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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좀 진지한 분위기 나는 백합 보고 싶다 ㅠㅠ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17 21:11:21
조회 1294 추천 39 댓글 15
														

광고 차단 어플 깔았더니 오류 나서 써둔 거 다 날아감...



짧게 줄여서 쓰자면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가난하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던 연하가, 병약하던 모친이 병사한 뒤 그 병원비를 갚기 위해 밤낮 일하던 부친까지 잃은 거야.

이웃 임대 아파트에 살던 대학생 연상은 그런 연하의 처지를 알고 어릴 적부터 잘 돌봐줬었음. 연하가 눈치가 빠르고 예의범절이 발라서 돌보기 편한 아이였기도 했고.

연상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된 해, 연하는 부친까지 여의고 천애고아가 되고 말았어. 갈 곳이 없으니 시설에 가야만했지. 부모님 두 분이 다 고아라서 친척이 없었거든. 연상은 이웃으로서, 그리고 몇 년 동안이나 친하게 지냈던 옆집 언니로서 연하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이런저런 수소문을 통해서 시설도 괜찮고 평도 좋은 시설을 알아보았어.

장례식이 끝나자 임시 보호자를 자처했던 연상의 집으로 사회복지사가 찾아왔지. 연하는 초딩이었지만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었기에,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로 연상을 올려다 볼 뿐이었어. 가기 싫다고 떼 쓰거나 매달리기엔, 연상은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남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연상은 그런 연하에게 자주 찾아가겠다고, 외롭고 힘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어. 연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

연상은 주말마다 시설을 찾았어. 그리고 연하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안겨주었지. 연하는 선물보다는 연상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든 듯, 시종일관 시설에 찾아온 연상의 곁을 떠나지 않았어. 그럴 때마다 자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만, 사회생활이란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주말에 급한 일이 생겨서 출근도 하고, 회사 MT에도 끌려가고 하는 동안에 2주 연속으로 시설에 찾아가지 못한 날이었어. 그 다음주 주말에 들렸는데, 연하가 그날따라 유난히 연상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거야.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하는데, 원장이 연상에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어.

원장실에 들어선 연상에게 원장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연상이 자주 시설을 찾는 것이 연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어. 시설에 맡겨진, 달리 말하자면 버려진 아이들과 다르게 연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예쁜 언니가 있기 때문인지 시설 분위기에 녹아들지 않는다고.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연하를 시기하는 아이들이 연하를 따돌리거나 괴롭힌다고 말이야.

연상은 제 호의가 그런 식으로 부작용을 낳을지 몰랐기에 어쩔줄 몰라했지. 원장은 사람 좋은 얼굴로, 시설에서 잘 맡아서 보호할 테니 너무 걱정 말라며, 은근슬쩍 후원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연상은 그날부로 한 달에 10만원씩 후원을 하기로 했지.

그리고 연하에게는, 앞으로는 일이 바빠서 자주 못 올 것 같다며, 착하게 잘 있으면 나중에 보러 오겠다, 너무 힘들면 연락하라고서 제 휴대폰 번호를 연하의 손에 쥐어주었어. 연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한참이고 명함 모서리를 매만지기만 했지. 마음이 아팠지만, 연상이 더이상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저 연하가 시설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어.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랴, 새로 배우는 업무에 적응하랴, 휴일에는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부모님 집에도 들리고, 연상은 정신없이 바빴어. 가끔씩 연하에 대한 생각이 나긴 했지만, 제가 연락하는 게 연하에게 안 좋다는데 어떻게 해.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하고 살았지.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어느날, 연상은 TV에서 아동보호시설의 비리 실태와 학대에 대한 고발 뉴스를 보게 됐어. 익숙한 건물, 익숙한 풍경. 연하를 맡겼던 그 시설이었지.

한 사회복지사의 내부고발로 시작된 일은 생각보다 심각했어. 시설을 나서야 할 나이가 된 남자아이들을 열악한 회사로 보내며 뒷돈을 받거나, 여자아이들은 섬이나 촌으로 팔려가다시피 했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손찌검은 기본이요, 의자로 후려치기도 하고. CCTV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연상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어. 이런 곳인 줄도 모르고 연하를 보냈다니. 그래놓고는 1년 넘게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니. 연하가 의지할 만한 사람은 이제 저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아니,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시설에 맡기고 나서 반 년 동안, 시설을 찾아갈 때마다 연하의 몸이 점점 말라갔던 것도 같아. 언뜻 다쳐있었던 것 같기도 했었고. 그때는 시설에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랬나 싶었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괴롭힌다니까 그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심상치가 않아.

