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터지기 전의 나는 대전 토박이었다. 퍽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이제 그곳은 기억도 안 난다. 그 목가적인 풍경을 기억하기에 새 고향의 환경은 너무 지독했다.
'새 고향'의 이름은 고담이다.
새 고향에는 베인도 있고, 킹핀도 있고, 펭귄도 있고, 블랙 마스크가 있다. 탈론도 있다고 한다. 가끔은 외부에서 크로스본즈나 태스크마스터, 데드샷은 물론 데스스트록 '느님'까지 쳐들어온다. 미치광이들도 넘쳐흐른다. 미스테리오, 빅터 자즈, 크레이븐 더 헌터, 스케어크로우, 돌메이커 등등. 조커가 없는 대신 '다른 동네' 애들이 잔뜩 섞여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악의의 총량은 '그' 고담이나 '이' 고담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 고담에는 배트맨이 없다.
망토 두른 십자군이, 어둠의 기사가, 없다. 없다고.
혹시나 했는데 스파이더맨도 없다. 고담에서 산지 스무 해가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박쥐도 거미도 나타나질 않았다.
나를 구해줄 영웅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 역시 나를 구하지 못했다. 나 혼자 뭘 어쩌겠는가. 몸을 다루는 것 하나는 정말이지 타고났고, 어지간한 모델보다도 예쁘다고 자부했지만, 나는 뒷배 하나 없는 고아에 불과한데.
나는 변태같은 고아원장을 피해서 뒷골목을 기었다. 십여 년을 기다보니 여기가 바닥이구나. 그래도 더 내려가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그건 내 오산이었다.
뒷골목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시궁창의 썩은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어젯밤 나는 고용주의 아들을 죽였다. 몇 안되는 동업자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머리를 쥐어 뜯겠지만 나도 할 말은 있었다. 그 개새끼가 나한테 마약을 주사하려고 했단 말이야.
고담의 뒷골목에서 살다보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패기도 했고, 인생을 걸고 재기를 준비하는 남자의 마지막 희망을 훔쳤고, 손에 피까지 묻혀봤다. 그렇게 버린 것들 중에는 정조관념까지 있었다. 그 역겨운 러시안 마피아 도련님이 내 옷을 찢어발길 때 나는 생각했다. 죽는 것보단 나아. 잠깐만 참으면 돼.
그래도 마약은 봐줄 수 없었다. 마약은 한번 당하면 끝이었다. 몸도 축나고, 마약 공급책에게 목줄이 잡히고, 지갑도 얇아진다. 가뜩이나 죽지 못해 사는데, 시체보다 비참하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도련님은 알 바 아니라며 비웃었다. 그 자식 이름이 뭐랬더라. 요제프? 하여튼 더러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놈들은 흙수저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죽였다.
이렇게 말하면 비정한 암살자처럼도 들리지만, 사실 나를 붙잡고 약을 놓으려던 어깨들에게서 벗어나려다가 사고가 났을 뿐이다. 참 인생 꼬여도 이렇게 꼬인다 싶다. 하긴, 인저스티스에서 데미안도 막대기 하나 잘못 던져서 딕 그레이슨을 죽였지. 처음 그걸 봤을 땐 어처구니 없는 시나리오라고 작가를 비웃었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 있다. 잘 나가는 마피아 도련님을 죽여놓고 열두 시간이나 살아있는 것 보면 나도 참 대단하다. 어마어마하게 피곤했고, 손도 곱아서 제대로 못 쓸 지경이지만 쉴 수가 없었다. 이곳은 고담이다. 여자 혼자서 뒷골목에서 자다간 무슨 꼬라지를 당할지 알 수가 없는 곳이란 말이야. 인적 드문 곳에서 5분씩 쪽잠을 자면서 최대한 멀리 도망쳤지만 슬슬 한계다. 이 콘크리트 지옥을 벗어나지 않으면 언젠가 잡히고 만다.
그런데 또 고담은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이곳을 벗어나려면 배를 타거나 다리를 건너야 했다.
