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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반복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16 01:42:56
조회 695 추천 33 댓글 4
														


한쪽의 시간이 자꾸 반복되서 나아가질 못하는데 어느 날 다른 한쪽이 그 시간들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사람은 하나, 그걸 나중에 알게 되는 사람은 메르시로 하자. 


하나는 처음 말도 안되는 일이 자기에게 벌어지자 너무 당황스러웠어.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대화, 그날 받은 훈련, 티비에서 하는 프로그램, 컴퓨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매칭 모두 똑같은 흐름인거야. 거기에 날짜까지 변하질 않으니 그제서야 하나는 무언가 아주 많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거지. 두번째로 반복되는 날은 설마, 하고 나가봤는데도 역시나 그대로 반복되자 자기가 뭘 사고 쳤는지 하나씩 되짚어보기 시작해. 하지만 아무리, 암만 생각해도 자기가 뭘 중요한 걸 건드렸다거나 말도 안되는 말을 내뱉었다거나 하는 일은 분명 없었단 말이야. 하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날 하루를 보내. 잠들기전에는 제발, 제발 꿈에서 깨주라 하고 기도하고 잤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 그렇다고 그 날 하루를 막 살자니 내일 갑자기 반복이 안되면 어떡해. 훈련 잘하던 하나가 아무 이유도 없이 쏙 빠지고 그러면 진지한 얼굴로 무슨 일 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단 말이야. 밤을 새워도 훈련만큼은 반드시 끝내고 마는 하나니까 더 그러해. 그래서 일단 중요한 스케줄은 전부 다녀놓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지 궁리를 시작하게 됐어.


하나는 이제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도 얼추 외울 지경이었으니 시시한 잡담은 후다닥 마무리하고 연구원이나 윈스턴 같은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해. 특히 윈스턴은 레나(트레이서)에게 큰 도움을 주었을 만큼의 능력이 있으니 어느 정도의 조언이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거지. 하나는 대뜸 윈스턴을 찾아가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대해서 털어놓게 돼. 하지만 윈스턴이라고 신은 아니라서 그걸 해결할 방법을 바로 찾아낼 수가 없지.


"하나, 가장 큰 문제는 그겁니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건...제가 해결할 방법을 하루 만에 찾아내야한다는 뜻이에요. 그건...아무리 생각해도 무립니다."


"와..."


주옥됐어. 아주 망해부렀지. 하나는 그 말을 들으니까 절로 눈물이 나올라그래. 윈스턴은 심각한 얼굴로 하나를 내려보다가 큰 한숨을 쉬어.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를 위해서 윈스턴이 연구자료를 위해 만들어놓은 백업 서버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건네줘. 레나의 시간가속기 같은 것의 자료도 거기 모두 적혀있으니 언젠간 분명히 하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하나는 그거에라도 고맙다면서 힘없이 하루를 끝냈지. 물론 그 서버와 비밀번호도 하나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라지니 외워야했지.


하나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해. 물론 정해진 일과는 대충 마무리를 해놓고 다니는거라 일단은 오버워치 내의 똑똑한 사람들 한정이지만 오버워치 내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여기서 안되면 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는 사람들을 만나야해. 당연히 그 사람들도 해결이 안돼. 전화로라도 간신히 연결을 해서 대화를 하지만 다들 고개를 저어서 하나는 멘탈이 탈탈 탈곡기에 털려버리고 말았지.


약 이주 정도 혼자 그 상황을 감내하다 지친 하나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하러 다니는거야. 반드시 하던 훈련 자체를 엿먹어라 하고 빼먹고, 다른 걸 하러 다니는 거지. 예를 들면 친구들을 갑자기 불러 그 날 하루를 불사지른다던가 하는 것 말이야. 당연히 핸드폰 같은 연락망은 꺼버렸어. 죽어라 술을 마셔도 다음 날이면 말짱! 숙취따윈 절로 가라야 아주. 맨얼굴로 당당히 사람들을 만나 어! 송하나다! 언니 사인좀요!! 이런 상황까지도 즐겨가면서 하루를 보내. 평소엔 잘 가지도 못하는 평범한 장소들까지 마음껏 다녀도 문제가 되지 않아. 다음 날이면 어차피 사라지니까. 그래서 처음엔 어느 정도는 괜찮은데? 견딜만 하잖아? 하고 잘 놀수 있었어.


