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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하나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180.66) 2019.03.08 18:50:10
조회 713 추천 26 댓글 3
														
하나는 그 후로도 꽤 얌전히 굴었다. 그 애의 할아버지가 앙겔라에게 전화를걸어 하나가 이렇게 오랫동산 고분고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당신 덕분이라고 감사인사를 할 정도였다.

앙겔라는 제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에 덕분에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나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고 어쩌면 그것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앙기 쌤!"


하나의 검진이 끝나고 아이의 병실을 나와 벽에 기대서 진료차트를 작성하는데,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줄 알았던 아이가 병실 밖으로 톡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며칠간 그랬듯 자연스럽게 앙겔라의 손을 제 조그만 손으로 말아쥔다. 요 일주일 새에 한두번 그런 것이 아닌데도 앙겔라는 아이가 손을맞잡아 올 때 마다 뻣뻣하게 굳곤 했다.


"앙기쌤, 점심 전이죠? 같이먹어요."


하나는 그런 앙겔라를 눈치챈건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온 터라 앙겔라는 하나의 표정변화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앙겔라는 자연스럽게 시계를 보는 척 하며 하나의 손에서 제 손을 뺐다. 아이가 손을 덴곳은 무언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었다. 앙겔라는 그 느낌이 신경쓰여 어느새부턴간 하나의 스킨쉽을 요령좋게 슬쩍 피하곤 했다.


"그러네요. 같이 갈까요?"

"네!"



시계는 벌써 12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앙겔라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아 오는 아이를 또다시 뿌리치지는 않았다. 옆에서 조잘조잘 뭐라고 떠들어대는 아이가 귀엽기도 했고, 신경은 쓰이지만 이렇게 해서 제게 마음을 열어준다면 그것 또한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특정 환자에 대한 편애가 생겨선 안된다는 생각이 구석에 떠올랐지만 앙겔라는 애써 연민이라는감정으로 잡생각을 지웠다. 그녀는 꼭 하나를 낫게해주고 싶었다.


"아,하나. 아까 말한 치료 시간 잊으면 안 돼요. 네시에 치료실로 오면 돼요. 알죠?"
"그럼요~ 다 기억해요. 꼭 가야죠!"


아이는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로 어딘가 과장스럽게 대답했다. 그것은 다분히 이상한 태도였지만 당시에 앙겔라는 하나와 친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분이 좋았기에 그것을 이상히 여기지는 않았다.

앙겔라는 작고 동그란 머리통을 슥슥 쓰다듬으며 착해요, 하곤 웃었다. 아이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스쳤지만 앙겔라는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오후 4시, 하나가 치료실로 내려 오지 않자 그녀를 데리러 간 앙겔라를 반기는 것은 빈 특실 이었다. 나간지 한 두 시간은 된 듯, 병실은 이미 온기하나 없는 채였다.


"하나 양?"


대답없는 빈 병실에서, 앙겔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제게는 덜 하는 것 같지만 하나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에 대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한 아이였다. 당연히 치료를 재끼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였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점심 전 아이의 태도도 평소와 다른 묘하게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과장되게 대답한다던가, 눈을 피한다던지, 말을 돌린다든지. 그 때 눈치챘어야 했었다. 앙겔라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빈 방, 하나가 쓰는 침대 옆에 쓰레기통이 앙겔라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있는 정체모를 봉투가.

앙겔라는 무미 건조한 표정으로 다가가 쓰레기통을 헤집었다. 그 안에는 제가 며칠 전 처방해준 약 봉투들이 뜯기지도 않은 채 처박혀 있었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 꼼짝 할 수가 없었다. 앙겔라는 마른 세수를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도 요즈음 하나가 제 말을 잘 듣고, 밥도 잘 챙겨먹고, 하지 말라는 짓은 안하고- 조금은 아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다 착각이었나.


제가 오만했다. 바뀐 것은 없었다. 하나에게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나는 여전히 치료를 거부했고 무언가에 반항하고 있었다.
앙겔라는 붉어진 눈시울로 병실을 나섰다. 속이 상했다.

하나의 그 티끌한점 없는 그 해맑은 미소를 보면 눈물이 터져나올지도 몰랐다. 그것은 자만했던 자신에 대한 조소의 의미와 알지 못하는 그아이의 사정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으리라.

그 날, 앙겔라는 내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짬짬히 하나를 찾아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끝끝내 아이를 찾지 못했다.







하나는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즐겨찾는 옥상 간이 의자에 거의 드러눕듯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 쌀쌀한 것 같기도 하지만 날씨는 빌어먹게도 좋다.

병원복 위에 걸치고 있는 후드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곤, 하나는 멍하니 있었다. 손목시계는 네시 반을 훌쩍 넘긴 채였다.

하늘을 바라보자 저절로 저를 바라보는 부드러운쪽빛 눈동자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앙기쌤의 눈동자는 파란색인데, 바라보는 눈빛은 따듯한 느낌이야. 신기해. 백금발의 천사같은 의사 선생님을 떠올리자, 자연히 점심시간의 대화가 떠올랐다. 네, 라고 대답했는데. 거짓말 했어. 하나의 기분이 땅끝까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하나는 병실을 나서기 전 처방받은 약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주저했던 제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가족들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 저를 죽게 내버려 두라는. 어리고 약한 하나는 그 속에서 그런식의 의사표현 밖에는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우습게도 하나는 그 때, 화내고 속상해할 앙겔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상했다. 이렇게 치료를 재끼고, 도망가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했는데, 한번도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적 없었는데. 왜 그사람의 표정, 말투 하나에는 이렇게 동요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얼굴이 떠올라서 몇번이나 반항을 주저했었지.


"아, 짜증나...."


하나는 옥상에 굴러다니는 애꿋은 돌 부스러기만 발로 쳐댔다.



ㅡㅡㅡ
으음..쓴거 아까워서 그냥 올리긴 하는데....,
몇번씩 읽고 수정하긴 하는데 전개속도나 흐름같은게 자연스러운지는 모르겠다. 내꺼 내가 읽어서 그런듯. 본 사람 있으면 대충이라도피드백좀 주면 고맙겠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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