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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치사카오] 마음 두드리기 2.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12 23:17:55
조회 838 추천 4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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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어쩌다가...”


 치사토의 끊긴 목소리가 토모에를 흔들었다. 그러게, 어쩌다가 알았을까. 차라리 몰랐다면, 더 좋았을 것을, 난 어쩌다 알아버린 걸까.  


 “그냥,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


 토모에는 우연이라는 단어 위에 우연을 한 번 더 겹쳤다. 그 날 있었던, 유쾌한 해프닝이 될 수 있었던 일을 토모에는 치사토에게 말해주었다. 정말 ‘우연’이란 사실들이 지독히도 엮인, 그 날의 일이었다.  


 우에하라 히마리와 세타 카오루가 서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식으로 알게 될 줄은 토모에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하필 그 날 히마리의 부모님이 1박 2일 여행을 간 날이었고, 하필 그 날 히마리는 세타 선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하필 그 날 토모에의 부모님이 히마리의 부모님이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하필 그 날 아코가 아닌 토모에가 히마리의 집에 방문했다.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TV는 켜져 있었고, 소파 앞 작은 탁자에는 간단한 주전부리가, 그리고 소파 위에 앉아 있었던 히마리. 이마에 고인 땀, 애써 모른 척 하는 고갯짓, 하얀 티셔츠 위 선명하게 드러난 꽃. 미처 숨길 수 없었던 검은 속옷.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애써 모른 척 했었던 나. 친한 친구답지 않은, 어설픈 인사.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히마리 방에서 난 굉음.


 옷을 어설프게 걸친 채, 쓰러져 있던 세타 선배. 뒤늦게 따라온 히마리. 나를 지나쳐, 괜찮냐며 먼저 세타 선배에게 다가갔던 너.  


 “장롱 안에 숨어 계시다가, 그대로 쓰러진 모양이더라구요. 세타 선배도 참, 엉뚱한 면이 많아서 웃겨요.” 


 그러나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란 말도 있다. 그 날 일이 아니었더라도, 히마리가 애프터 글로우의 연습 때 말을 했겠지. 실제로도 그러했으니까. 


 “고백은 히마리가 먼저 했다고.... 안 그런 척 해도 걔, 좀 저돌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토모에는 말을 이어가다가 멈췄다. 치사토가 토모에의 말에 지나치게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청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


 “시라사기 씨?”


 토모에는 치사토의 성을 한번 불렀다. 눈을 뜬 채로 굳은 건가 싶었지만, 눈동자가 움직이며 표정이 변하는 걸 보니 그러진 않은 듯 했다. 


 “토모에.”


 한번을 불러도, 우다가와 씨라며 꼬박꼬박 성을 붙이던 치사토가 급작스레 토모에의 이름을 불렀다. 그게 뭔가 어색해, 토모에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말 놓아도 돼?”


 선배니까, 하고 치사토는 조곤조곤 덧붙였다. 뭐랄까, 이 사람 이렇게 제 멋대로 나가는 성격이었나. 생각했던 거랑은 좀 깨네. 그렇지만 “이미 말 놓으셨잖아요.” 라고는, 토모에도 말할 수 없었다. 


 “나도 그럼 편히 말할게, 치사토 선배.”


 그 대신이라면 대신이지만, 토모에도 지고 싶지 않아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 당돌한 후배의 말에 치사토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토모에도 특유의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토모에, 친해진 기념으로 한 가지만 물어볼게.”


 “응, 특별히 민감한 질문만 아니라면.”


 “속은 좀 괜찮아?”


 치사토는 토모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또 스트레이트.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게, 방심했다간 그대로 먹힐 것만 같았다. 토모에는 의자를 끌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멀쩡한데?”


 토모에는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겉으로 보이는 인상이 워낙 센 터라, 강한 척, 다르게 말하면 약한 척 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자신 있는 특기였다.


 “그래?”


 치사토는 원목으로 된 탁자의 나이테를 한번 쓰다듬으며 토모에의 말꼬리를 잘랐다.  


 “난 하나도 괜찮지 않아.”


