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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뱅드림) 아리사, 미나토 유키나가 되기로 결심하다. #3

Aris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1 18: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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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미나토 유키나가 되기로 결심하다.


#1화 : [링크]

#2화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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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사아야의 몸을 쓸었다. 누군가가 옆구리를 찌르는 감각에 사아야는 천천히 눈을 떴다. 병원 본관 건물 앞의 잔디밭, 그 가장자리의 벤치. 잠들었구나. 사아야는 몸을 일으켰다.


“사아야 짱,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벤치 아래, 무릎을 굽히고 앉은 리미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걸까. 사아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의 위치가 많이 변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사아야 짱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잖아.”

“나, 얼마나 잤어?”

“조금 오래.”


사아야는 스마트폰을 꺼내 보았다. 정말 많이 잤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기는 했지만, 겨울이었다면 벌써 저녁놀이 보였을 시간대였다. 사아야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키나 선배와 싸우고, 울면서 두 사람에게 끌려 나와 바깥으로 나왔었지. 지쳐서 벤치에 쓰러진 나를 두 사람이 쉬게 내버려두었고.


이미 학교는 수업을 다 마쳤을 것이다. 이 시간까지 자기를 깨우지 않고 기다려 준 리미가 고마웠고, 또 미안했다. 이렇게 어리광 피우면 안 되는 건데. 사아야는 리미가 벤치에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리미는 우물쭈물 사아야의 곁에 앉았다.


“미안, 더 빨리 깨웠어야 하는데. 사아야 짱이 너무 지쳐 보여서….”

“괜찮아. 나도 쉬고 싶었어.”


아리사의 일. 그것이 아직도 농담처럼 느껴졌다. 아주 질이 나쁜 저급한 농담. 지금 당장에라도 퉁명스러운 아리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아리사는 저 위 병실에 잠들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면회 시간이 끝나서 다들 먼저 돌아갔어.”

“…유키나…선배도?”

“Roselia 분들도 모두 가셨을 거야.”


유키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리미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말했다. 병실에서의 자그마한 소동. 리미도 거기에 대해 떠올리고 싶지 않았겠지.


그 때처럼 불같이 화를 내 본 적이 있었던가. 사아야는 병실에서의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유키나 선배의 목을 졸랐을 때의 감각을 지금도 떠올릴 수 있었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리사가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죄책감과 유키나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엉키지 않았더라면. 사아야는 몸을 웅크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 많이 원망하고 있지? 갑자기 유키나 선배의 목을 졸랐잖아. …이제 Roselia 분들하고 다시 얼굴 보기도 힘들 거야.”

“아니야. …화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사아야 짱을 이해하니까.”


리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때 사아야 짱이 나서지 않았다면, 나나 오타에 짱이 대신 화냈을 거야. 그러니까…사아야 짱이 혼자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미링은 역시 상냥하네.”

“인사치레로 하는 말 아니야. 나는…사아야 짱이 오늘 일로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Roselia 분들하고는 언젠가 다시 만나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거야.”


리미는 옅게 웃어 주었다. 다시 만날 기회라. 그런 것이 있을까. 리미의 말은 분명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Roselia 전원의 앞에서 유키나 선배의 목을 졸랐으니, 적어도 이제 다시는 포피파가 Roselia와 함께 무대에 오르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


아니. 그 이전에 포피파에게 「다음 무대」 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더는 들지 않았지만.


그 때, 사아야와 리미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사아야는 스마트폰을 켰다. 타에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금 CiRCLE 앞으로 와 줬으면 좋겠어.」


“CiRCLE?” 사아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무슨 약속이라도 했어?”

“아니….”

“일단 가보는 게 좋겠네. 갑자기 불러낸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니까.”


사아야와 리미는 병원 앞마당을 가로질러 걸었다. 아리사. 다음에 다시 돌아올게. 병원을 빠져나가기 직전. 사아야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아리사. 제발 깨어나 줘. 저 어딘가에 있을 아리사에게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기원하면서, 사아야는 리미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



“아…안녕하세요.”


오후의 CiRCLE 앞 카페. 네 개의 잔이 올라간 원형 테이블. 롯카가 쭈뼛쭈뼛 타에의 옆에 앉았다. 긴장 때문에 롯카의 어깨가 굳어 있는 것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오타에는 왜 롯카를 불러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사아야는 잘 우려낸 스위트 레몬그라스 허브티를 한 모금 마셨다. 끝 맛이 씁쓰름한 차 맛이 혀끝에 남았다.


