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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팬픽) 마음의 수수께끼 - 완앱에서 작성

뱈핲(124.5) 2019.04.26 03:21:23
조회 1347 추천 30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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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화)

(3화)

(4화)





시간은 계속해 빠르게 흘렀다. 코코로는 방금의 기색은 기우였다는 듯 더욱 즐거워했다. 거리를 거닐 때마다. 머리핀처럼. 사소한 장신구들도 점점 늘어갔다. 어느새 코코로와 커플로 맞춘 핸드폰고리가 매 걸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살랑살랑. 데포르메한 고양이가 저물어가는 노을에 물든다. 코코로의 머리카락도 붉게 타올라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우리들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코코로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는지 평소보다 좁은 보폭으로 나란히 걸었다. 저래놓고 내일도 잔뜩 건강한 얼굴로 마주하겠지. 휴우. 그에반해 나는 얼마전부터 조금 지쳐있었다. 평소 테니스라던가 미쉘로 활동하며 단련된 체력이지만 역시 그녀는 따라갈 수 없었다.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코코로가 슬쩍 물었다.

"미사키. 지친거니?"
"아.. 뭐 조금."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오늘 몇번이나 마주한 재미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표정을 짓더니 "미사키! 마지막으로 저길 가보자!" 라며 나를 이끌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인형탈을 쓴 아르바이트생이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건 무척 익숙한걸. 코코로가 인형탈 앞에 눈을 반짝이며 섰다. 인형탈은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더니 각자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뭐랄까. 내가 나눠준 적은 많았지만 직접 받는 건 오랜만인걸. 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마음속으로 격려하며 풍선을 받았다.

그의 손을 떠나 내게로 옮겨온 풍선에, 고리를 걸친 손가락이 두둥실 떠오를 것 같았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풍선을 받아든 채 나와 코코로는 주변의 벤치로 가 앉았다. 오랫동안 걸어다닌 탓인지 정강이가 조금 당겼다. 코코로는 풍선을 바라보며 발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녀가 받은 풍선엔 스마일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거기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미소를 띈 채 그녀는 내게 말했다.

"미사키."
"왜?"
"오늘 불러줘서 고마워."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냐 뭘. 나는 그렇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나야말로. 고마워."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스읍. 하아. 나는 심호흡했다.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상쾌해진다. 그리고 등을 곧게 펴 등받이에 기댔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주홍빛 하늘 아래 싱거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풍선이 보였다. 재미없긴. 나는 피식 웃었다.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것들.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낸 것처럼 줄곧 고민해 온 내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러니 나는 말해야만 했다. 코코로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평범을 신조로. 귀찮은 일과 엮이는 건 질색. 무채색의 재미없는 인생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라며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하던 나에게.

난데없이 나타난 어느 금발의 여자아이.

처음에는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의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다가서는 저 천진난만함은 나와는 일만광년 정도는 떨어져 있었으니까. 내쪽에서만 조심하면, 아마 지금까지도 말 섞을 일 없었을 그런 아이.  

그 아이가 어느날 내게 말을 걸었다. 정신 없이 끌려간 그곳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형탈을 쓰고 다뤄본 적 없는 기계들을 만지며 사람들 앞에 나서 공연을 해야만 했다. 정말로 무례하고 어처구니 없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휘말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젠 알아. 네 덕분에 변할 수 있었다는 걸."

그날, 벚꽃 아래에서 헬로해피 모두와 공연하던 모습을 떠올린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헬로해피가 아니더라도 그녀들은 이미 저마다 눈부신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라. 나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 그런 나라도 헬로해피와 함께라면. 분명.

"나는 사실.."

달라질 수 있는게 아닐까.

"..다른 모두처럼 빛나고 싶었던거란걸."  

너의 색채에 물들며.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영원할 줄 알았던거지."

그리고 내 바람대로 모두가 내가 변했다고 말했다. 친구도 많이 생겼고. 좀 더 적극적이게 변했고. 좀 더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나를 긍정해주었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고 말았다. 이치가야씨는, 내가 방문을 활짝 열어둔 것 같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내가 한 짓이라곤 원하던 것만 마음속에 담아둔 채 그 외의 것들을 외면하는 것. 이 색을 간직하고 싶다고. 평생토록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날의 코코로를, 마음속에 가두어버렸다.

