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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치사 - 4

ㅇㅇ(182.212) 2019.04.21 00:25:29
조회 806 추천 22 댓글 6
														

토요일 잘보내세요


---


"기분좋아, 미사키?"


"아, 읏... 좋아요, 치사토씨. 더."


"그렇게 좋았어? 내 손가락 말이야."


"네... 좋아요. 정말로. 좋았어요."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치사토의 방에서 미사키는 연달아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아니.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당장의 일에 집중하자. 그래, 치사토씨의 손가락이다. 미사키는 신경을 집중한다. 몸 안을 파고드는 느낌에 허리가 절로 올라갔다. 치사토는 그런 미사키를 보곤, 짓궂게 웃더니 그 손을 더욱 밀착시켰다. 곧 미사키의 몸이 연달아 튕겼다. 달빛이 비춰 방안이 언뜻 밝아진다. 치사토는 교복을 반쯤 벗은 차림이였고, 그 속살엔 그저 검기만한 속옷이 있었다. 자신의 속옷이였다. 미사키는 어쩐지 드는 위화감에 얼굴을 찌푸렸다. 


"어때?"


"네, 네?"


"이런 꿈이나 꾸고 말이야, 나. 정말 최악이구나... 그런 생각. 들지 않아?" 그녀가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뭐?"


그 순간 미사키는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으로 젖은지 오래인 베게가 기분나빴다. 미사키는 달싹이던 입을 다물고는 두 손으로 배게를 들어 얼굴을 파묻고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꽤나 정확한 형태로 나타난 꿈이였다. 그러니까, 개꿈. 


-


그날 밤 오쿠사와 미사키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


싫다. 내 손가락이 기어코 당신덕분에 축축해진것도. 몸 곳곳이 도장을 찍은듯이 뜨겁게 부어오른것도. 얼굴이 터질듯 붉어진것도. 입술을 잘게 짓이겨도 당신을 향한 목소리가 나오고 마는것이. 숨결이, 마음이 묶여서. 눈을 감을때마다 방금 보았던 치사토씨의 얼굴이 떠오르는게. 그러니까 이건 선배 탓이에요. 알겠죠.

'꿈에서까지 나왔으니까...'

원망? 모르겠다. 미사키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친다.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수백번은 외쳤더랬다. 씹은 밑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혀를 살짝 내보내 핥는다. 쓴맛이 올라와 헛구역질을 하고싶었다. 그 대신 미사키는 손안에 쥔 이불보를 더욱 강하게 잡았다.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첨단이 얕게 솟아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잡은그곳에 신경이 집중된다. 속옷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지나가며 스친 균열이 물기에 젖어있었다. 손길 하나 하나에 온몸이 오소소 달아오르는것이 마치 오늘의 그 일을 떠오르게 해, 미사키는 더 이상 그녀를 생각지 않기위해 그 행위에 더욱 집중했다. 귓볼이 뜨거웠다. 그 말을 기억한다. 미사키는 몇번째인지도 모를 신음을 삼켰다... 마음이 차갑게 식는다. 크게 진동하는 몸과는 다르게.


'두번째. 내가 오늘 치사토씨를 떠올린 횟수.'


미사키는 축축한 손가락으로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겼다. 피부에 닿는 물기가 기분나빴다. 손을 몇번 휘휘 흔든다. 그녀는 곧 흐트러져있던 옷가지를 챙겨입곤, 창문을 열어 불어드는 바람에 몸을 세우곤 그 차가움을 느낀다. 충동적인 일이였다. 이미 이기적인 마음을 몇번이고 이렇게 풀었더랬다. 익숙했지만, 다만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모두 자신이 꼬인 탓이였으니까. 다음에 치사토씨의 얼굴을 마주할때 어떡하지, 미사키는 제 몸에 쌓인 열기의 잔재를 털어내며 다음 주 화요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방안이 뜨거웠다. 아니면 자신의 몸이. 지친다. 미사키는 떨리는 아랫바와 다리를 무시하고 화장실로 걸음을 비척비척 옮겼다. 씻어내려야 할것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


대본에서 시선이 떨어졌다. 반응이 없잖아. 치사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미사키를 발견한다. 치사토는 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본다. 샴푸의 향내가 퍼진다. 미사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고개를 흔드는것을 멈추곤 그런 미사키를 가만히 바라보기로 했다. 그래, 언제까지 그럴수 있을까. 계속 해봐. 작게 팔짱을 낀다. 1분정도 흘렀을까. 문득 미사키가 꿈에서 깨어난 것 처럼 몸을 크게 흔들더니 다시 치사토를 바라본다. 갑자기 눈을 크게뜨고 약간 몸을 떨더니, 잽싸게 고개를 약간 돌려 옆눈으로 치사토를 바라본다.


