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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치사 - 2앱에서 작성

ㅇㅇ(182.212) 2019.04.17 01:06:57
조회 1062 추천 2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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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 초의 교실은 적당히 소란스럽다. 1년을 함께하며 같이 학년을 올라온 친구들과 아예 새로보는 얼굴들이 데면데면 섞여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이다. 미사키의 경우엔 후자라고 할수 있겠다.

그녀는 이 반에 아는 얼굴이라곤 한명. 그마저 스쳐지나가는식으로 밖에 몇번 만나지 않았던 아직은 조금 불편하다고 할수 있을 한명으로. 그 대상이 된 그녀는 지금 막 불만족스러운 눈을 한껏 치켜뜨며 교실 문을 밀고 들어오는 중이였다. 분풀이 대상을 찾는것일까. 아쉽게 됐네, 이 반엔 토야마씨가 없는데. 푸후훗. 웃음소리가 마음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러자 그 눈동자가 자신을 향한다. 큰 소리는 나지 않게, 하지만 충분히 무게실린 걸음소리가 쿵. 쿵 하며 미사키를 향해 다가온다. 약간 난감하다, 오늘은 그녀의 푸념거리를 들어줄수 없는데. 제 코가 석 자였다. 미사키는 아리사가 충분히 그녀에게 다가오기 전에 삐져나갔던 다리를 책상으로 넣고 문제집을 펼쳤다. 씩씩거리던 이치가야씨는 결국 문밖으로 다시 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을지 예상은 된다. 또 사랑싸움의 일종이겠지. 학교에선 이미 유명한 조합이였다. 아마도 이치가야씨 그녀만이 모를. 그 사실을 떠올리자 약간은 가라앉은 기분이 풀어지는 기분이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잊을수 있게.

미사키는 제 책상에 펼쳐진 깨끗한 수학 문제집을 바라봤다. 검은건 글자요 하얀쪽은 종이였으니, 아침에 문제집을 호기롭게 꺼냈던 자신감에 비하면 꽤나 비참한 진행률이였다. 다만 변명할 거리가 미사키에게도 하나쯤은 있었다.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났을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하나의 중대한 변수가. 미사키는 찝찝한 기분으로 아침의 일을 다시 떠올려본다.


-


"안녕, 미사키."


그녀는 언제나처럼 우아했고 동시에 갑작스러웠다. 미사키가 교문을 넘자마자 옆에서 그녀를 향해 다가왔던 점도, 또 미사키가 그녀를 불편해할거란 사실을 알고있었을테도 - 이부분은 자신의 상상이였지만, 자신은 평소에도 꽤나 불편한 티를 냈으니 대강 그럴것이라 미사키는 생각했다 - 그렇게 갑작스럽게 말을 걸었다는 점도. 그러니 아마, 미사키의 행동은 정당방위였고 치사토 그녀에게도 조금의 잘못은 있을것이다.


...아마도.


"...에, 에. 프에취익!"


목구멍을 넘어가던 숨이 역류해 콧속으로 들어온다. 미사키는 그 자신의 필사적인 의지와 상관없이 입안에 잔류하던 타액이 자신의 전방을 향해 날아가는것을 직감한다. 이경우에는, 치사토가 그 피해자였다. 미사키는 자신이 보게될 그 끔찍한 재앙을 잠시나마 피하기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모여진 시선을 애써 무시한채. 그렇게 영겁같던 시간이 흘러가고 그녀는 힘껏 감았던 눈을 조금씩 떴다.


"...음, 감기에 걸렸었니? 기침이 꽤... 거센 편이구나, 미사키는."