하지만 그것도 오래는 못가. 야, 어제 재밌었지? 하고 친구한테 무심코 말하면 친구는 뭐? 어제 너 다른 곳에 있었잖아? 이러는 통에 자꾸만 자기가 하루를 반복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거야. 결국 놀아버리는 것도 지친 하나는 아무것도 안하기로 해. 게임도 막 친구들이랑 만나서 종일 해댔는데 생각해보니 방에 있었던 적은 많이 없었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진 하나는 이제 다 때려치고 방에서 안나가기로 한거지.


항상 오전에 사람들에게 인사는 하고 다니던 것도 완전히 그만둔거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생겼어. 메르시가 하나의 방에 찾아온거야. 하나가 얼굴을 비추지 않으니 걱정이 되기라도 했던 모양이야. 처음엔 그것도 그냥 귀찮아서 응답도 않고 그냥 잠이나 계속 자는 둥 뒹굴거리고 게임이나 하던 하나는 이상하게 며칠이 계속 지나도 찾아오는 메르시 때문에 궁금증을 품어.


그러고보니 우리가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왜 박사님이 오신걸까? 처음에 편하게 불러달라고 해서 나를 하나로 부르기는 하지만... 그런 궁금증에 하나는 며칠 만에 문을 열고 메르시의 얼굴과 마주하게 돼.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메르시가 말하지.


"왜 아침에 나오질 않았나요, 하나? 오늘 훈련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왔어요. 혹시 아프기라도 한건가요?"


"네? 아니, 그건..."


아니, 잠깐동안 얼굴 좀 마주 안했다고 하나는 저 얼굴이 부담스러워. 너무 눈부시고 너무 예쁘니까 괜히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아, 그래서 안친했지, 우리. 하나는 새삼 얼빠인 자신을 반성하며 애써 웃고 메르시를 잘 달래서 보냈어. 휴, 큰 산을 넘었다. 하고 안도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자기가 이번처럼 또 방에서 안나가면 계속 찾아올 거 아니야. 하나는 으엑, 하고 질색했지. 아직 좀 더 방에 있고 싶었거든. 하나는 어쩌지 하다가, 이렇게 된김에 한두 번 정도는 더 만나서 대화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굳이 깊은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고 많이 친하지도 않았으니까 그 유명한 앙겔라 치글러 박사님이 조금 궁금해졌거든. 무엇보다 걱정받는 기분은 꽤 나쁘지 않았던거야. 하나는 고심하다가 메르시가 이 상황에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시원하게 털어놓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다음 날도 방에서 나가지를 않았어. 아니나 다를까, 메르시가 또 하나의 방으로 찾아왔지. 똑똑, 하나? 방에 있나요?


"왜 아침에 나오질 않았나요, 하나? 오늘 훈련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왔어요. 혹시 아프기라도 한건가요?"


어제랑 말이 다른 게 코빼기도 없어. 하나는 허허 웃다가 대뜸 메르시에게 털어놓을 것이 있다면서 냉큼 그녀를 방에 들여. 메르시가 당황했지만 오죽 답답해서 그러겠나 싶어 하나와 대화하기로 했지. 하나는 조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적당히 내왔고 요즘 뭐 별일이 없냐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 메르시야 뭐 항상 환자를 보거나 치료하거나 그도 아니면 논문을 쓰는 일 밖에 없어서 하나가 전문 용어도 알아듣기 쉽게 잘 이야기 해줬어. 언뜻 보면 화기애애한 것 같았으나, 하나가 잠깐 대화를 멈추는 사이 다시 조용해졌어.


