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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저기, 날 사주지 않겠어?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14 00:24:42
조회 1404 추천 34 댓글 10
														

"저기말이야."


왼쪽 손목에는 무수한 흉터자국, 대충 자란 갈색의 긴 머리에 낡아빠진 옷차림.

우산이 없던걸까, 그것도 아니면 어디서 오랫동안 서있던걸까, 비에 맞아서 흠뻑 젖어서 덜덜 떨고있었지만 그깟것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네가 떨리는 손으로 얀경을 치켜올리더니, 그대로 말했다.


"날 사주지 않을래?"


*


"일단 들어와."


그대로 두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었기에 우선은 안으로 들여보내자 나같은게 정말로 들어와도 되냐는 듯 눈치를 보다가, 쭈뻣쭈뻣 안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었다.

갈아입을 옷은-물어보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가방하나 없는 맨 몸인데 있을리가 만무했다. 적당히 사이즈가 맞을법한 옷을 몇 벌 꺼내서 그녀에게 건내준 다음 샤워실 안에다 밀어넣었다.

고마워, 자그만하게 들린 소리를 애써 넘기며 일단 씻고 사정을 설명해달라고 이야기한 뒤, 물소리가 들리는걸 확인한 다음 진정시킬 요량으로 차라도 한 잔 마시게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해,서 주전자에 물을 받았다.

딸깍거리는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이윽고 가스레인지에 불이 들어왔다. 일렁거리는 불길을 바라보며 저 아이에 대한걸 생각했다.

알고있는 아이...거기다가 자신이 평소 신경을 쓰고있던 아이였다. 모르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녀는 늘 반에서 혼자였다.

늘 긴팔을 입은 채 쉬는 시간마다 늘 구석진 자기 자리에 혼자 앉은 채로 책을 읽고는 했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혹은 단답으로 짧게 이야기 할 뿐, 그녀가 세 마디 이상 대화하는것을 요 삼 개월 간 같은 반으로 지내면서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 점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과 어울리는걸 힘들어하는 아이는 제법 많고 그녀도 그런 부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때 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결정적으로 신경쓰이게 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사 월, 체육대회때였다.

그 때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또 어딘가 구석진 곳에서 책이나 읽고있지 않을까 하는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입학하고 한 달간 그녀에 대한건 제법 알려져 있었기에 반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자신 역시 크게 신경쓰지 않던 때였기에 순식간에 머리 한구석으로 밀어넣고 즐겁게 체육대회를 즐겼었다.

일이 터진건 점심시간 무렵이었다.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기로 약속했었다가 교실에 두고온게 생각이 나 잠시 교실에 들르자, 예상대로 교실에서 그녀가 홀로 책을 읽으며 빵을 우물우물 씹고있었다.

그래도 무시하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책상 서랍에서 도시락을 꺼내서 나가려던 차였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은 볼 수 있었다.

왼쪽, 살짝 내려진 소매 사이로 무수한 자상이 눈에 들어왔다.


"...왜?"


내 시선을 눈치챈걸까, 그녀가 내게 되물어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대답해주면서 못본 척 하고 교실 바깥을 빠져나왔다.

뭘까 저 무수한 흉터는.

원인같은건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흉터 자국을 숨기기 위해서 늘 긴팔을 입고 다녔다는 사실을.


*


"...응."


삐-하고 물이 끓는 소리와 함께 의식이 다시 되돌아왔다. 고개를 젓고 컵을 두 잔 꺼내 커피를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저었다.

그랬다, 그 손목을 본 이후로부터 그녀가 신경쓰였다. 어째서 저런 상처가 있는걸까, 가정폭력일까, 아니면 스스로 낸 걸까.

어느쪽이든 그녀가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잘 알 것 같았다. 누군가한테 상담할까도 했지만 스스로가 필사적으로 숨기는 사실을 제 3자인 자신이 떠들어대봤자 상처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속으로 묻어둔 채, 자신이라도 조금 더 잘해주자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런데 그런 그녀가 스스로 찾아와서는, 흠뻑 젖은 꼴로 자신을 사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무슨 사정일까.