"아, 아뇨... 죄송해요 선배!"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간후에도 치사토는 멀쩡했다. 겉모습은. 과장이 아닌, 정말로 아무일 없는 그녀의 얼굴과 언뜻 주머니에 다 들어가지 못한 축축한 손수건이 시야에서 교차한다. 저것이 연예인인가. 미사키는 작은 경외감을 느낀다.
다만 당장이라도 폭발할것같은 불안감에 미사키는 동시에 한쪽 발을 약간 멀리 뺐다. 치사토가 한두 차례 숨을 고르는동안 미사키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이였으나, 그 머리속에선 한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런데, 왜 나를? 


갑자기 난 큰 소리, 2학년들은 잘 볼수 없었던 3학년 연예인 선배. 이미 학생들은 흔치 않은 그녀의 등장에 삼삼오오 모여 미사키의 주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왜 '시라사기 치사토' 라는 꽤 유명한 연예인이 미사키를 찾아왔는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 아니 망상들이 제멋대로 그들에게서부터 답해진다. 


사실, 저 미사키가 그 츠루마키 코코로랑 마츠바라 선배한테 양다리를 걸쳤대.

사실, 저 미사키가 그 두명 말고도 세타 선배한테까지 세 다리를 걸쳤다는데?

사실, 저 미사키가 그 세명 말고도... 


들리는 헛소문은 사뭇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뭔... 내 이미지가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진건데?'


미사키는 그 평가에 낙담한다. 꽤나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자부까지 할수 있건만. 아니, 내가 무슨짓을 했다고! 그 억울함과 상관없이 모여진 시야는 아직도 미사키를 시시각각 압박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먼저 치사토 선배에게 목적을 묻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무슨 이상한 소문들이 더 날지 몰라.


"...그런데, 왜 저를 부르신거에요 선배?"


"아, 여기는 사람이 많네. 잠시만... 음. 방과후에 잠깐, 시간있어?"


"방과후라면... 있기야 한데..."


"그럼 됐어, 내가 너희 반쪽으로 갈게. 2-A 였나?"


"네,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말이 끊긴다. 미사키는 입을 다물었다.


"이따 봐. 미사키."


치사토는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본후 미사키에게 미소짓고는 그 우아한 걸음걸이로 걸음을 학교쪽으로 다시 옮겼다. 미사키는 어색하게 한손을 들어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 그녀에게 손을 삐걱거리면서 흔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 자리에 남은건 미사키와 치사토를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뿐이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 약간 떨어져있던 사람들이 미사키에게 질문하기위해 점점 다가오는걸 느끼자 미사키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자고 재빨리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미사키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온다. 미사키는 그것에 당황하지 않았다.


"야. 너 치사토 선배랑 무슨 사이-"


"미안나먼저갈게나중에봐요모두들!"


"...빠르네."


반사적으로 말을 밷은 미사키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려나갔다. 평소에 미셸로 활동하며 운동을 했던게 이렇게 고마운적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이거였다. 잠깐의 유예일뿐. 미사키는 오늘 그녀가 교실에서 받을 질문들을 상상하면서 다시 한번 절망했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최고의 아침이였다... 정말로.


-


"그래서, 오늘 이렇게 오쿠사와씨가 너덜너덜한 이유는 치사토 선배 때문이다... 이 말이지?"


"그래... 그래서 오늘은 이치가야씨의 푸념, 못들어준다는거야."


씩씩거리며 교실을 나갔던 그녀는 기어코 미사키에게로 돌아왔더랬다. 


'이치가야씨는 친구가 없는것일까?'


미사키는 그녀가 들었더라면 역정을 낼만한 생각을 하면서 아리사가 질문을 하는것에 대답했다. 모두의 질문세례도 끝나 미사키를 둘러쌌던 사람들은 이미 흥미를 잃고 떨어져나간채였다. 정말 대답할게 없었으니까. 단순히 아는 사이인데, 무슨 가십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사키가 그녀들의 흥미를 충족시켜줄수 있겠는가. 미사키는 이제 막 자유를 되찾은 셈이였다. 


오늘 하루가 정말로 그녀에게 힘들었다는 말이다.


