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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뱅드림) 아리사, 미나토 유키나가 되기로 결심하다. #4

Aris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4 23: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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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미나토 유키나가 되기로 결심하다.


#1화 : [링크]

#2화 : [링크]

#3화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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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아리사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열었다.


『미안해』


오늘 낮에 카스미에게 보낸 문자.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정말 구제불능이네.”


아리사는 벽을 향해 스마트폰을 던졌다. 카스미를 그렇게 울려놓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다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 걸까. 내가 유키나 선배의 몸을 빼앗아 한 일이라고는 카스미와 유키나 선배의 연애를 망쳐 놓은 일밖에는 없었다. 물론 내심 두 사람의 연애가 끊어지기를 바랬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결말을 원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아리사는, 아리사는…. 절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야.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알고 있냔 말이야!」


미안, 사아야.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 정말로 미안해. 아리사는 베개를 끌어안은 채 소리 죽여 울었다. 내가 유키나 선배를 망가트렸어. Roselia 분들에게 상처를 입혀 버렸어. 내 조부모님을 마음 아프게 만들었어. 그리고 포피파를…. 카스미를 울려버렸어. 그냥 모든 게 잘 되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는데. 


나 따위에게는 그런 소망조차 너무 큰 소원이었나봐.


병실에서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미나토 유키나로서의 아리사는 모두를 상처 입히기만 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얼 위해서 유키나 선배가 된 걸까. 그냥, 모두를 아프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뿐이었을까. 


“카스미…모두들…정말 미안해…내가 바보라서 미안해….”


아리사는 베개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내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건 그 때의 일이었다.


“…어?”


아리사는 고개를 들었다. 창밖이 빛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자그마한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창문을 때리며 발코니 안으로 떨어졌다. 아리사는 천천히 침대에서 벗어나 창문을 반 가린 커튼을 열어 젖혔다.


불이 밝혀진 맞은편 창문 너머. 발코니 난간에 양 팔을 기대어 올린 리사가 아리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키나, 내가 깨운 건 아니지?”

“…리사.”


씨, 를 붙일 뻔 했다. 아리사는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 불 꺼진 방을 바라보는 리사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울었구나.”

“나는, 그….”


아리사는 자신의 눈가를 만져보았다.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창문, 열어줄 수 있어?”

“…응.”


아리사는 창문을 열었다. 중간을 가로막은 유리창이 사라지자 리사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리사는 안타까움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아리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유키나와 오랜 시간 같이 지내왔지만, 오늘의 유키나는 정말 좀 이상했어. 포피파 멤버들이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아리사한테 그런 욕을 하고…. 유키나, 나한테는 말해줄 수 있지?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괜찮아.”

“유키나. 전혀 괜찮지 않잖아…. 그렇게 우는 얼굴을 하고 괜찮다고 말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 유키나가 나를 믿고 고민을 털어 놓아 준다면, 나도 유키나를 믿고 유키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까.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유키나의 편인 걸.”


리사 씨. 저는 리사 씨가 아는 미나토 유키나가 아니에요. 아리사의 혀끝을 따라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맴돌았다. 자신이 유키나가 아닌 유키나의 몸을 빼앗은 아리사라는 걸 말하기만 한다면, 지금 자신을 묶은 모든 오해들을 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아리사 자신의 우유부단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 말을 하고 난 이후 제일 친한 친구의 몸을 빼앗은 아리사를 향해 리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물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내가 미나토 유키나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미나토 유키나에게 들린 귀신이나 악마 같은 거라고 치면. 그래도 리사는 내 편을 들어줄 거야? 내가 유키나의 모습을 한 가짜인데도?”

“유키나~. 혹시 귀신이라도 봤어?”

“…진지하게 대답해 줘.”


아리사는 다시 물었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려던 리사도, 아리사의 표정이 진지한 것을 보고는 팔짱을 꼈다.


“하아. 이건 좀 곤란한 질문이네. 유키나가 유키나가 아니라면…일까.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유키나가 물어본 거니까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볼게.”


리사는 작게 웃었다.


“나라면 일단 고민은 들어줄 것 같아.”

“내가 유키나가 아니라고 해도?”

“으음, 결국에는 유키나에게 몸을 돌려주고 나가주세요, 라고 하기는 하겠지만. 귀신이 유키나의 몸을 빼앗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 이유를 풀어주어야 유키나에게 들린 귀신이든 악마든간에 저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결국은 진짜 유키나를 위해서 가짜의 편을 잠시 들어주겠다는 거네. 가짜는 결국 가짜니까.”

“이야기가 그렇게 되려나?”


