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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죄인, 히카와 사요는 나와서 오라를 받들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31 14:42:46
조회 1304 추천 3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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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가 울고 있었다. 


 산이 멀어, 부엉이가 있을 곳 또한 멀 것이 분명한데, 어찌 부엉이 소리는 그리도 크게 들려 두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가. 


 어린 신부가 신방에 들어온 지 일각이 지났는데도, 신랑은 쉬이 신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혼례를 치르려고 말을 처음 탔을 때보다, 신부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더욱 긴장이 된다. 


 문풍지를 타고 들어온 바람이 호롱불을 흔들었다. 어제까지의 ‘하자와 츠구미’는 밤에 쓰는 기름이 아까워 제가 먼저 불을 끄려 했겠으나, 오늘은 그게 거사의 신호가 될까 싶어 그러지도 못했다. 신랑에게 마음껏 안기고 싶은 제 마음도, 요부가 아닌 정숙한 마음가짐을 지켜야 한다는 저의 마음에도 갈팡질팡하는 밤이다.  


 신랑인 ‘히카와 사요’ 또한 긴장감에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람쥐 같이 어여쁜 안해가 저의 손길에 놀랄까, 바닥에 짚은 손길은 신중에 고민을 더했다. 혼례복으로 입은 푸른색 두루마기는 이미 구석에 박아둔지 오래였건만, 안해에게 가는 것조차 사요는 어려웠다.


 그렇게 눈치만 보기를 또 일각. 서로는 그게 마치 여삼추 같이 느껴져, 흡사 일각은 여삼추 같았다. 그러나 눈치를 자주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렇게 자주하면 마주치기 마련이다. 


 “아하하...”


 서로의 눈동자가 스쳐 지나간 두 사람.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보려 츠구미는 대뜸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그 웃음소리도 끊기긴 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부, 부끄럽네요, 뭔가.”


 츠구미가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마을에서 약과를 만들 때에는 별 흠이 없는 손이라 느꼈건만, 제 깍지를 낀 두 손이 오늘 츠구미의 눈엔 더더욱 작게만 보였다. 제 손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지아비의 손을 꼬옥 잡아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 


 “첫날밤이니까요.”


 평안을 가장했지만, 사요 역시 어설퍼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주변 동무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와는 달리, 신방의 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오, 오늘은 이만 자, 잘까요?”


 급기야 신방에서 잠만 청하고 나간다는 발상에까지 도달했다. 츠구미의 그 말에는 사요도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호롱불에 살짝 비친 츠구미의 얼굴. 정말 가볍게 훑었는데도 붉은 얼굴색은 사요의 눈에도 훤히 들어왔다. 


 “그냥 잘 수는, 없죠.” 


 사요는 츠구미에게 슬쩍 다가갔다. 혼수로 받은 원앙이불이 부스럭 소리를 내자, 츠구미도 흠칫 놀랐다. 얼굴은 퐁, 하고 붉어지고 땀은 뽈뽈뽈 흘러 이마를 흘러 내렸다. 그런데도 그게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아, 츠구미는 참으로 자신이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요가 다가오는 것은, 즉 낭군님이 다가오는 것. 


 이를테면 기분 좋은 일렁임이었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요. 이런 것은 지아비의 일일 터인데.”


 “아, 아니에요!” 


 사요의 젖은 숨결이 담긴 목소리가 츠구미를 쓸고 지나가자, 그녀도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청설모 같아, 사요는 저의 작은 신부가 마냥 귀여울 뿐이다. 


 “밖의 일은 서방님의 것, 안의 일은 소저의 것이에요. 소저가 부족해서, 서방님이 더 고생하는...”


 저의 연약한 마음이 사요에게 더욱 짐이 됐을까 싶어, 츠구미는 황급히 제 옷고름을 풀려 했다. 그러나 눈을 질끈 감고 풀려고 하니, 될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되려, 엉키기만 했다. 마치 제 마음처럼.


 “츠구미.”


 그때 사요가 츠구미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 작게, 그러나 츠구미의 귓가엔 선명하게 들릴 만큼 고운 목소리로. 