그렇기에 충격 받은 거겠지. 코코로가 변했다니. 내 마음속 코코로는 맨 처음 그대로인데. 카오루씨 말대로 모든 사람은 변해간다면. 언젠가 나도 코코로도 변해버리며. 점점 나는 코코로를 알 수 없게 되고. 내가 모르는 코코로가 점점 늘어나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질까봐. 그게 두려웠던거다.

"이런 내 이기심을 외면해왔다니. 나도 참 바보네."

하지만 이젠 인정해야 했다. 코코로는 이미 변했고. 계속 변할 것이다. 나역시, 코코로가 모르는 나로 점점 변해가겠지. 그리고 언젠가 우리들을 이 모든 것을 추억으로 남긴 채 헤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코코로와 내가 사는 세계는 첫만남부터 일만광년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코코로. 다시 한 번 말할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앞의 그녀가. 제멋대로 가두었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척이나 아름답다. 어째서 이걸 부정해왔던걸까.

"나야말로 고마워. 그리고 남은..시간동안.."

툭.

"어라."

눈 앞이 흐렸다.

"미 미안. 갑자기.."

나는 서둘러 눈가를 문질렀다. 하지만 한 번 터져나온 눈물은 아무리 가리고가려도 가려지지 않았다. 아하하. 꼴사나워.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내 마음에 패배하고 말았다. 응어리진 마음이 눈가에서부터 볼을 타고 턱선에 고이며 흘러내린다. 나는 그것을 막아낼 재량이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론 코코로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또다시, 도망갈 것이다.

ㅡ미사키!

그 순간 무언가 따뜻한 것이 온 몸을 감싼다. 코코로가 나를 두 팔로 감싸며 꽈악 껴안았다. 그녀가 소리친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니? 어째서 도망가는거야!"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미안."
"미사키는, 내가 싫어진거야?"
  
나는 화들짝 놀라며 전력으로 부정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그냥.."
"그럼 어째서 헤어질 것처럼 말하는거니?"

그녀는 다음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

"미사키랑 같은 반이 아니어서 그런거야? 아니면 신곡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거야? 내가 또 미사키를 속상하게 한거야? 헬로해피는.. 세상 모두를 웃게 해주기 전까진 끝나지 않는거 아니었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미사키가 웃는게 좋아. 그러니까 울지마. 미사키. 울지마."

그녀가 내게서 떨어진다. 몸은 멀어졌지만 여전히 내겐 코코로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나는 미사키랑 앞으로도 쭈욱 함께하고 싶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녀의 말과 함께 무언가 반짝, 하고 빛났다. 나도 코코로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엔, 그녀와 내가 놓친 풍선이 나란히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석양에 가려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어쩐지 오늘 본 영화가 떠올랐다. 이래선 다시 되찾을 수도 없겠네. 아하하. 나는 웃었다. 코코로도 나와 함께 웃었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나는 겁쟁이였다. 겁쟁이는 언제나 지레짐작 겁을 먹는다. 하지만 코코로라는 태양이 내 주변을 환하게 비춰주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스스로가 더없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응. 미안 다시 말할게. 나야말로 고마워. 그리고.. 온 세상이 웃는 그날까지 함께하자."
"응! 온 세상이 웃는 그날까지."

그녀가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지금부터라도 놓치지 않도록 나도 그녀의 손을 붙잡는다. 만약 언젠가 헤어지는 날이 온다면. 지금 이 손을 기억하자. 안녕이 영원한 헤어짐은 아닐테니까. 분명 다시 맞잡게 될 이 손을.

눈물에 흐려진 세상이 다시 선명해진다. 눈 앞엔 그녀가 있다. 그리고 갑작스레 카오루씨의 말이 떠오른다. 눈은 사람의 진심이 가장 깊고 투명하게 비치는 장소. 코코로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까는 실패했지만 지금이라면 모든 마음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코코로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코코로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었다.







///





"저기 오쿠사와씨?"
"아아, 응."
"대체 뭐야? 오늘 하루종일 멍한데. 어디 아픈거야?"
"딱히 그렇진 않은데.."

엎드려있던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앞자리의 이치가야씨가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 저건 명확히 불쾌해하는 표정.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야?"
"그게.. 으응. 아냐 아무것도.."