하나는 굳이 이걸 메르시에게 털어놓아야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털어놓지. 어차피 이 하루는 다시 반복되니까 메르시도 기억을 못할 거란 생각이었어. 메르시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나의 이야기를 들었지. 그 태도가 어찌나 진지한지 하나는 자기도 모르게 열과 성을 다해 그동안의 이야기를 탈탈 털어 들려줬지.


"그럴 수가...."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메르시는 매우 표정이 심란해보였지. 자기 일처럼 심각하게 여겨주는 그 모습에 하나의 표정이 팍 풀렸어. 아, 이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며 대나무 숲에 구멍파고 소리친 이발사의 기분이로고. 조금 여러 모로 쌓였었는지 윈스턴한테 털어놨을 때보다 더 기분이 후련했어. 메르시는 들고 다니던 노트를 팍 펼쳐서 하나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적기 시작했어.


"하나, 자정을 넘겨본 적은 없었나요?"


"있었죠. 갑자기 의식을 잃고 나니 아침의 시작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같았나요?"


"그럼요. 밖에 있든 안에 있든 뭘 하든 다 같았어요."


"그럼 혹시 몸을 검사해본 적은요?"


"어...음, 없었던 거 같네요."


"혹시 모르니까 몸도 검사해봐요. 저의 오늘 하루 일정은 다 빼고 올테니 의무실에서 보죠."


"에...?"


메르시의 표정이 어찌나 박력있게 변했는지 하나가 다 얼떨떨했어. 아니, 이 적극성 무엇...? 메르시는 단호하게 하나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얼굴을 들여다보았어. 왠지 모르겠지만 절로 숨이 막혀서 하나는 눈을 데굴 굴리고 고개를 기울이며 메르시의 시선을 피하려 했지. 하지만 더 단호하게 메르시가 하나의 뺨을 붙잡고 눈을 마주쳐왔어. 메르시의 푸른 눈동자가 너무 올곧았지. 아,음, 언ㄴ, 박사님? 너무 가까운데요. 하나의 시선이 흔들렸어.


"하나. 이건 하루 빨리 해결하도록 해야만 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나의 정신이 망가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미 스스로 느끼고 있잖아요."


"어, 물론 그렇기는 한데...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믿으세요? 정말요?"


"그럼 거짓말인가요?"


"아니요."


메르시는 그제야 손을 내리고 빙긋 웃었어. 그거면 됐잖아요? 메르시가 노트를 챙기고 일어섰고 방을 나서면서 제 의무실이 어딘지 기억하시죠? 음, 30분 후에 만나요. 그정도면 충분할거에요..하고 갔지. 하나는 멍하니 있다가 가만히 눈을 꿈뻑여. 눈 앞에 아른거리는 푸른 눈동자, 방긋 웃는 미소, 흔들리는 금발...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까지.


"와..."


하나는 새빨개지는 얼굴을 감추려고 얼굴을 두손에 묻었어. 똑같이 빨간 두 귀와 목덜미는 감추지 못했지. 그래, 하나는 이 짧은 순간 하나로 메르시에게 좋은 감정을 품어버리고 만거야. 아니, 지금 내 상황이 어떤데....미쳤나봐, 미쳤어! 왜 설레는데, 얼간아!! 송하나는 뒤로 눕고 팔다리를 파닥이다 팔꿈치를 의자 다리에 부딪치고 잠시동안 팔을 붙들고 끙끙거려. 전기가 올라 찔끔 눈물이 난 얼굴은 아직도 붉기만 했지.


방에서 하나의 원맨쇼, 아니 원걸쇼가 벌어지는 사이 메르시는 심각한 얼굴로 이리저리 전화해서 일정을 미뤄달라 부탁하고 정신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있었어. 하나처럼 하루를 되풀이했다던가 하는 특이한 말을 주장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전부 보내달라 한거였지. 하지만 이건 하나가 문제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빠져나왔다고 주장하는지 알아보려고 한거였어. 혹시나 그들이 정말 진짜 그랬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풀렸는지 어떻게 별다른 행동을 해서 풀렸는지 그런 걸 알아보려고 한거지. 혹시란 게 있잖아.


