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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라사기 치사토의 편지 - 04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01 01:00:02
조회 519 추천 23 댓글 11
														


전편

시라사기 치사토의 편지 01

시라사기 치사토의 편지 02

시라사기 치사토의 편지 03




아이돌을 포함해 연예계의 기본 인사는 ‘좋은 아침입니다.’가 기본이지.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인사는 아침인사 뿐. 그러기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은 늘 어색하게 느끼며 자신이 연예계에 들어왔다는 실감을 하게 돼.


아침은 하루를, 일과를 시작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야.


그 아침인사를 공유함으로서 우리들은 스타트 라인에 나란히 서 깊은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상대방(감독, PD, 동료 연예인, 스태프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야)과 깊은 상호 이해를 쌓고, 그것을 디딤돌로 우리는 연예인으로서 한 단계 위의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어.


즉, 너가 엊그제 아침에 보여준, 예의라곤 하나도 없는 의기양양한 태도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야. 나는 요 며칠사이 네가 이상해걱정되어서 말을 걸은 건데 어째서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한 거니? 그리고 특히, 카논과의 둘만의 비밀이 있다며 키득거리다니? 연신 내 표정을 살피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네 모습에 난 충격까지 받았어.



상대방이 말을 걸어주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즉시 자랑을 늘여 놓는 건 전혀 어른 답지 않은 일이야. 그게 설령 아야쨩, 네가 잘한 일이 있어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해도 말이야. 일상에서 사소한 배려나 겸손은 무척 중요해.


우리는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용서 받기 힘든 프로야. 이 프로라는 말의 의미, 아야쨩은 정말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우리들의 판단 하나하나에 정말 크고 많은 돈이 오갈 뿐더러,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결과 하나로 우리를 판단해버린다는 거지. 그러기에 우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배려해가며 사려 깊게 행동해야해.


준비해주는 스태프들에게 항상 감사해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연예인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고, 상대방의 일정을 배려해서 다른 날에 약속을 잡는다던가 하는 배려 말이야. 인간됨이라는 건 큼직한 부분이 아닌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잘 드러나는 거니 앞으로 좀 더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기본이라는 건 너무 익숙해 무심코 넘어가버리기 쉽지. 하지만 그러기에 정말로 중요한 개념이야.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을 어느 누가 높게 평가하겠니?



오해하지는 말아줘, 나는 전혀 화나지 않았어. 전혀 아무렇지 않아. 카논과 잡아 놓은 약속 바로 전날에 꽃놀이 준비를 핑계로 눈앞에서 하이재킹을 해 갔고, 꽃놀이 이후 만날 때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키득거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질투? 분노? 내가?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나는 화나지 않았어. 내일 모레 있을 연습 날에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야쨩.




치사토가



ps. 꽃놀이가 ‘무척’ 즐거웠던 것 같구나. 좋은 휴식이 된 것 같아 나도 정말 기뻐.




------------




꽃놀이때 찍은 사진과 메일 잘 받았어. 그때부터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항상 카논, 너의 아름다운 미소를 바라보며 기운을 얻고 있어. 후훗, 물론 농담이야.


그래도 아름답다는 말 자체는 진심이야. 회광반조라는 말에 걸맞게 찬란하게 핀 벚꽃도 예쁘긴 했지만, 내 눈엔 봄날의 하늘보다 깊고 따스한 하늘빛 머리카락의 여자아이밖에 들어오지 않았어. 마야쨩도, 리사쨩도, 그리고 심지어 란쨩까지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마음이 편해지네. 역시 봄은 무척 기분 좋은 계절인 것 같아.


어라, 그런데 왜 네 명이지? 아 맞아, 아야쨩도 있었지. 전체적인 색이 벚꽃과 비슷하다보니 네 명만 찍혀있는 줄 알았어. 후훗.


마야쨩은 요새 만날 때마다 네 칭찬을 계속 늘어놓더라. ‘이렇게 기분 좋은 꽃놀이는 정말 오랜만이었슴다!’라고 말이야. 정말, 잔뜩 흥분해서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꽃놀이에 참가한 다른 애들에게 질투가 날 정도라니깐. 각자 좋아하는 걸 가지고 와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니, 정말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은 벚꽃이 질 무렵이라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었어. 또다시 비가 와서 벚꽃이 다 져버린다면 어떻게 하지? 라든지, 꽃놀이 당일 구름이 잔뜩 껴서 흐리면 어떡하지? 라든지 말이야. 평상시에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습관을 고쳐야 할 텐데 영 고쳐질 기미가 안보이네. 이런 걸 직업병이라고 하는 거겠지?