요제프는 개자식이지만, 그 자식의 아버지는 꽤 능력이 있었다. 각 잡고 힘을 쓰면 다리에 검문소를 설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결국 헤엄쳐서 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는데, 한겨울에 그런 짓 했다간 얼어죽기 딱 좋았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구할 수도 없고.
"하아……."
그냥 자살할까. 유서에 브루스 웨인 이름 쓰고. 혹시 알아. 내 죽음으로 브루스가 각성해서 배트맨이 될지. 당연히 농담이다. 몇년 째 휠체어 위에서 사는 근위축증 환자가 배트맨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위장이라면 모를까.
도망칠 방법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철저하게 혼자였다. 진짜 자살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못 볼 꼬라지 다 겪고 죽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이럴줄 알았으면 눈 딱 감고 괜찮은 마피아 보스 밑에 들어가서 애인 짓이나 하는 건데.
총성이 울렸다.
나는 무릎이 박살난 채 쓰러졌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 도망쳐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가장 가까운 저격 포인트는 3km 너머에 있다. 신용카드도 안 쓰고 뒷골목만 돌아다녔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날 쐈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타라소프 그 인간이 데드샷을 고용했나? 엄청 비쌌을텐데. 그렇게 아들내미를 아끼는 인간이었어? 그랬으면 교육을 잘 시켰어야지. 아들내미 뒈질 때까지 수수방관하다가 뒈진 다음에야 돈 쓰면 저세상에서 아들이 고맙다고 눈물 쏟겠네 진짜!
자살하자.
그래. 자살하자. 이젠 진짜 자살밖에 없었다. 마침 품속에 나이프 하나는 넣어뒀다. 눈 감고 한 번만 찌르면 작별이다. 나는 힘을 쥐어짜 몸을 뒤집었다. 하늘은 오늘도 흐렸다 흐렸다. 이 시궁창에 나 목숨 하나 없어진다고 달라지는 거 없다 그거지. 그래. 그렇겠지.
어쨌든, 이제 죽자. 나는 품 속에 손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이프를 꺼낸 건 다른 사람의 손이었다. 손등에 해골 문신.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안녕, 프랜시스."
"셀리나."
"부탁이 있어. 죽여줘."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이나 하고 있는 것치고는 꽤 괜찮은 녀석이다. 진심을 다해 부탁하면 들어줄지도 몰랐다.
"미안. 살려서 데려오라더군."
"나 그렇게 보내고 잠이 잘도 오겠다. 악몽 안 꿀 자신 있어? 그렇게 소원한 사이는 아니었잖아, 우리."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프랜시스 나으리는 내 무릎에 응급처치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처리가 쓸데없이 철저하다.
"꿈자리 걱정할 거면 여기서 못 살지. 그리고……. 네 덕분에 나도 목이 위험해."
그랬지. 이 남자가 요제프의 경호 담당이었다. 내가 요제프를 얼떨결에 죽여버렸으니,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 본인도 목숨이 달아날 것이었다. 그나마, 친구 비슷했던 사람의 목숨은 살리고 죽으니 다행이다.
끌려가고, 몇대 맞은 다음, 의자에 묶여서 비고 타라소프와 눈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딱딱했지만, 파란 눈 속에서 뭔가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게 어떤 고통을 어떻게 줄지 하나하나 계산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그는 내 앞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이해하게, 스테이시 양."
뭘 이해해.
"부족한 것 많은 아들이었고, 그 녀석이 자네에게 한 짓은 용서하기 어려운 일이야. 자네는 그것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지."
비고가 주먹을 쥐었다. 금반지를 낀 오른주먹이 내 얼굴을 휘갈겼다. 아팠다. 머리가 번쩍번쩎하다. 혈관이 터졌는지 시야가 붉었다. 노인네가 손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맵군.
"하지만, 다른 이들이 나를 가볍게 여기기 시작하면 내 사람들이 위태로워져. 그래서."
퍽.
"나는."
퍽.
"자네에게."
퍽.
"이럴 수밖에."
퍽.
"없네."