 “부인에게 옷고름을 풀게 할 만큼, 못된 지아비는 아니어요.”  


 사요는 그렇게 말했다. 츠구미가 눈을 뜨자, 지아비이자 안해의 고운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게 츠구미의 마음을 또 다시 쿵, 하고 떨어트렸다. 나쁜 느낌이 아닌, 좋은 느낌으로 말이다.


 “부인의 비단결 같이 고운 마음엔, 항상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마침내 용기를 낸 사요가 호롱불을 훅, 하고 제 숨으로 끄려 했을 때였다.   


 “죄인! 히카와 사요는 나와서 오라를 받들라!”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않았더라도, 등불은 바람이 아닌 숨결로 꺼졌을 것이다. 



 초여름이라 할 지어도 밤바람은 차다. 신방 문을 열자, 그제야 그 얇은 문풍지가 바람을 얼마만큼이나 막아주고 있었는지, 사요는 절절히 느끼고야 말았다. 물론 그런 감각따윈 느끼고 싶지 않았지만.


 “누구...”


 좋은 분위기가 깨져서 그런지, 평소에 항상 냉정했던 사요의 목소리도 한껏 어두움을 띠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으나, 아직 이불에 누워있는 신부가 놀랄까 싶어 그러지도 못했다.


 그래서 사요는 불만스런 목소리를 다 내뱉지도 못하고, 그대로 오랏줄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달빛이 채 비치지 않는 어둠속을 틈탄, 대담한 잠행이었다.  


 “뭐, 뭐야!”


 그녀는 몸을 묶고 있는 오랏줄을 풀어보려 버둥거렸다. 그러나 사요 위를 붉은 머릿결을 지닌 여인이 꾹 앉아, 더욱 줄을 세게 매었다. 


 “이년, 꼼짝 말고 오라를 받들어라!”


 밤엔 어울리지 않는 붉은 도포가 여인에겐 잘 어울렸다. 쓰고 있는 검은 갓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그 낮으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츠구는 잘 알고 있었다. 


 “토모에?!”


 명망 높은 우다가와 家의 여식, 그리고 츠구미와는 예전부터 놀이 동무로 뛰놀았던 우다가와 토모에였다. 


 “아, 아, 안녕 츠구미...”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목소리가 한 개 더 들려왔다. 


 “히마리?!”


 모란꽃처럼 고운 자태를 지닌 여인의 모습이 츠구미의 눈에도 들어왔다. 분명 정숙하게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자태에선 색기가 흘렀다. 토모에의 옆이라면 항상 찰떡같이 붙어 다니는, 붙어 다닐 수밖에 없는 우에하라 히마리였다.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지, 히마리의 표정은 좌불안석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토모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요의 몸을 거칠게 끌어, 신방 앞에 있던 대청마루로 끌고 갔다. 사요의 고운 내의가 흙바닥에 질질 끌렸다.


 “두 사람, 뭐하는...”


 츠구미가 나름 목소리를 가다듬어 화를 내려 해봐도 토모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히마리가 미안하다는 눈웃음으로 그것을 대처했다.

 

 “츠구미, 첫날밤도 슈퍼 츠굿떼루.”


 “모카?!”


 들려온 나른한 목소리에 츠구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달빛에 비친 인영이 낯설지 않았다. 하품을 쩍, 한번 하고 바라보는 졸린 눈 또한 낯설지 않았다.  


 “황혼의 여자를 데려갔으니, 발바닥 성할 일 없다는 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겠지?”


 분노를 품은, 그러나 어딘가 장난스런 목소리도 덩달아 들려왔다. 얼굴엔 분명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우득, 우득, 이를 가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란?!”


 결국 츠구미가 알고 있던 이들이 모두 모였다. 어딜 가나 특색 있는 그들의 모습. 그래서 사람들은 장안에서 제일가는 한량집단, 말괄량이 패거리 ‘황혼’이라고 불렀다. 


 츠구미는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 한과를 만드는 일을 하였지만, ‘황혼’의 구심점들과는 이전부터 죽마고우였기에, 황혼의 명예회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츠구미의 한과 집에서 자주 모임을 가진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츠구미는 이들이 좋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들을 친구로 둔 게 몹시 후회되는 밤이었다.  