“미안. 갑자기 연락해서.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일수록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앞으로의 포피파를 위해서라도.”


타에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의 포피파?”


사아야는 차를 내려놓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했더니. 지금 포피파의 앞날을 생각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 않기는 했지만. 사아야는 솔직하게 말했다.


“…오타에는 지금 포피파에게 ‘앞으로’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면 사아야는 포피파가 해산했으면 해?”

“당연히 아니야! 아니지만…. 아리사가 그렇게 됐는데…. 포피파가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유키나 선배가 말한 것처럼 새 멤버를 뽑고, 아리사에 대한 건 잊어버리고 하하 호호 우리들끼리만 활동한다든지 하는 게 가능할 것 같으냐고.”

“사아야 짱….”


리미가 사아야의 무릎 위 왼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올렸다. 사아야는 눈물을 참으며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의연해지고 싶은데. 아리사가 사고를 당한 이후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아리사는 포피파야. …그건 절대 변하지 않아.”


타에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나도 포피파가 없어지는 건 싫어. 포피파랑 계속해서 노래하고 싶어. 함께 연주하고 싶어. 카스미와 함께 반짝거리고 두근거리는 걸 찾고 싶어. 그리고 리미링과, 사아야와, 그리고…아리사와 계속 있고 싶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욱 아리사가 깨어났을 때…. 그 때 아리사가 돌아올 장소가 남아 있어야 하잖아.”

“…돌아올 장소.”

“오늘 병실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 포피파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카스미와 사아야가 우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아리사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포피파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어.”

“포피파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사아야의 질문에, 타에는 즉답했다.


“…포피파 활동은 계속 할 거야. 아리사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키보드 파트를 맡을게.”

“오타에, 너 키보드 연주 할 줄 모르잖아.”

“나는 어렸을 때 피아노 연습을 하다 기타로 넘어갔으니까. 아예 무경험자는 아니야. 지금부터라도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면….”

“아니, 연습 문젠 그렇다고 쳐도. 리드 기타 파트는?”

“그, 그건 제가 돕기로 했어요!”


롯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록 짱이?” 리미가 물었다.

“네, 네엣!”

“…서포트 멤버. 예전에 내가 RAS에서 기타 연주 도와 줬던 거랑 같다고 생각해. 아리사가 깨어날 때까지만 내 파트를 맡아 줄 거야. 아리사는 멤버에서 빼지 않아. 반드시 돌아와 줄 테니까.”

“록이라면….”

“다른 사람을 들이는 거라면 카스미가 절대 허락하지 않겠지만. 록이라면 카스미가 직접 영입 제안을 한 적도 있었으니까, 짧은 기간 동안 연주를 돕는 서포트 멤버 수준이라면 분명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해.”


직접 영입 제안. 그 이야기를 듣자 몇 달 전 Galaxy 공연 때 카스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노래 「Returns」를 준비하면서 무대에 올라갔을 때, 카스미가 롯카에게 포피파에 들어오지 않을지 물어봤었지. 오타에가 옆에서 3인 기타 운운하는 소리도 했었고.


그 자리에서 롯카는 포피파는 다섯 명이 있기에 포피파라고, 자기가 들어가면 포피파가 아니게 된다며 거절하기는 했지만. 두 번째 영입 제안은 거절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포트 멤버‘라는 명목 탓이기도 했을 거고. 롯카도 지금이 특수한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물론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타에의 말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몇 년을 연습해 해 왔던 악기를 하루아침에 새로운 악기로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포피파가 처음 결성된 후, SPACE의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정도 수준까지의 실력을 갖추는 데에도 최소 세 달 이상은 걸릴 것이다. 그 때까지 아리사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이미 롯카는 「단기간」 서포트 멤버는 아니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타에는 진지하게 「포피파를 지켜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카스미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모두를 위해서, 사아야는 그냥 유키나에게 화를 내고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아하하….”

“…사아야?”

“아니, 그냥. 지금 내가 조금 바보처럼 느껴져서.”


사아야는 옅게 웃었다.


“포피파를 지켜가고 싶다는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록을 포피파 새 멤버로 받아들일지 이야기는 내일 카스미에게 한 번 물어보자. 우리끼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리미링도 찬성하지?”

“나, 나도 록 짱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카스미 짱의 의견이 중요하겠지.”

