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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제목 안지은 소설 1 (스압주의)앱에서 작성

쳐박혀서겜만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28 18:41:21
조회 552 추천 17 댓글 2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점심 시간, 난 내 절친, 아니, 관계로만 따지자면 '혈육'에 가까울 정도로 친한 소연이에게만 그 말을 했다.
"이야~ 드디어 하나가 솔로를 탈출하는구나~ 장하다~ 그래서, 누군데?"
하나는 자랑스러운 듯 말한 뒤 날 빤히 쳐다보았다.
"어... 그게... 누구냐면..."
난 섯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면 난...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건 중2때쯤, 계기랄 것도 못 느낀 채 어느 순간 '아, 난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시나브로, 하지만 그런 걸 애들 앞에서 말했다간 한순간에 왕따가 되고 마는 건 시간 문제이기에 숨기고    있었지만, 이제 소연이에게만은 말해야 할 것 같다.
소연이는 원래 친구가 적은 나에게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절친인데, 서로의 부모님 때부터 알고 지내셔서 약간 가족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소연이랑은 둘이서 못 해본 것도 많이 없고 약간 성격이나 잘 하는 분야가 상반되기도 하지만 그걸 또 서로 매꿔주기에 지금까지 이런 절친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어... 그게 누구냐면... 2학년에..."
본론으로 돌아와서 좋아하는 대상을 밝히려고 하는데,
"2학년? 여기 2학년 말이지? 2학년에 솔로면서 괜찮은 남자 없는데."
소연이는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전제로 추리를 하고 있다. 아, 참고로 나와 달리 소연이는 친화력이 좋아서 여기 고1중에선 소연이를 모르는 사람도, 소연이가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2학년 전교 부회장 있잖아... 그 언니.
미안, 이젠 말해야 할 거 같아. 나, 여자를 좋아해."
나의 충격 고백을 들은 소연이는 한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갈 곳 잃은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아이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하나가 레즈라니~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다니깐~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긴, 그 부회장 좋아 보이더라. 반할 만도 하지."
소연이는 잠시 놀라더니 그것도 잠시, 원래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마웠다. 소연이는 항상 이렇다. 숨기고픈 사실을 말해도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사실 그래서 소연이에게만 이 사실을 말한 거지만,
아무튼 소연이는 뭔가 궁금했는지,
"하나야, 어... 음... 아니야. 아무래도 이건 괜한 말일 거야."
소연이는 뭔가 물어볼려다가 좀 아닌 듯 캔슬했다. 뭐,  들으나마나 그런 거겠지. '언제 레즈가 된 거야?'
"딱 봐도 그거네, '언제 레즈가 된 거야?' 맞지?"
말을 꺼내 보자, 소연이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어... 어떻게 알았어?"
"당연한 거 아냐? 그런 상황에 그런 말이면 당연한 거지. 됬고, '언제 레즈가 된 거냐'라..."
잠시 눈을 감아본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뭐, 그냥. 서서히. 어느 순간에 딱 느낀 게 아니라."
대충 얼버무리자 소연이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저 멍 때리고 있을 때, 예비종이 울리자, 소연이가 일어나면서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하나야. 오늘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같이 공부할래? 우리가 같이 공부한 지도 꽤 됬잖아."
생각해 보니 그렇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 소연이는  매번 자기 집에서 나랑 같이 공부를 했었는데, 이제 바로 다음주가 중간고사니까 오랜만에 같이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럼 내가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문제집 가지고 네 집으로 갈게. 앗, 수업 시작하겠다. 빨리 가자."
그렇게 합의하고 나와 소연이는 각자 반으로 돌아갔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보니, 거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글씨가 써져 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이 화이트보드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우리 가족의 소통을 위해 설치싼 것으로, 예를 들어 안내장에 서명이 필요하면 '서명 해주세요'라고 글씨와 함께 안내장을 붙혀 놓으면 그 다음날 아침에 서명되어 있는 그런 시스템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응원의 말이 쓰여져 있어 서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기특한 물건이다.
'우리딸 오늘도 힘내, 미안하고 또 사랑한다.'
매일같이 쓰여져 있는 글씨였지만 매일같이 글씨체가 달라져 있었다. 그만큼 날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저도 사랑해요, 언제나 힘내세요.'