 그렇게, 시라사기 치사토는 말했다. 멀쩡하다는 우다가와 토모에에게, 자신은 괜찮지 않다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속은 문드러지고, 질투에 오장육부가 뒤틀려서 치를 떨고... 왜 내가 아니었는지 원망하고, 괜히 카오루가 밉고, 또 미웠어. 근데, 근데 말이야. 가끔... 아주 가끔은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다시 한 번 예전 일들도 곱씹어보고, 그때 내가 너무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며 반성하고, 그러면서도 스케줄은 멀쩡히 해내는 데에 대한 자기혐오감도 들고, 조명은 꺼지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화장도 못 지운 채 침대에 누워 엉엉 울었어.” 


 그런데도 치사토는 강하게 웃어보였다. 엉엉 울었다는 말과는 상반되게, 더욱 환히 웃었다. 토모에도 뭐라 말을 해주려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토해낸 문장들이 안으로 콱, 하고 박혀 들어 왔기에, 토모에는 치사토의 말에 좀처럼 화답해줄 수 없었다. 


 마지막에 덧붙인 엉엉이라는 부사가, 그리도 처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토모에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근데 넌 괜찮다고? 그것 참, 대단하네.”


 이 말을 뱉고 치사토는 조금 후회했다. 스트레스를 좀 받아, 토모에의 답답한 모습에 생각 이상으로 날카롭게 반응했다. 토모에에게는 비꼬는 것처럼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치사토는 토모에의 속도 꼴이 말이 아닐 거라고 분명 생각했다. 


 그러나 토모에는 치사토의 말에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정곡을 찔렸다고 생각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던 걸까. 속이 조금 탔지만, 스튜디오 안에는 그 흔한 정수기도 없었다. 


 뭐라 더 할 말이 없어, 토모에는 괜히 머리만 한번 손가락으로 배배 꼬았다. 그것을 바라보던 치사토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화두 하나를 던졌다. 


 “하네오카 여학원, 올해 문화제 연극은 분명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했었나?”


 “갑자기?”


 너무나 갑작스런 화제에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러자 일단 들어보라는 듯, 치사토가 도끼눈을 뜨고 토모에를 째려봤다. 그러나 그런 노려봄에 기가 죽을 토모에가 아니다. 


 “너무 핀트가 안 맞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한 번 더 설명을 해달라는 재촉을 넌지시 하자, 치사토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맥 빠지는 반응에 토모에가 뭐라 더 말을 하려던 순간, 치사토가 말을 이어갔다.


 “맞는 이야기야, 카오루는 연극부니까.”


 치사토의 담담한 말에, 토모에의 입에서도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러고 보면 카오루 선배는 작년에도 주연이었구나. 중등부 때 히마리의 손에 이끌려 당시 고등부였던 카오루 선배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긴 했다. 그때는 연극이고 뭐고, 그냥 지겹기만 했는데.  


 “올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는구나.”


 로미오와 줄리엣, 문학에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는 토모에도 충분히 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와 캐퓰렛 가문의 줄리엣이 벌인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근데 치사토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문화제는 앞으로 몇 달이나 남았는데...”


 내부인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외부인이 알고 있는 걸까. 토모에는 그게 궁금했지만, 치사토의 답변에 궁금증이 싹 풀렸다.  


 “거기 연극부 OB를 배우 일 하면서 알게 됐거든.”


 참 명쾌하기도 하다. 역시 학연, 지연, 혈연이니 해도 결국은 다 줄줄이 이어져있구나. 


 “하네오카 여학원의 연극은 워낙 큰 규모라, 이쪽 업계인들도 꽤 관심을 가져. 올해는 나한테도 출연제의가 좀 왔고.”


 “선배한테도 제의가 갔어? 다른 학교인데.”


 “연극부 창설 10주년 기념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적당히 튕겨주려다 출연해주려고 했는데, 카오루가 이렇게 사람 속을 확 뒤집어서....”


 그렇게 말하던 치사토는 갑자기 토모에의 눈치를 대놓고 봤다. 좋지 않은 낌새가 느껴져, 토모에는 의자를 살짝 뒤로 끌었다. 그러나 치사토가 토모에게 말하는 것이 더 빨랐다.   


 “토모에, 혹시 로미오와 줄리엣 읽어 봤어?”


 치사토는 오늘 처음 반짝거리는 눈으로 토모에를 보았다. 치사토의 눈이 부담스러워, 토모에는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알고는 있는데...”


 “아, 책으로 읽어본 적은 없구나.”


