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다니는 둘이서 서로 사귀고 있는데 한명은 바이올린, 한명은 피아노 하는 애야. 근데 둘다 완전 유망주라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들어오는 그런 애들임. 그래서 어디로 유학갈지 골라갈수있는. 그래서 서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 그래서 둘이 꼭 연인 협연을 하자. 그런 얘기를 하면서 지내는 그런 애들이었어.

근데 피아노치는 애가 손을 크게 다친거야. 아마도 음악을 못할거같다, 의사가 그럴 정도로 크게 다쳤어.

\'정말, 정말로 다시는 음악을 못하나요?\'
\'글쎄요.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신경이 다시 재생성된 사례는 있는거같아요\'

그 말을 듣고 피아노 치는 애는 진짜 하루하루 열심히 재활훈련 하면서 약도 먹고, 검사도 꼬박꼬박 받으면서 지내고, 옆에서 바이올린 하는애는 딱 붙어서 재활할 때 응원도 해주고, 시간나면 손 마사지도 해주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지.

근데 바이올린 하는 애한테 러브콜이 온거야. 무려 맨하탄 음대에서 완전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건 진짜 안가면 바보일정도로 최고의 조건이었어. 그런데 바이올린 하는 애는 바보처럼 고민을 하는거지. 왜? 여친이 병원에 있는데 어떻게 두고가겠어. 그래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피아노하는 애가 그걸 들은거지. 그리고 말한거야. 나 두고가라고. 내가 너 발목잡는거 싫다. 나 열심히 해서 다시 피아노 칠테니까, 빨리 세계 최고가 되어있어라.

그래서 바이올린 하는 애는 유학을 떠났어.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매일매일 전화하면서 지냈지. 바이올린 하는 애는 역시나 유망주답게 유학가서도 승승장구했어.

근데 어느날 피아노 하는 애한테서 연락이 뚝 끊긴거야. 뭐지? 사랑이 식은건가? 그러면서 불안해하고있었는데 일주일뒤 편지가 하나 온거지. 이제부터 통화말고 편지를 쓰겠다. 그게 더 낭만적이니까 이러면서.

그렇게 3년쯤 편지를 주고받은거지. 이제는 여기서 이름도 좀 날리고, 대충 기반을 다졌어. 그런데 이제는 편지마저 끊긴거야. 무슨일 있겠거니 하고 한달을 기다려도 편지가 안와. 핸드폰은 없는번호래. 주변사람한테는 연락이 안돼. 초조해서 일들 다 미뤄두고 귀국을 해서 병원에 찾아갔는데.

죽었대.
그것도 3년전에 자살했대.

왜?
손가락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신경이 완전히 죽어버렸다는 검사결과가 나온거야. 3년전, 연락이 끊겼던 그날.

그럼 편지는?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편지는?
연락이 끊겼던 일주일간 미리 써놓은 3년치의 편지들. 자기가 죽어도 죽은걸 모르게, 자기를 걱정하지 않고 꼭 성공하도록...

모든걸 알고 주저앉아서 펑펑 울고있는데 간호사 한명이 와서 편지 하나를 건내주는거지. 이거 전해달라했다고.

열어보니 힘없이 떨리는 글씨체로 몇줄 써져있는거지.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나는 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너 발목잡기 싫다. 약속 못지켜서 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