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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각인앱에서 작성

ㅇㅇ(182.212) 2019.03.15 03:37:37
조회 1456 추천 2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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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타입에도... 올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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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도 햇살 하나가 그녀의 시야를 비집고 들어왔다. 까닭없는 자연현상일 텐데, 누구인지 작은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에서 솟아올랐다. 잘근잘근 씹은 뒤 뱉어낸다. 더운 땀방울이 눈 사이로 흘러내린다.


중증이야.


그래, 중증이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거리를 바라봤다.

땀나올리만치 화창한 날씨였다. 그 흔한 바람 하나 없이, 구름은 애석하게도 저 멀리서 흘러갔다. 거리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만 같아서. 달리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앞서가는, 일렁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웅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점점 멀어진다. 말소리도 같이 작아진다. 어디까지고 쭉쭉 나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버릴 것처럼.

찬찬히 걸어가는 발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그녀를 따라가려면 어지간한 속도로는 부족할 테니까. 끝내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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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알람이, 지금이 아침이라는 걸 증명하듯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피곤이 짓누르는 몸을 휘청휘청 일으킨다. 잠결에 꾼 꿈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 지독한 두통으로 어질어질한 채 보이는 방 안에는 휴대전화 하나만이 진동으로 발발거리며 살아있다.

몇분이 지났을까. 상념에 달라붙은 정신을 다시금 알람이 일깨웠다. 손끝으로 조금은 과격하게 짓누른 화면이 다시금 검은색으로 가득 찼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미사키는 물기 하나 없는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반복한다.

그릇에 우유를 붓는다. 바삭한 시리얼을 한 움큼 집어 대충 던져넣는다. 좋아하는 아침은 물론 아니었다. 맛보다는, 가벼웠으니까. 수저로 시리얼을 입으로 가져와 씹는 동시에, 휴대전화로 얼굴을 살펴보고는 말썽이 난 곳을 확인한 뒤 재빨리 처리한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건 이런 것들 뿐이다. 변화는 없이, 곁가지들만이.

옷을 고르고, 입는 그 일련의 과정엔 어떠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 오늘은 날씨가 변덕을 부리지 않기를 바라며, 흘려내려는 양말을 잠시 내버려둔 채 그녀는 창문을 통해 막 떠오르려는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을 보고 싶었다.


태양, 태양.


츠루마키 코코로. 아니, 태양. 그래.


미사키는 자신의 손에서 힘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손아귀에 놓인 것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자, 그녀는 그제야 생각을 멈추곤 다른 생각을 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교복이 좋았는데.


학교로 갈 땐 옷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 그대로의 시답잖은 생각을 피워올리며,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의 잔재를 치워낸다. 미사키는 그 자신의 헝클어진 머릿결을 툭툭 쳐내며, 후드를 머리에 눌러썼다. 대충 책들을 쑤셔 넣은 가방을 어깨에 들쳐메고, 집 밖을 나섰다.

아침은 너무도 고요하다. 막 생동하기 시작한 전철은 두 부류의 사람으로 드문드문 자리를 채웠다. 얼굴이 벌게진 채,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알코올을 내버려둔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사람. 잠이 덜 깬 듯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 그녀는 후자였다. 평소에 그녀는 이어폰을 꽃은 채로노래를 듣는 걸 즐겼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그런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미사키는 그저 고개를 까닥이면서, 전철이 선로를 질주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그리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실없는 웃음을 내비친다. 두루뭉술한 상태로 멈춘다. 그녀는 언제까지고 답보하고 있었다.

학교로 걸어가던 미사키의 주머니 속에서 작은 음악이 울려 퍼진다. 멍하니 걷던 그녀가 화면을 살펴본다. 짧은 메시지가하나.


「오늘은 휴강입니다.」


"...아."


오늘의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수업 이었던 것이 사라졌다. 그녀는 어깨에 걸친, 쓸모없는 짐 덩어리가 더욱더 어깨를 짓누르는 걸 느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작은 불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사키는 투덜거리며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로 가져갔다.


"뭘 해야 한담."


특별히 학교에서 하는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텅 비어버린 시간표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마음도 텅 비어가는 기분이었다. 조금 떨어진 대학에서 그녀는 단지, 없는 듯 존재하는 완벽한 배경이었다.


미셸.


좀 전부터, 오늘은 잡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다. 평소엔 떠오르지 않았을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미사키는 문득, 집 구석 어딘가에 자빠져있을 곰 인형을 기억하곤 다시 서글퍼졌다. 미사키였고, 동시에 미셸이였던 보풀이 일어나고 여기저기 찢어진 거대한 핑크색 곰탈. 새록새록 부상하는 감정들과는 관계없이, 몸에 각인된 버릇은 하염없이 발을 움직였다. 목적지도 모르는 채 그저 방황하면서.