전에 써져있던 말을 지우고 오랜만에 화이트보드에 말을 써넣었다. 옷을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에코백에 문제집을 챙겨 집을 나서 소연이네 집으로 내려갔다. 소연이네 집이랑 우리 집은 각각 같은 아파트 건물 12층과 17층이여서 보통 등하교 때도 같이 가지만, 오늘은 사정이 있었는지 따로 집으로 갔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방금 도착했는지 아직 교복 차림인 소연이가 문을 열고 맞아줬다.
"어, 들어와~ 지금은 아무도 안 계셔. 엄마는 오늘 회식이고, 아빠는 야근이라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사실을 말해 주면서 날 안으로 들인 소연이에게 내가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같이 못 온 거야? 무슨 사정이라도 있었던 거야?"
옷을 갈아입던 소연이는 그 물음에 친절하게 답했다.
"아, 오늘 내가 청소 당번이었거든. 그래서 그래. 미안, 같이 못 가줘서"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상관없다. 왜 그랬는지만 알면 됬었으니깐.
"아니 뭐 미안해할 것 까지야... 됐고, 공부나 하자. 내가 여기 온 목적이니깐."
내가 그렇게만 말한 뒤 우린
'이건 어떻게 푸는 거야?'와
'어, 이건 말이지.'같은 말 빼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으며 공부를 했다.
약 1시간 후,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방에 들어가려는데, 소연이가 약간 지쳤었는지 잠시 쉬면서 가위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가위를 벌려 연결부위를 맞대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언젠간... 하나도... 이렇게 하겠지..."
"어? 그게 뭔 뜻이야?"
궁금한 내가 물어보자, 소연이는 황급히 당황하면서 가위를 숨기면서 말했다.
"아, 이거. 너도 언젠간 취직해서 사무직으로 갈 꺼라고, 가위가 종이 같은 거 자르는 데 쓰이잖아."
당황한 소연이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직 그 말이 그렇게 당황할 정도까진 아닌 것 같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그 후 1~2시간쯤 지나자, 소연이가 앓는 소릴 하기 시작했다.
"더는 못하겠어... 배도 고프다... 잠시만 쉬었다 하자..."
하긴, 나도 배도 고프긴 하다. 잠시 뭘 좀 먹고 쉬는 게 공부를 더 잘 되게 할지도 모르니 잠시 쉬기로 했다.
"내가 알아서 해 올테니 하나는 그냥 앉아서 쉬고 계세요~ 알았죠?"
소연이가 주방으로 나가자, 난 소연이의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작년 11월 말에 기말고사 준비하면서 마지막으로 소연이네 방에 들어간 이후 처음 보는 소연이의 방인데, 방은 별 변화가 없어 보였다. 뭐랄까, 소연이다운 방이랄까, 딱 그런 말이 어울렸다. 어쨌든 멍때리고 있는사이, 요리가 다 됬는지 소연이가 날 불렀다.
식탁 위에 있는 요리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잘먹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우리는 파스타를 먹어댔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2인분 분량의 파스타를 먹은 우리는 소연이가 꺼낸 바게트빵에 남은 소스를 찍어 먹으며 식탁에 남아 있었다.
"소연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 말을 들은 소연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야 뭐, 언제나 있지. 그렇지만 문제가 좀 있네."
오랜만에 소연이답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
"문제라니? 뭔 문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문제는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걔를 사랑하는 거 같다는 거지, 말하자면 '연적'이랄까, 뭐, 언젠간 쟁취해 내야지."
"그래, 사랑은 얻어내는 거지. 잘 해봐. 응원해줄게."
내가 조언을 해주자, 소연이는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만 보면 내가 널 응원해주고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네가 날 응원해준다고? 귀엽네, 그래도 뭐, 말은 고마위."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방금 소연이의 말은 그저 친근함과 애정을 표현한 것 일뿐, 업신여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너가 부회장 좀 알아볼 수 있을까? 난 알다시피 정보력이 좀 딸리잖아."
내가 좋아하는 선배한테 고백하기 위해선 소연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연이도 그걸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 나만 믿어!"
소연이는 믿음직스럽게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고마워. 이제 가볼게."
난 그렇게 말하고서 소연이네 방으로 가서 문제집을 챙겼다.
"가보게? 잘가. 시험 잘 보고."
소연이는 현관까지 날 배웅해줬다.
"응. 너도 시험 잘봐. 바이."
