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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토: "어떤 일이든 없었던 일이 된다고?"

쉐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21 01:22:47
조회 1029 추천 21 댓글 4
														





시라사기 치사토는 폭우 속에도 개인 스케줄을 마치고 급히 파스파레 연습실로 뛰어왔지만 꺼진 조명등과 차가운 공기

쾌쾌한 냄새가 안면을 스쳤다.

'... 평소라면 끝나진 않았을 텐데.'


낭패다. 뛰면서도 모두에게 간다는 문자를 보냈음에도 답이 없는 게 걸리긴 했었다.

멍하니 불 꺼진 연습실을 조금 걷다 보니 테이블에 이상한 버튼이 달린 구슬이 있었다.


(어떤 일이든 단 한 번 없었던 일이 됩니다.)


..아야가 이상한 유행에 휩쓸려 사둔 걸 두고 간 걸까. 분명 또 히나한테 한소리 듣고 심약해져서 덜컥 사버린 거네.

그 애는 노력하고, 그럼에도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데에 있는 게 장점인데 언제쯤 알아주는 걸까.

"후후"

아무리 알려줘도 모를 것 같은 게 아야지만 서도.



그러고 보면 내일은 4월 1일 만우절.

만약 내가 이 구슬을 사용하더라도 만우절이라고 얼버무린다면 되는 게 아닐까?

뭐 그럼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사용할 생각도 들고 갈 생각도 없다.


그 순간 쾅 하며 문이 열렸다.

"어라? 치사토짱? 와줬었구나! 미안해 답신 못해줘서.. 그게 있지.. 난 방금 나가고 있었는데 불이 켜졌길래 그래서 난.."


안절부절하며 또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 아야는 이번엔 뭐가 그리 미안한지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야가 답신을 안 해줘서 내가 허겁지겁 뛰어온 거나 마찬가지니 한 번은 놀려주도록 해볼까


"으응 연습 같은 걸 하러 온 게 아니야."


"에? 치사토짱?.."


한 발을 더 뻗어 단숨에 거리를 좁힌 나는, 왼손으로 아야의 턱을 매만졌다.

참고로 오른손은 뒤에서 구슬 위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느라 바쁘다.

"사귀어줄래 아야짱?"

"오늘은 꼭 둘이서 이 말이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된 참이야."

후후


그럼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으에..치사토쨩?.."


'얼레?'

"왜 그러니 아야?"


"여자가.. 좋은 거였어?.."

"그.. 여자랑 여자는 안된다고 할까.. 아! 그렇다고 아이돌 연애금지를 잊은 건 아니라!"



........................

....아앙?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아야쨩이라면


'치사토짱은 멋지니까 나 같은 거랑은..'

'그렇지만 나 같은 건 언제나 실수해버리고..'


이런 느낌의 분명 재밌는 반응을 볼 거라 생각했었는데..


후..


만우절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주자. 오늘은 쓸데없이 지치는 날이네.


"저기 아야, 실은.."

아 그게 있었지. 바보 같긴 하지만 일단 눌러봐서 손해는 없겠지.



콰광--

천둥번개가 한순간 번쩍였다.


"어라? 치사토짱? 와줬었구나! 미안해 답신 못해줘서.. 그게 있지.. 난 방금.. 그게.. 그.. 어.."

번개가 치더니 처음 아야가 대기실에 왔던 그 상태였다.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아야"


"에? 치사토짱? 저기 다른 멤버들도.. 어라?"


계단을 내려가 우산을 꺼낸다. 비가 그리 심하진 않으니 걸어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어 다시 관찰한다.

흐응...


휴대전화 목록의 카오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아아 치사토- 드문 우연이구나, 나와 함께 정원을 거느리자고 권유할 줄이야."

"그냥 방과 후의 운동장이잖니.. 할 말이 있어서 오늘은."

"아아.. 어쩜 이리 덧없는가... 핫! 설마하니 치사토 군이 나와 평생을 함께 할.."

더 듣자 하니 짜증 나고 얼른 얘기해버리자.

"그 말 대로야 카오루."


손을 맞잡아 들어가 팔을 겹쳐 얼굴을 그대로 가까이 댔다.

..어쩔 수 없이 올려다보느라 순간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목이 빳빳해졌지만.


"나와 평생을 함께해 주겠어? 카오짱?"

해 질 녘이 보이는 방과 후였기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탁 트인 곳이라도 고백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후, 후후..... 그대의 마음은 기쁘기 그지없으나"


"하아?!!"


"후.. 후후.......................

....치~짱?"


"얼른 백마라도 꺼내서 청혼을 받으란 말이야!"


"...... 아아.. 덧없구나, 가련한 장미처럼 한 송이처럼 떨어져 이윽고 져버릴 운명.. 셰익스피어는 말했지...아.."

