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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 답

ㅇㅇ(182.212) 2019.05.25 21:59:24
조회 883 추천 20 댓글 7
														

ㅇㅏㄱ


-


오쿠사와 미사키는 자각이 늦다. 스스로의 일이지만, 객관화를 시켜 판단해보건데 역시 그랬다.


늦어도 한참은 늦어서, 그런 순간이 지나고서야 아, 하고 이상한 표정을 지은채 한참이고 침음을 흘리곤 했다. 지금도 그렇다. 너와 나에게서 시작된 변화를 자각이라는 한 단어로 줄이기에는, 깨닫고 만 시간이 한참이고 늦어서.



"미사키,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응, 코코로."



너는 자연스레 내 팔을 잡고는 세차게 흔든다. 단 잠을 꾸고있던 차에 급작스럽게 닥쳐오는 그 여파란 무겁기 짝이 없었으나 나는 쉬이 그 행동을 받아낸다. 네가 이런적은 한 두번으로는 셀수도 없을만큼 많았고, 익숙하다. 눈을 마주치자, 네가 웃는다. 이것 역시도 익숙하다. 


줄곧 얼굴을 묻고있던 팔이 저렸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츠루마키 코코로는 눈치가 좋아서 얼핏 지나가는것에서도 많은것을 알아내곤 했으니까. 그러니 난 나의 감정을 깊이 묻어낸다.


의자를 뒤로 밀어낸다. 숨을 크게 들이켜 한 순간에 뱉어낸다. 삐걱이는 팔을 최대한 부자연스럽지 않게 움직인다. 책상에 걸려있는 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 무게에 순간 몸이 휘청였으나 그뿐이였다. 일련의 동작은 딱 그정도. 그것에서도 넌 무언가를 읽어낸다. 휘었던 입술이 내려와 평평한 직선을 이룬다. 얇게 분홍색을 바른것같은 모양좋은 입술이 열린다.



"미사키, 피곤한거니?"


"...아니, 괜찮으니까 가자. 오늘은 신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지."


"응. 재밌을것 같지 않아?"


'글쎄, 무엇이 재밌는걸까.'



교실 문을 열어 계단을 내려간다. 평소엔 뛰듯이 온갖 곳을 돌아다니넌 너는 나와 하교를 할때면 내 어깨선에 자신의 것을 맞춰온다. 어째서 네가 나와 같이 하교길에 오르는것인지는 모른다. 너는 알다가도, 숨기고 있는것이 순간순간마다 툭 튀어나와서 모르게되어버리는 사람이였다.


끝이 없는 문제지를 마주하는 기분이 이어진다. 어릴때는 그저 좋은 성적을 받는것만이 인생의 해답이고 곧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제와서는 그것도 예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포기하는 일이 잦다. 포기보다는, 내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것을 자각한것 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문제지를 놓아버린다.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입에 걸치고, 빠르게 걸어서 네 옆을 지나친다. 계단이 이어진다. 나의 모습이 낮아진다. 건물을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질 준비를 시작하는 햇살은 어슴푸레하게 붉다. 구름이 가려내어도 끝끝이 그 빛을 땅으로 내린다. 애매한 하늘이였다. 물감을 전부 통에 풀어내어 하늘에 뿌리면 저런 색이 나올까.



"오늘 뭔가 미사키가, 어금니에 고기가 끼어버린 사람 같아. 무슨 일 있는걸까?"


"...왜일까, 나도 모르겠어."


"그런거니?"


"그래, 그렇겠지..."



네가 말을 꺼내자 나는 적당히 대답한다. 미사키, 미사키, 미사키, 미사키. 내 이름이건만 어째서인지 네게서 불려질때마다 어색한 기분이 드는것은 왜일까. 아마도 아직도 다 씻어내지 못한 피곤함 때문이리라. 그 때문이리라. 바깥의 공기에 몸을 으슬대자 네가 내게 조금 더 다가왔다. 변한건 없었으나 조금 따뜻해지는 기분이 드는것은 역시 이상하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네가 바람을 가리는 탓일까? 


의문 하나,


의문 두 가지, 나는 또 다시 문제지를 놓아버린다. 침묵이 이어졌다. 아직 저녁도 되지 않았건만 거리가 조용했다. 그 흔한 바람소리도 없이 난 너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네가 곡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때면 나는 저절로 바빠진다. 네가 부르는 콧노래를 청음으로 듣고 멜로디를 기억하는 일, 네가 곡의 이미지랍시고 그려내는 그림을 보고 가사를 생각하는 일. 모두가 어려웠던 일들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앞에서 넌 눈을 감고 콧노래를 부른다. 콧노래일텐데도 음역이 다양해서 처음에는 따라가는것 조차 고역이였건만. 이제는 당연하다는듯이 네 옆에 내가 자리한다. 



