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376794?recommend=1&page=4#comment_box


“멍청하긴, 누가 대쉬를 그렇게 해?”
“...흥, 어려보인단 말 듣는 거 싫어할 줄 제가 알았겠어요?”
“앙겔라 당신이 한 건 칭찬이 아니라 눈치없는 잔소리였다고. 설마 그 둘의 차이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하여간, 공부만 한 것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차가운 말투로 비꼬며 묻는 아멜리덕분에 앙겔라는 뾰로퉁한 표정으로 눈 앞의 아이스커피를 휘저을 뿐이었다. 달그락거리며 까만 커피가 투명한 얼음을 덮고 흐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앙겔라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앙겔라가 정말 심각하게 풀죽은 듯해 보이자 아멜리는 그녀의 세심한 마음상태에 속으로 혀를 차고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뭐, 같이 나가던데. 잘 된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첫인상이 나쁜 게 신경쓰인다구요. 그 애는 정말-”
“-당신 이상형이라고? 알아, 안다고. 벌써 몇번이나 말했잖아.”

살짝 질린다는 듯 대꾸하던 아멜리는 여전히 한숨을 쉬고있는 눈앞의 앙겔라를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카페 조명 불에도 혼자 고고히 빛나보이는 모습이 어쩐지 처연해보이기까지 한 느낌에 아멜리는 아이가 제게 꼭 비밀로 해달라고 했던 일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 그 아이가 날 찾아왔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바보같을만큼 순하던 눈빛이 아이를 언급하자 단숨에 단단해진다. 마치 연적을 대하는 듯한-그럴만하긴 했지만- 태도에 아멜리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없어. 당신때문에 온 거니까.”
“저...때문이라구요?”
“그래. 어떻게 안 건진 몰라도 당신이랑 내가 짜고 친 걸 들킨 모양이었는데 그걸 확인하려고 왔더라고.”
“아.”

제 뒷공작이 들켜버렸다니, 앙겔라는 새어나오는 수치심과 민망함에 결국 마른세수를 하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며칠 전 두번째 데이트 때 하나가 아멜리 얘기를 몇 번 꺼내더니 무언가 알고 있다는 눈치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었다.

멍하니 생각에 빠진 앙겔라를 보고있던 아멜리는 하나가 저를 찾아온 날을 생각했다. 사실 아이는 단순히 앙겔라의 어설픈 대쉬작전을 확인하려고 아멜리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게 경고를 하려고 한 것이었다.

꽤나 자신만만한 모습의 아이는 클럽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저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슬슬 아멜리의 심기가 불편해질 때쯤 하나가 입을 열었다.

“처음엔 좀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어서요.”
“뭘 말하려는거지?”
“앙겔라, 좋아하죠? 친구를 도와주겠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친구가 찍은 상대에게 스킨십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질투라도 유발하려고 한 거라면 몰라도.
아이는 맑은 눈동자로 시치미떼듯 어깨까지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분명 단호함이 있었다.

“...그래. 웃긴 짓이었지.”
“그럼,”
“걱정마. 이젠 그렇지 않으니까.”

쓴웃음을 지으며 아멜리는 대답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아멜리가 순순히 제 감정을 인정하자 하나는 설핏 당황했지만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아멜리가 선수를 쳤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난 어린 애 좋아하는 사람한텐 관심없거든.”

아멜리는 하나와의 대화를 떠올리곤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제 말에 잠시 살짝 씩씩거리던 하나는 이유가 어찌되었든 자신이 아멜리 당신을 찾아온 건 절대로 앙겔라에게 말하지 말라고 대꾸하며 사라졌었다. 그런 하나의 모습과 이제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손에 묻고있는 앙겔라의 모습을 보니 아멜리는 제 입가에 떠오르려하는 씁쓸한 미소를 꾹 눌러 참아야했다.

“참 바보같은 커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