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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영업종료한 바에서 술잔 기울이는 소설앱에서 작성

참새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5 01:00:20
조회 1583 추천 35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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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우호우호우


1.
바 STAY는 일년에 한번 고정으로 쉬는 날이 있었다.

바 내부에 불은 밝혀져 있으나, 입구에는 CLOSE라는 팻말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고, 바텐더는 그저 단정한 모습으로 안에 서 있기만 할 뿐.

주변에서는 꽤 알려진 이야기였다.

짧은 날도 아니고 벌써 4년째 그 날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카페의 젊은 여주인은 그 날도 단정한 복장으로 바 앞에 서 있었다.

볼륨 있는 몸매에 차려입은 검은 정장과 붉은 넥타이는 그토록 치명적이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의 존재감은 뭇 인근 사람들의 가슴이 설레게 할 정도.

하지만 이 날만 되노라면 이 바텐더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이어서 오히려 그녀를 위로한다거나 가까이 가려는 손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기라도 할까 싶어 다가가지 않을 정도.

그 날도 그럴 줄 알았다.

뭇 남성들은 설렌 가슴을 안고 근처 편의점의 야외에서 맥주캔을 기울였고, 상점가에서 혹시라도 바가 열릴까 얼굴을 기웃대고 있었다.

다만 그 뿐 이었다.

카페의 CLOSE라는 팻말은 뒤집힐줄은 몰랐고, 그녀는 그저 하염없이 서 있을 뿐 이었다.

“선배..”

STAY의 하나뿐인 바텐더인 그녀는 아련한 목소리로 바에 기울여진 채 세워진 위스키를 꺼내 잔에 따랐다.

바의 문이 열린 것은 그 쯤이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녀와 바텐더가 눈을 마주친 것도.

소녀가 바텐더의 손에 쥐인 올드 파를 물끄러미 바라본것도.

바텐더가 그 눈빛을 보면서도 술을 따르는 것을 멈추지 않은 것도.

그러다가 문득, 새로운 잔을 하나 더 꺼내고, 그 안에 술을 따라 소녀가 앉은 자리 건너편에 밀어준 것도.

그 시간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일어난 일 이었다.

“.....”

소녀는 물끄러미 술잔에 담긴 술을 내려보았다.

묵직하고, 매캐한 향이 코 끝을 가득 스친다.

40도를 넘어서는 알콜 함유량을 자랑하는 술이다. 어지간한 사람은 몇 잔 마시지 않아서 뻗어버릴 정도로 독한 술.

하지만 누가봐도 성인이라고는 볼 수 없던 소녀는 교복차림 그대로 술잔을 들어 그대로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리곤 단번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딴게 뭐가 좋다고..”

그제서야 바텐더는 살풋 웃으며 집게로 얼음을 짚어 자신의 잔에 담고 천천히 술잔을 굴렸다.

“그러게요.”

달각, 달각, 달, 각,

“이딴 술이 뭐가 그리도 좋았을까요.”

“.....”

바텐더가 천천히 술잔을 기울였다.

“쓰기만 하고, 목도 아프고, 속도 뜨거워.”

“그래요. 정말 그 뿐이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녀의 잔에도 얼음과 술을 담아주었다.

달각, 달, 각, 달각, 달-각,

소녀는 말 없이 술잔을 굴렸다.

“몇 년 째야?”

“.....”

바텐더는 말 없이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올해로 4년이네요.”

“언니의 장례식장에는 오지도 않았잖아.”

바텐더는 그제서야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는 죄인이니까요. 죄인이 어떻게 그 영정 앞에 설 수 있을까요.”

“울지도 않네.”

바텐더는 위스키병을 기울였다.

황금빛이 바의 조명빛을 받아 빛난다.

생명이 흐르는 것 같았다.

“우는 방법은, 잊어버렸어요. 제 생일을 축하해주겠노라, 언니가 이 별것도 아닌 술 한병을 들고 제게 찾아오던 그 날에.”

“이런거 먹으면 금방 취한다던데.”

바텐더는 술잔을 기울였다.

생명이 흐른다.

새하얀 목덜미를 타고, 황금빛의 생명이 그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리라.

“취하는 방법도, 잊어버렸어요. 언니가 가장 좋아하던 술을 마셔도, 계속 눈 앞에 마지막 언니의 모습만 아른거려서, 도저히 취할 수가 없어요.”

