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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리사유키 2-1앱에서 작성

ㅇㅇ(121.141) 2019.04.30 01:26:26
조회 1233 추천 24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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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보면 덜 지루함






- 유키나 시점






교통사고라 했다. 27세, 짧디짧은 리사의 삶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린 건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 운전자였었다. 처음엔 나에게서 그녀를 빼앗은 가해자를 원망했다. 죽이고 싶을 만큼 화도 났다. 처벌을 받았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이미 리사는 내 옆에 없는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노래를 하려는 순간마다 목이 메어 부르는 것을 관두길 수백 번이었다.

잠에 들기 전 항상 나를 감싸던 너의 체온이 그리웠다. 정사 후의 여운에 빠져 숨을 고르는 나를 다정하게 다독이던 네가 그리웠다. 하지만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나를 소중히 품던 너는 없어. 밤마다 내 이름을 부드럽게 속삭이던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렸는걸.

로젤리아의 남은 멤버들은 고맙게도 이런 나를 이해해 줬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로젤리아. 리사가 나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했던 밴드. 그녀의 흔적이 남은 것들, 그녀가 애써왔던 것들, 좋다고 해줬던 것들. 내가 너를 잃은 충격에 이것들을 저버린다면 너는 분명 슬퍼할 것이다. 어쨌거나 너를 슬프게 할 수는 없어. 어떻게 네가 아끼던 것들을 저버릴 수 있겠어.

네가 없어도 난 멤버들과 정점을 노릴 거야. 리사, 너도 내가 여기서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겠지?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켰다. 먼저 멤버들에게 사과를 하고, 연습 공백기를 메워야 했다. 이 이상 민폐를 끼칠 수 없었다. 연락을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던 순간이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리사가 없는 지금, 딱히 이곳에 올 사람이 누가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고 그 앞엔 익숙하지만 예상 외의 인물이 있었다.



“사요”

“다행히 계셨네요. 그럴 것 같았어요.”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걸까. 당황스러움에 그녀를 살펴보니 손에는 장을 본 건지 가득 찬 봉지가 들려있었다. 의문이 담긴 나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마이 씨가 출장으로 집을 오래 비우는 날이 생기면, 대신 당신을 챙겨달라는 부탁을 받았었어요.”

“뭐?”



사요가 한숨을 작게 쉬며 말을 이었다.



“미나토 씨는 본인 생활을 잘 돌보지 않으신다고요.”



지금까진 제가 참견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오지 않았지만요.라고 하던 그녀는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를 쭉 둘러보던 사요는 봉지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간단한 죽이라도 만들어 드릴게요. 괜찮으시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리사, 너는 어디까지 나를 생각하고 위했던거니. 사요에게는 미안하지만, 부지런히 재료를 준비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잠시 리사의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할 말을 고르는 동안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나토 씨, 지금 힘드신 거 알아요. 두 분이 어떻게 지냈는지 지켜봤으니까요,”



머뭇거리는 사요를 두고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당장 복귀하라고 강요하진 않아요. 그냥… 미나토 씨가 노래할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을게요. 시로카네 씨도, 우다가와 씨도, 저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못 버티겠을 땐 저한테 흘리듯 털어놓으셔도 돼요. 들어드릴 테니”

“…고마워, 사요.”



그래, 이들의 상냥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일어서야 했다.

성급하게 복귀하기보다 우선 체력부터 보충하라는 사요의 말에 일단 나머지 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일주일 뒤 나의 복귀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다 같이 모인 연습실에서 나는 너의 베이스를 들었다. 네가 없는 이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널 대신하자.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작곡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말라는 멤버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감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을 살았다.

녹음이 끝나고 새벽이 됐을 즈음, 피곤한 몸으로 차를 이끌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도로가였다. 지나다니는 차는 내가 탄 것밖에 없었고, 보행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새벽 분위기에 신곡을 포함한 세트 리스트를 구상하며 간간이 너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래선 안 됐었다. 늦은 시간이라 순간적으로 방심을 했던 것 같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사람이 차도를 무단횡단하고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브레이크를 밟기엔 늦었다. 급한 마음에 핸들을 최대한 꺾었다.

전봇대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어쩌면 리사 너를 만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큰 충격과 함께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 엔돌핀이 돌아서인지 생각보다 고통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가 멍해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주마등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시선을 슬쩍 돌려보니 놀란 보행자가 휴대폰으로 다급하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구급차를 부르려는 것이었을까.

귀찮았다. 그냥 눈을 감고 쉬었으면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익숙한 방 안에 있었다. 이상했다. 나는 차 안에서 사고를 당했을 텐데….