나는 입 안에 고인 침을 바닥에 퉤 뱉었다. 비고의 주먹질에 튄 핏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망할 영감. 세게도 때렸네. 이미 입 안은 터졌고 뺨도 찢어졌다. 머리를 가누기 힘들 지경이라 고개를 떨구고 나니, 가 탄 셔츠 위로 빨간 핏물이 번졌다. 툭. 툭. 툭.
후두둑.
새빨간 핏물 위에 새까만 것이 떨어졌다. 이 타르 같은 건 뭐지. 비고의 새 고문방법인가. 타르에 빠뜨려 죽이려고? 이내 새까만 액체가 내 위에 쏟아졌다. 바닥에 퍼진 액체는 검게 번들거렸지만, 그 위에 하얀 무언가가 물결처럼 일렁였다. 새로운 독인가. 이게 마르면 질식해서 죽나. 비고도 영 악취미인데.
그때 비고가 무어라고 말했다. 아, 비고. 영어 쓰라니까. 러시아어 말고.
그런데 참 이상하네.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 사방팔방으로 비명을 질러대던 무릎의 통증도 지금은 조용했다. 추위와 배고픔과 피로에 절어 있던 몸은 날아갈 듯 가볍고, 저 멀리서 비고의 부하가 흘리는 땀 한방울까지 완벽하게 보였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굵은 밧줄이 뜯겨 날아갔다. 비고가 뒷걸음질쳤다. 비웃을 생각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계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지.
나는 비고를 내버려두고 내 몸을 관찰했다. 알몸에 페인트를 칠한 듯 훤히 드러나는 실루엣. 검은 팔다리. 그 위를 드문드문 덮은 하얀 갑각. 날카로운 손톱. 그리고 이 해방감.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율. 나는 킥 웃었다.
"뭐 하는 동네인지 알 수가 없네. 다른 건 없는데 심비오트는 있어?"
"지금 무슨……."
"조용히 해요, 비고. 생각 좀 하게."
좌중이 얼어붙었다. 나는 바닥을 박찬 뒤, 문가에 서 있던 조직원을 즈려밟았다. 퇴로는 막았고, 이제 나가려면 나를 지나쳐야 한다. 물론, 난 여기서 살아 있는 사람을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뒤늦게 비고와 조직원들이 총을 꺼냈다. 총성이 울렸고, 쉴새 없이 울렸지만, 탄창이 전부 빌 때까지도 내 몸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방금 전에 여러분에게 있던 건 총알과, 그 총알이 맞길 바라는 희망뿐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나, 두 개 다 바닥났네. 그리고 당신들 전부, 재장전하기 전에 내 손에 죽을 거야."
음. 역시 브이 포 벤데타가 최고야. 하지만 저들은 그 대사의 멋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식한 것들 같으니. 그런 놈들에겐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 나는 손톱을 세웠다. 그리고 내가 말한대로 했다.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한 명씩 죽어나갔다. 나는 혼자 남은 비고의 뺨을 손톱으로 살살 긁었다.
"이해해 줘요, 비고. 다른 사람들이 이걸 알면 내 목숨이 위태롭거든. 그래서."
피가 튀었다.
"나도, 당신에게 이럴 수밖에 없었어요. 하하."
남긴 시체는 제 몸에 붙은 심비오트께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식인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하게 거부감은 없었다.
나는 창고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섰다. 마침 비가 쏟아져 내 몸에 묻은 핏방울들을 씻어 날렸다. 나는 양팔을 활짝 펴고 살갗을 때리는 빗방울을 즐겼다. 아아. 고담의 비가 이렇게 시원했었구나.
이 지옥에 거미는 없다. 박쥐도 없다. 테마스키라의 공주도, 강철의 남자도, 백만장자 플레이보이 자선사업가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있었다. 이제부터는 자유다. 조금만 조심하면 이 땅에서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 따위는 없다. 뭐든지 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 고담에서 다시 태어난 이후 느낀 적 없던 전능감에 나는 탄성을 터뜨렸다.
그때……. 그. 드라마에서. 펭귄이 뭐라 그랬더라. 잠깐만 생각해보자. 아, 기억났다.
"I AM THE QUEEN OF THE GOTHAM!"
"I AM THE QUEEN OF THE GOTHAM!"