“.....”

소녀는 물끄러미 바텐더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올해로 졸업이야.”

“.....”

바텐더는 말 없이 술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거야?”

“벌써 그렇게 됬네요.”

“.....”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바텐더도 그저 담담한 얼굴로 그녀와 얼굴을 마주쳤다.

“정말, 정말로, 정말 많이 닮았네요.”

“자매니까.”

“새하얀 피부, 어깨 아래까지 기른 머리카락도, 눈이라도 내리면 소복히 쌓일 것 같은 눈썹도, 단정한 교복도, 여학생치곤 큰 키도,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도, 귀에 건 귀걸이도, 고양이같은 눈매만 뺀다면, 언니를 꼭 빼닮았어요.”

“.....”

바텐더는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나, 그 때는 당신을 참 좋아했는데.”

“.....”

“그냥, 언니가 아니라, 나라면, 당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 있었는데.”

소녀는 울고 있었다.

“언니처럼 공부를 잘 하면 당신이 날 돌아봐줄까, 언니처럼 머리를 기르면 당신이 날 돌아봐줄까, 언니처럼 예뻐지면 당신이 잘 돌아봐줄까, 혹시 손목에 찬 팔찌가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언니처럼 단정한 외모가 아니어서 그런걸까? 그도 아니라면..”

바텐더는 울고 있었다.

“아니에요. 저는, 언제나, 당신을, 보면, 언니만, 생각이나서, 그래서..”

뚝, 뚝, 끊어지는 목소리였다.

바텐더가 사랑하던 언니는 죽었다.

4년 전.

그녀의 졸업을 축하하노라, 한손에 그녀가 좋아한다던 위스키 한병을 들고 유쾌하게 웃으며 전화를 하며 걷다가, 만취한 차량에 의한 뻥소니였다.

전화 상대마저, 그 누구도 아닌 그녀를 사랑하던 바텐더, 그녀였다.

어쩌면 그녀가 바를 운영하는 것은 죽어버린 선배에 대한 속죄일지도 몰랐다.

그녀를 죽인 것은 자신이요, 자신이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술을 함께 사랑했노라면, 적어도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뻥소니따위에 치일 일은 없었을텐데.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이 날, 이 시간, 이 복장으로,

똑같은 생각,

똑같은 시간,

똑같은 하루를,

똑같이 보내다가,

이런 인연을 다시 마주치지는 않았을텐데.

바텐더는 후회하고 있었다.

“저는.. 나는..”

“민아 언니, 알고 있어요?”

“.....”

바텐더, 민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는 언니를 참 좋아했는데.”

“선아야..”

소녀, 선아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일방적으로 말할 뿐 이었다.

“전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사랑하는데.”

“.....”

일방적인, 고백이,

그녀는 말 없이 교복 블라우스의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가슴이,

가빠져서,

새하얀 블라우스가 흘러내렸다.

새하얀 목덜미가,

그녀의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바의 주홍빛이,

생명이 되어서,

그렇게,

흘러내렸다.

선아는 말 없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다시 블라우스를 입혀주었다.

그녀는 조용히 위스키병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오늘.. 영업하기는 글렀네.”

“언.. 니..?”

“너 취했어, 이 바보야.”

선아는 조용히 비틀거리는 민아의 어깨를 잡아 부축했다.

“집에 가기는 글렀으니 모텔이라도 데려가줄게.”

민아의,

선아의,

다정하고, 장난기 넘치고, 생명력이 넘치던 그녀들의 언니가, 남긴 흔적에,

소녀가,

바텐더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가빠져서,


모텔의 등은 붉었다.

언니를 잃은 소녀는, 그 날 바텐더를 용서했다.

언니를 잃든 바텐더는, 그 날 떠나간 언니를 놓아주었다.






=
올드 파(OLD PAL) : 오랜 친구라는 뜻을 가진 칵테일.
붉은색과 식도를 태우는 듯한 강렬한 도수가 일품



=
술생각나서 쪘던거 건져옴

항상 재미있는 소재와 이야깃거리 잘 받아먹고 있어

무협백합은 소재정리하고 스토리 정리하다보니 20~30편은 가뿐하게 갈거 같아서 플랫폼으로 이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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