소연이의 집에서 나와서 우리 집으로 가니, 계속 밝게 빛나던 소연이네 집과는 달리 짙은 어둠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난 거실에 불을 켜 놓고 내 방에서 공부를 한다. 깜깜하면 외롭고 또 무서우니깐, 공부를 마치고 난 혼자 침대에 눕는다. 나 말곤 아무도 없는 집.
3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었다.


또 시간은 흘러 7월 중순. 방학식 날이었다.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소연이랑 같이 공부하면서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넘어갔고, 방학식 날이라 모처럼 빨리 끝나 소연이랑 같이 영화도 보면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화이트보드에 예전과는 다른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오늘 아빠 올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니? 할 말이 있단다.'
보통은 화이트보드로 소통했는데 얼굴을 맞대고 말하는 거면 좀 중요한 일이려니 생각하면서 TV를 켰다.
TV를 보다가 야식 좀 챙겨먹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오전 1시가 되었고, 10분쯤 지나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누워 반쯤 자고 있던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현관 앞으로 달려갔다.
"아빠!"
난 어린 아이처럼 아빠에게 달려가 안겼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빠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하나 너에게 말해줄 게 있단다. 그 전에 잠시 옷만 좀 갈아입고 올게."
그 말에는 뭐랄까, 왜인지 모를 미안함과 슬픔이 밑에 깔려 있는것 같았다.
3분뒤, 옷을 갈아입은 아빠는 나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잠시의 침묵은 아빠가 먼저 깼다.
"하아... 하나 너에게 이제 말해 줘야 겠구나. 사실 아빠가... 직장이 부도났어... 그것도 벌써 6개월 전의 일이지... 그렇지만 하나 네가 들으면 상처입을까봐 야근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계속 바깥에서 막일을 했단다... 그리고 엄마도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계속 병원에 있어..."
그렇게 말하는 아빠는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우린 하나 너한테 걸림돌만 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아무래도 이젠 소연이네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아."
한순간 뇌내의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소연이네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아' 란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연이네 양녀로 하나 널 보내야 할 것 같아. 이미 소연이네랑 엄마한테는 말해놨고 서류같은 것도 다 해놨어. 아무래도 이 못난 부모님보단 소연이네가 하나 너한텐 더 좋을 거야... 미안하다..."
뜻밖의 말이었다. 그저 소연이네 집에서 잠시 동안만 사는 건줄 알았는데, 양녀라니. 다시한번 내 사고가 정지했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자렴. 내일 아침에 소연이네로 가자."
그 말에 계속 참고 있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3년 넘게 이렇게 살아오면서도 계속 참아왔던 눈물이. 아빠가 그런 날 살며시 끌어안자, 더욱 눈물이 터져나왔고, 아빠도 울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울고 아빠를 바라봤을 때, 아빠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울지 마요, 아빠. 나, 잘 살아갈게. 그리고 아빠, 늘 기억할게. 그러니깐... 울지 마요."
그리곤 다시 나와 아빠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다음날, 난 아빠와 함께 소연이네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캐리어 두 개랑 캐리어 안에 미처 못 들어간 옷가지를 가지고,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고, 안에는 소연이 네 아버지, 소연이네 어머니, 소연이 순으로 서 있었다.
"어, 어서오세요, 하나도. 아버님은 저랑 제 집사람이랑 이야기 좀... 아, 소연아.넌 하나 좀 부탁할게."
소연이네 아버지는 우릴 맞아주면서 아버지를 자신의 방으로 인도했고, 소연이는 날 자기의 방으로 이끌었다.
"자, 여기가 내 방이자 네 방. 어때?
난 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침대는 2층 침대로 바뀌어졌는데, 소연이가 2층을 쓰는 건지 1층의 매트리스에는 이불이나 배게는 없었다. 그 외에도 책상이나 옷장 또한 하나씩 늘어나서 방이 약간 좁아진 듯한 느낌.
"감회가 남다르시겠어, 어때? 제2의 집이 이제 제1의 집이 된 기분은? 또 우리 둘이 자매가 된 소감은?"
그 말에 내 반쯤 나간 정신이 돌아왔다.
"아... '자매'라... 그렇네, 지금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네..."
"정확하게는 '의붓자매'지만, 뭐, 상관 없잖아? 짐이나 풀자."
또 잠시 나가있던 정신을 소연이가 붙잡아줬다. 옷가지를 옷장에 넣고, 문제집이며 필기도구를 책상에 두고 잠시 침대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빠와 소연이네 부모님이 계시던 방의 문이 열렸다.