자세한건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자고 결심했다. 커피 두 잔을 손에 든 채 거실로 나가자, 자신의 잠옷을 입은 그녀가 어떨떨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거기 소파에 앉으면 돼."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 내 쪽을 쳐다보더니 이윽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내민 커피잔을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서 한 모금 들이마시려다가, 뜨거운지 곧바로 입을 떄는 모습을 보니 내 입꼬리가 느슨해지는게 느껴졌다.

뭐야, 잘 씻고 다니니까 제법 귀엽잖아.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평소에도 저렇게 다니면 인기 많을텐데 싶었다. 대충 내린 긴 머리때문에 평소 얼굴이 가려진것과는 다르게 말끔하게 씻고 한 대 머리를 묶으니까 그녀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명확하게 드러나있었다.

귀엽네, 내가 생각하는 와중에도 불안한듯 집 안 곳곳을 쳐다보다가 이윽고 그녀가 내 쪽을 쳐다보았다.


"저기...그런데 부모님은..."


"부모님은 오늘 안오실거야...그러면 이제 사정을 설명해주지 않겠어?"


그렇다. 지금 중요한건 그녀의 외모나 그런게 아니었다. 고개를 저어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내가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신 다음 탁 소리가 나게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정, 사정 말이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는게 살짝 둔한 내가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왼쪽 소매를 걷어올리자 손목 위에는 전에 내가 본,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계속 봐온 무수한 자상이 새겨져있었다.


"...갑작스러워서 미안."


아무래도 이걸 보여주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싶었다. 곧바로 소매를 걷으면서 즉시 사과를 해왔다...아니, 어쩌면 그 사과에는 이 시간에 갑작스럽게 쳐들어와서 미안하다는 의미도 담겨있겠지. 신경쓰지마, 내가 손을 젓자 그녀가 숙인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더니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이걸 봐줘,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사정은 끝까지 듣자는 생각에 내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비번은 딱히 걸어놓지 않았는 지 전원을 키자마자 곧바로 나온 바탕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이 D-DAY라 적힌 달력 어플만이 떠있었다.


"나, 오늘 자살하려고 했어."


예상밖의 말에 마시던 커피를 뱉으려던걸 간신히 참았다. 놀라서 눈동자를 크게 뜬 채로 그녀를 쳐다보자 묵묵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손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시도 자채는 여러번 했었어. 그 때 마다 실패했지만...삶의 본능이라는게 대단하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고 했는데..."


"잠시만."


손을 들어서 우선 이야기를 막으려 했지만 내 의미를 전혀 다른걸로 해석한 듯 했다.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처음으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그렇네, 왜가 빠졌구나...도박 중독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보니까 뭐...살아서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 그렇지만 놀랍게도 오늘부로 그런 관계도 끝. 오늘부로 두 분은 돌아가셨답니다."


와, 와, 하며 그녀가 박수를 쳤지만 난 전혀 웃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도박 중독자, 가정 폭력-전에 예상했던게 들어맞은 듯 했다.

도대체 얼마나 쓰레기들 밑에서 자라왔길래, 얼마나 상처를 받았어야 저런 말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걸까.


"빚이 어마어마 하더라고. 채무자들이 집까지 쳐들어왔을거야. 그렇지만 아무렴 어때, 나도 오늘 죽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고 했는데 그 때 마침 네 생각이 났지 뭐야?"


"나?"


이번에는 반대로 얼빠진 목소리로 내가 되물었다. 응, 너. 내 의문에 확실을 해주기라도 하듯 손가락으로 날 똑바로 가리키며 말한 그녀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기왕 죽기 전이라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정도는 해보고 싶었어."


"...우리 둘 다 여자인데?"


"응. 알고있어..."


잠시금 침묵이 이어졌다. 커피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쳐다보면서 내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세상에는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했지만 눈 앞의 아이도 그런 사람중 한 명 이었을줄은 전혀 몰랐다.

