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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가 메르시한테 매일 장난식으로 고백했으면 좋겠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83.98) 2019.03.18 05:44:17
조회 1544 추천 7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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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웹툰 아띠아띠 23화를 짤로 접하고 떠올라서 쓴 하나메르 썰.


메르시가 오버워치 기지 내에 있는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을 때면 어떻게 안건지 하나가 종종 찾아와서는 메르시의 곁에서 게임기를 톡톡거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메르시는 처음엔 홀로 연구하는 제가 심심할까봐 와있는건가 싶어 하나에게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 부드럽게 타일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하나는 맑게 웃으며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여기가 제일 편해요, 저는.”

그런 일이 반복되자 메르시도 이제는 하나의 존재에 적응이 되어 임무때문에 가끔씩 하나가 없을 때면 홀로 있는 조용한 연구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늘 쥐고 다니던 게임기는 보이질 않고 오히려 생뚱맞은 커피 두 잔을 들고 메르시의 연구실에 하나가 찾아왔다. 메르시는 항상 마시던 제 취향대로 준비된 커피를 맛보곤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왠지 가만히 저를 보고 있는 하나의 모습이 생소해 그저 묵묵히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그런 메르시의 생각을 눈치챈건지 하나도 가져온 커피를 들어 입에 갖다대 한 입 머금고는 메르시의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연구실에 내려앉은 침묵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쯤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이 특유의 밝은 목소리였다.

“좋아해요.”
“...”
“-박사님이 쓴 논문, 흥미롭더라구요.”

메르시는 들려온 하나의 목소리에 잠시 멍해졌는데, 곧바로 뒤이어 다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르시가 당황해할 틈도 없이 하나는 이만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는 다음날도 평소처럼 메르시를 찾아왔다. 어제와 같은 묘한 분위기같은 건 전혀 없이 다시금 게임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메르시는 하나가 정말로 제 논문에 관심이 있었던거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말의 의아함은 남아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에 메르시는 남아있던 의아함이 더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모의 훈련이 끝나고 난 후 목이 타 기지 내 자판기에서 뭐라도 마시려고 서있는 메르시에게 하나가 다가왔었다. 눈인사로 알은체를 한 후 메르시가 음료를 뽑을 동안 기다리던 하나는 저 또한 메르시가 고른 음료를 뽑고는 메르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해요.”
“네...?”
“...이거요. 저도 이 음료 좋아해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먼저 자리를 뜨는 하나의 모습에 메르시는 자판기가 윙윙 대며 돌아가는 조용한 복도에 남아 생각에 잠겼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제게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 메르시는 왠지 박자가 맞지않는 것 같은 제 심장이 그저 힘든 모의훈련때문일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쉽게 묻어두기 어려웠다. 이번엔 하나가 며칠동안 보이지 않았다. 그때문인지 메르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꾸 하나를 생각하곤 했다. 연구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메르시는 차라리 좀 쉬는 게 낫겠다 여기며 영웅 휴게실을 찾았다.

왁자지껄한 휴게실의 중심에는 메르시가 줄곧 생각하던 하나가 있었다. 메르시가 들어오는 걸 한번 힐끗 쳐다봤을 뿐 하나는 별다른 알은체도 하지 않고 다른 영웅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저를 무시하는 듯한 하나의 모습에 메르시는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불안감, 아니 질투심같은 게 자신을 감싸는 걸 느꼈다. 영웅들 몇명 사이를 비집고 하나와 마주할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간 메르시는 왠지 뾰루퉁해지는 기분에 팔짱을 끼고 하나를 바라보았다.

들려오는 대화는 루시우의 신곡에 대한 것이었다. 모두들 노래가 신나고 좋다며 한마디씩 거들 때쯤 하나는 메르시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았다. 그런 메르시를 하나는 똑바로 마주하고는 살짝 미소지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해요,”

마주한 메르시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메르시가 마치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열려고 했지만 선뜻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모습에 하나는 금새 평소와 같이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메르시에게서 눈을 돌렸다.

“루시우, 저 그 노래 진짜 좋아해요.”

이 날 이후 메르시는 하나가 제게 지독한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설마 정말 고백이냐고 묻기는 어려웠다. 그저 상황이 절묘했을 뿐이라고 손사레치는 하나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제는 메르시 자신이 하나가 신경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상의해보기로 했다. 메르시는 식당에서 파라와 함께 앉아 밥을 먹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파리하, 누가 장난을 지속적으로 칠 경우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요?”
“박사님께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 냥, 가정이에요. 그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가정.”

예상 외로 심각하게 되묻는 파라때문에 메르시는 서둘러 변명했다. 메르시의 말에 납득한건지 파라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고민하다가 차분히 말했다.

“그렇다면 똑같이 되돌려주는 건 어떠십니까, 박사님?”
“똑같이요?”
“네. 옛 법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말이 있었으니, 박사님이 크게 고민하실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같습니다.”

듣고보니 괜찮은 해결책같아 메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와 단 둘이 있을 상황을 잡아야했다.

다행히 메르시의 계획을 실현할 기회가 금새 생겼다. 하나가 평소처럼 메르시의 연구실에 찾아온 것이었다. 메르시는 현미경에 눈을 고정해놓았음에도 온 신경이 하나에게 쏠로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어쩐지 손에 땀이 배고 목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잠시 크게 호흡한 메르시는 현미경은 밀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서류를 뒤척이면서 힐끗 하나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평소처럼 게임에 집중한 듯한 모습이었다.

“무슨 게임해요, 하나?”

갑작스럽게 들린 메르시의 목소리때문에 놀라기라도 한건지 하나의 게임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GAME OVER!] 이라는 글자를 반짝였다.

“어머.. 미안해요. 나때문에 괜히...”
“아, 아니예요! 그냥 제가 멍하니 있어서 그런 거예요.”

당황한 듯 다급하게 말하는 하나의 모습에 메르시는 왠지 웃음이 났다. 싱그럽게 웃으며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파라의 조언이 떠올랐다. 지금이 그 기회였다. 메르시는 마치 실제로 고백하는 듯한 기분을 애써 모른 척하며 싱긋 웃는 얼굴로 하나에게 말했다.

“저도 좋아해요-”

메르시는 하나에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당황해하는 제 모습처럼 하나가 당황해하길 기대하며 한박자 느리게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메르시의 말에 하나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는가 싶더니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메르시에게 성큼 다가갔다. 또다시, 하나는 메르시가 당황해할 새도 없이 메르시를 덥석 껴안았다.. 그러곤 메르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는 숨도 안 쉬고 벅찬 감정을 뱉어내는 것이었다.

“좋아해요, 박사님.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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