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노조미는 고개를 들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붉게 물든 볼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스피커를 터트릴 기세로 뮤즈 시절 솔로곡을 두 옥타브나 높여 열창한 게 자신이 아닌 술이라는 녀석이란 걸 이제 막 자각하는 중이었다. 우으, 페이스 조절 완전 실패. 양볼을 감싸 쥐자 그제야 얼굴이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느껴졌다.

바로 방으로 돌아가는 건 절대 무리. 그렇게 판단한 노조미는 화장실을 나서자 출구로 향했다. 아, 이참에 먼저 계산해둘까. 모임을 주선한 건 호노카였고 처음 만난 식당에서의 비용 역시 에리에게 선수를 빼앗긴 탓에 최연장자로서 나름의 부담을 느끼는 중이었다. 어차피 시간도 늦었고 다들 지친 것처럼 보였으니 더는 음료를 시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저, 9번 방 계산해주시겠어요?"

살짝 꼬인 혀로 힘겹게 또박또박 말을 건넸으나 이미 계산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리치, 이 가스나가 또? 아님 우미쨩이나 마키쨩? 그것도 아니라면-

"...아, 뭐야. 노조미잖아."

노래방 문을 열고 나선 노조미를 맞이한 건 벽에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문 니코였다. 살짝 놀란듯한 눈치더니 이내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담배 연기를 내뿜어냈다. 아직 다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벽에 쓱쓱 비비더니 멀찌감치 꽁초를 던져버렸다.

"니코치는 상냥하구마."

니코의 허리가 벽에 튕기듯 휘어졌다가 이내 곧게 펴졌다. 담배 냄새가 밴다며 노조미에게 떨어지라고 손짓하고는 입이 심심한지 껌을 하나 입에 집어넣었다. 푸우- 딱. 이따금 니코가 풍선을 불었다 터뜨리는 소리. 조금 떨어진 도로에서 간혹 신경질적인 클락센 소리가 어둠을 찢고 울려 퍼졌다. 방음이 좋지 않은 것인지, 건물 안에서는 몇 곡의 노래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들숨과 날숨. 침묵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잡음이 섞여 있었지만 노조미와 니코의 눈빛은 서로 묶인 채 정적을 맞았다. 어색함의 경계에서 니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술 깨려고 나온 거지? 추우니까 적당히 들어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긴 뒤 지나쳐가려는 니코의 팔을 노조미가 붙잡았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돌아본 니코에게 노조미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담배... 피워도 괜찮으니까, 좀만 더 있으면 안 되긋나?"

잠시 황당하다는 듯 노조미를 바라보던 니코였으나 이내 헛웃음과 함께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라이터를 꺼내 몇 번 만지작거렸으나 결국 담배는 꺼내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니코의 시선에 노조미는 술에 취해 볼이 빨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니콧치, 손 시렵데이."

"그러니까, 춥다고 말했잖아. 들어갈래?"

작지만 단호하게 노조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장갑이라도 가져다줘? 역시 거절의 의사가 뒤따랐다. 난감하다는 표정의 니코를 지켜보던 노조미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그 작은 입술이 오물거렸다.

니콧치 손, 따뜻하니까... 들릴 듯 말 듯한 말소리와 함께 노조미가 양손으로 니코의 소매를 가볍게 쥐었다.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가 눈을 위로 굴려 눈을 마주치는 노조미에게 니코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노, 농담이레이. 내, 취한 거 같구마."

응, 그렇네.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린 니코의 대답에 노조미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 순간 니코의 반대쪽 손이 노조미의 두 손을 낚아챘다.

"너, 취하면 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거, 여전해?"

노조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은 니코에 의해 틀어막혔다. 알싸한 담배 맛이 혀끝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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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직히 노조니코는 메이저다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