설마 싶어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네가 사고로 내 곁을 떠난 날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시간이 되돌아간 것이라면 내가 널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말이 되든 안 되든 나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널 다시 볼 수 있다면, 널 살릴 수 있다면. 그동안 수없이 자책하고 만약이란 가정을 했었다. 고맙게도 나에겐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유~키나~”


너의 목소리였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소중한 너의 목소리였다. 울컥했다.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어느새 나의 이런 모습을 눈치챈 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



차마 죽은 널 1년 동안 마음에 묻어두며 그리움을 참아왔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널 다시 본 이 순간이 너무나 벅찼다. 너의 걱정에 말없이 고개를 젓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너는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나에게 와서 다정히 안아 주곤 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정말, 정말로 내가 시간을 되돌아 왔구나. 네 품에 안겨 너의 온기를 마음껏 담았다. 나를 보며 네가 실소를 흘렸다.



“정말 오늘따라 어리광이 심하네. 말 안 해줄 거야?”

”네가 너무 반가워서.“

”무슨 소리야~ 어제 그렇게 격렬한 밤을 보내놓고는.“

”그러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진심이었다. 너는 내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걱정되는 게 있으면 꼭 말해. 담아두기만 하면 힘들어.“

”노력해볼게.“



눈을 감고 너의 손길을 느꼈다. 네 손에 내 손을 겹치며 가볍게 쥐었다. 내 행동에 다정하게 웃던 너는 깜빡했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 공연이 있을 무대를 확인하러 간다 했다. 관계자 회의까지 포함해서 오래 걸리지 않고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는 것 같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잊을 수 없었다. 잊을 리 없었다. 넌 다녀오는 길에 분명 사고를 당해 내 곁을 떠났었다. 내가 겪었던 미래를 두 번 다시 겪지 않으려면 막아야 했다.



”그거 내가 다녀올게.“

”어? 아냐~ 너 연습 말고도 이번 신곡 회의니 작곡이니 바쁘잖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게다가 내가 직접 가면 더 빨리 끝날 거야.“



넌 연습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 좀 쉬도록 해. 요새 무리했잖아.라고 덧붙이며 네가 반박하려는 것을 막았다. 타협은 없었다. 해선 안 됐다. 네 목숨이 걸려있었다. 다행히 내 고집을 알아줬는지 넌 수긍했다.

하지만 고작 그 사소한 것 하나로 미래가 바뀔 거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무대 확인과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던 때였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을 하며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위험에 한껏 경계심을 세웠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리사는 이 시간쯤에 내가 운전하고 있다는 걸 알 텐데 누구일까 싶었다. 몇 번 울리던 휴대폰은 잠잠해졌다. 그 뒤로 몇 번 울리다 끊기기를 반복했다.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어서 집에 도착해 네가 무사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신호가 있는 일반도로로 진입했다. 신호에 붙잡혀 멈춰 서있는 동안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기 위해 폰을 집어 들었다.


사요 6건


사요는 평소에 부재중 전화를 많이 남기지 않았다. 통화 기록이 한 번 남으면 반드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다시 걸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불길한 예감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급하게 근처에 차를 세우고 사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그녀가 받았다.



”사요, 무슨 일이야.“

[미나토 씨, 지금 응급실로 와주셔야겠어요. 문자로 주소 보내드릴 테니 거기로 오세요.]



설마, 설마.

받은 주소로 급히 차를 몰았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눈꼬리에 희미하게 눈물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기껏 생긴 기회였는데 나는 또 널 놓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사요“



급히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사요부터 찾았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불안감을 빨리 잠재워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안색이 평소보다 창백했다. 아니야, 아니야.

사요는 떨리지만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나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온몸의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이명 때문에 그녀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평소처럼 연습이 끝나고 귀가하던 길이었더랬다. 신호등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중간까지 건넜을 때쯤, 졸음운전을 하던 차가 리사를 치었다 했다.

내 손에 들린 리사의 휴대폰과 이어폰을 봤다. 화면에는 그녀가 듣던 노래가 일시정지 되어있었다. 최근에 연습하던 로젤리아의 곡이었다.

현기증이 심하게 나,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손으로 시야를 가렸다. 생각이 복잡하게 얽힌 나머지,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어제와 같은 방 안이었다. 되돌아왔다는 안도감보다 마음이 급했다. 어떻게 해야 네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유키나, 나 오늘…“

”같이 가.“

”어? 그럼 유키나 스케쥴은?“

”이것도 중요한 일이야. 작곡은 마무리됐고, 회의는 하루 늦출 거야. 연락해 둘게.“



나와 눈을 맞추며 내 의도를 짐작해보려던 너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는지 표정을 바꿔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좋아~ 그럼 모처럼이니까 여유 생기면 데이트도 하지 뭐“



이번엔 바꿀 수 있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을 풀기 위해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너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때 처럼 어두운 도로를 달리며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위험에, 운전하는 네 옆에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유키나, 안 졸려? 좀 자둬~“



백미러를 흘끗 쳐다보며 내 안색을 살피던 너는 내 걱정부터 했다.