"어..."


"집중이 안돼?"


"네?"


"딴 생각하고 있었잖아, 미사키. 방금 말이야."


"아. 아니에요."


습관처럼 내뱉은 거짓말에 순간 치사토의 얼굴이 약간 딱딱해진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매가 가느다라진다. 고개를 젓느라 그녀의 얼굴을 피한 미사키는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아냐, 아직은. 언제그랬냐는듯이 다시 치사토는 옅은 미소를 짓는다. 


"네가 그렇다면야."


생각보다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소속사도 곧 작품을 찍은 자신을 배려하는것인지 파스파레 활동은 점점이 잡혀있었고, 그 이유로 치사토는 꽤나 편하게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상대역을 제외하면. 오늘 만난 미사키는 자신을 보자마자 질색을 하며 얼굴을 돌렸고, 자신의 집으로 오기까지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꼭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끙끙 거리는게 어디 아픈가 싶어 미사키에 물어봤건만, 그때마다 그녀의 바보같은 후배는 괜찮다는 말만을 반복하고는 다시 다 죽어가는것같은 걸음걸이로 치사토를 천천히 따라오는것이였다. 오늘의 미사키는 확실히 이상했다. 아직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치사토가 보기에도. 기껏 좁혀놓았던 거리가 두배쯤은 멀어진 느낌.


'무슨 죄지은것도 아니고, 얼굴을 볼때마다 그러면 이유없이 미안해지잖아.'


생각보다 어수룩한 아이였다. 아니, 확신할수 있어?


아직은. 아직은 아니지. 당연히.


치사토는 마음속으로 작게 투덜거렸다. 얼굴의 미소는 지우지 않은채로. 다시 미사키에게 말을 건낸다. 치사토에겐 익숙한 일이였다.


-


"일단, 내가 생각한 캐릭터를 연기해볼테니까. 그걸 봐줄수 있어?"


아뇨, 못볼거같은데요. 미사키는 침을 삼킨다. 결국 화요일은 오고야 만것이였다. 그 얼굴을 볼때마다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는 꿈이 생각나버려서, 미사키는 온갖 방법으로 오늘의 치사토를 피하고 있었다. 저 대본을 가르키고 있는 손가락도. 언제까지 이럴순 없다. 미사키는 고개를 저었다. 엄한 생각들이 떨어져나가길 빌며. 조금은 효과가 있는것 같았다. 치사토를 똑바로 쳐다본다.


"분명, 약간 소심한 성격이라는 느낌이였죠... 대사도 별로 없었고."


"그래, 그래서 몸짓으로 표현하는게 많을것같은데... 많은걸 바라는건 아니고. 그냥 네가 봤을때 어떤지만 간단하게 말해줘. 넌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것도 알고 있으니까."


치사토가 대본을 잠시 바라보더니, 눈을 감고 미사키에게 대본을 넘긴다.


"10초만 세줘, 동그라미 쳐둔 씬 번호도 말해주고."


"네, 잠시만요... 10, 9, 8, 7, 6, 5, 4, 3, 2, 1. #S - 21."


"오케이, 고마워 미사키."


간단한 시나리오, 대사도 적은 배역. 언뜻 보면 간단할것 같지만. 작년 화이트데이에 약간이나마 카오루씨와 함께 경험했던 기억은 미사키에게 말한다. 어렵다. 간단한 이야기라는 뜻은 곧 보여줄것이 적다는 얘기고, 대사가 적다는것은 그녀의 말대로 말 외적인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어필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으니까. 그리고 미사키가 간과한것은,


시라사기 치사토는 꽤 오랜 경력의 배우라는것.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어느 순간이나 웃음을 연하게 띄고있던 얼굴이 부서지고 홍조를 띄고있다. 입가는 작게 내려가있다. 가면을 벗어던진것처럼. 아니, 갈아 끼웠다고 해야할까. 축 처진 이미지. 우울, 또 침착함. 하지만 달아올라있다. 자신의 인생에 첫번째라고 할수도 있을 변환점을 바라보는 중이였으니까. 약하게 떨리는 몸이 자연스럽다. 그녀는 어느새 치사토라는 이름을 버린채, 짝사랑하는 소녀를 바라보고있는 한명의 소녀가 되어있었다.