 역시나 토모에는 만화책은 몰라도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치사토의 무시하는 듯한 언동에 토모에도 조금 울컥했다. 


 “나도 알고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사랑하다가 죽는 이야기잖아.”


 “일단 기본적인 골격은 그건데, ‘우리’가 연기할 버전은 좀 많이 어레인지 된 버전이야.”


 우리라는 단어에, 치사토는 조금 더 악센트를 넣었다. 그 불길한 발언에, 토모에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막상 시나리오 대본을 받아 보니까, 그냥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 재미없더라고. 어렸을 때부터 종종 연습으로 연기해온 작품이라, 그리 감흥이 큰 것도 아니야. 그래서 몇 번 튕긴 뒤 다시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지.”


 치사토는 자신만만한 어투로 말했다. 역시 그녀도 천성은 배우라는 것일까, 천직이라면 천직이겠지. 나는 이렇게 열정을 태울만한 것이 있나, 드럼은 이제 예전처럼 칠 수가 없는데.


 “어떠한 형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든, 시나리오는 이쪽에서 보내는 걸 쓰겠다고.”


 치사토의 이 말엔 토모에도 팔짱을 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정도면 제멋대로를 넘어서 독선적이다. 이런 겉과 속이 다른 사람과 밴드를 하고 있다니, 새삼 파스파레의 멤버들도 대단하다고 토모에는 생각했다. 


 “그런 조건을 허락해줬어?”


 “이미 한참을 튕긴 터라, 이정도 조건은 그쪽도 검토하는 내에서 잘 끝내 줄 거야.”


 토모에가 어이없다는 투로 이야기하자, 치사토도 눈썹을 치켜떴다. 토모에의 말투가 여간 마음에 든 게 아닌 듯 했다.


 “토모에, 자꾸 남 일처럼 얘기하는데... 너도 잘 들어야 해.”


 “내가 왜?”


 ‘남 일’이라는 단어에 제법 뜨끔했는지, 토모에가 대뜸 반문했다.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도, 빤히 보는 치사토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찔려왔다. 그러나 치사토는 그보다 더 한 걸음 위를 걷고 있었다. 토모에의 마음이 찔려오든, 뜨끔하든 치사토는 아무런 상관조차 없었다.


 “토모에는 줄리엣의 정혼자인 ‘파리스 백작’을 연기해야 되니까.”


 그렇게 치사토는 토모에가 상상도 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답변을 주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토모에는 검지로 저를 가리켰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눈은 확 풀려버렸다.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가 뇌를 통과하지 못하는 듯 했다. 


 “내가?”


 “응, 네가.”


 “진짜로?”


 “진짜로.”


 치사토의 말을 끝으로 토모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제, 제, 제, 제, 제, 제가요?! 왜?! 어째서?!”


 “말 놓기로 했잖아.”


 시끄럽다는 듯, 치사토가 눈을 감았다. 그러나 토모에는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왜 그걸 해야 되는 건데요!”


 “딱히 강요는 아니야, 그냥 친해진 김에 꺼낸 부탁? 그 정도로 참고 넘어가줬으면 해.”


 그렇게 말하면서 게츰스레 뜬 눈이 완전 순도 높은 트루 강요다. 토모에는 고개를 홱, 홱 저었다. 


 “저, 얼굴이 그리 예쁜 편도 아니고....”


 “파리스 백작은 원전에서 남자니까 상관없어. 게다가 토모에는 얼굴도 카오루한테 크게 안 밀리잖아, 그러니 비주얼적으론 사람들의 반대는 그다지 없을 거야. 문제되는 건 연기력이겠지.”    


 “그, 그래요! 저 살면서 연기 같은 건 한 번도...”


 “시간도 아직 꽤 있으니, 토모에의 연기는 내가 디렉팅 해줄 수 있어. 나도 소위 말하는 천재 과는 아니어서, 하나, 하나 공부하며 연기하는 타입이거든. 완벽히는 못하겠지만, 사람 구실 할 수 있을 정도까진 내가 지도해줄게. 물론 토모에도 잘 따라와야 되겠지만.” 


 하나, 하나, 내뱉었던 이유들이 모두 논파 당해버리고 말았다. 설마, 치사토 선배는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찾아온 걸까. 그렇다면 좀 소름이다. 


