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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심심해서 쓴 인기많은 후배 소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180.66) 2019.04.30 02:27:25
조회 1882 추천 128 댓글 16
														

“야, 이번에 신입생 애들 봄?”

“대박이지 대박.”



힐끗, 곁눈질로 소란스러운 옆 테이블을 본다. 오징어, 꼴뚜기, 가자미같은 것들이 어딜 감히 인간을 평가하려고 해. 쯧쯧 혀가 절로 차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술 집 안은 시끄럽기 그지 없다. 그도 그럴게 개강 전 동기들 끼리 조촐하게 모이자며 약속을 잡았던 술자리가 어느 새 거의 과 회식이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올 해 2학년이 되는, 갓 새내기를 벗어난 학생들의 관심사는 단연 이제 개강을 하면 입학할 ‘진짜 새내기’들이다.

종종 있었던 오티며, 신입생 환영회며 개강 전 있었던 과 행사에 이미 몇 몇이 참여해 탐색을 마치고 온 모양이다. 게다가 과대에게 있는 연락처 명단에, 각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에, 직접 맞닿기 전에 얼굴을 알 수 있는 것은 딱히 예삿 일도 아니었다.

그 중 예쁘다고 손에 꼽히는 신입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관심없는 나에게까지 계속 들리는 이름이 있었다. ㅡ신입생중 탑은 단연 ‘이서희’일 거라고.






예쁘다 예쁘다, 했었지만 와, 무진장 예쁘잖아. 가 서희에 대한 첫 인상 이었다. 다가온 개강파티에서 마주친 신입생 원탑은 그 명성에 걸맞을 정도였다. 아니, 그 명성이 오히려 조금 부족할지도.

약간은 뻣친 듯한 중단발에 조금 사납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나와 반대로 서희는 순둥한 이미지 그 자체였다.

반묶음에 길게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이며, 핑크 빛이 도는 뽀얀 피부색이며, 약간 처진 눈꼬리까지, 왜 애들이 입을 모아 단연 탑이라고 칭송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돌연 고개를 휙 돌린 서희는 눈매를 예쁘게 접으며 인사해온다.벙찐 얼굴로 어어, 그래, 하고 화답하니 서희의 흰 볼이 불그스름 하게 물든다.

그 때 부터 였다. 이상한 기시감이 든 것은.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애가, 나를 굳이 좇을 필요는 없으니까.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무심코 서희를 쳐다 볼 때면 몇 번 이고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 초, 이 초, 삼 초....서희는 살풋 웃는다. 그러면 나도 어색하게 하하, 하고 웃어준다.


“야, 이서희 진짜 예쁘지 않냐?”

“어? 어어.”


내가 회장인 탓에 항상 내 옆에 찰거머리 처럼 붙어다니는 부회장이 팔꿈치로 나를 툭툭 치며 말한다. 이 녀석도 반반한 얼굴에 훤칠한 키로 여자 깨나 울렸을 놈인데 이서희라는 무자비한 폭격은 녀석의 철벽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부회장의 말을 대충 넘겨 들으며 테이블의 기본안주를 질겅질겅 씹어댔다. 화제의 인물 이서희의 주변은 늘 상 시끄러운 탓에 무심코 쳐다보거 됐다. 아, 또다. 공중에서 두 시선이 마주친게. 이번에는 3초를 기다리지 못하고 눈을 돌리고 말았다.


“근데, 서희야, 너는 어떤 남자가 좋아?”

“저요? 음....”


멍하니 대각선 테이블을 쳐다보는데 되도 않는 씹던껌 같이 생긴 복학생 하나가 주제를 모르고 껄떡댄다. 신입생의 이미지가 있는지라 서희는 고분고분 그 장단에 맞춰주고 있다.

잠깐 고민하던 서희는 힐끗, 내 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뭐야.


“....제 취향은, 키가 크고, 날카롭게 생긴 분?”


으음, 하고 서희가 입을 다문다. 그 애의 한 마디 한마디에 집중 하고 있던 학생들은 그 찰나 나에게 던졌던 시선과 그 애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우어어, 하는 함성이 튀어나오더니 시선은 일제히 내 쪽을 가르켰다.

아니, 정확히는 내 옆을.


“야, 김민성 방금 서희가 너 본거 아냐?”