정처없이 떠돌다 도착한 갈림길, 두 길 사이에서 그녀는 약간 고민한다. 시간은 넉넉하다 못해 차고 흘러넘치는 상황이고, 오늘은 기분이 나빴으니까 바로 학교로 가기보다는 잠깐, 꽃구경이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 약간의 변덕. 평소 같았으면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어찌하여 인지 아까부터 이상한 마음이 든다. 봄바람 탓일까. 마음은 안정되지 않은 채 맥박소리만이 여실히 귓가에서 울려 퍼진다.


"벚꽃은 피어있을지 모르겠네."


별로 상관은 없었다. 그녀는 결국 다른 길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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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있는 벚꽃들을 보며 미사키는 너무 이른 시간에 왔다고 생각했다.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찬 바람만이 쌩쌩 들이닥친다. 어설프게 걸친 재킷 사이로 언 바람이 들어와,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로, 어깨를 긴장시키고 이빨을 덜덜 떨었다. 그 순간 바람에 아직 피지 못했던 벚꽃잎들이 우수수 뭉텅이로 추락한다. 떨어지는 벚꽃잎에, 애꿎게 주머니에서 놀던 손이 다가간다. 그 순간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벛꽃은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그녀는 뻗어 나갔던 손을 회수했다. 찬 바람이 할퀴고 지나가 화끈거렸다. 거리는 다시금 조용해진다.

그토록 바라왔던 침묵의 시간인데도, 어째서인지 마음 한켠이 더욱 허전해지는 것은 왜일까. 습관처럼 착용하던 이어폰이 없어서? 거리에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시간이라서?


정답은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알 수 없었나.

바라는것만은 명확했다. 그때부터. 당연하게도. 눈을 돌리고 있었을 뿐인데. 이제는 그것마저 힘이 들기 시작해서. 그녀의 입에서 의미 없는 한숨이 흘러내린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애써 다시금 기억의 잔재를 치워낸다. 너무 높아 손이 닿지도 않을 벚꽃들을 뒤로한 채로 미사키는 거리의 더 안쪽, 안쪽으로 향했다.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곳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그 꽃향기가 흘러나올수록. 미사키는 되리어 제 걸음걸이가 죽죽 끌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또 숨이 가빠진다는 걸 충분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채 가리지도 못한 얼굴은 이미 충분히 시려웠지만 동시에 터질 듯이 뜨거웠다. 그녀와 가까워진다는 거리감에, 그녀가 곧 그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게. 근거 없을판단이었으나 미사키는 확신하고 있었다. 코코로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허울 좋은 핑계였다. 미사키의 머릿속은 이미 넘칠 정도로 그녀로 그득했다. 꽃놀이 같은 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것들. 과거의 추억, 그 3월의 꽃놀이. 결국, 추억으로 남아버리지 못한 것들도. 너와의 기억들, 이제는 나 혼자만의 기억일지라도. 통증, 그리고 기대. 츠루마키 코코로. 너라는 아이를,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처음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를 떠올린다. 연락도 않고 4년간 사라졌던 그녀가 드디어 돌아왔다는 사실과, 또. 그 사실을 처음 안 사람이 나였으면 했던 작은 바람까지도. 둘 중 무엇이 먼저였을까. 무엇이든, 미사키는 그 소식에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단지 어색하게 웃으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기분을 감출 방법만을 고민하고 있었다. 질투심? 아니.

마음이 조각났던 시간도 이제는 몇 년이나 지나가 버렸는데. 지금에 와서야 그것도 괜찮다고,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참이었는데. 너라는 사람은, 희망이란 건 참 얄궂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웃는 얼굴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로. 창살이 쳐진 대문은 비현실적이게 거대하다. 그 옆의 인터폰에서 미사키는 멈춰 선다. 단절, 관계의 단절. 모두가 날 보며 맞춰 주려 하던 그 시간. 그녀에게는 그 대접들이 너무도 껄끄러웠다. 모두가 그녀와 자신을 보며 그렇게 생각해왔다는 게. 정작 코코로는. 아니. 아무것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박수도 손뼉이 닿아야 소리가 나는 법이었다. 그녀는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고,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보다. 결국 너로 인해 내가 변했다는 것이. 미사키는 그 자신이 코코로를 봤을 때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아니. 지금은 그저 도망가고 싶었다.

차라리.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죄 없는 손가락은 애꿎게 들어 올려지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어색하게 노는 손이 기껏 매만졌던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미사키. 잘 지냈니?"


미사키는 퍼뜩 고개를 돌리곤, 이미 열려있던 문을 열어 그 안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각한다. 방금까지 그녀를 잠식하고 있던 고민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짐작한다. 


"...반가워, 코코로."


각인된 그 미소를 다시 한번 눈에 들여오기 위해서, 미사키는 걸음을 ​하여금 더욱 빨라지도록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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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의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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