"I AM THE QUEEN OF THE GOTHAM!"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베인은 역시 베인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강할 수가 있지. 어처구니가 없네. 으……. 허리야. 그 양반은 '저쪽'에서나 '이쪽'에서나 허리 부수는 게 취향인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난다. 그 때,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자살하려 했을 때도 지금처럼 날이 흐렸다. 그때 프랜시스가 10초만 늦었어도 난 죽었겠지.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내 손에 죽고 없으니 은혜는 못 갚았지만.
여하튼……. 슬슬 일어나야겠다. 베인에게 허리를 찍혔을 때 나도 놈의 옆구리를 쑤셔 놓았다. 그래도 그 양반은 대놓고 부하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이니, 계속 이러고 있으면 습격받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난 지금 '시벳'이다. '로마인'의 애인 셀리나 스테이시가 아니라. 그러니 이 가면을 벗기 전까진 조직이나 클랜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특히 클랜은 더더욱 안된다.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온갖 곳에서 박멸하려 들 테니까.
일어나야지. 일어나야되는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허리가 나간 거 같다. 아...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몰라. 그냥 잘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누가 위에서 뚝 떨어졌다. 애였다. 잘 쳐야 고등학교 삼학년? 그런데 애 치고는 몸이 끝내줬다. 가느다란데 탄탄하다고 해야 하나.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은데 근육의 결이 선명했다. 맛있겠다. 아니, 농담이다. 애를 덮칠 수야 없지.
그런데 옷이 좀 특이하다. 이 도시에 나 말고 바디슈트를 입을 수 있는 배짱의 소유자가 또 있을줄은 몰랐다. 가슴께까지는 빨갛고, 그 아래는 검다. 팔에는 얇은 쇠장갑을 찼다. 팔과 다리에 은은한 빛이 흐르는 전선이 있고……. 그 전선의 중심에.
거미 문양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이다. 아니지. 여자아이니까 스파이더걸이 되나. 하여튼 거미였다. 어쩐지 내가 길고양이처럼 굴러댈 때 안 보이나 했더니. 욕이 치밀어오르는 걸 겨우 삼켰다. 내가 십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좀 괜찮은 삶을 살았을 거라는 거 아니야.
음, 아냐. 진정하자. 내가 누구냐. 나는 시벳이다. 고담의 밤을 지키는 척 하면서 범죄자들을 작살내는 어둠의 여주인(Dark Mistress)이야. 누가 이딴 별명 지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셀리나 스테이시다. 로마인의 조직을 페로몬으로 휘어잡아 부려먹는 여제란 말이지. 그리고 도시의 밑에서 차근차근 세력을 쌓는 심비오트 갱의 주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기서 경거망동하기에는 내게 적이 너무 많았다. 문어 자식이 다루는 하얀 심비오트들. 베인, 펭귄, 킹핀……. 자칫 잘못하다간 진짜로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적 리스트에 스파이더맨을 추가할 수는 없지. 나는 화를 억누르며 농담을 던졌다.
"뭐 하는 꼬마인진 모르겠는데, 숙녀의 몸을 그렇게 쳐다보면 안 되지."
"아, 죄송, 그러니까, 아니. 쳐다봤다는 게 아니라."
"아냐, 나도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거든. 너 몸이 참 예쁘구나. 언니랑 같이 호텔 갈래?"
"안돼요! 저 아직 미…… 흡."
그 여자애가 입을 턱 막았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퍽 귀엽긴 했다.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만한 재미는 있을 것 같다. 다행이야. 나 같은 사람이면 어떠나 했는데.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뭐, 기다려줄게. 한 일 년이나 이 년 정도. 그때까지 둘 다 살아있으면."
"아뇨, 아뇨, 아뇨! 괜찮아요! 괜찮다니까요!"
"정말? 내가 안 끌려?"
"그게 아니라!"
"그럼 끌리긴 한다는 이야기네?"
"아, 진짜!"
그것이 나와 거미의 첫만남이었다.
예전에 문넷에 올렸던거 백합으로 컨버전해서 다시 올림
백합으로 하니까 더 그림이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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