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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오멜라스에서, 우리는. ㅡ 1모바일에서 작성

우울과몽상(211.36) 2019.06.02 20:15:18
조회 537 추천 26 댓글 5
														


하나는 소파에 앉아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TV에선 짤막하게 위령제를 언급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위령제인지 하나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묵념을 위한 음악이 나오자 하나는 tv를 꺼버렸다. 고개 숙이기 싫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묵념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모컨을 내던지고 하나는 소파에 웅크려 앉았다. 눈을 감지는 않았다. 눈을 감으면 불빛이 번쩍였다. 잔상처럼 비명과 폭발 소리가 퍼져나갔다. 때때로 하나는 그것 때문에 잠에서 깨곤 랬다. 깨고나면 하나는 고요한 그 순간이 도리어 무서웠다. 그 모든 과정이 싫어서 하나는 뜬 눈으로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하나는 옆에 두었던 마스크와 모자를 집어들었다. 문 건너편 배달부는 얼굴을 가린 하나와 마주했다. 택배 수령 간에 배달부는 물었다.

"송하나씨 맞으시죠?"

곧바로 문을 닫았다. 하나는 바로 포장을 뜯었다. 생화였다. 잠깐 해동을 시키니 근사한 꽃다발이 되었다. 후드 티를 덮어쓰고 하나는 거리를 나섰다. 전광판을 비롯한 온 곳에서 위령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 광경과 소음이 싫어 이어폰으로 귀를 막았다. 볼륨을 크게 틀어 좀 나은 것 같았다. 택시를 잡아 탔지만 택시 tv 안에서도 위령제 이야기가 나왔다. 기사가 뭐라 웅얼대길래 하나는 이어폰을 뺐다.

"....아무튼, 그 때 그 로봇 조종한 군인이 말야. 군인이 되가지곤 기체를 버리고 튀어분께 이런 사단이 났다 그거야. 안그래?"

하나는 대답을 요구하는 기사에게 말했다. 그는 하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폭발하는 기체에서 탈출하는 거였죠."

"그러니까아. 기체가 막 불이 붙고 폭발할 것 같았으면 끝까지 조종을 해서 피해가 안가게 해야 했을 거 아니야."

M.E.K.A 는 일정 이상의 충격이 축적되면 자동으로 조종수를 사출시켰다. 하나가 그 때 기체를 버린 건 불가항력이었다. 엔진고장을 일으켜 날아간 것은 불운이었다. 기체 판단 하에 조종수를 강제 사출시키고 건물을 들이받은 것은 사고였다.

그 건물이 대피소로 지정되어 노약자 수백명이 있었던 것은 비극이었다.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하나의 눈앞에서 건물은 폭발하고 수백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정주는 기체 결함보단 조종수의 조종미스라고 판단했다. 하나는 얼마 뒤 조용히 전역했다. 매 년 언론에선 당시 자료화면을 두고 \'조금만 냉정했다면 막을 수 있던 일.\' 이라고 말했다. 하나는 그 말에 납득한다기 보단 무릎을 꿇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위령제가 열리는 곳 외에도 참사 분향소는 몇군데 더 있었다. 하나가 찾은 이 곳은 가장 외지고 조용한 곳이었다. 달동네 초입에 세워진 분향소는 발길조차 뜸했다. 하나는 그 일 이후 매년 이곳에 왔다. 비석 아래엔 누군가 꽃을 놓아두었다. 조금 떨어진 벤치에는 금발 외국인이 앉아있었다. 하나는 슬쩍 그 여성을 보고 꽃을 내려놓았다. 두 개의 꽃다발이 비석 아래에 나란히 놓였다.

"송하나 양. 맞죠?"

유창한 한국말이 들렸다. 하나가 옆을 보니 그 외국인이 가까이 온 채 묻고 있었다. 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기자나 방송인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다. 잘차려입은 옷이며 유창한 한국말이며 낯익은 얼굴까지, 하나는 여성이 방송인일거라 확신했다. 괜히 이곳에서 인터뷰를 잘못하면 또다시 인터넷 상에서 뉴스에서 씹힐게 분명했다.

"앙겔라 치글러 박사라고 해요.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하나는 걸음을 멈췄다. 부산 사건 당시 의료팀으로 파견 온 의사 중에 한 명이었다. 생체 무슨 연구의 권위자라고 했고, 당시 취재온 기자들을 단호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하나는 그 때 사령부 캠프에 있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 곳 군대와 연계하여 퇴역 군인 및 현직 군인에게 새로운 방식에 정신 치료를 실시하고 있어요. 하나양도 그 대상이구요."

"그래서요?"

앙겔라는 그 말에 살짝 놀란 것 같았다. 그녀가 듣던 하나는 이렇게 날이 선 인물이 아니었다. 앙겔라는 이런 날 선 얼굴을 몇번 본 적 있었다.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과하게 고통받고 있어요."

하나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슬쩍 고개를 흔들더니 그녀를 지나쳐갔다. 몇발자국 걷는 걸 지켜보던 앙겔라가 외쳤다.

"다시 연락할게요."

하나가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정오의 태양이 산 끄트머리을 환하게 감싸고 있었다. 역광 때문에 앙겔라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스팔트 위에 서있는 두 여자는 그렇게 잠깐 마주보고 있았다. 아지랑이가 시야를 흐렸다.

"당신 일이나 신경써요."

도로 아래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앙겔라는 한숨을 쉬었다. 꽃다발이 태양볕에 벌써 말라가는 것 같았다. 앙겔라는 둘 다 그늘 안 쪽으로 집어넣었다. 아지랑이 사이로 흐릿하게, 점처럼 멀어진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에게도 점처럼 멀어진 앙겔라가 보얐다. 어쩌면 그녀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놓친 것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안됐다. 어차피 군생활도 게임 활동도 이젠 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됐냐면 사고 때문이었다. 그 사고가 누구 잘못이냐면 불가항력이었다. 하나는 이 사건이 자기 잘못이라 인정할 수 없었다. 사고 직 후 사령관은 무슨 짓이냐고 했었다. 기자들에겐 \'전력 보존을 위해 조종수 자동 탈출은 기본 옵션으로 정해져 있다.\'라고 말했지만 기사는 \'민간인의 안전보다 조종수의 전력 보존이 우선.\'이란 냉정한 발언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게임 방송하던 군인 수준이 그렇다며 입방아를 찧어댔다. 하나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말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 말에 울컥 차오르는 설움이 있어서 하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길거리에 주저앉아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그저 형식상으로 했던 말일텐데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눈물을 겨우 닦아낸 하나는 옷을 가다듬고 집으로 향했다. 위령제는 하나의 행보처럼 조용히 막을 내렸다. 하나는 잠들다가도 소스라치며 사이사이 일어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목은 나름 의미가 있당.

하나메르가 뒤져버렸으니 내가 살릴거다.

후반 씬은 희극지왕이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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