리사는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유키나랑 꼭 닮았다고 해도, 내 소중한 진짜 소꿉친구는 내 앞에 있는 유키나 밖에는 없으니까. 결국 가짜는 가짜일 뿐이잖아. 아무리 가짜가 아무리 진짜를 잘 흉내내더라도, 가짜는 진짜의 열화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라면 결국에는 진짜 유키나를 돌려받으려고 할 거야.

“…그래, 그렇구나. 응.”


가짜는 진짜의 열화품일 뿐인가. 리사의 말이 맞았다. 아리사가 아무리 유키나인 척 한다고 하더라도, 유키나의 몸에 있는 아리사는 그저 열화품일 뿐이었다. 아리사가 유키나의 행세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던가.


아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은 고민이 해결된 느낌이야.”

“에, 이거로?”

“응. 이거로.”


아리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사는 아리사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눈치 빠른 리사라고 해도 몸을 빼앗는다던가 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없겠지. 아리사는 창문에서 손을 뗐다.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

“이거로 정말 괜찮은 거야?”

“…응. 덕분에 마음을 정한 것 같아.”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유키나에게 도움을 줬다면 다행이네.”


리사는 웃으면서, 잘 자라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 


열화품이라.


아리사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내가 유키나 선배의 몸을 빼앗은 것으로 모두가 불행해진다면. 내가 유키나 선배의 몸에 있는다고 해서 카스미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면. 나는 죽어가는 내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을 거야. 


카스미가 선택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유키나 선배였으니까. 유키나 선배의 몸을 빼앗고 그 사랑을 가로챈다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던 거야. 아리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어 보았다.


카스미를 위해서라면 내가 죽어야 해. 유키나 선배에게 몸을 돌려주어야 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그렇게 되면 다시는 카스미와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려오는 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



어째서 나는 여기에 온 걸까.


카스미는 어깨에 맨 가방을 끌어올리며 아리사의 집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 유성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아리사를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냥 한 번 이곳에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성당 문을 넘으면, 오늘도 아리사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뛰쳐나와 “어이, 카스미. 학교 안 가고 뭐 하고 있냐”며 웃으며 다가올 것만 같은…. 그런 가능성 없는 미련이 남아 있는 탓이었을까.


나는 아직 아리사가 다치게 된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몰라.


카스미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았다. 아리사를 다시 만나고 싶어. 아리사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싫어.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런다고 해서 병실에 누운 아리사가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미안해.


어제 유키나 선배가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유키나 선배가 어째서 아리사에게 그렇게 날카로운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길이었다. 오늘 집을 나오면서 유키나 선배에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도 몇 번을 망설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분명 유키나 선배에게도 자신이 모를 사정이 있었던 거겠지.


지금은 유키나 선배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자. 카스미는 유성당 입구에 발을 올려놓았다. 아리사의 조부모님에게 어제 이후 아리사의 몸 상태에 대해 묻고 학교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문을 넘어,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정원에 나와 있는 아리사의 할머니와 마주한 순간. 

카스미는 유성당에 온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



“유키나~! 오늘은 괜찮아?”

“어제보다는 나아졌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등굣길. 아리사는 리사와 함께 하네오카로 가는 길을 걸었다. 유키나가 된 지 이틀째. 어제보다는 유키나의 행세를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어차피 남들에게 무뚝뚝하게 대하기만 하면 대충 유키나 비슷하게 보이기는 하긴 하겠지만.


「문자 읽었어요」

「어제 선배한테 화내서 죄송했어요.」

「분명 아리사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으셨을 거예요」

「선배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오늘 방과 후에 선배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아리사는 유키나의 스마트폰에 온 카스미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여러 통의 단문 메시지들이 연달아 날아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온 메시지들이었다. 나 때문에 어젯밤 내내 카스미도 고민했겠지.


나 때문에 더는 다른 사람들이 상처 입지 않게 할 거야.


아리사는 오늘 방과 후, 카스미를 만나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리사는 악마가 유키나의 몸을 빼앗은 이유를 풀면, 저승으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다. 뭐 리사 씨는 지금 내 상황을 모르고 아무렇게나 한 말이기는 했지만, 그럴싸해 보이기는 했다. 내가 유키나 선배의 몸을 빼앗은 이유가 카스미의 사랑을 유키나 선배에게서 빼앗고 싶었던 질투 때문이라면. 내가 카스미에 대한 사랑을 단념했을 때, 카스미와 유키나 선배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게 되었을 때, 나는 다시 죽어가는 내 몸으로 돌아가고 진짜 유키나 선배도 다시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정문에 선 채, 아리사는 하네오카 여학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등교일이 될 지도 모르겠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등교를 하나사키가와가 아닌 하네오카에서 하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힉, 히익! 유키나 선배!”


