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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야치사 - 거리감앱에서 작성

ㅇㅇ(182.212) 2019.05.14 00:39:11
조회 681 추천 27 댓글 9
														

모르는 일에는 조바심이 난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면 더더욱.


치사토는 운동을 할 바에는 차라리 식단을 한번 더 관리하는 쪽이였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스테이크, 파스타, 연예인이라는 자신감에 차있었을때에도 비싼 음식보다는 익숙한 것들로 배 만을 채우는걸 선호했다.

몸매를 유지하는것은 중요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자신의 휴식이였으니까. 최소한의 운동도 벅차다고 생각하는 그녀였고, 몸이 축축이 젖는건 더욱이 벅찬 그녀였으니. 그러니 모두가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도 운동장을 뛰고 있을때에도, 선생의 허락을 맏아 혼자 벤치에서 쉬는게 그녀의 성격이라면 성격일것이다.

나무 그늘 아래는 무던히 시원했다. 땀 한 방울 없이 치사토는 그저 조용하게 앉아있다. 체육시간은 지루한 동시에 정적이었다. 숨 가쁘게 뛰어다니는 같은 반의 아이들이 들으면 어이없어 할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치사토에게 만은 그랬다.

주위의 모든것이 불편했다. 시끄럽게 지지직 거리는 벌레소리도, 머리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갈아입은 의미도 없는 큰 사이즈의 체육복이 펑퍼짐하게 퍼져 존재감을 어렴풋이 피력한다. 살갗을 스치는 감촉이 껄끄럽다. 맨살을 드러내는 행위가 껄끄럽다. 보고 있는 시선은 아무도 없음에도 그렇다.

직업병 인걸까.

치사토는 그렇게 생각 하며 동시에 쓰게 웃었다. 반쪽짜리 연예인이 무슨 직업병이람. 한쪽 팔을 조금 당겨, 다른 팔로 돋아났던 소름을 쓸어낸다. 밑으로 내려낸 시선에 물병이 잡힌다. 갑작스레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음에도 치사토는 놀라지 않는다. 짐작이 가는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문을 연다.


"아야쨩,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장난은 자제해주렴."

"...헤헤, 들켰네."


유난히 큰 동작과 함께 자, 하고 그녀가 물병을 건넸다. 자신이 지쳐 쉬고 있는것으로 파악한걸까. 그것을 정정하는것 보다는 이 물병을 다 해치우는편이 빠르리라고 생각한 치사토는 의미없을 눈웃음을 지으며 아야를 올려본 후 물병을 받아, 느리게 삼켜냈다. 목구멍을 흘러들어오는 차가운 물에 곤두섰던 정신을 녹여낸다.


"시원하지?"

"응, 고마워 아야쨩."

그 곁에 그녀가 소리 없이 앉는다. 적당한 거리, 딱 자신이 반응하지 않는 거리에서 아슬아슬하다. 자신을 보고는 활짝 웃는다. 무언가 어색한 웃음. 나무 아래에서 싱그러운 꽃내음이 풍겼다.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 울렸다.


"이렇게 만나다니, 우연이네?"

"...저기, 아야쨩. 할일 있는거 아냐? 나는 체육 시간이라 괜찮지만."

"아, 맞다!"


말 끝은 떨린다. 너의 행동은 알기 쉽게 이루어진다. 당황했을 때는 몸이 움츠러들어 조그맣게 변하고, 기분이 좋을때는 콧노래를 흘리며 시종일관 미소를 짓는다. 슬플때는 눈가를 글썽이고 손으로 부비적대 결국은 붓는다.

웃음거리가 되기 위한 행동인걸까. 천성일까. 나는 사람의 좋은 쪽을 마냥 좋게 보지 못한다. 제 시선은 이미 삐뚜름하게 기울어져 세상 모든것은 사선에서 놀아날 뿐이다. 나 자신마저도 그럴지언데, 너만은 항상 꼿꼿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고심하는 너에게서는 그 어떤 기울어짐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들어 갑자기 그 사실이 신경쓰였으나,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더욱 궁금해 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스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네 말이 상념을 끊는다.


"사실, 배가 조금 아파서 양호실을 가는 중이였는데..."

"그건 확실히, 이상하네. 나는 양호선생님이 아닌걸."

"치사토쨩과 같이 이렇게 있으면 뭔가, 좋아지는것 같아서."

