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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아리] 악몽.

카사나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06 16:36:33
조회 717 추천 29 댓글 5
														

창작 #3


소재: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95675


소재보고 치여서 호다닥 쪄왔는데 흐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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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햇빛이 밝아서 잠에서 깬다. 일찍 잔 것 같은데도 정신이 맑지 않고 몽롱하다. 시간을 확인하면 11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그것을 의아하게 여기며 잊어버린다. 마치 그것이 일상인 것처럼, 그 날은 학교에 가지 않기로 멋대로 결정해버리고는 다른 적당한 날을 달력에 표시해 출석일수를 관리한다…….


마치 거기에 무언가 답이 있다는 듯이 분재를 보고 웹서핑을 하고, 오늘은 학교 안 가니, 걱정스레 묻는 할머니께 퉁명스레 쏘아붙인다. 다음날은 터덜터덜 학교에 걸어가서,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학교의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며, 저런 애들과의 깊은 관계따위엔 추호도 관심없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그와중에 느껴지는 허전함과 위화감이 의문스러웠지만, 그저 스스로가 "약해"졌나보다 하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스스로를 다그친다…….


조금씩, 자신의 소외를 자각하기 시작한다. 어느날 오만하게 시험해보자는 심정으로 녀석들의 말을 엿들어보면, 같잖은 애들 장난감이 뒹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한 장벽이 나를 막아서는 것을 깨닫는다. 나 같은 사람은 끼어들 틈도 없는 추억과 감정들이 돌이킬 수 없이 그들 대화의 전제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무관심으로 되돌아가는 자신의 가슴 언저리에 한심한 포기와 체념이 자리잡는 것을 발견한다. 지금, 나, 몇 학년이지? 정신이, 몽롱하다. 세상에서 몸이 붕 떠있는 것 같다. 3학년? 나는 벌써 3학년인가? 나는 이렇게 졸업을 하는 건가.


나는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 못하는 그 녀석들은 몇개월 뒤에나 찾아올 이별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마치 다른 아무도 이해 못할 자기만의 보물이 이른바 학창생활이라는 것 속에 있었기에, 그것을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밀스럽게 공유하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 무언가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배제되어 있었다. 학창 생활? 내 학창 생활은 어떤 것이었지? 저 녀석들은 분명 나로서는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청춘의 결실을 회상하고 있을 터였다. 나는, 나의 한창 때를 어떻게 보낸 걸까.


남들이 평생동안 입가에 미소를 띠고 돌아볼 그 3년을, 나는 몇 마디의 단어로도 큰 오차 없이 정의되는 단조로운 일상으로 보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삶의 이정표 하나하나를 세우는 기단들이, 내게는 완전히 공허한 채로 남아있게 되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과 나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할머니였고, 이제는 그분도 언제 몸져누울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문득, 내가 할머니께, 글러먹은 손녀 하나만을 바라보고 가슴 썩히며 살아오신 그분께, 보여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스스로가 나비가 될 줄 알았던 20년 묵은 한낱 기생충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괴감과 무력감에 눈앞에 깜깜해져서, 침대에 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한다…….


어영부영 대학에 들어가 어영부영 취직을 하려고, 남들과의 대화조차 서투른 몸을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기댈 곳도 물어볼 곳도 없는, 아니 기댈 능력도 물어볼 능력도 없는 자신의 무능만을 깨닫는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분은 병상 위에 계셔서, 그러는 와중에도 그분은 내 걱정만을 하시고, 나는 또한 내 삶의 절반을 이루고 계셨던 그분이 사라지는 것이, 철저하게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몸서리친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지나간다…….


병실문을 닫고 나서면서, 바닥에 쭈그려앉아, 마침내는 외로움에 온몸을 경련시키면서 흐느끼는 꼴이 그저 우습다. 이럴 줄 몰랐어, 상처받기 싫었어, 사람이 무서웠어, 하고 그 와중에도 합리화를 시도하고, 그러나 이젠 정말 스스로의 세상에 홀로 남겨져 버렸기에, 탓할 사람도 나 자신 외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야 만다. 후회를 해도 알아줄 사람이 없고, 속죄를 빌어도 용서해줄 사람이 없다.


바닥에서 몸서리치고 있어봤자 주변의 사람들은 흉한 꼴을 봤다는 듯이 외면하고 지나칠 뿐이다. 누군가 구해줘, 하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아도 그 "누군가"의 구체적인 이미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비명을 지른다. 끌려나간다. 내가 세상을 밀어내기 전에, 세상이 먼저 나를 밀어낸다…….





"아리사,"

"아, 으……."

"아리사, 일어나……."

"으윽, 흑, 으아아……."

"아리사!"


몸통 채로 세게 잡아 당겨져서, 그쪽으로 정신이 흐릿하게 돌아온다. 따듯한 압박감이 가슴께를 짓누른다. 갈라져 터져버린 가슴에 붕대를 대는 것처럼, 그것이 꽉 누르고 있으면 몸의 떨림이 차츰 잦아든다…….


