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안에서

Rumi4 · 2019.05.13 02:46:58

전편같은거: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39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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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독방 안에 두 손이 묶인 수감자가 있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지만 묶여있는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으흥흥...흥흥흐응..."

오히려 기쁜듯 실실거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독방으로 간수들이 다가온다. 그러고는 독방 문을 연다. 오랜만에 보는 햇살에 두 눈을 찌푸리고 손으로 눈을 가린다.

"37952. 나와. 취조시간이다."

"아유, 고생하십니다~."

"잔말말고 걸어!"

독방 밖으로 나와 간수에게 껄렁하게 인사를 하니, 기분나쁨을 표현하듯 앞으로 떠밀려짐과 동시에 윽박질러졌다. 이내 밝은 웃음을 거두고 투덜거리며 발을 뗀다. 비 맞은 강아지마냥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양 옆의 두 명의 간수에게 붙들려 간다.

붙들려 간 곳은 취조실. 의자에 그녀를 앉히고 양 손목에 있는 수갑을 책상에 연결하고는 그녀에게 위협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기다리고 있어라. 곧 형사님이 오실테니까."

"흐흐, 신나라, 아~ 너무 좋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위협이 통하기는 커녕 무시되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형사가 온다고 하니 기분이 언제 나빴냐는 듯 환한 웃음을 띄운다. 문을 닫고 나가는 간수들끼리 한숨을 쉬며 입을 연다.

"어후...어쩌다 저런 밝은 애가 이런 일에 휘말렸대?"

"그러게. 나이도 어린데. 사람일 모르는거야..."

이후로 인생이 어쩌니 하는 말이 몇번 지나가고 이내 모퉁이 뒤로 사라졌다.

그녀 혼자 앉아있는 취조실. 불 하나만 켜져있는 어두운 방 안. 책상 하나와 의자 두개가 전부인 그곳에서 멀뚱히 앉아있는 그녀지만, 가만 쳐다보면 콧노래도 부르고 있고, 다리도 흔들며 신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찰칵-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가슴이 뛴다. 얼굴과 귀가 뜨거워진다.

"뭐야, 뭘 그리 쳐다봐?"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도, 내가 싫다는 듯 쳐다보는 눈빛도, 어깨까지 오는 적당한 검정색 머리칼도, 모두 좋다.

"야, 그만 보고, 묻는거에 답이나 해봐. 야, 야!"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화가 났나보다. 하지만 화 난 그녀의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아아, 너무 좋아... 하지만 이리 있다가는 다시 혼날 것 같으니, 자세를 고쳐 앉는다. 으으, 몸이 벌써부터 근질거리잖아...

"좋아. 저번에 말했듯, 네가 들여온 마약. 우리가 찾은게 다가 아닌걸 알아. 나머지 어디에 숨겼어?"

흐흐, 마약, 마약이라...사랑은 마약보다 좋은게 아닐까? 이렇게나 가슴이 뛰고, 머리가 멍- 해져서는, 아아...오직 그녀만 생각하게 돼...

"아니, 이게 또 이러네. 어디있냐고!"

짜악- 그녀의 손바닥이 내 뺨을 강타한다. 고개가 반대로 돌아간다. 으흣.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허리에 힘이 풀려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싫은 눈빛을 하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어디에 숨겼어? 개수작부리지 말고. 똑바로 말 해."

숨길게 있어야 숨기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잠시 생각해 보니,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거 같아, 헤실헤실 웃으며 그녀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키스해주면...말 해 줄래."

"키, 키스?"

앗, 키스라고 하니 얼굴이 벌개져서는, 뒤로 반 걸음정도 물러났다. 새빨개진 얼굴도, 귀도 귀엽다. 잘 익은 수박 속 살 같은 아름다운 색깔, 당황해 한 곳에 초점을 못 맞추는 눈동자...모든게 다 귀엽다. 아아. 내가 범죄자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었겠지. 이리 생각하니 약간 우울해진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그녀도 새빨개진 얼굴로 눈을 감은 채 고민을 하다, 이내 눈을 뜨고 팔짱을 낀 체 떠듬거리며 입을 열어 내게 말을 건다.

"조, 좋아. 해 줄게. 키스."

"히히! 신난다! 언니 너무 좋아!"

"어, 언니?"

내가 언니라는 말을 하자, 안 그래도 빨간 귀가 더 빨개진 기분이 들었다. 으으, 언니의 키스, 기대된다, 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고개를 쭉 빼고 있었다.

"으응? 볼?"

입술에 해주길 기대했건만,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느껴진 건 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의 느낌 때문에 눈을 뜬다. 그녀를 쳐다보니. 어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는 들지 못한다. 하지만 새빨개진 귀는 검은 머리칼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다.

"왜 입술에 안해줘요? 키스면 입술에 하는게 정석이죠!"

"시, 시끄러! 하여튼 해줬으니까. 어디에 숨겼는지 말 해."

으, 뭐라 말하지. 나는 그런거 모르는데. 에이, 될대로 돼라.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입을 연다.

"사실, 마약같은거 어디에 숨긴지 몰라요. 해본적도 없고요. 알잖아요. 저 마약검사 음성 나온거."

생각지도 못한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내 표정을 바꿔 재차 물어본다. 이런 표정, 정말 귀엽지 않나? 어떻게 이리도 귀여울수가 있을까...

"그, 그럼, 왜 마약을 가지고 있던거야?"

"에이, 그거 제 거 아녜요. 제가 살고있는 집에서 나왔길래, 경찰 부른건데."

반은 맞고 반은 거짓말이다. 내 게 아니지만, 살고있는 집에서 나왔다니, 당연히 거짓말이다. 돈벌이 수단은 최대한 써먹어야지.

"좋아...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어. 다음에 또 보자고."

아, 벌써 가는건가. 섭섭한데. 그럼 내 쪽에서 선물을 하나 줘야지.

"저기, 형사님. 이리 와 보세요. 제가 그 누구껀지는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어? 정말??"

"예예. 그러니 이리 와서 귀를 좀..."

내 말에 환하게 웃다 귀 얘기가 나오니 표정을 굳히고 날 쏘아본다. 설마 저번에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는건가?

"저, 저번처럼 이상한 짓 할거 아니깐, 적당히 떨어져 있을ㄹ- 으읍??!!"

에에이, 쫑알쫑알 말이 많아! 귀찮다, 귀찮아! 의자 위로 올라 서서, 수갑에 묶인 채로 최대한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상체를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목표는 그녀의 입술. 준비, 출발! 착지 성공! 부드러운 네 개의 입술이 맞부딪쳤다가 이내 떨어진다. 흐흐 좋아. 아까 못 받은걸 받아갔다고!

입술이 떨어지자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뭐라 말 할줄 알았지만, 아무 말 없이 파일만 챙겨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내가 그렇게 부담스러운가, 심심한 걱정을 하며 간수들이 오시기까지를 기다린다. 흐흥~ 언제쯤 끝이 날런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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