하네오카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막 실내화를 벗던 롯카가 아리사를 발견하곤 표정을 바꾸며 도망치듯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뭐야. 아리사는 헛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뺨을 만져 보았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리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괜찮은 것 같은데.”


도대체 뭐야. 


아리사는 롯카가 사라진 복도 방향을 힐끔 쳐다보고는 계단을 올랐다.



***



카스미를, 그리고 다른 모두를 위해. 


아리사는, 미나토 유키나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리사 선배의 말대로, 아리사가 아무리 유키나 선배의 행세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진짜 유키나 선배의 열화품이 될 뿐이었다. 무가치한 열화품. 그 열화품이 만든 결과가 어제 병원에서의 일 아니었는가.


내가 있는 것으로 모두가 상처 입게 된다면.

내가 없어지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사라져야만 하는 거야.


“…유키나 씨. 갑자기 왜 불러내시고….”


아무도 없는 계단. 아코가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리사를 올려다보았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쉬는 시간에 자신을 따로 호출했으니 긴장할 만도 하겠지. 하지만 아리사가 아코를 부른 것은 모든 것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다. 아리사는 아코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코,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유, 유유유, 유키나 씨?!”

“…아코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이야기를 했잖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어제의 나는 악마에게 홀려버렸던 거야. 미나토 유키나의 행세를 하려는 악마에게.”

“유키나 씨, 그만 하세요. 허…허리 펴시고…아코한테 그렇게 하시면 아코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코는 거의 울 것처럼 말하면서 아리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코 어제 일은 다 잊었으니까! 절대 유키나 씨에게 화나지 않았으니까…. 아코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으셔도 상관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키나 씨가 아코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 보기 싫어요….”

“그렇구나.”


아리사는 다시 허리를 폈다. 조금 웃음이 나왔다.


“난 사과를 받는 사람에게조차 또 상처를 입히고 마는 거네.”

“유키나 씨….”

“사요와 린코에게도 직접 만나서 사과를 하고 싶은데…그럴 시간이 없을 지도 몰라. 두 사람에게는 내가 병원에서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아코가 오늘 대신 전해줄 수 있을까?”

“유, 유키나 씨 어디 가실 거예요?”

“어디 가면서도 가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


아리사는 아코의 눈높이를 맞춰 한쪽 다리를 굽혀 앉았다.


“오늘 내 약속, 들어줄 수 있겠지?”

“네, 네엣!”

“고마워.”


아리사는 작게 웃었다.


“내가 바보여서 미안해. 괜히 상처만 주고. …처음부터 미련 같은 걸 품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유키나 씨?”

“아냐, 아무것도.”


아리사는 다시 일어나며 아코의 옆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이것으로 진짜 유키나 선배가 되돌아오더라도 Roselia 안의 분위기는 깨지지 않겠지. 


문제는 포피파겠지만. 


아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목을 조르던 사아야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사아야와는 다시 만날 용기가 없었다.


카스미에게 내가 진짜 미나토 유키나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면, 카스미가 어떻게든 해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포피파 멤버들에 대한 것들은 잊으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하네오카에서의 수업. 한 학년이 차이 나는 탓에 제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는 했지만, 아리사는 수업 시간을 잘 견뎌냈다. 물론 카스미에게 연락을 하는 건 잊지 않았지만.


『방과 후 공원에서 만나자. 시간은….』


수업 시간. 아리사는 카스미에게 약속 장소를 정했다. 자신이 계단에서 미끄러진, 유키나 선배가 되어버린 바로 그 장소. 그곳에서 카스미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미련을 버리게 된다면. 어쩌면 자신은 원래 자기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되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카스미와는 만날 수 없게 될 거야.


“…젠장.”


모두를 위한 선택이라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 이거라고. 마음을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카스미를 다시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찌르듯이 아팠다.


분명 원래 내 몸도 언젠가 깨어날 수 있을 거야. 분명히, 카스미라면, 포피파의 모두라면 언젠가 찾아올 그 날이 될 때까지. 1년이 되든, 10년이 되든,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든 분명 나를 기다려 줄 거야.


사아야도…. 사아야도 내가 쓸모 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으니까.


사아야, 그리고 다른 포피파 멤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리미, 타에. 그리고 포피파 활동을 하며 만났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 아무리 마음을 정했다고 해도, 카스미와 포피파의 모두를 이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건. 정말 견딜 수 없이 괴롭고…슬프고…혼자가 될 거라는 고독감이 아리사를 강하게 짓눌렀다.