그렇지만 살짝 놀랐을 뿐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말을 들어보니 누군가한테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였다. 어쩌면 친구가 되고싶다는 감정을 애정으로 잘못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내가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려고?"


"죽으러."


내 말에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그녀가 대답했다. 마치 편의점에 먹을걸 사러가기라도 하는 마냥 당연한 일을 하러 간다는 그 말투에 내가 다시금 되묻자,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는 듯 내가 준 옷을 벗더니 비에 젖은 교복을 다시 주워들었다.


"마음은 전했어. 이걸로 미련은 없는걸."


곧바로 그녀의 오른쪽 손목을 꽉 붙잡았다. 많이 먹고다니지 못한듯 살은 커녕 뼈밖에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야윈 몸이었다.


"...아니면 뭐야, 정말로 날 사주기라도 할거야?"


그럴 배짱 없으면 붙잡지 마, 조소하듯이 웃은 그녀가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난 놓아주지 않고 꼭 붙잡고 있었다.

장난같은게 아니었다.

이대로 손을 놓으면 그녀가 정말로 죽으러 갈 것 같았다. 손을 놓으면 안됬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궁지에 몰린 채 돌아갈 곳 없는 그녀에게 도대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깊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자신의 완력이 조금 더 위라서 붙잡은 채로 있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로도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필사적으로 내 구속을 풀려고 노력중이었으니까.

어쩌면 좋지? 하다가 방금 전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는 그대로 외쳤다.


"그렇지. 고백, 고백에 대한 대답을 안들었잖아!"


"쓸때없이 미련가지기는 싫으니까, 대답은 안듣고 죽는게 맞을 것 같아서."


와, 큰일이다. 얘 죽을생각 진짜 만땅이네.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차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쓰러진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날 속이려는걸까 해서 손목을 붙잡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20분이 지나도 가만히 있기에 뭔가 이상하다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불같이 뜨거웠다.


"얘 이런 상태로 돌아다닌거야?"


깜짝 놀라서 이마에서 손을 땠다. 그러고보니까 계속 비를 맞고 돌아다닌데다가, 지금에 와서는 알몸 상태였다. 비에 젖은 교복을 갈아입으려던 차에 내가 손목을 붙잡았으니까...

감기에 걸릴만하네, 내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다만, 지금 타이밍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난데다가, 기절한 틈에 방에 옮겨서 묶던가 하면 그녀도 쉽사리 죽으러 가진 못할테지.

일단 간호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쓰러진 그녀를 등에 업은 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안녕하세여!


오늘은 뱅드림이 아니라 오리지널이에여!


사실 공모전 준비하려고 썻던 소설인데, 30편인가 써야된다고 해서 그냥 바로 빤스런했어요!


일단 기본 골자는 정석적인


활기찬 소녀 x 우울한 소녀


의 이야기.


우울한 소녀는 가정사도 불행한데다가 가족마저 죽어버리게 되니까 결국 자살을 결심해요.


그러다가 죽기 전 마음을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짝사랑하던 같은 반 활기찬 소녀한테 가죠.


활기찬 소녀는 이런 소설이 늘 그렇듯 밝고 반 전체의 중심이 되는 그런 아이, 그렇지만 어쩌다가 우울한 소녀의 자해 흔적을 본 다음부터는 그녀가 신경이 쓰이는거에요.


그런데 어머나, 비가 오는 어느 날 흠뻑 젖은 우울한 소녀가 활기찬 소녀에게 찾아와서 자신을 사달라고 하는게 아니겠어요?


사정을 들으니까 딱한 나머지 활기찬 소녀는 결국 일단 친구부터 시작하자며 우울한 소녀를 받아들이는데...


과연 활기찬 소녀는 우울한 소녀의 트라우마를 무사히 치료하고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같은 소설이랍니다.


이건 그 때 내보려고 했던 1화에요.


참고로 본 소설에는 제 경험이 20퍼센트정도 담겨있답니다.


음.


대충 그럴뿐인 이야기인데


이번엔 진짜 너무 막 나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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