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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최애영애]클레어님 아파해주세요(1)모바일에서 작성

유리의화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21 03:06:23
조회 673 추천 32 댓글 7
														

습한 공기가 살갗을 간지럽힌다. 똑, 똑, 하고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돌로 된 방 안을 맴돈다. 차가운 쇳덩이의 냉기가 팔목뼈를 긁고있다. 십자가 형틀에 고정된 몸은 감각을 잃은지 오래다. 비릿한 핏냄새가 코를 찌른다. 의식을 잃은 사이 푹 꺾여있던 목에 힘을 주어 간신히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내 눈앞에는.


"일어나셨네요, 클레어님."


어제만해도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했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표정없이 서있었다.


"레이.. 귀족연합의 스파이는 당신이었나요…"
"이제야 아셨나요? 이래서 당신놈들이 문제인겁니다. 눈치도 없고, 약해빠졌을뿐더러, 멍청하기까지한 역겨운 것들. 그러게 적당히 눈치보고 빠졌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레이가 손을 쳐들고 세게 내리쳤다. 짝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번쩍였다. 뺨이 얼얼했다.


"레이…"
"더러운 입으로 저를 부르지 마세요. 역겨우니."


다시한번 눈앞이 번쩍였다. 머리가 멍해졌다. 뺨을 맞은 고통때문이 아니었다.

배신감.

내 옆에서 웃어주고,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나를 위해서 모든것을 해줄거라고 했던 그런 모든 것들이 그저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분명 나에게 보여주었던 미소는 진실되었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에게 접근해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미소를 지었었던 그녀였기에.

그래서 더욱 더 확인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레이.. 지금까지의 당신의 말은 다 연기였던건가요…? 나에게 해주었던 상냥한 말… 사랑한다는 말… 다 거짓말이었던건가요…?"


찰나의 정적. 하지만 곧 레이는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어차피 내일 처형당할사람이 말이 너무 많군요. 조용히 하라는 의미에서 벌을 드리도록 하죠."


레이는 일관되게 무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허리띠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채찍이었다. 검은 흑단으로 되어있는 손잡이에 달린 여러갈래의 가죽끈은 희생자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이 흔들거렸다.


"자, 우선 한 대."
"아아악!"


얼음같이 차가운 레이의 목소리와 함께 쫘악하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팽 돌았다.

하지만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방금 전 레이의 대답에서 클레어는 느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알아채기 힘들지만 미세하게 떨린 목소리에서 클레어는 확실히 알았다.


"두 대."
"흐윽!"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버텼다. 피부가 채찍의 모양을 따라 붉은 선을 그리며 부풀어올랐다.

레이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왜?


"세 대."
"크윽."


입술에서 흐른 핏방울이 입꼬리로 흘렀다. 피부에 그어진 선이 배로 늘어났다. 피부는 터질듯이 부풀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귀족의 몰락. 그 일련의 폭풍속에서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귀족의 반대편에 서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귀족의 반대편에 설 일은 없다.


"네 대."
"흐읍."


붉게 부어오른 피부가 네 대째에서 터져버렸다. 피가 가슴위를 흘러 배를 지나 바닥으로 흘렀다.

내가 귀족의 반대편에 가는 방법, 그것은 내가 귀족을 증오하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억지로 거대한 증오를 만들어야만 한다. 바로 그것이다. 그 증오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레이는 지금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고있다.


"다섯 대."
"…"


채찍소리와 함께 정신이 맑아졌다. 과도한 고통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힘겹게 숨을 내뱉으며 얇은 목소리로 레이를 불렀다.


"레이."
"여섯 ㄷ.. 뭐죠? 말하지 말라고 말씀드렸건만. 학습능력조차 없는건가요."
"그러지마세요... 자신을 부숴가면서까지 그럴 필요 없어요.."


레이는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오랫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알수있었다. 레이는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졌다. 나를 위하여, 나만을 위하여, 나를 고통스럽게 하면, 분명히 자신의 마음은 산산조각날것이다. 그럴 순 없다. 차라리 내가 죽는것이 낫다. 나 따위를 위해 레이의 삶을 조각낼 수는 없다.


"소리내지말라했더니, 이제는 헛소리까지 하시는군요."
"레이… 제발… 나따위를 위해 그러지 마세요… 차라리… 차라리… 나를 죽여주세요"


눈물이 흘렀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저 무표정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표정은 얼마나 일그러져있을까.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레이의 고통스러운 연극이 너무나도 안쓰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들어줄 가치도 없군요.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
"레이.. 내 눈을 보고 말해요..."
"지금 보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뇨. 레이 당신은 지금 내 눈을 보고있지만, 내 눈을 보고있지 않아요... 미세하게 내 눈을 피하는 걸 제가 모를줄 알았나요…?"
"닥치세요. 닥치십시오. 클레어."


레이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붉게 물든 가슴을 채찍으로 거듭해서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가슴, 배, 골반, 허벅지, 종아리, 모든 부분이 피로 적셔졌다.
하지만 신체의 고통은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지고 있을까. 나를 위해. 자신을 미워하게 하기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해야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은 지금 느끼는 고통보다 배로 고통스러울것이다.


"레이! 그만! 제발…그만…"
"..."
"그만하세요… 제발… 나따위를 위해… 그러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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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고치지도 않았음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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