나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내 뇌가 날 나가보도록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나가보니, 아빠가 현관을 나서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빠한테 달려가 안겼다. 그저 지금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잠시 동안 안기고, 아빠는 나에게서 떨어졌다. 이제... 진짜 갈 때가 된 것이다. 아빠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뒤 문을 닫자, 그제서야 눈물이 똑, 떨어졌다.
"어... 하나야... 잠시 나 좀 볼까?"
아저씨가 날 불렀다. 아저씨의 방으로 들어가자, 아저씨가 날 앉으라고 눈짓했다.
"어... 하나야, 이렇게 된 게 유감이긴 하지만... 하나 아빠도 어쩔 수 없었을 꺼야. 그저 이렇게 했던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말을 들었는데도 그다지 슬프지 않다. 왜일까. 눈물은 이미 많이 쏟았기 때문일까. 아무튼 아저씨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듯 말한다.
"그래도 이제 이렇게 됬으니깐. 잘 살아 봐야지. 아빠가 더 슬퍼하지 않게. 기운 내."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소연이네 엄마도 첨언했다.
"그래, 우리가 널 직접 낳진 않았어도, 이젠 하나 너도 우리 딸이야. 소연이도 너가 와서 참 기쁘대."
그 말을 들으니깐, 마음이 놓인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 끝에 말을 꺼낸다.
"네, 저도 힘낼께요. '아버지', '어머니'."
내 말을 들은 소연이네 부모님, 이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잠시 놀라시더니 날 꼭 안아 주셨다.
어젯밤과 같은 포옹. 그러나 그 때가 절망과 슬픔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사랑 때문이리라.
어느샌가 소연이도 방 안으로 들어와 날 감싸줬다.
한참 뒤, 아버지가 나에게서 점차 떨어지시며 말씀하셨다.
"어... 그런데 우린 이제 가야할 것 같네...? 안 그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눈짓과 손짓을 하며 말하셨다.
그 신호를 받은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러네, 우리도 이제 출근시간이라서,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 다녀올게"
부모님은 옷을 갈아입으시고 곧바로 현관앞에 다다라서 우리를 돌아보셨다.
"그럼, 다녀올게. 딸'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초연하게.
"하나야, 소연이좀 잘 챙겨줘. 알았지? 다녀올게."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조심스럽고 친절하게.
그 말씀을 마치시고 두 분은 나가셨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소연이였다.
"자~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그렇게 푸념하듯, 아님 회고하듯 말한 것에, 난 미소를 조금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난 눈을 감았다. 지난 날의 아픔은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내가 소연이네의 딸이 된 지도 어연 2개월. 이제는 이 삶이 익숙해져갔다. 아침에 일어나도 아무도 없던 그때였지만,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 소연이에 일찍 일어나면 어머니까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이미 소확행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행복에 겨워 하나 잊어버린 게 있었는데, 사랑이었다.
가족으로의 사랑이 아닌, 연인 사이의 사랑. 5월달 소연이에게 의뢰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소연이한테서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
"어... 하나야? 아무래도 그 부회장은... 애인이 있는 것 같다...?"
"야. 그건 빨리 말해 줬어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연이도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나도 그건 이제야 알았단 말야! 난 무죄라고!"
"네, 무죄시겠네요."
내가 그렇게 빈정거렸지만 부회장의 그 '애인'은 누구인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여자는 아냐. 꿈 깨."
산타가 우리 아빠라는 걸 알 때만큼 충격이 컸다. (그때만 해도 아빠는 한가로웠다.) 일단 부회장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전제를 의심도 안 한 내 잘못이긴 하다만, 충격이 너무 컸다.
제대로 충격을 받아 수업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 종례시간까지 아무 생각 없이 보내고 학교 문을 나서려는 찰나, 문자가 하나 왔다.
"학교 옥상으로 와봐. 할 말이 있어"
'발신자 정보 없음'. 그냥 무시하고 나갈려는데, 문자가 한 통 더 왔다.
"중요해."
그제서야 난 뭔가 중요함을 깨닫고 발걸음을 되돌려 옥상으로 달려갔다. 만 마디 장식하는 말보다 한 마디 팩트가 중요한 법이니깐.
끼익. 상스러운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그 문 너머에는 소연이가 등을 돌려서 있었다.
"나야. 정말로, 하나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소연이는 몸을 돌려 말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난, 하나 네가 좋아."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그저 우정이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소연이의 다음 말은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우정'같은 게 아냐. '사랑'이야. 너한테 느끼는 감정.
