 마냥, 눈깔에서 전기빔을 날리기 시작하는 세 사람. 


 그리고 내 정신은 핑, 하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끝내주는 하루다. 


 어?  



 - 


 유부녀 X 이혼녀 쓰기 전에 오랜만에 재업. (조금 수정)


 일부러 선배 루트로 넣었던 IF 편은 안 넣었음. 뭔가 완결성이 없어지는 느낌이라. 


 사실 원작 만화가 있는 작품임. 원작은 비엘 만화긴 하지만, 백합 느낌으로 적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적어본 게 요거.


 백갤에서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기도 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이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10

고정닉 29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스타보다 주목 받는 것 같은 반려동물은? 운영자 25/10/20 - -
- AD 은퇴한 걸그룹 출신 엑셀방송 출연 후 수익 공개 운영자 25/10/24 - -
- AD 월동준비! 방한용품 SALE 운영자 25/10/23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1252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0950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0]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201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6784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339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583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137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568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4978 7
1817770 일반 알라딘 유부여고 2권 기간한정판 언제 나오는지 앎? 세잎클로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2 12 0
1817769 일반 "점심내내 음침이 밥먹는 거 구경하는 갸루" 특징이 뭐임? [2] ㅇㅇ(125.133) 18:41 17 0
1817768 일반 ㄱㅇㅂ)개추워 [5] 설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0 75 7
1817767 일반 미코쨩 미코쨩~! [4] 마찰열을이용한빙하녹이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0 40 2
1817766 일반 이웃씨는 어떻게 항상 우메모모한테 딱 필요한 걸 갖다주는 거래? [2] BrainDamag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8 26 0
1817765 일반 여고 다니는 갤럼인데 이거 내가 잘못한거냐? [9] 창작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99 1
1817764 일반 솔직히 레나코는 똥차아님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5 37 0
1817763 💡창작 4컷) 여친이랑 물 마시는 만화 [7] 햇빛이지구를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1 97 10
1817762 일반 쵸마마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0 33 0
1817761 일반 스포) 끔찍한 저주를 받은 마녀재판 애들 [2] ㅇㅇ(122.42) 18:29 48 0
1817760 일반 "다이소 개목줄사서 혼자 차보는 음침이" 특징이 뭐임? [2] ㅇㅇ(182.218) 18:28 27 0
1817758 🖼️짤 칸로지와 카마도 [2] 음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66 0
1817757 일반 우메모모너무귀여워.. [5] 착한말만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2 66 0
1817756 일반 “어쩌다 독일 학교에 입학한 유대인 음침이” 특징이 뭐임? [7] ㅇㅇ(175.122) 18:21 97 0
1817755 일반 벌써한달이지났구나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0 35 0
1817754 일반 총수를 사랑합시다 [2] 승리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0 28 0
1817753 일반 능력있는 평민을 일시키고 싶어서 여왕님이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8 50 0
1817752 일반 번역할거 링크줘 [5] LeonaDia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6 72 0
1817751 일반 구글 참 궁금한점 착한말만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6 31 0
1817750 일반 리버스 한섭 지금버전 스킨들 HairuCrea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5 33 0
1817749 일반 진짜 보지를 화나게 하는 천재군 [6]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137 5
1817748 일반 ㄱㅇㅂ)숏츠 자주봤는데 끊을 이유가 생겼어 [1] YS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50 0
1817747 일반 미소직장 3화에 나오는 토우코씨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36 0
1817746 일반 야쿠자 폰배경화면 [4] 두라두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67 3
1817745 일반 ㄱㅇㅂ)지듣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1 18 0
1817744 일반 수학여행으로 디즈니랜드 갔는데 [8] 앞으로읽든뒤로읽든야마토마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83 0
1817743 일반 와타타베 애니 좋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5 61 0
1817742 일반 이 작품 전편 있지 않아? [6] 백합상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 102 0
1817741 일반 에구치 1화 올려도됨? [3] 착한말만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96 0
1817740 일반 이거 내가 잘못한거임? [3] ㅇㅇ(221.152) 18:02 85 0
1817739 일반 청춘서큐 1화는 차피 킨들 샘플에서 볼수있자나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34 0
1817738 일반 백붕이들 고기먹을때알려달라 [6] 김개만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54 0
1817737 일반 헉얘네사귀나보ㅓㄷㄷㄷ [3] 백안분(221.153) 17:59 107 0
1817736 일반 백합풍속물 추천좀 ㅃㄹ [3] ㅇㅇ(39.120) 17:58 64 0
1817735 일반 근데 리버걱스에서 버틴 다음가는 인싸는 누구야 [4] sab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7 51 0
1817734 일반 어머 둘이 데이트인가벼 [16]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7 114 0
1817733 일반 피폐 백합물만 보니까 지친다 [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124 0
1817732 일반 스포) 근데 일클메 이번화 이렇게 끝내놓고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67 0
1817731 일반 늑대는 일부 일처제라던데 [4]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3 62 0
1817730 일반 마마마 아직 안봤는데 [4] ㅇㅇ(183.98) 17:52 51 0
1817729 일반 에구치 서큐버스 볼라해도 1화 뒤져서 못보네 [2] ㅇㅇ(211.197) 17:51 8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