"그래? 다행이네."

"응, 다행이지. 조금만 더 이렇게 있어도 될까?"


긍정의, 부정의 의미도 없이 치사토는 그녀를 응시한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던 기색을 유지하다가, 살짝 엉덩이를 들어 가까워져온다. 자신의 거리 안.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다가온다. 물러선다. 뒤로 돌려낸 손이 허공을 뒤척인다. 잡히는것이 없어 움찔댔다. 너에겐 모르는 것이 투성이다. 그러니 불안하다. 자그마한 정적. 너는 눈을 조금 크게 떠, 집중해서 내 얼굴을 바라본다.


"불편해?"

"...불편하다니?"

"내가 가까운게."

"...그렇지 않은걸."


바로 꺼냈다고 생각한 말은 반 박자 느리다. 순간이 영원처럼. 치사토에게 불어온 바람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룬다.


"...치사토쨩 요즘, 이상한거 알고 있어?"


불안한 분위기에 그대로 나온 속마음. 네 말을 곱씹는다. 최근 우리가 만나왔던 순간을 되짚는다. 짚이는게 있었다. 다만 그것 하나. 너는 네가 이리도 힘겹게 숨겨왔던 것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걸까.

이제야 제 이상을 눈치챈다. 눈을 약간 찡그린다. 손으로 입가를 매만진다. 습관처럼 걸어왔던 미소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일정하다고 느껴왔던 너와의 거리가 한 순간 너무 멀게 느껴졌다. 한 순간 그녀가 비에 젖은듯 퍼뜩인다.


"왜, 왜 이러지. 이러면, 이러면 안되는데..."


너는 손을 끌어당기고 들어올려 눈가를 서로 문질대며 몸을 웅크린다. 작아지고, 작아졌다. 눈높이가 한순간에 확 하고 내려가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눈동자를 마주치자 올려다보는 너의 시선이 물에 젖어있다. 물냄새에 피부가 간지럽다. 모르는 일에는 조바심이 난다. 지금도 그렇다.


"...알고 있어?"

"...응. 그렇게 행동하는걸, 어떻게 모르겠어. 치사토쨩..."


너는 문득 필사적이다. 눈물을 숨기려는 손짓이 가엾다. 결국, 소용이 없다는것을 눈치챘는지 어색하게 입가에 웃음을 지은채로 눈물을 뚝뚝 흘려보낸다. 전조 없는 슬픔이 범람한 탓일까. 그마저 지었던 웃음도 볼품없이 흔들려 위 아래로 휘청였다.

울리던 소음들이 순식간에 멈춰 벤치는 너 하나로 가득하다. 네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네 얼굴에 피어나는 홍조마저 솔직하다. 온통 붉어진 얼굴은 엉망진창. 몸을 쭉 내뻗는다. 옆으로, 위로 길어졌다. 성큼성큼, 한 달음에 거리를 좁힌다. 그 모든것이 순식간이다. 피부가 맞닿는다. 부딪히듯 얽힌 윗니가 얼얼하다. 물어진 입술에 흐트러진다. 비집고 들어오는 혀는 뜨겁다. 겨우 입술이 떨어져나간다.


"...내가 가까운거, 싫어?"


모르는 일에는 조바심이 난다. 모든게 익숙하지 않아 새롭다. 말이 탄환이 되어 가슴을 관통했다. 처음 겪는것 투성이였다. 귀 뒤를 스치는 여름의 바람이 뜨겁다. 온도가 높아 뜨거워지는 머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머리는 답답해 한숨을 크게 들이쉴것만 같다. 써놓았던 가면이 위태위태하게 흔들린다. 웃음에 균열이 생겨 틈이 드러난다. 벌려진 입에서 아, 하고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침묵의 시간이 오래도록 둘 사이에 자리한다. 그늘진 네 얼굴이 어둡다. 숙여낸 모습에서 질끈 감은 눈은 금방이라도 사라질듯이 흐릿하다. 너는 불안한듯이, 아직 채 지우지 못한 립글로즈의 분홍색으로 물든 입술을 혀로 조금 핥는다. 그것으로 다시 매끄러워졌을까. 그늘진 네게서 오롯이 물기로 빛난다. 입이 열린다.


"...좋아해, 치사토쨩... 정말로."

"...아야쨩, 나는."


모르는 일에는 조바심이 난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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