 

 아아, 친구 잘못 두면 삼각산 너머 한강수를 따라간다더니 옛 성인들의 말은 뭐 하나 틀린 것이 없구나.


 “이럴 줄 알고, 신방의 위치는 비밀로 했는데.”


 대청마루에 몸을 뉘인 사요가 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우 분한테 물어보니, 그 입은 마치 청산유수와 같더라.”


 “히이나아아아아!”


 란의 말에 사요는 우스꽝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머릿속에 떠오른 사랑하는 동생, 혀를 내민 히나의 모습은 덤이었다. 


 마루에 선 란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게 사요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라면 분명 제가 언니일진대, 어찌 그들은 윗사람을 이리 험하게 대한단 말인가.


 “빨리 풀어주시오, 란 진사. 장난이 너무 심하오.”


 사요는 진사라는 호칭까지 더 했다. 츠구미의 친구라 하여, 이전 몇 번 술잔을 기울였지만 마음에 들면서도, 마음에 잘 차지 않는 여인이었다. 특히 대과에 번번이 떨어지면서, 츠구미에게 다가가는 자신을 견제한다는 점이 더더욱 그러했다.


 “어허, 죄인은 그 입 놀리지 말라!”


 “토, 토모에!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설정에 심취한 토모에를 히마리가 뜯어 말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토모에였지만, 오늘은 ‘포졸’이란 설정이 제법 마음에 든 듯하다.   


 “난 죄를 지은 게 없소.”


 “그, 그래! 서, 서방님은 잘못한 게 없어!”


 아등바등하면서도 의연한 사요의 목소리에, 츠구미도 힘을 얻어 황혼에게 반발했다. 


 “뭐? 서, 서, 서바아아아아앙?!” 


 그러자 이번엔 란이 화를 벌컥 냈다. 그 모습이 마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수라와 같았다.


 “우리가 츠구미를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데!”


 아버지라도 된 냥, 란은 사요를 바라보며 외쳤다. 


 “키, 키워진 적 없어!”


 물론 츠구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약과 하나 더 맥이고, 밥 한 술 더 맥이고.”


 모카도 나른한 목소리로 뜻을 더 했다. 


 “우, 우리 집 과자잖아?! 우리 집 약밥이잖아?!”


 츠구미는 논리를 논파하기에 바빴다. 실제로 황혼에게 제공되는 과자와 약밥은 모두 츠구미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막내딸을 보내는 마음이 어떤지, 좀 알 것 같아.”


 토모에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 딸로 키워진 적 없다니까!”


 하늘엔 달이 떠있는데도, 츠구미의 둥그런 얼굴은 마치 태양이 뜬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아, 그건 나도 동의.”


 비교적 원만한 입장을 고수하던 히마리도 토모에의 그 말엔 동의했다. 


 “히마리, 너까지!”


 결국 츠구미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제 생각을 해주는 건 분명 고맙지만, 오늘은 좀 민폐다. 이런 식의 배려는 바란 적이 없어....


 “자자,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닙니다.” 


 츠구미가 좌절하고 있던 차에, 모카가 마루를 빙 돌았다. 장난스런 어투로 저잣거리의 남사당패처럼 말을 하는 것은 덤이었다.


 “장안에서 제일가는 명문가, 그것도 호사가들 입방아서 나날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히카와 家의 사요를 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인당 1대, 최대 2대까지 모시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길 바랍니다!”


 모카가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츠구미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결국 황혼은 그것을 감행할 모양이다. 초야의 풍습이라면 풍습, 악습이라면 악습이라 해야 하는 ‘발바닥 때리기’를 말이다.


 - 


 카스아리로 불타는 지금, 때 아닌 사요츠구 글.


 앱글 너무 커여어...


 고증에 신경 쓰면 지는 거임, 아무튼 그럼. 

 

 더 쓰려고 했는데, 날백수라 청소도 해야 되고 화단에 물도 줘야 되서 끊었다가 씀.


 관종이라 댓글주면 환장한다. 댓글주면 더 열심히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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