"...!"


순간 치사토가 가상의 시선을 피해 몸을 세차게 돌린다. 벽에 숨은것일까. 치사토는 손으로 가슴을 연달아 쓸어내린다. 아무도 없는것을 알고 있음에도, 미사키는 고개를 돌려 치사토가 피하고 있는 시선의 주인을 확인하고 싶었다. 미사키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더 확인할것도 없는것 같은데. 굳이 내가 필요했을까. 그정도의 연기. 완벽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이윽고 한 씬의 연기를 마친 치사토가 몸을 돌리고 눈을 뜬다. 그러곤 자리의 옆에 놓여있던 손수건으로 땀을 훔친다.


"...후우, 어땠어?"


"뭐, 할말이 없는데요? 잘하시는데."


"대충 그럴거같더라, 고마워."


무엇이 고맙다는것인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평소의 그녀로 돌아온 치사토가 그녀의 마음을 읽은것처럼, 입을 다시 연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귓속을 간지럽힌다. 배우라서 그런것인가, 작게 말하는데도 온전한 발음으로 정확하게 들리는게 꽤나 신기하다.


"혼자 연습하는거랑,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는건 단순히 눈 몇개의 차이가 아니란거, 알잖아 미사키도?"


"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하긴, 저도 처음 미셸로 코코로한테 끌려가서 사람들앞에 섰을때 심장이 터질것 같앗으니까."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을 하려면 전부 한번씩은 겪는 경험이야. 그런 점에서... 미사키도 훌륭한 연기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수있지 않을까? 후후."


짙게 웃는 치사토씨, 또 거짓말. 미사키는 어느정도 그녀를 알수 있을것 같았다. 지금 알고있는건... 치사토씨가 자신을 놀리는것을 꽤, 많이 좋아한다는것 정도. 그 점은 꽤나 자신과 상성이 나빴다. 그녀와 가까와질수록 마음이 들키진 않을까, 미사키는 지금도 안절부절이다. 손이 근질거렸다.


"예, 예. 고마워요 치사토씨."


"다시 해줘, 이번엔 여기로."


미사키는 다시 대본을 들었다. 그녀의 연기를 보는것도 생각보다 재밌다는 생각을 하면서.


-


"미사키, 다음주 부터는 미사키랑도 맞춰볼 생각인데. 준비는 하고 있어?"


치사토의 연기를 두시간 정도 보고 얘기를 나눴을까, 슬슬 끝나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있을 무렵 연기를 마친 치사토가 미사키를 불렀다. 다음주면 2주째인가. 곧 때가 되겠다는 느낌은 있었다만. 그래도 조금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솔직하게 말하자.


"그게... 사실은, 혼자 연습하려다 보니 잘 모르겠는것도 있고해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잘 모르겠네요."


치사토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을 바꾼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약간 놀란 느낌, 눈동자가 평소보다 커졌다. 어이없다는게 확연히 묻어나올정도의 목소리.


"뭐라는거야? 왜 혼자서 해?"


"네? 무슨 말씀이세요?"


"...미사키, 카오루는 폼이니?"


이제는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까지 짓는 치사토,


아.


미사키는 다시 한번 쥐구멍을 찾았다. 한없이 자신의 존재가 작아지는것을 느낀다. 왜 치사토씨랑 관련될때만 멍청해지는거야, 왜. 아니, 사실 그냥 내가 멍청한게 아니였을까. 그게 더 가능성이 있겠다. 미사키가 쓰게 웃었다.


-


"그래서, 나를 찾았다는 말이로구나, 미사키!"


"예... 예, 카오루씨. 연기란 뭘까요?"


평소와는 다르게 연기란 말을 들은 카오루씨가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높아진 톤의 목소리로 미사키를 바라본다. 라이브를 마친 후라 지치셨을텐데, 정말로 연기를 좋아하시는구나. 미사키는 땀에 절은 탱크탑 차림으로 카오루를 마주봤다.


---


갈길이멀다..

님들 제목 미사치사말고 미사키 치사토로 쓰는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른분이 쓰시는 미사키 리사랑 헷갈릴거같아서 일부러 구별한거긴한데 먼가 잘 안와닿는거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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