그녀가 팔짱을 끼더니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나를 향해 쏘아붙였다.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오쿠사와씨 나를 진짜 닮은거 알아?"
"그거.. 저번에도 했던 얘기 아닌가."
"나도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사람 가슴 미어터지도록 답답한 부분까지 쏙 빼닮아서 그런다!"  
"그게 무슨.. 아얏!"

그녀가 내 등을 찰싹 때렸다.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벙찐 얼굴로 처다보자 그녀가 불량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며 조금 잦아든 목소리로 말했다.

"츠루마키씨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운거라면 지금 화해하도록 해."
"싸우진.. 않았어."
"그럼 왜 아까부터 츠루마키씨를 무시하는건데? 츠루마키씨가 한 번 왔다갈 때마다 반 분위기 완전 엉망되는거 알아?"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치가야씨의 옆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토야마씨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리사 완전 무서워.."
"카스미는 조용히 해."
"넵!"

토야마씨가 등을 바짝 세우며 긴장한다. 뭔가 저 둘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네. 혹시 저번에 같이 있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치가야씨가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점심시간이고 츠루마키씨한테 가보는 건 어때?"
"으음.."
"진짜 안 가게?"

이치가야씨의 표독스러운 눈빛에 벌떡 일어났다. 우와. 이치가야씨도 변했어. 그것도 엄청 무섭게. 그녀의 행동에 옆에 있던 토야마씨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조금 우스웠지만.  

"분명 100퍼센트 오쿠사와씨 잘못일테니까. 잘 해결하고 와."
"너무해."
"미사키쨩 화이팅!"

토야마씨가 두 팔을 번쩍 들며 응원한다. 결국 나는 반 밖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발걸음이 무겁다. 코코로의 반 앞에 서 잠시 심호흡 한 뒤. 드르륵 문을 열었다.

"아 미사키쨩."
"리미구나."

문 앞엔 리미가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부딪히지 않았네. 옆에선 야마부키씨가 "안녕~."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혹시 코코로쨩 찾으러 온거야?"
"응."
"이야~ 깜짝 놀랐어. 그렇게 기운 없는 코코로는 처음 봤거든."

야마부키씨가 리미의 옆에서 말을 거들며 쓸쓸히 웃었다. 그건 어쩐지 나를 조금 자책하는 듯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리미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코코로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코코로쨩 오늘은 웃지도 않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중간중간 미사키쨩 이름도 부르면서. 미사키쨩 코코로쨩이랑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긴 있었는데.."
"싸운 건 아니지?"

리미가 슬픈 얼굴로 올려다보자 이번엔 가슴이 쿡쿡 쑤신다.

"싸우진 않았어.."
"다행이다.. 코코로쨩 종치자마자 바로 나갔는데 걱정돼.."
"혹시 짐작가는 곳 있어?"

리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신 옆에 있던 야마부키씨가 내게 말했다.

"나가는 길에 내가 얼핏 들었는데. 미사키가 찾아줄거야. 이러면서 나가던걸."

내가 찾아줄 곳? 워낙 학교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코코로기에 짐작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아무튼 고마워. 나가봐야겠네."
"미사키쨩 잘 달래줘야해?"
"응. 밥 맛있게 먹어. 야마부키씨도."
"고마워. 미사키도 힘내."
 
그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근래들어 온도가 많이 올라가 봄과 여름의 사이에 걸친 듯한 더위였다.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코코로가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보았다. 학교의 정원? 체육관? 천문부 동아리실? 아니면 옥상이라던가.

그렇게 고민하며 걷고 있자니 저멀리 꺅꺅거리는 다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거기에 그들은 지금 내쪽으로 오고 있었다. 뭔지 예상이 가는걸.

"아아 헤매이는 아기고양이여. 무엇을 찾고 있는거니?"
"아하하.. 카오루씨 안녕. 오늘도 인기 만점이네."
"우후후. 점심을 함께하고자 하는 아기고양이들이 많아서 말이지."

그 말과 함께 주변의 여자아이들에게 윙크를 하니 꺄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혹시 열사병은 아닐지 걱정되는데. 아이들이 카오루씨의 윙크에 넋이 나가있는 사이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미사키. 이제 좀 정답을 찾은 듯이 보이는구나."
"아 응. 카오루씨 덕분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거니?"