처음엔... 그저 친구인 줄로만 알았어. 그런데, 시간이  가니깐, 달라지더라. 너가 점차... 사랑스러워졌어."
하지만... 지금 우린... 가족이다. 사랑을 꿈꿀 순 없는. 하지만 소연이는 내 생각을 또 읽은 듯 말했다.
"그래. 누구는 말하겠지. '여자 둘이서 사랑을 하면 안된다고.'라고. 또 누구는 말하겠지. '그래도 너흰 가족이고, 자매라고.'라고. 그런데,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소연이는 이제 울먹이면서 말하고 있었다.
"사랑하면... 사랑한다면 다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고 소연이는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사랑해."
난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잠시 이전까지의 고정관념이 생각났지만, 소연이의 말이 옳다. 사랑하면, 다 되는 거다. 그런 거다.
난 왜 가질 수 없는 부회장을 사랑했던 걸까, 이 지근거리에 누구보다 날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사랑해."
그렇게 말하고 나도 소연이를 꼭 끌어안았다.
한참 뒤, 우리는 잠시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껏 붉어진 우리의 얼굴.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맞대고 탐닉하...려고 했으나, 소연이는 내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아직이야. 지금은 손만 잡아주면 안 될까?"
싱긋 웃으며 말하는 소연이완 달리, 난 창피함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중얼거렸다.
"으... 그냥 키스해주지..."
하지만 그걸 못 들은 소연이는 이미 내 손을 잡고 이끌고 있었다.
내 손을 잡고 한 발자국 앞서가는 소연이는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날 사랑스럽다고 느낀 소연이를. 나도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날 이끄는 소연이에게 몸을 맡겼다.
"그런데 왜 옥상으로 부른 거야?"
곰곰히 생각해도 소연이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어서 질문해봤다. 그럴 것이, 그냥 방에서 문만 닫고 고백해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 사실 방에서 고백해도 되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안 나는걸?"
소연이는 어설픈 연기톤으로 약간 볼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저 그런 이유였다는 것에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소연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고 나니, 소연이는 내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때도 옆자리에 앉아서 몸을 서로 밀착시키거나, 공부를 할 때도 쓸데없이 붙어서 몸을 만져대거나, 심지어 목욕을 할 때도 들어와서 같이 욕조에서 씻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해서 왜 그러냐고 씻는 중에 물어봤더니.
"우린... 애인이잖아. 안 그래? 싫어?"
소연이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아니... 싫은 건 아니고... 엄마가 알면 위험하니깐 그렇지..."
라고 얼버무릴수 밖에 없었다.(얼떨결에 좋아한다는 걸 인정했지만, 넘어가자.)
목욕을 마치고 시간이 꽤 되서 잘려고 침대에 눕자, 소연이가 불을 끄고 나한테 다가와서 속삭였다.
"생각해보니 아까 키스 안 한건 좀 미안했네. 잘자."
그저 그렇게 속삭인 말에. 난 늦게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토요일. 난 늦게도록 잠을 이루지 못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는데, 주방에는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니신지 어머니가 커피를 끓이고 계셨다.
"어, 일어났어? 좀 퀭해 보이네. 찬물 한 컵 마셔."
어머니 말씀대로 찬물을 한컵 따라 마시니, 조금은 정신이 돌아왔다. 잠시 식탁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데, 소연이도 일어나서 주방으로 왔다.
"좋은 아침~ 하나는 좀 피곤해 보이네, 뭔 일 있어?"
내가 잠을 못 자게 한 원인 제공자는 그게 자신 때문인지는 상상도 못하는 듯 했다. '너가 어제 그런 말 해서 그런 거잖아!'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지금은 어머니도 계시기에 그저 쏘아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잠시 뒤, 어머니는 우리 둘에게 따뜻한 녹차를 끓여 주셨다. 한 모금 마시니 그제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하아..."
피곤했던 몸이 풀어지고 있었다.
"난 더 잘래."
소연이는 팔자 좋게 더 자겠다고 했고, 어머니는 그저 말없이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맥없이 식탁에 앉아있는 날 지나쳐가던 소연이는 '사랑해'라고 작게 속삭였고, 그 당황스러운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간 소연이를 빤히 쳐다보는 이유가 뭔지는 나조차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이거 앞부분만 올려놨었는데 보충해서 다시 올림.
제목좀 지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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