***



“유키나! 오늘 Roselia 연습은….”

“예정대로 할 거야. 나는 잠깐 어디 좀 들렀다가 갈 테니, 먼저 가 있어.”


방과 후, 아리사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리사와 아코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카스미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곳에 두 사람까지 데려갈 수는 없었다. 다행히 리사와 아코 모두 별다른 대꾸 없이 연습실로 먼저 향하기로 했다. 


아리사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이 떠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어딘지 모를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 등 뒤에서 갑자기 호루라기를 세게 부는 삐익 소리가 들렸다.


“?”


아리사는 고개를 돌렸다. 입에 호루라기를 문 롯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롯카? 아리사와 눈이 마주친 롯카가 히익 소리를 내며 뒤돌아 도망쳤다. 그 순간. 아리사의 앞쪽 골목 모퉁이를 돌아 타에가 뛰쳐나왔다.


“유키나 선배!”

“오타에…와악!”


타에가 아리사의 허리를 강하게 붙들었다. 그와 동시에 롯카의 뒤쪽에서 리미와 사아야가 달려나왔다.


“오타에, 꽉 잡고 있어!” “오타에 짱!”


뭐, 뭐야. 다들 도대체 여기에는 왜 있는 거야.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미안해, 오타에! 아리사는 급한 대로 타에의 다리를 걸어 강하게 옆으로 밀어 넘어트렸다. 균형을 잃은 타에가 어어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36계 줄행랑이다.


아리사는 그대로 두 사람을 피해 달렸다.


“오타에 짱!”

“오타에 보고 있어, 내가 선배 잡을게!”


리미를 타에 옆에 남겨둔 사아야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아리사는 이를 악물고 골목을 가로질렀다. 보컬 활동을 오래 한 탓인지 미나토 유키나의 몸은 원래 자신의 몸보다는 체력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사아야의 달리기 속도가 훨씬 빨랐다.


“실화냐!”


야마부키 베이커리에서는 딸에게 도대체 어떤 체력 단련을 시키는 거야! 아리사는 급한 대로 낮은 담장을 붙잡고 기어올라 벽을 넘었다. 몸이 바닥을 구르며 유키나의 긴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머리를 다듬을 틈도 없이 아리사는 가정집 정원을 가로질러 맞은편 담장을 올랐다.


“유키나 선배, 멈춰요!”


사아야가 빠르게 담장을 넘어 쫓아왔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쫓을 필요 없잖아. 아리사는 다시 담장을 넘어 도로를 향해 뛰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장소. 카스미와 만나기로 약속한 공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카스미는 도착하지 않았다. 아리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사아야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따돌린 걸까.


“하아…하아….”


죽는 줄 알았네.


아리사는 터질 것처럼 뛰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천천히 공원을 향해 내려왔다. 어디 공원 나무 그늘 아래에서라도 쉬어야 할 것 같아. 아리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그 때, 갑자기 허리를 붙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잡았다!”

“어, 어어어?!”


몸이 획 돌았다. 뒤에서 아리사를 붙든 사아야가 그대로 아리사를 모래밭 위에 넘어뜨렸다. 아리사를 밑에 넘어트린 사아야가, 곧바로 그 위에 올라탔다. 사아야의 다리가 아리사의 가슴팍을 눌렀다. 사아야 역시 지친 것은 마찬가지인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붉게 물든 얼굴로 아리사를 내려다보았다. 


“유키나 선배, 더는 도망 못 가요. …묻고 싶은 게 잔뜩 있으니까요.”


사아야의 얼굴이 가까이 보였다.


이제 이 얼굴을, 카스미와 포피파의 모두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자 아리사의 손이 사아야의 손으로 향했다. 아리사는 홀린 것처럼 사아야의 손을 붙잡았다. 당황한 사아야가 아리사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이 사아야와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유키나 선배…?”

“고민거리가 있으면 뭐든지 사아야에게는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아리사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포피파에게는 아무것도 속이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데…내가 바보라서…바보라서 이것저것 숨기고…모두를 슬프게 만들고…그래서 정말 미안하다고…직접 보면서 사과하고 싶었는데…그것조차 두려워서 도망치고…내가 겁쟁이라 미안해…. 사아야.”


사아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리사?”


---

25

이번엔 조금 늦었습니다...


현재 진행 상태로 봐서는 '아리사, 미나토 유키나가 되기로 결심하다'는 5화~6화에서 완결을 맞게 될 것 같네요.

제가 분량 조절을 잘 하면 5화에 끝나고, 못 하면 6화에 끝나고…. 소재 자체가 장기로 질질 끌 만한 건 아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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