연상은 자기가 연하를 악의 소굴로 밀어넣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거야. 당장에 연하를 만나기 위해 시설로 찾아가려는데, 휴대폰이 울렸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주의지만 시기가 마음에 걸려 전화를 받자, 사회복지사라는 거야. 연하가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푹 꺼지는 느낌에 병원으로 달려갔지. 그리고 그곳에서 6인실 침대 위에서 웅크려 자고 있는 연하를 볼 수 있었어. 마침 곁에는 사회복지사가 있었지.

사회복지사는 보호자 연락처에 써져 있던 번호로 연락을 했던 거였어. 사회복지사는 연상에게 연하와 무슨 관계인지 물어본 후,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어. 시설에 있는 동안 연하를 마음에 들어한 여러 입양자가 있었지만 연하의 거부로 인해서 입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입양이 번번이 무산되자 입양을 보내고 뒷돈을 받을 예정이었던 원장이 불만을 품은 점, 시설을 떠날 마음이 들게 할 심산으로 머리가 굵은 아이 몇몇을 시켜 지속적으로 괴롭히게 했던 점, 나중에는 연하에게 손찌검까지 하며 학대했던 점 등등.

사회복지사는 안쓰러운 말투로, 이렇게까지 괴롭힘 당하면 아이들이 폭력을 피해서라도 입양을 선택하는데, 왜 연하가 이렇게까지 이 끔찍한 시설에 계속 붙어있었던 건지 모르겠다는 사견도 덧붙였지.

연상은 불현듯 1년도 전에 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 착하게 잘 있으면 나중에 보러 오겠다고 하자, 연하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사회복지사가 새로운 시설을 알아보겠다며 자리를 떠난 뒤, 연상은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병실로 돌아왔어. 그리고 잠에 든 와중에도 주먹을 꼭 쥔 연하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작은 주먹을 감싸쥐었지. 그러자 주먹 사이로 이물감이 느껴졌어. 조심스레 연하의 손을 펴보자, 그 안에는 네모로 접힌 작은 종이가 있었지.
연상의 명함이었어.




아;; 너무 길다;;;




아무튼 연상은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연하가 지방에 있는 시설로 보내진다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자기가 데리고 있기로 해.

1년 반 전의 해맑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져버린, 상처입고 다친 연하를 최소한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피기로 결심하지. 연하는 연상의 살뜰한 보살핌에 점점 기운을 차리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액장학금까지 받으며 명문대에 합격하지.

그렇게 연하가 스무살, 연상이 서른 두 살이 된 해에, 연상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연하는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지. 자기 때문에 청춘을 날려버린 연상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는 거야.
한달에 두어번씩, 연상과 만날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가 가진 감정을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연상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 그러기까지 보낸 시간이 1년.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에 한차례 방황하고 고뇌하면서 결국 제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1년.
사회인이 되어서 연상의 곁에 서고 싶다는 마음에 미친듯이 공부하고 알바하면서 틈틈이 연상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1년.

조기졸업을 앞두고 인턴이 정해져서 연상에게 알리자, 이제는 서른 다섯이 된 연상이 기뻐하는 자리에서 제 마음을 조심스레 고백하려는데, 연상이 말하는 거야. 자기도 기쁜 소식이 있다면서, 결혼 할 거라고.

연하가 드디어 자리 잡는 거 보니까 이제 자기도 마음이 놓인다며, 빙그레 웃는 연상을 바라보며 절망하는 연하쨩!




여기에서 고민 중인 게,

1. 연하쨩이 용기내서 고백하고 연상은 혼란스러워하고, 자기가 나이가 찼기 때문에 조급해서 결정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와중에 남자친구의 조바심으로 인해 다투고 여차저차해서 남친하고 헤어지고 연하쨩이랑 해피엔딩

2. 연하쨩은 차마 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축하한다며, 꼭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말해주고 눈물을 삼키는 거시애오. 그러다가 2년만에 이혼하고 상처 입은 연상을 연하가 위로하며 다가가는 걸로



뭐가 나을까.
일단 2번이 취향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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