“뭐야, 뭐야 둘이 무슨 사이야?”


그 시선에 한눈에 주목받게 된 부회장은  아냐, 아냐, 하고 손사래를 치고있다. 그러면서 너 입은 히죽히죽 웃고있거든.

술 집은 이때다싶어 한층 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서희를 남 몰래 흠모하던 남학생들이나, 개수작을 부려볼까 하던 복학생들, 그냥 이 상황이 재미있는 학생들이 한데 모여 열띈 함성을 내뱉었다.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이거. 나랑 계속해서 눈이 미주치던게 이 자식을 쳐다보던 건가.

소란스러운 인간물결 사이로 희고 둥그스름한 얼굴은 당연스럽게도 한 눈에 띈다. 약간 처진 눈매는 곤란함을 잔뜩 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잠깐 시선이 마주쳤다. 진짜 뭐냐니까....


“서희 너 민성이 좋아하는구나!”

“사겨라! 사겨라!”


개강 파티는 무르익어, 열기는 가라앉을줄을 몰랐다. 맥주를 혼자 홀짝이며 시선을 돌리는데, 얼굴을 붉히고 난처해하는 부회장의 꼴이 몹시도 뵈기 싫다. 특히, 저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아니에요! 저 민성 선배 좋아 하는거 아니에요!”


신입생의 포커페이스인 웃음을 장착하고도 흘러넘치는 당혹감이 여기까지도 느껴진다. 그게 진짜로 마음을 들킨 것에 대한 곤란인지, 아니면 정말 아닌데 몰아가는 분위기에 난처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내가 도와줄 만한 건 없다. 점점 높아지는 데시벨에,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미간이 찌뿌려졌다. 머리아파.




담배라도 한 대 펼 겸 술집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서희를 둘러싼 그 고함소리가 귓가를 멍멍하게 만드는 것 같다.

조금 인적이 드문 골목에 자리를 잡고 담배 한대를 꼬나물었다. 3월이지만 아직 바람이 차서, 쌀쌀한 바람이 술집에서 받은 열기를 식혀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후.....”


곤란해 하던 희멀건 얼굴이 둥둥 떠오른다. 근데 진짜 자꾸 얽히던 그 시선은 뭐였을까. 담배를 피는 동안의 그 시간의 공백 사이로 잡생각이 떠오른다. 도와줬어야 했나. 약간 곤란해 보였는데.


아냐, 거기서 내가 뭘 해. 진짜로 부회장을 좋아할 수도 있는거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마주치는 시선에서, 적어도 그 애가 부회장이 아니라 나를 보고 있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웃겨, 정말. 얼마나 알았다고.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담배는
거의 다 타 끝자락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야지, 춥다.


“선배.”


담배를 비벼 끄느라 시선을 바닥에 준 찰나 누군가 내앞을 가로막는다. 둥그스름한 구두 코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 저기 돌아다닌 건지 약간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쌕쌕 울린다. 어쩐지 울상 인 것 같기도 하다.


“저... 저 김민성 선배 좋아 하는 거 아니에요.”

“응?”


갑자기 나타난 서희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음, 이게 나한테 변명해야 할 말이던가? 영문을 모른 채로 그 애를 쳐다 보는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달싹인다.


그 말을 기다리다가, 나한테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뒤로 한 발 자국 물러섰다. 서희의 몸에 담배 냄새가 밸 지도 모르니까.

서희는 한발자국 보다 반발자국 더 다가온다.


“그, 키크고 날카로운 사람이라는거.”


한 걸음 다가온 그 애에게서 샴푸 냄새가 훅 끼쳐온다 . 생김새와 딱 어울리는 부드러운 향이다. 어둑한 골목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가로등 빛이 그 애의 까만 머리카락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올망올망한 눈동자에는 가득 내가 담겨었다.

달싹이다가 어렵사리 꺼낸 붉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이 환청처럼 귓가에 울려온다.


“선배, 선배를 말한건데.”


.....응? 뭐라고?

서희의 달달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린다. 이제는 하얗다고 할 수 없이 붉게 달아오른 서희의 얼굴이 보인다. 쌀쌀한 밤공기와 청량한 겨울 냄새가 폐부 깊숙히 파고드는 것 만 같다.


-다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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