또다시 카오루씨에게 연기를 들키고 말았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카오루씨는 상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모든 극에는 어떠한 결단이 필요한 법이란다. 이제껏 지나온 발자취를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그리고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 결정하는 건 그 순간 무대에 서 있는 배우의 몫이란다."

그리고 카오루씨는 내게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건넸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것을 받아든다.

"그 장미가 네 선택을 도와줄 것 같구나."

주변의 아이들이 다시 카오루씨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천히 내게서 멀어진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지. '마음의 준비만이라도 되어 있으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 것이다.' 아까 코코로는 아주 큰 벚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단다."

"즉, 그런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카오루씨의 모습이 인파에 가려졌다. 덧없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벚나무. 나는 그 단어를 계속해 중얼거렸다.

그래, 이젠 피할 수 없어.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저멀리 벚나무가 보인다. 익숙한 기분.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

그녀가 그날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코코로."

내 부름에 그녀가 되돌아본다. 이번엔 내쪽에서 먼저 그녀에게 다가간다.

"미사키."
"미안, 늦었지."
"으응. 괜찮아."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두 어깨는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양심이 엄청 아픈데. 그녀와 얼굴을 마주본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다. 언제부터였을까. 코코로가 이 눈을 하기 시작한게. 잘 짐작은 되지 않았지만 분명 오래된 듯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솔직하고 연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 언제나 내게 속삭였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건 나.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것도 나.

"미사키 얼굴이 빨개."

그녀가 걱정스런 얼굴로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분명 내 얼굴 더 달아올랐겠지. 후우.

"코코로. 미안해."

그녀의 움직임이 멈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난 말야. 특출난 부분도 하나 없고 엄청 겁쟁이에다가 도망만 칠 줄 아는 멍청이라서."

벚꽃 시즌이 지나간 벚나무엔 이전만큼의 웅장함은 없었지만 여전히 찬란한 분홍빛으로 물들어있다. 모든 벚꽃이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벚나무였고 내년 또다시 봄이 찾아오면 더없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거리를 물들이겠지.
 
"그래도 코코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
"응."
"..일단 오늘 계속 무시했던 건 미안해. 바로 얼마전에 혼자 두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코코로를 혼자 두고 말았어. 그것도 미안."
"응.."
"계속 고민해봤어. 내 마음이 뭘까. 코코로 덕분에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었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내 마음은 또다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지 않았을까."

그걸 말해보려고 해.

나는 그동안 꾸던 꿈을 떠올린다. 꿈은 무의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꿈속의 코코로가 내게 속삭인다. 코코로가 속삭인다.

'미사키.'
"미사키."

그리고 내가 꿈의 계속을 좇았던 이유. 결국, 내가 그토록 찾던 정답은 제일 가까운 곳에 있었던 셈이다.

"코코로."

바람이 분다. 마지막까지 매달려있던 벚꽃잎들이 하늘에 번진다. 그곳엔 코코로의 색도. 그녀에게 물든 내 색도 있다. 그것을 바라보다 눈이 멀지 않도록 붉은 장미를 그녀에게 건네며 나는 말했다.

"........."

바람이 분다. 벚꽃은 더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들의 봄이 저문다.






그리고 또다시 봄이 찾아온다. 새로운 마음의 수수께끼를 숨긴 우리들의 봄이




















드디어 끝냈다... 3만자가 넘어가는 단편이었네요.

아.. 다음부턴 감정선으로 글 쓴다고 나서지 않겠읍니다....

감정선 퍼즐 맞추느라 오히려 글 맥락이 엉망진창이 돼버렷어요 ㅋㅋㅋ

진짜 쓰는 저도 헤매느랴 막편은 많이 날려썼어요. 사실 좀 더 글 호흡을 길게가야 수습 가능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벅차고 일단 완결은 내야 할 것 같나서 어떻게든 써냈네요.

다음에는 감정선은 간편하게 그리고 캐릭터랑 사건 위주로 써야겠어요.

무슨 커플링으로 하는게 좋으려나. 요즘 유행하는 미사치사로 할까 생각중이긴 해요 ㅎㅁ ㅋㅋ

그럼 혹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잇다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미사코코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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