"뭐... 그렇게 바빴다면야. 사실 별 얘기도 아니였으니까."


'별 얘기 아니면 그냥 혼자 있지, 굳이 나한테 올 이유가 있냔 말이야.'

마찬가지로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래... 그럼 혼자 있게 좀 가주라. 이치가야씨. 나 진짜 힘들어."


죽을 소리를 내는 미사키에게 아리사는 약간의 동정을 품었다. 그야말로 약간의 동정. 그 목표가 자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리사에게도 치사토는 껄끄러운 존재였으니까. 동시에,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어지는 미사키에게 그녀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근데, 그럼 다음 교시가 끝나면 여기로 그 선배가 온다는거 아니야? 그렇게 있어도 괜찮아?"


"어, 어? 아. 아아아아아아...."


이번에야말로 미사키는 창백해졌다. 아리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한 그녀에게 명복을 빌었다. 


"아까 선배한테 시간, 없다고 할걸 그랬나..."


"선배, 오쿠사와씨 한테 그 정도로 말할정도면 꽤 중요한 일 아니야? 내 생각엔 그냥 지금 끝내는게 좋을것같은데."


아리사의 답변은 냉철했으나 그녀가 느끼기에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이였다. 미사키는 느껴지는 서슬푸른 날카로움에 목덜미를 더듬거렸다... 상상속의 단두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 교시는 어떻게 지나갔을지 모를정도로 빨랐다. 미사키는 두 손아귀가 축축해지는것을 느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착 적당하게 가라앉은 기분이였다. 이번에 만나면 적어도 재채기는 하지 않겠지. 그게 물론 자랑은, 아니였지만... 위안은 되었다. 그런게 잠시일까. 또각또각 하는 구두의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고 미사키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침에도 한번 봤던, 환한 금발이 시야에 잡힌다. 선배다. 다행인 점은, 아침과는 달리 학생들이 모두 집에 갔다는것 정도일까. 아침처럼 시끄럽지는 않을테니.


"오셨어요?"


"아, 응. 기다렸구나. 조금 늦게 끝나서, 미안해."


아뇨, 저한테는 지금이 더 좋아요. 또다시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건 사양이니까. 미사키는 말을 숨과 함께 삼킨다. 그리고 질문한다.


"아까도 물어본거긴 하지만요... 갑자기 선배가 저를 왜 부르신거에요? 저는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맞아, 나도 아니라고 생각해."


웃는 모습이 저렇게 예쁜건 반칙이다. 분명 차가운 말일텐데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는다. 침을 꼴깍 삼킨다. 마른 입안이 텁텁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손이 꿈틀거리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그럼, 굳이 그렇게 부르실 이유가...?"


"그러게, 그건 내가 미안.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좀 멍청했네."


"아, 네."


인정하는데 무슨 말을 할수 있단 말인가. 조금 처연해보이기까지한 그녀의 얼굴에 미사키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매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였다. 그것을 쓰는 방법도. 그녀가 불편한것과는 별개로 쓴 소리를 한번은 해주겠다고 다짐했건만.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음... 그래서,"


"미사키, 괜찮다면 내 연기의 상대역이 되주지 않겠어?"


치사토의 말은 미사키의 말 사이를 교묘하게 찔러들어왔다. 그래서 미사키는 몇번인지 모를 숨을 다시 한번 깊게 삼켰고, 바람빠진 소리가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네... 예헤에?" 


자신이 생각해봐도 얼빠진 소리였다. 굉장하게도.



-



"왜, 카오루 씨가 아니라?"


가장 처음 든 의문은 그것이였다. 왜?


하나사키가와의 치사토 선배와 하네카와의 카오루 씨가 가까운 사이라는것은 굳이 자신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따지고 들어가면 치사토는 그 소문을 탐탁잖아 하는것 같았지만.