 “왜 하필 전데요?!”


 제안의 근본까지 짚고 넘어간 토모에의 질문에는 결국 치사토도 얼음같이 차가운 시선을 내뿜었다. 자신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은 체구인데, 어찌 저런 날카로운 시선만 내뿜는지... 토모에는 그게 의문이다. 


 “줄리엣이 나, 그리고 로미오가 카오루면 파리스 백작은 당연히 토모에가 해야 되지 않겠어? 관계성이라는 입장에서도 말이야.”


 관계성이라는 단어가 토모에의 마음속에도 가만히 내려앉았다. 세타 선배와 나, 그리고 로미오와 파리스 백작. 


 아, 치사토 선배는 이미 다 알아버렸구나.


 “토모에, 자비심 넘치는 내가 특별히 너한테도 기회를 주는 거야. 그 이전에 나한테 먼저 기회를 주는 거고.”


 제 할 말을 끝낸 치사토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제가 말하고도, 터무니없이 웃긴 모양이다. 그 덕에 토모에도 살짝 웃어보였다. 세타 카오루식 표현으론 덧없게 웃었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그런 웃음을.


 “애프터 글로우 연습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드럼 치는 거, 아직도 즐거워?”


 토모에가 투덜거리며 한 말을, 치사토는 다시 한 번 받아쳤다. 토모에의 눈빛은 흔들렸고, 치사토의 눈빛은 올곧았다.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지닌 눈빛이 허공에서 실타래처럼 엉켰다. 


 “방음 처리가 된 공간인데도, 바깥까지 새어 나오더라.”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때, 띠리링, 하고 치사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치사토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곧 들어간다고 말하는 걸 보니 회사 사람 같기도 하고, 평범히 가족인 것 같기도 했다. 몇 번의 대화가 폰을 타고 넘어가더니, 치사토는 금세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갈게.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 내가 했던 얘기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치사토는 의자를 살짝 끌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토모에에게 먼저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치사토 선배야 말로, 굳이 연극까지 할 필요 없잖아.”


 그래서였을까, 치사토의 뒷모습이었기에 토모에는 그렇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왜 그런 식으로까지 집착 하는 거야, 세타 선배한테?”


 토모에는 조금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치사토의 머릿속으로, 그것도 아니라면 치사토의 마음속으로 말이다.  


 “글쎄.”


 그러나 토모에는 치사토의 마음을 쉬이 알 수 없었다. 


 “거짓말쟁이의 가면을, 벗겨주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네.”


 토모에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며 그녀는 떠나려 할 뿐이다. 까치발을 들고 잠긴 문을 치사토는 열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토모에도 떠날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치사토 선배는.”


 그러나 토모에는 정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다시 한 번 치사토의 이름을 불렀다. 치사토의 고개가 이번에는 토모에를 향해 돌아왔다. 그러나 토모에는 침을 꿀꺽 삼키고, 


 “치사토 선배는, 세타 선배를 아직도 좋아해?”


 한 번의 떨림만 간직한 채, 제 속에서 튀어낸 문장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짧은 문장을 말하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싶었다. 분명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다가와 토모에 본인이 직접 말했지만, 이렇게나 오그라들고 부끄러운 질문을 제 입으로 할 줄이야. 


 더 이상 구정물이 나오지 않을 행주를, 계속해서 손으로 짜낸 느낌이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꾹 꾹...몽당연필로 눌러 쓰듯. 


 “토모에.”


 반면 치사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토모에를 보았다. 분노라고 해야 할까, 아니 분노랑은 조금 다르다. 상처를 받았다라고 말해도 애매한, 무언가. 그러나 토모에도 종종 그런 감각을 느꼈기에, 본질적으로 세우곤 했던 그것.   


 “한번만, 딱 한번만 말해줄 거니까, 똑똑히 들어.”


 자존심이었다. 한 조각이든, 상처를 입었든, 사람을 유지시키는 마음의 감각. 더 이상 상처입지 않기 위해, 억지로 세우곤 했던 마음. 


 “세타 카오루따위, 정말로 싫어.”


 그래서 시라사기 치사토는 우다가와 토모에에게 그렇게 말했다. 


 -


 쓰다보니 또 존나 길어질 것 같아서 짜증난다. 


 어차피 빤쓰런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니까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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