”괜찮아. 견딜 만해.“

”그럼 노래 틀어줄까? 듣고 싶은 거 있어?“

”리사가 원하는 걸로.“

”그럼 난 유키나 노래가 듣고 싶으니까~ 이걸로 할까?“



오디오에서 로젤리아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양지 로도나이트. 내가 널 생각하며 가사를 썼던 곡이었다. 넌 그게 꽤나 맘에 들었던 건지 종종 이 노래를 듣곤 했었다.

속으로 따라 부르며 작사에 몰입하던 그 당시를 떠올렸다. 회상에 잠긴 동안 어느새 깜빡 잠이 들고 말았던 것 같다.

머리가 울릴듯한 충격음에 놀라 일어나보니 온몸에 통증이 가득했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 부분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소름이 돋았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쪽 팔을 내 가슴 부근에 고정한 채 정신을 잃은 네가 보였다. 넌 피투성이였고, 나보다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던 건지 몸의 반이 으스러져 있었다.

참 허무하게 죽는구나 싶었다. 시간이 되돌아가기 전,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처음 죽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도 넌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서…쓸쓸하게….

어지러웠다.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모든 걸 다 놓고 싶었다. 내가 끝까지 잠에 빠지지 않았다면 하는 자책도 했다. 차라리 지나치게 현실적인 악몽이었으면……. 꿈에서 얼른 깨고 싶은 마음에 눈을 꼭 감았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또 같은 방 안이었다. 네가 죽었던 모습을 기억한 채로 나는 돌아왔다.

외출 준비를 마친 너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너는 참 예쁘게 웃었다. 피투성이에 몸이 뭉개졌었던 너의 모습과 겹쳤다. 다시는 너의 그런 모습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흔들어 놓기엔 한 번으로 족했다.



”유키나, 어디 아파?“



고개를 저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번엔 널 그곳에 보내지 않고 붙잡기로 했다.



”리사“

”응?“

”작곡 마무리한 거, 오늘 멤버들이랑 맞춰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난 예정대로 다녀오면 돼?“

”너 포함해서야.“



너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봤다. 그럼 원래 스케쥴은 어떻게 할 거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내일로 미뤄. 그건 내가 갈게.“

”하지만….“



뒷말을 얼버무리던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내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결국 원래 일정을 미루고, 함께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것으로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다. 연습실 안에서만큼은 어떤 위험도 없었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연습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덧 9시가 되어갔다. 사이사이 휴식이 있긴 했지만, 체력이 고갈됐을 멤버들을 위해 마지막 연습을 앞두고 휴식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다. 리사는 근처에서 마실 것을 사러 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멤버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묻는 너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잠깐만, 같이 가.“

”근처인데 뭘~ 20분도 안 걸려. 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리사에게 극성이라는 멤버들의 핀잔과 함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20분. 그래,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다.

10분, 20분, 30분. 예상 시간보다 오래 지났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50분이 지나도록 네가 오기는커녕 연락조차 없었다. 예상 시간보다 늦으면 항상 연락을 주던 너였다. 불안함에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전화를 걸었다. 너는 받지 않았다.

1시간 20분. 멤버들의 안색이 달라졌다. 나는 다급하게 일어섰다.



”유키나 씨! 어디 가세요?“

”리사 데리러.“

”그렇다면 저도….“

”아니, 걱정말고 너희 셋은 여기 있어. 별일 없을 거야. 금방 올게.“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사실 가장 불안한 사람은 나였다. 떨리는 마음을 움켜쥐고 나는 자리를 떴다. 연습실을 나서면서 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너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어두운 길가를 따라 네가 갔을 법한 20분 거리의 편의점, 마트를 샅샅이 찾았다. 여전히 걸리지 않는 전화를 손에 쥔 채였다. 그렇게 헤맨 끝에 사람이 여럿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불안함이 가중됐다. 시야엔 근처 공사장에서 쏟아진 것 같은 대량의 철근과, 구급차와, 그리고 대량의 피….

전화를 걸었다. 피가 스며든 아스팔트 위에서, 깨진 액정에 불이 들어오며 조용히 울리는 너의 휴대폰이 보였다.




-

길어서 지루할까봐 일단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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