당일 아침, 너의 미소만큼 밝게 게인 하늘을 보고 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그리고 그날 밤에 도착한 사진 속의, 만개한 벚꽃보다 화사한 웃음을 보고 깨달았어. 넌 지금 아무런 걱정 없이 현재를 즐기고 있다고 말이야.



카논 기억하고 있니? 가루파를 시작하기 전의 나날을 말이야. 넌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이 한 발자국 뒤에 선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어린 양처럼, 정말로 좋아하던 드럼조차 작은 걸림돌에 걸리자마자 바로 포기해버리려고 했었지.


그런데 그 와중에 코코로쨩을 만나고, 그애에게 휘말려 다양한 경험을 겪은 넌 정말로 부쩍 성장했어. 마음속에 소중히 품고 있던 작은 용기를 겉으로 드러내며, 친구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게 된 넌 정말로 빛이 나기 시작했지.


카논, 알고 있니?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들도 막 채굴된 원석 상태에선 무척 초라하게 보인다는 걸 말이야. 얼핏 보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처럼 보이는 그것들은, 적절한 가공을 거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석들이 돼.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같이 눈부신 빛을 발하는 보석 말이야.


보석들은 원석 상태일 땐 아무런 가치가 없던 걸까?


나는 항상 카논, 너가 자신의 가치를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항상 자신감이 없이 한 발자국 물러나버리던 등을 밀어주고 싶었어. 하지만

아니야. 코코로쨩은 너의 용기가 바깥으로 나오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 준 것 뿐, 네 내면의 빛은 원래부터 네 마음속에 깃들여져 있었어. 안데르센의 동화처럼 말이야. 너는 처음부터 작은 존재가 아니었어.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믿고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 힘들 때면 내가, 주변 사람들이 항상 지탱해 줄 테니까. 알았지?



그러고 보니 반 애들, 특히 사요쨩이나 린코쨩 요새 무척 바빠보이던데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어? 꽃놀이가 끝나자마자 숨 돌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을 도와주는 네 모습에 걱정이 앞서. 요새 스케쥴이 가득 차있어 직접 도와주긴 조금 힘들 것 같지만, 적어도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테니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부담 없이 전화해줘. 알았지?




카논의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가.



ps. 그런데 혹시 아야쨩과 무슨 일 있었어?




------------




다음부턴 팬래터는 모두 소속사를 통해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라는 입장 상, 이런 식으로 직접 자택으로 편지를 보내는 일엔 기쁨보다는 공포가 먼저 느껴지네요.


……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장난이 지나쳤네. 미안해 카오루. 사과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카논에게 꽃다발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건내줄게. 일단은 근사한 선물이었어. 점수로 평가하자면 대략 40점 정도? 물론 100점이 만점이야.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땐 카논이 스스로 할 수 있게 거들어주는 선에서 끝마쳐줬으면 좋겠어.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그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말이야. 그 아이의 순수함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만약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너와 나 사이에 남아있는 빈약한 우정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그래……. 니가 편지에서 지리멸렬하게 주절거린 것처럼 확실히 봄은 만남의 계절이라고 해. 그런데 그거 알고 있니, 카오루? 봄은 가장 금방 지나가버리는 계절이기도 하다는 걸 말이야.


봄의 들뜬 공기에 취해 잠시 산책을 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곧바로 소나기와 함께 여름이 찾아오고 말지. 그런 수상한 시기이기에, 너의 그 해괴한 요청은 거절하도록 할게. 널 좋아하는 아기고양이들이었다면 곧바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겠지만, 나는 아니야. 너가 쓴 편지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의 방벽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걸 명심하도록 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직접 말로 하는 게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물론, ‘극단에서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연극을 상영하게 됐으니 보러 와주겠어?’라고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같이 보러 가 줄 의향이 없는 것만은 아니야.



널 볼 때마다 예전엔 솔직하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어째서 이렇게 변해버린걸까? 하고 생각하게 돼. 가끔 나에게 내비치는 귀여운 속마음을 다른 애들에게도 보여준다면 정말 좋아할 텐데, 정말로 아깝네. ……후훗, 농담이야. 연극 준비 힘내렴.




오랜 친구가



ps. 동봉된 너의 그 '덧없는 사진'은 나에겐 아직 백년 정도 이른 거 같네. 마야쨩을 통해 반송했으니 그렇게 알아두렴.





------------------



모두가 잊어버렸던 그 비운의 작품이 돌아왔습니다. 이벤트 내용에 맞춰 글 쓰는 거 정말 재밌wwwwwww네요wwwwww


치사토-카오루는 정말 오랜 친구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카오루가 보낸 편지 내용이 영 상상이 가질 않아 영 기운이 빠진 편지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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