연기에 대해 무지한 자신보다는 이미 연극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오루 선배가 훨씬 더 그런 제안에 걸맞은게 아닌가? 떠오르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이미 준비한듯이 치사토가 곧바로 대답한다.


"카오루, 카오루... 저번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를 말하는거겠지? 이 경우에는. 맞아, 카오루에게 부탁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겠지만. 이번엔 아니야. 미사키. 카오루는 안돼. 경우가 다르니까."


그렇게까지 단언하니 미사키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다만, 이유라도 듣고 싶었다. 왜 하필 나야?


"저는 연기같은건 하나도 모르는걸요. 카오루선배가 아니라면 굳이 저를 콕 집어 이런 얘기를 할 이유라도 있는건가요?"


"이유가 있어야해?"


"그건... 아니지만요. 최소한의 근거라도 있어야 제가 납득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근거, 그렇구나. 음..."


치사토는 잠시간 고민한다. 사색에 잠긴 그 모습마저 화보의 한 장면같다. 어디선가 한 줄기 후광이 비치는듯하다. 립글로즈라도 발랐는지 붉은 입술이 열린다. 어디선가 꽃 향내가 풍겨오는것 같아 미사키는 몸을 떨었다. 사는 세계가 다르다.


"미셸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네 모습을 내가 봤으니까. 연기라면 충분히 경험이 있는것아냐?"


"예에... 그렇다면 그렇네요. 그래도 그것으로는 카오루 씨랑 제가 비교될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탈을 쓰고 미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것. 따지고보면 미사키에겐 익숙한 경험 그 자체였다. 치사토의 말대로. 그것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된다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녀의 자주색 눈이 약간 찌푸려진다. 이렇게까지 할거라곤 예상하지 못한건가. 그와 다르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 할수 없을정도로 나긋나긋헤서, 미사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사키?"


"...네?"


"네 말대로 우린 그런 사이잖니? 이 정도 부탁도 어려운걸까?"


"아, 아하하하... 그건 아니지만요."


"때가 되면 알려줄수 있을거야. 응, 그래. 너한테도 부담이 되거나 손해가 될 제안은 아닐테고."


무척 부담이 됩니다만. 선을 넘었다가 세차게 얻어맞은것마냥 머리가 얼얼했다. 저 선배는 어떻게든 자신을 파트너로 써먹을 심산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떠올릴만한 생각은 아니였지만, 미사키는 그 자신이 아둔한 곰과 같다고 느꼈다. 그럼 내 앞의 선배는?


...여우?


잡념이 끊긴다. 다시 한번 그녀의 입이 열린다.


"그럼 진지하게 생각해주는걸로 알고 있을게. 고마워. 미사키."


"...조심히 들어가세요, 선배."


"아, 시간나면 우리 집으로 한번 오지 않을래?"


"...예?"


"부담스럽다면, 오지 않아도 좋지만."


이건 무조건 자신의 집에 한번 오라는 소리였다. 미사키는 거의 확신했다.


"아뇨, 아뇨... 갈게요. 네. 선배가 괜찮다면야."


"응, 고마워. 미사키는 착한 아이구나."


치사토는 그것으로 할 이야기는 끝났다는듯 배웅하는 미사키의 말을 뒤로 한채로 몸을 돌려 그녀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녀에게 대화의 마지막이란 언제나 한껏 입꼬리를 올린 미소인걸까. 미사키는 오늘만 두번째인 치사토의 미소를 보고는 터덜터덜 계단을 향했다. 진짜 웃는것 같지는 않은데. 입맛이 썼다. 탄산이 마시고 싶었다...


미사키는 계단을 내려가던중 긴장이 갑자기 풀려 기어코 계단을 한번 굴렀다. 정말이지 미치도록 환상적인 하루였다. 

-----

댓글고맙습니다

포스타입에도 같이 올리니까 시간나면 마음한번 박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속물이라 눈에 보이는 반응이 미치도록 좋아요

미사치사 같이먹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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