“가, 감사합니다. 포피파 분들을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게요….”


롯카가 거의 우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포피파가 좋았다.


CHiSPA에서 나온 후, 다시는 음악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친구들. 사아야에게 있어서 카스미도, 타에도, 리미도, 그리고 아리사도. 누구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아야는 포피파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 포피파가 갈라지고,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고. 그런 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까지나 함께 모이고, 언제까지나 함께 마음을 맞추고, 언제까지나 함께 연주한다.


동화 속 이야기가 늘 「그들은 계속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듯이. 사아야에게 포피파는 그런 동화 같은 존재였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아리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사아야는 자기 자신을 제일 책망했다.


아리사를 다른 포피파 멤버들이 금방 잊어버릴 거라는 유키나 선배의 모욕에 제일 크게 화를 냈던 것도, 사아야는 아리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리사의 마음에 무언가 상처가 있다는 걸 포피파에서 유일하게 알아차린 사람이 사아야였으니까.


「요즘 카스미, 많이 행복해 보이지?」


간단히 한 번 떠 보는 말만으로도 아리사는 알기 쉬운 반응을 보였다. 질투. 카스미가 유키나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리사의 표정은 어두워져갔다. 그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아야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남으로서 아리사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만을 기다렸다.


어쩌면 그런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아리사를 극단까지 밀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 보아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포피파를 지킨다.”

“사아야 짱?”

“아니. 그냥. …아리사에게 요즘 너무 못되게 굴었다는 후회가 들어서.”


저녁놀 아래. 나란히 걷던 네 사람 가운데에서 사아야가 씁쓸하게 말했다.


“나는 사아야가 아리사에게 못되게 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타에가 말했다.


“하지만….”

“그리고 만약 못되게 굴었던 게 맞는다고 하더라도. 아리사가 사고를 당한 건 사아야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잖아.”


타에는 뒷짐을 졌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포피파를 위해서, 그리고 아리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사아야는 타에를 돌아보며 옅게 웃었다.


“오타에는 믿음직스럽네. 옛날 생각난다.”

“옛날?”

“작년에 아리사가 시험 기간이랑 라이브 일정을 겹치게 잡아서 무리했을 때, 오타에가 창고에서 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아 줬잖아.”

“그런 일도 있었군요!”


롯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 것처럼 말했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타에가 포피파를 지키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을 때, 내가 포피파를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 그냥 포피파가 흩어지는 게 싫다고 두려워하는 것 말고 진정으로 무얼 할 수 있었는지…. 그런 생각이 들어.”

“사아야 짱은 지금까지 잘 해줬으니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하하, 위로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오늘 오타에의 모습을 보고, 나도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행동?” 타에가 물었다.

“유키나 선배에 대한 거야.”

“…오늘 일,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어?”


타에의 질문에, 사아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사가 카스미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리사가 유키나 선배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아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다. 포피파를 지키기 위해 뛰는 타에를 보며, 사아야는 그렇게 다짐했다. 내게 있어서 소중한 장소. 결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장소. 포피파를 지키기 위해서. 이제는 결코 우물쭈물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자신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아리사가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


미나토 유키나.


아리사는 마지막까지 유키나에 대한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아리사가 그 비 오는 날 거리를 홀로 돌아다닌 것도 어쩌면 유키나와 함께 우산을 쓰고 돌아가는 카스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유키나가, 비웃듯 침대에 누운 아리사를 내려다보며 「이치가야 씨 따위는 포피파에서 없어져도 모두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 때 느꼈던 감정. 그리고 아리사를 향한 죄책감.


“유키나 선배와 카스미가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카스미를 축하해 줬던 건. 유키나 선배가 분명 카스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유키나 선배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카스미를 위해서라도 유키나 선배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

“접근한다고?” 리미가 물었다.

“카스미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말 할 거야. 두 번 다시는 얼굴도 보이지 말라고.”


사아야는 차갑게 말했다.


“자, 잠깐만요. 유키나 선배를 쫓아내시게요? 유키나 선배와 연애 중인 카스미 선배의 마음은 어쩌고요!”


롯카가 허둥지둥 끼어들었다.


“…카스미도 오늘 일로 유키나 선배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 거야.”

“카스미는 그렇게 쉽게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아.”


타에가 말했다.


“엄청나게 슬퍼하기는 하겠지만, 그 이후 카스미는 분명 유키나 선배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들 거야. …유키나 선배가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아무 이유 없이 그 자리에서 아리사를 욕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이유라고?”

