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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쿠사와 로스트 바디모바일에서 작성

캐모마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08 22:55:28
조회 690 추천 23 댓글 2
														
마지막 기억이 어느 때였나,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약에 취한것처럼 머리가 몽롱했고, 눈 앞의 모든것이 어둡게 보였다. 저건 뭐지? 벽? 천장? 희미한 빛 밖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미사키는 그것을 분간할 수 없었다. 몽롱했던 머리가 점차 맑아지고, 잊고있었던 기억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로히피 라이브, 뒷풀이, 그리고..여기까지 기억이 돌아온 미사키는 그제서야 자신이 누워있다는 것을 자각했고, 어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차갑게 울리는 쇠사슬이 당겨지는 소리. 그 소리에 미사키는 자신이 단순히 누워있는게 아니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여긴 어디야? 지금 내 꼴은 이게 뭔데!?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찰 무렵, 둔탁하게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고개를 들었을때 보인 모습은,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작년에 여객선에서 봤던 붉은 드레스를 걸친 금발의 소녀. 츠루마키 코코로는 미사키를 보자마자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다소 무거워보이는 짐꾸러미와 함께.
"어머, 미사키! 드디어 일어났구나!"
"코코로..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미사키랑 단 둘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조금 다른 방법을 써봤는데, 어떨까?"
"코코로..장난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사키는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것 같으니까. 또 나를 피할것 같으니까.."
피한다고? 내가? 미사키가 코코로를 피할 이유는 없었다. 처음 만났을때라면 모를까. 코코로를 한층 이해함을 넘어 남모를 연정을 품고있던 미사키였기에 굳이 이런 수단이 아니었어도 코코로를 피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코코로는 짐을 내려놓고 미사키 쪽으로 뛰어들어 미사키 위에 올라타듯이 앉았다. 와우 초럭키-가 아니라, 코코로의 알수없는 연이은 행동에 미사키는 기껏 돌아온 정신이 다시 오락가락 하는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저기, 코코로씨 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주실수 있을까요.."
"음 그럼 바로 말할게. 나, 미사키가 좋아!"
하? 대체 무슨 소리신가요? 그 츠루마키 코코로가? 에이 설마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가페인지 뭔지로 이루어진듯한 이 아가씨는 그런 의미의 좋아한다를 이렇게 다짜고짜 내뱉을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미사키가 알고있는 코코로는 그랬다.
"그러니까..그게..코코로씨? 너무 당혹스러워서 그런데..다시 말해주실수 있으실까요?"
"잘 안들렸던걸까? 그럼 다시 말할게. 미사키, 좋아해!"
"아니 뭐라고 할까 좀..그러니까 정리를 하고 싶은데요.."
미사키는 애써 자신이 들은것을 부정하려는듯 코코로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사람인지 미셸인지 구분도 못하는 아가씨는 또 어디서 이런걸 배워가지고..하지만 순간,
"..거봐, 미사키는 또 피하려고 하잖아."
정적. 그 짧은 순간에 공기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미사키는 갑자기 태도가 바뀐 코코로를 올려다봤다. 코코로의 눈동자는 반짝임이라기보다 번뜩임에 가깝게 바뀌어있었다. 저기, 나 말실수 한건가?
"저기..코코로?"
"미사키는 믿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이 방법을 쓴거야."
그렇게 말하며 코코로는 미사키의 얼굴에 손을 댔다. 어둠속에서도 번뜩이는 그 눈에 당장이라도 울것같이 습기가 차오르는것이 보여졌다. 코코로는 보는 사람이 비참해질듯이 쥐어짜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미사키, 좋아해. 미사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미사키가 좋아."
"코코로, 당황스럽긴 하지만 사실은 나도.."
"하지만 미사키는 다른 사람을 더 보는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떠날것만 같아서, 그래서.."
"저기, 오해를 하는것 같은데 난.."
미사키가 말을 하려는 찰나, 코코로는 미사키의 변명을 듣기 싫다는듯 입술로 미사키의 입을 틀어막았다. 단순히 입을 막을뿐이던 키스는 점점 혀를 탐하는 행위로 이어졌다. 한참을 그런 시간이 지나고 입술을 떼낸 코코로는 미사키의 얼굴을 잡고있던 손을 떼고, 그 손가락 끝을 어깨에서 팔로, 수갑을 지나 손으로 옮기며 계속 읆조렸다.
"미사키가 너무 좋아. 미사키의 눈도, 입술도, 얼굴도, 그리고 양모 펠트를 만드는 이 손..나의 노래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옮겨주고, 나를 쓰다듬어주는 이 손도 너무 좋아. 하지만 미사키가 그 손으로 다른 사람을 만지지 않을까,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까, 그게 너무 무서워서, 나 혼자만 가지고 싶어서, 하지만 그래선 미사키를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슬퍼할거야. 그건 하로하피의 목적과 맞지 않아. 온 세상에 웃음을 주지 못하는거잖아?"
"코코로..그러니까.."
"그렇게 슬퍼하는 사람이 나오는건 싫어. 하지만..이젠 미사키가 날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커져버린것 같아. 하로하피에 미사키가 없으면 안된다고 했었지만, 나한테도 미사키가 없으면 안된다고..하지만 그러면 미사키가 너무 힘들어질테니까..이렇게라도 미사키를 곁에 있게 하고싶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난 미사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으니까..미사키, 아무것도 안해도 돼. 아무것도 안하게 해줄게. 그냥 내 곁에만 있어줘."
"저기, 코코로? 내 말을 들어줄래?"
"미사키, 이제 밤새워 내 노래를 만들 필요도, 검은옷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머리아플 필요도 없어..조금만 기다려줘."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조금만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며 코코로는 짐꾸러미 속에 숨겨왔던것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본 미사키의 눈빛은 놀람에 이어, 공포로 급격하게 물들어갔다. 그 끔찍한 형상이 눈 앞에 들이밀어졌을때 미사키는 지금부터 코코로가 자신에게 할 짓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아니 아니지, 아무리 코코로가 생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가씨라고 해도 이건 도를 지나쳤잖아. 눈 앞에 아른거리던 그것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자신을 묶고있던 수갑쪽이 아니었다. 코코로가 지금부터 끊으려는것은 사슬이 아니었다. 그보다 한참 위를 향하고
"코코로 제발 그만둬! 진심인건 알았으니까! 코코로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니까!"
"미사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잠깐이니까 잠깐이면 돼 그러니까"
"그만둬! 코코로!"
"조금만 참아줘 미사키."
날카롭게 벼려진 톱날이 미사키의 어깨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서로의 마음을 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오해에서 비롯된 일인지, 조금 더 일찍 표출되지 못한 감정이 비뚤어진 형태로 구현된건지. 고깃덩이를 거칠게 썰어내리는 소리, 무언가를 지지는 소리와 냄새, 방 안에 울려퍼지는 참혹한 비명소리는 4번이나 밀실을 채우고 나서야 잦아들었다.

-

그렇게 츠루마키 가에는 두마리의 곰이 존재하게 되었다. 하로하피의 수호신 미셸. 그리고 츠루마키가 당주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테디베어. 미셸은 오늘도 세상에 웃음을 꽃피우는데 일조했고, 세상에 행복을 전파하고 돌아온 코코로는 이제 자신의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코코로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사랑해 미사키, 이젠 영원히 함께야.



저는 해피엔딩을 추구하는데 왜 제가 키보드만 잡으면 이 사단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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