"코코로, 잠깐만. 거기 부분 한번만 더 불러줄래?"


"아, 이 부분을 말하는거지?"


"응, 거기. 잠시만... 고마워."



조금은 나에게 협조적이 된 너의 덕도 있을테지. 너는 순순히 감았던 눈을 풀고 내 지시에 따른다. 아슬아슬한 지배감이 앉은 다리에서부터 온몸을 저릿하게 흝는다. 음표를 채워넣고 있던 오선지가 순간 백색의 문제지로 보여 눈가를 부볐다.


넌 그런 나를 보더니, 얼굴을 내 어깨에 묻는다. 얹히는 무게에 몸을 움츠린다. 재밌다는듯이 네가 웃음을 활짝 피어낸다. 웃을때마다 와이셔츠 자락이 바스락거리며 맨살을 스친다. 뜨거운 숨결이 가슴깨에 닿아 화하다.


퍼지는 화사함과 반대로 나는 다만 조마조마하다. 네가 나에게서 무엇을 봤을지. 과연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것일지. 도둑이 제발을 저린다더니. 오늘은 어쩐지 네가 말이 없는 날이다. 침묵, 역시 어색하다. 하나로 집중이 되지 않는 정신이 너에게서 벗어나 방 안을 돌아다닌다.



"역시 오늘 미사키는, 뭔가 이상하네!"


"...아니라니까. 후우, 빨리 시작하자."



한참이고 아무 반응 없이 내 어깨에 고개를 묻던 너는 갑자기 퍼뜩 일어나서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또 다시 네게 거짓말을 한다. 너는 그런 날 바라본다. 위에서부터 내려보는 커다랗고 밝게 빛나는 황금. 밝게 켜놓은 조명에 환하다. 그림자 진 입술이 달싹인다. 목소리가 아리다. 거리가 멀어보였다. 한참을 달려가도 닿지 않을 정도로. 너는 정말로 내게 태양일까, 코코로.


그와 반대로 네 옷자락은 너무도 쉽게 무의식적으로 뻗은 내 손 안에 들어온다. 퍼뜩, 나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다시 놓는다. 화상을 입은것처럼 손바닥이 뜨겁다.



"아니야."



너는 움츠러들며 내려가던 내 손을 다시 붙잡아서는, 나를 힘껏 끌어 당긴다. 저항도 하지 못한채 나는 네게 딸려간다.



"미사키가 이상한것 같으면, 나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걸."


"...뭐?"


"그러니까 오늘은, 쉬는 날 인거야. 미사키."



나를 침대 옆에 세워두고는 넌 풀썩 쓰러진다. 바로 집 안에 들어와서는 벗지도 않는 교복 차림 그대로.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이 볼썽사납다. 



"미사키도, 얼른!"



어쨌거나 넌 너의 옆자리에 계속 날 두려고 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닐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 끝자락에 앉는다. 그러자 넌 팔로 내 허리를 감아내더니 날 쓰러트린다. 호흡이 가깝다. 네 옆모습을 바라본다. 시선을 마주하자 아랑곳않고 날 주시한다. 결국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낸다. 한숨을 쉬어낸다. 다시 널 바라본다.


조금 주저해 보다가 손을 들어 뻗친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낸다. 거절의 의사는 없어보인다. 없는것일까. 훈훈한 방 탓인지 귓 볼이 빨갛다. 이것 또한 정말로 내 착각인걸까.



"코코로."


"응. 무슨 일이니?"



곧바로 대답해오는 것도 역시 너 다운 행동이다. 그러니 나는 너를 이렇게라도 다시 확인한다. 내가 모르는 츠루마키 코코로, 내가 지금까지 봐왔고, 알고 있던 츠루마키 코코로. 너는 내 안에서 하여금 두 존재로써 존재한다. 그 간극을 줄이고 싶어서 확인하고, 정답을 살펴보고. 풀이과정이 틀리진 않았는지 수십번을 스스로 검토해보기도 한다. 네가 나에게 도리어 질려버리지는 않을까. 질문, 다급할지라도. 닿을수 있을까. 너는,



"코코로는, 나를 좋아하는거야?"



확신이 없는 목소리는 나조차 놀랄정도로 낮다. 역시, 나는 공부라는것에 익숙해질수가 없는 사람이다.


-


개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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