“유키나 선배와 Roselia를 우리가 지금까지 한두 번 만난 게 아니잖아. 유키나 선배는 차갑고 직설적인 표현을 즐겨 쓰기는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조롱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유키나 선배가 아리사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한 데에는, 분명 우리들이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카스미라면…. 한 발 나아가서 유키나 선배가 마음에 담고 있을 그 ‘이유’까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까?”

“…오타에 짱, 말 엄청 잘 한다.”


리미가 감탄한 투로 말했다. 확실히, 타에는 평소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음악과 관계된 상황일 때에는 핵심을 짚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아야는 타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유키나 선배가 아리사를 ‘따위’라고 부를 수 있는 건데?”

“…그건, 나도 몰라.”

“결국 오타에도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는 거잖아.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유키나 선배가 울고 있는 카스미 앞에서 아리사를 조롱한 건 변하지 않아.”

“그렇지. …그렇다면 이유를 먼저 알아보는 건 어때.”

“이유를 알아보자고?”

“카스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말라고 다그치기 전에, 우리가 직접 유키나 선배를 찾아가는 거야. 미리 대답을 준비하지 못하도록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기습적으로. 그리고 왜 아리사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묻는 거야.”


타에는 팔짱을 꼈다.


“그 때 사아야가 듣기에 유키나 선배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때 다시는 카스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협박을 하든,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날려버리든, 배를 발로 차 버리든 상관없어. 말리지 않을 게.”

“자, 잠시만요, 너무 과격하지 않아요…?” 롯카가 몸을 떨었다.

“솔직히 나도 화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리미링은 화 안 났어?”

“나도 유키나 선배의 말에 화나기는 했었어….” 리미가 답했다.

“그러니까, 그렇기 때문에라도 어째서 유키나 선배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지 않아?”


다시 한 번 물어오는 타에의 질문에, 결국 사아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유키나가 아리사에게 그런 폭언을 했는가. 거기까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유키나의 말에 분노하는 데에만 급급했으니까.


카스미라면 폭언 그 이후까지 생각할 것이다. 그런 타에의 말이 어디까지 맞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키나가 어째서 죽어가는 아리사에게 조롱을 퍼부었는지, 타에의 말을 듣고 나자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오타에의 말대로 하자,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 네 사람이 기회를 봐서 유키나 선배를 기습하는 거야. 유키나 선배가 혼자 있을 때를 노려서.”

“저, 저, 저도 하는 건가요?!” 롯카가 몸을 떨었다.

“록도 오늘부터는 포피파 멤버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우우….”


롯카는 볼을 붉히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유키나를 기습하자는 작전이 롯카에게는 부담이었던 모양이었다. 사아야는 웃으며 롯카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록에게까지 그런 어려운 일을 시키진 않을 테니까. …리미링도 빠지고 싶으면 빠져도 괜찮아.”

“나는 할 거야. …카스미 짱을 위한 일이니까.”

“그러면 정해진 거네.”


타에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유키나 선배 포획 대작전, 드디어 멤버 결성! 와아아!”

“자, 잠깐? 기합도 질러야 하는 거야?”

“사아야.”


타에가 지그시 사아야를 보았다.


“기합은 중요한 거야.”


어쩔 수 없네. 사아야는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오, 와아아….”

“와아아!!!!!”


타에는 몇 번이고 주먹을 하늘에 대고 휘두르면서 성큼 앞서 나아갔다. 역시 오타에는 오타에라니까. 사아야는 픽 웃어버리며 내리막길을 앞서서 달리는 타에를 내려다보았다. 길게 이어진 내리막길 너머,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가는 붉은 저녁노을이 보였다.


포피파를 위해, 그리고 아리사와 카스미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사아야는 앞서가는 타에를 향해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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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미, 아리사 안 나오는 카스아리 팬픽…. 이 되어버린 이번편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선 다시 아리사가 등장하도록….


사실 원래는 헬로해피가 병원 공연 같은 걸 자주 다니는 설정을 생각해서 초반 병원 파트에서 헬로해피도 이야기에 엮어 보려 했었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지면 이야기가 산만해질 것 같아 아쉽지만 쳐냈네요.

또 코코로가 나오면 아리사는 분재를 좋아하더니 자기가 분재가 되었구나? 해피 럭키다와! 이러다 진짜 한 대 맞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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