정신없이 그 온기를 붙잡으려 팔을 두른다. 남의 몸을 감싸 안고, 있는 힘껏 팔을 조인다. 익숙하고 그리운 품 속으로, 뜨거운 숨이 하나 둘 파묻혀간다. 천천히,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곳에 부빈다.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는 손결을 문득 느낀다. 따듯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조금 더 그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품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그 속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쉬면, 달콤한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카스미, 카스미. 그제서야 나를 감싸고 있는 이 품이 누구의 것인지를 차츰 깨닫기 시작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놓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 정말 싫은 꿈이었나보다. 홀로 남겨져서 속수무책으로 세상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버리는 듯한 꿈. 불안했던 걸까. 그것이 기어이 꿈으로 나를 덮쳤던 걸까. 그래도, 꿈이었구나. 여기에, 내 곁에, 카스미가 있어. 혼자가 아니구나…….


"안녕, 아리사."

"……응."

"싫은 꿈 꿨어?"

"응."

"카스미가 곁에 있으니까 괜찮답니다~"

"……응."


까불기 시작한다. 그래도 평소처럼 놀려오는 것이,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그렇게도 마음이 놓여서, 카스미의 품속에서 온기를 느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서워서 이상해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조금씩 몸의 감각이 깨어나며, 주변을 더듬듯이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내가 진정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전에는 없을 정도로 카스미의 품 속에 매달려 있으면, 카스미도 더이상 평소처럼 설치는 것은 하지 못했다. 가만히 머릿결을 쓰다듬어주는 것이, 배려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다. 그저 싫은 꿈을 꾸었을 뿐인데.


"정말 싫은 꿈이었구나?"

"응."

"무슨 꿈이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어?"

"……싫어."

"으응, 그래도 얘기하면 후련해질지도 모른다구?"


귓가에서 그렇게 상냥하게 달래주면, 마음껏 어리광 부리고 싶어져 버린다. 아니, 평소라면 이래도 내가 어리광을 부리진 않겠지. 그래도, 지금은, 어리광 부리고 싶으니까.


"……카스미가 없어졌어."

"응."

"포피파도 다 없었던 게 되어서,"

"응."

"계속 혼자 있었어."

"그랬구나."

"……."

"……."

"……계속 옆에 있어."

"응, 약속."

"없어지거나 하면 안 돼."

"당연하지!"


아, 그렇게, 5분은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있으면 갑자기, 아리사 아직 안 일어났니? 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서, 그게 또 안심되어서, 진이 다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어지간히 하고 이쯤에서 평소의 이치가야 아리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기력이 나지 않았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내 곁에 카스미가 있다는 것. 카스미가 평소처럼 날 깨워주러 와줬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탁으로 향하면, 언제나처럼의 밥상이 차려져 있다. 아, 정말, 지금은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반갑고 고마워서, 멀뚱히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자리에 가 앉았다. 내 자리는 이쪽. 카스미는 저쪽. 카스미 자리…… 라. 카스미의 자리가 여기 있다. 그래. 그게 또 안심되어서.


"아, 할머니!"

"으응?"

"오늘은 아리사 바로 옆으로 옮길게요!"

"아아, 그렇게 하렴. 무슨 일 있었니?"

"아뇨, 오늘은 안 좋은 꿈 꾼 것 같으니까 달래주려고~"

"시끄러……."

"호호, 신세를 많이 지는구나."


할머니가 차려준 그릇이니 수저니 하는 것들을 일일이 이쪽으로 옮기는 걸 멀뚱히 지켜본다. 이쪽은 아직도 싱숭생숭한데, 카스미는 기분이 그렇게 좋은 건지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옮기고 나서는 옆에 찰싹 붙듯이 앉아서 젓가락을 들고, 아리사, 괜찮아, 나 여기 있어~ 하고. 까부는 꼴이 못마땅해서, 밥이나 먹어, 하고 쏘아붙여 줬지만, 그래도 싫진 않았다.


"남은 죽는 줄 알았는데 넌 기분 좋은가봐?"

"에~ 그런 게 아니라~ 모처럼 솔직한 아리사를 볼 수 있었으니까!"

"……."

"……."

"너 아까 일 남들한테 말하고 다니면 죽을 줄 알아……."

"응응! 둘만의 비밀인 거네!"

"하아……."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침밥을 깨작거리기 시작한다. 응, 역시 밥은 잘 안 넘어간다. 옆에 누구는 식욕을 주체 못해서 거하게 한 상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그릇 더, 하는 꼴이 오늘따라 기가 막혀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카스미가 말을 걸어온다.


"아리사."

"뭐."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에서 먹을까?"

"……."

"……."

"됐어. 좁아."

"에에~ 계속 옆에 있으라며~"

"시, 시끄러! 아까 얘기 하지 말라고!"


그렇게 한바탕 하고도 성에 차지 않는 건지, 밥을 먹고 나서는 이빨도 닦아주고 머리도 말려주겠다며 달라붙어 왔다. 민망해서 내가 무슨 애냐, 하고 밀어내면, 어차피 아까 아기처럼 매달린 참이니까 사양하지 말랜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짜증나서 욕실 바깥으로 카스미를 밀쳐내고 문을 닫았다. 그러면 밖에서 아리사, 계속 옆에 있을 거니까! 하고, 놀리는 건지 신경써주는 건지. 학교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옆에 유난히 바짝 붙어 있어서, 카스미 오늘은 평소보다 아리사한테 더 달라붙네, 하고 사아야가 물으면,


"응! 계속 옆에 있기로 했으니까!"


하고.


아, 역시 이 자식,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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