메르시의 머릿속에서 하나가 정신병이 있을 경우는 추호도 없었어. 레나 옥스턴처럼 특이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런 사례가 없겠냐는 생각도 있었지만, 하나가 정신병을 앓고 있으란 가정 자체도 없었지. 메르시는 하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버워치 소속의 '디바'를 봐온 만큼 그녀가 얼마나 강인하게 전장을 헤쳐왔는지는 잘 알았던거야. 메르시는 뒤늦게 들려온 노크 소리를 인지하고 들어오라고 말했어.


"어...일단 왔는데 어떤 검사를 할건가요?"


멋쩍은 얼굴로 들어온 하나에게 빙긋 웃어준 메르시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들부터 시작할거라고 대답해줬어. 그녀의 뒤로 분주하게 자료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지. 이래도 메르시는 아주 유능하고 인지도가 있는 박사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금방금방 협조가 들어온거야. 메르시는 아까 준비해둔 기기들을 꺼내왔어. 일단 급한건 혈액과 신체 조직부터.


"억, 피 뽑기 싫다."


"응, 안돼요."


ㅎ안됑, 빙긋 웃는 메르시의 표정에 하나가 눈물을 머금으며 피를 내줬어. 원래 이런 검사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걸릴수 있지만 최근 의료 쪽 기술이 많이 발달하고 있어선지 결과가 금방 나올 수 있다는거야. 애초에 하루 만에 못하는 검사들은 제외를 해두었으니 메르시가 짠 순서대로 착착 진행이 되기 시작했어.


"그동안 이것 좀 잠깐 읽어보세요, 하나."


"이게 뭐죠...?"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처럼 말도 안되는 일을 겪었다는 사례를 몽땅 가져왔어요. 오해하지는 말고."


하나의 표정이 구겨지려는 걸 안봐도 아는 메르시가 다정히 말하자 하나가 머쓱해졌어. 혹시 심리까지 공부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 메르시는 진지하게 하나에게 이런저런 가능성을 모두 이야기 하기 시작했어. 어차피 뭐가 문젠지 모르니까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도 포함이었지.


"정말로 겪은 누군가라면 그 사람의 시도도 다양했을거에요. 하나도 그럴 필요성이 있어요. 여기 이 사람은 자연적으로 해결되었다고도 하고, 이 사람은 직접 죽음을 각오함으로서 돌아왔다고도 하고, 아예 기계를 연구해 평행세계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이니까 모든 가능성을 좀 체크해봐요."


"어...네..."


아니 돌아온 방법이 좀 그런데, 하나의 표정이 떨떠름했지만 메르시는 개의치 않고 다음 검사를 진행했어. 하루 만에 많은 검사를 하려니 피곤하지만 하나는 묵묵히 검사를 받았지. 앞에서 결과가 나온 검사지 하나하나를 전부 볼 수 있게 벽에다 다 달아놓고 홀로그램으로도 몸상태를 띄워놓고 알아듣지 못할 전문용어를 중얼거리는 메르시의 모습은 꽤나 프로페셔널 해서 멋있었거든. 게다가 누가 자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어.


자정이 이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기껏해야 2시간 정도. 가벼운 피로와 일부 영양소 부족 같은 걸 빼면 하나의 몸은 멀쩡해. 교전이 있을 때마다 몸상태를 체크하는지라 요원들의 몸상태는 중요했고 많이 신경써온 덕이었지. 지친 것은 메르시도 마찬가지인지라 그도 한숨을 푹 쉬었지. 뭔가 단서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매우 허탈하기 그지 없었어.


"미안해요, 하나. 도움이 되질 못할 것 같네요..."