카오루는 얼굴이 빨개져서 눈동자가 핑핑 돌고 있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하아.. 얼른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얘기해 버리자.

..역시 그 이전에 버튼을.

에잇.



"꺄아악-"

"후에엥"

털썩하고 부딪혀있었다.. 커튼이 쳐진 교실인가. 제법 공들여졌는걸..


"치사토짱!"

"카논.."

일어서려 하는데 다리가 포개진 채로 넘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넘어져 버렸다.

후.. 나도 참 이런 애 같은 일을 계속한다니. 그나저나 이 구슬은 대체 뭐람? 부딪혔다가, 주위만 바뀌었다가.

..그렇지만 어쨌든 어두운 곳에서 카논과 둘인가.


"카논은 이 시간에 교실에서 뭐하고 있었어?"

"방금 가는 애가 프린트가 떨어져 있어서 주워서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 애를 놓쳐버려서.."

"... 카논 답네...."

"미, 미안해.."


방금까지 겪은 소란들이나 평생분의 흑역사를 만들어 버린 탓에 지쳐버렸지만 카논과 있는 것만으로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카논..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







"후에에에에에 치.. 치사토짱이 나를?.."

"응 카논, 너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어."

카논은 눈길을 이쪽으로 주지 않더니 그대로 일어나 달려가 버렸다.


재미없는걸.. 한 명한테조차 제대로 된 대답을 못 듣다니.

어제 주은 구슬을 꺼내들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카논이 돌아왔다.


"하아... 치.. 치사토짱!"


"카논!"



"하아.."

카논은 숨은 이미 차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도 한 번 더 크게 내쉬었다.

"야채빵 줄 테니 저한테 떨어져 주세요!"


..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튀.. 튀김 빵도 줄 테니까!..에.. 그.. 치사토.. 짱?"

눈물이 흐르고는 멈출 줄을 몰라 턱 끝까지 맺혔지만 치사토는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


"에? 아 그...치사토쨩 울지마..치사토쨩.."


치사토를 제외한 파스파레 기획 아래 만우절 몰래카메라는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치사토. 파스파레의 멤버만으로 해보려 했으나 히나는

'분명 전에 치사토쨩이랑 카논짱이 뭔가 애달프고 평소랑은 다른게 룽하고 왔어!'

라며 카논을 마지막에 섭외한 것이 제대로 적중했던 것이다.





"짜안---만우절 몰래카메라 대 성공!!"

하며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히나가 나타났다.


"잠깐 히나쨩!!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잖아!"

"치사토쨩..그.. 울고 있었고.."

아야는 눈치를 보며 치사토를 보고 있었다.


후훗

"아하하하하"


"에? 치사토짱?..

..다행이다 기운을 차려서."


"아야짱은 몰랐던 거야? 치사토짱은 이미 알고 있었을걸."


"에?

에에에에에에 언제부터?? 응? 치사토짱!"


"후후 처음부터야 아야."


"처음이라면?.."


정말 눈치채지 못했던걸까..

"번개가 치자마자 문 앞에 서있던건 잘했지만 대사도 다 잊어버렸잖니."

"아야짱이 거기서 들켜버린 바람에 우리한텐 고백받을 기회도 사라졌다고"

"뭐, 성공했어도 자신은 아마 받지 못했을 테지만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넘어 사랑하는 마음.. 이것도 무사도! 인 거네요!"

"으우.. 모두들 미안해 나 때문에 제대로 된 고백을 못 받게 해서.."


또 풀이 죽어선 뭘 사과하고 있는 거니 아야..

흐응..


"치사토쨩 미안해? 아무리 대본이라도 심하게 대해서.."

"카논.. 나도 연기였어. 뭐, 난 대본은 없었지만."

"그랬던 거야? 치사토짱은 역시 대단하네!"

...설마 파스파레 멤버 이외에도 가담한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그럼 모두들 돌아갈까."

"치사토쨩 치사토쨩."

"왜 그러니 히나쨩?"


"그렇지만 치사토짱은 왜 굳이 아야한테 고백을 했던 거야?"

"만우절 거짓말인 게 당연하잖니."

"흐음.. 구슬 설명엔 '어떤 일이든' 이라고만 쓰여있었는데.. 치사토짱이 좀 더 룽하고 오는 걸 아야쨩한테 해줬으면 했는걸."

"치..치사토쨩! 사실 같은 여자라던가 난 신경 안 써! 아 그렇지만 아이돌 연애 금지인 걸 잊은 게 아니라!"

아야가 허둥거리며 말했다.



"정말.. 고백은 전부 장난이었어. 당연하잖니."

"에에에 시시해.."

"치사토쨩 돌아가기 전에 같이..."

.......................




뭐, 나도 만우절이니까 마지막엔 거짓말 한두 개쯤 해두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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