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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ㅇㅇ(182.212) 2019.04.01 23:47:44
조회 1046 추천 1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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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하십시오 과자교실




첫 번째 로스팅


-

설탕이 졸아들며 내는 타는듯한 단 향기가 당신에게서부터 흘러나온다. 거기서부터 나는 당신과의 남은 시간을 계산한다. 원두를 준비할시간, 커피를 탈 시간, 더해 지금 녹아드는 시럽을 넣고 그 손으로 휘휘 저을때까지. 나를 위해 준비해주는 그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끼면서도, 언제까지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굳게 다문 입술이 내 이름을 부를때. 그때가 오기를 바라면서 나는 열심인 그녀를 그렇게 바라본다. 열중인 사람은 멋지다. 이 당연한 사실을 왜 이때까지 몰랐던가. 아니, 아마도 뒤의것이 더 중요한것일지도 모른다. 열중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내게 열중인 모습이.


내게.


열기가 풍겨온다. 때아닌 온도에 얼굴이 발갛게 변한다. 인지하고 있지않던 사실 하나가 뒤늦게 가슴에 날아와 꽃힌다.


"츠구미씨?"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던걸 당신은 눈치챘던가. 당신의 그 에메랄드빛 눈동자에서부터 시선이 천천히 내려온다.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질끈 묶어 하나로 길게 늘어트린 그 목덜미는 꽤나 야하다. 내게 이런면이 있던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 사요씨를 만나고 더욱 빈번해졌다고 자신은 생각한다. 그녀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개를 치켜드는 자신도 몰랐던, 그 자신의 꽤나 음습한 부분들이. 그러니 더욱 사요씨에게는 이런 부분을 들키기 싫다. 아무리 우리가 연인 사이라지만... 방금 들었던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자. 생각은 행동으로 곧 실천된다. 이리저리. 시선이 왔다갔다 움직인다. 갈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당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커피가루가 간혈적으로 묻은 그 얼굴이 사뭇 귀엽다.


"네?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끝나신거에요?"


"곧, 끝날것 같아요. 커피는 처음 만들어봤는데 꽤나... 어렵군요. 쿠키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당신은 커피를 만들고 싶다며 내게 부탁을 했더랬다. 쿠키에 이어서. 처음에는 다른 뜻이 있나 했지만, 지금까지 사요씨는 그저 커피를 만드는데 열중이였다. 지금이 세 번째 잔이였다. 그런 고지식한 부분도. 올곧은 당신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맞아요, 쿠키와는 다른 느낌이죠. 그래도 앞선 두번도 꽤 잘하시던걸요. 곧 익숙해지실거에요."

익숙해진다, 시간이 지난다. 나의 카페에서. 다른 곳이 아닌. 그 속에 담겨있는 뼈를 사요씨는 눈치채고 있을까. 몰랐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도 난 그녀와의 대화에서 자꾸 다른 뜻이 담긴 말을 툭툭 내뱉곤한다. 제 마음이 둘로 찢어져 제각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있는것만 같았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것마냥. 허나 두 마음의 목적지는 모두 그녀일것이였다. 나도 당신과 같이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시큰거리는 가슴에 손을 들어 어루만진다. 상처는 없었다.


"하자와씨에게는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전할수밖에없네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요... 참."


"아, 아니에요. 저도 사요씨에겐 언제나 감사한걸요!"


"...이런 얘기는 너무 많이 나눈것같죠. 저희?"


그녀는 멋쩍게 웃는다. 서로 칭찬을 한계까지 나누다가, 결국 한명이 부끄러운채로 나가 떨어지는 익숙한 그림이다. 당신의 그 웃음은 너무나 귀여워서, 간혹 나는 되도않는 칭찬을 지어내 그녀에게 퍼붓곤 했더랬다. 그런 잡념.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잔이 다가왔다. 당신은 앞치마를 두른채로, 뒤쪽에서 커피잔을 건네온다. 느껴지는 존재감이 거대하다.


"부탁하셨던 블랙커피에요, 평가해 주시겠어요?"


"아, 네네. 이리로."


"뜨거우니까, 조심."


곧 잔으로 잡았던 내 손은 그녀에 의해서 떼어네지고, 뒤에서부터 들어온 당신의 손에 나는 흡사 안겨버린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커피가 뜨거웠던걸까, 당신에게 안겨버린 내 손이 뜨거웠던걸까. 아니면 이렇게 세차게 뛰고 있는 내 심장이. 순간 세계가 멈춘다. 나를 감싸던 온기는 바람처럼 날아가버린다. 문득 다시 느끼는 공기가 차갑다.


"...아, 죄송합니다. 츠구미씨."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다시."


"아, 네."


익숙하지 않았던 스킨십의 여운을 잠재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사요씨에게서 건네받은 커피를 바라본다. 바로 입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먼저 냄새를 맡아본다. 첫 번째는 맹맹하니 아무 냄새도 없었다. 두 번째엔 물이 너무 부족해서 향이 너무 강했더랬다. 들어마시는 숨결이 한번. 커피향내가 가득히 머리속을 채운다. 달콤하고, 때로는 씁슬한. 계속 맡아왔던 익숙한 향기. 당신의 손이 닿았을. 꽤나 잘 만든 커피다. 남은 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쳐본다. 생각을 정리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나와는 뭔가가 다른것같기도 하고.'


같은 재료에 같은 기계를 사용했는데도 뭔가가 다르다. 지켜보지 않은새에 다른거를 넣으셨을 가능성도 있으니. 물어보자. 처음부터 필요한 재료들은 종이에 적어두었다만, 아직 그녀는 가게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하니까. 실수로라도.


"혹시 사요씨, 다른 재료를 사용하셨다던가? 뭔가가 다른것 같아서요."


"네? 그런건 아닙니다만..."


"음, 제 착각이였나봐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채 잔을 잡고 천천히 들이킨다. 당신이 걱정했던것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그 온기가 적당하게 배어있다. 손길이 느껴진다. 그 열심이 느껴진다. 그 커피는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목넘김이 편하다.


"...오늘 만드셨던 것들중 최고에요."


"그, 그정도인가요?"


"네, 빈 말이 아니에요."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은 꽤 진귀하다. 이런 모습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보여주고 있을까. 아니였으면 좋겠어. 독점욕, 아니... 아니.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당연하다면 당연한게 아닌가.


"저기, 하자와씨. 잠시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한참 무언가를 뒤적거리곤, 손수건을 하나 들어올려 내 입술로 가져온다. 약하게 스쳐지나가는 천의 감촉에 입술이 예민해졌다. 금세 붉게 물든다.


"잠깐, 뭐가 묻어서요."

그리고 당신은 웃음 짓는다. 커피에 들어있던건, 당신의 마음이였구나. 아아, 역시. 당신은 사랑스럽다. 


"사요씨, 뭐가 하나 더 묻을것만 같은데요."


그저 나는 웃음짓는다. 당신의 눈꼬리가 휘어지고, 우리는 이내 가까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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