"에이, 괜찮아요. 이런 시도까지 모두 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죠, 뭐."


오히려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박사님. 하나가 지친 얼굴로 씩 개구지게 웃었어. 지금까지 도돌이표 된 나날들 중에서도 잊지못할 하루일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하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어. 하나 안에서 메르시란 사람의 평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알수 있는 하루인거야. 하나의 웃음을 보고 입술을 잘근 깨물던 메르시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하나에게 말했지.


"하나, 이후에는 어떻게 할건가요?"


"음... 일단 윈스턴 씨가 주신 서버 내의 자료를 한번 주욱 읽어보려고요. 그래도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그쪽이고 하니까요. 그나마 기계 다루는 건 메카 때문에 여러번 해보기도 했는걸요."


"하나, 잘들어요. 앞으로 매일같이 저를 찾아오세요."


"네?"


"오늘처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 매일의 저는 분명히 하나에게 도움을 줄거에요. 그리고 그 전날 어디까지 봤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도 같이 말해주세요. 매일 다른 분야에 대해 같이 가능성을 찾아봐요."


"잠, 잠깐만요...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제 하루는 계속 반복되니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저는 하나에게 새로운 내일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메르시가 하나의 말을 끊고 단호한 한마디를 말했어.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하나가 침묵했을 때 메르시가 하나의 손을 잡고 눈을 보았고 푸른 눈동자와 고동색 눈동자가 마주쳤지. 역시나 다정한 눈, 하나는 둥둥 울리는 마음을 꼭 붙들었어.


"그리고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그 긴 과정을, 혼자서 견뎌내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이잖아요."


날 찾아와요, 하나. 내가 도울 수 있게요.


하지만 붙들은 마음은 걷잡을 수 없더라고. 하나는 메르시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바꿨어. 너무나도 치사하게 좋고 다정한 사람. 그래서 욕심이 나는 사람이라고. 그런 하나의 속도 모르고 메르시는 손을 토닥여. 그런 행동이 더 불붙이는 건데 말이야. 하나라는 집에 불붙인 메르시는 이제 자신의 연구 자료를 저장해둔 서버도 하나에게 알려줬어. 도움이 될진 몰라도 필요하면 하나가 얼마든지 쓸수 있게.


"하나. 혹시라도 나나 다른 사람이 설마, 하고 의심을 한다면 서버에 들어가는 걸로 증명해도 괜찮아요. 이 서버는 오버워치 내의 연구원들과 중요 요원들만 아는 서버라 계속 비밀번호가 바뀌지만 하나에겐 계속 같을테니까."


메르시의 배려에 하나는 고맙다고 말했지. 이로서 외우게 된 서버는 두개, 근데 중요도는 한없이 높아서 하나는 하나씩 꼼꼼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언제 다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음, 이제 곧 자정이 다가와. 하나는 푸우, 하고 한숨을 쉬다가 웃음을 흘렸어. 메르시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하나는 개구지게 웃었지.


"박사님은 아마 기억을 못하게 되시겠지만 저는 아주 욕심쟁이라서요. 매일같이 박사님을 괴롭히게 될거에요."


"음...살살 부탁해요, 하나."


"유감이지만 이미 늦었어요."


박사님이 잘못한거에요. 그러길래 왜 제 마음을 설레게 하셨어요. 그러니까 이건 벌이야. 하나는 메르시의 이마에 쪽, 하고 입맞추고 도망나왔지. 어차피 곧 자정이라 메르시는 이걸 잊게되겠지만 하나는 꽤 만족스러웠어. 동시에 조금 슬프기도 했고. 그런 하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르시의 얼굴은 뒤늦게 화르륵 붉어졌지. 괴롭힌다는 게 이쪽일 줄은...


"하나아아아...."


한숨일지 한탄일지 모를 메르시의 부름은 자정이 됨과 함께 되돌려지고 말았지.





아이고 생각보다 길어졌네 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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