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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4.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17 16:29:17
조회 767 추천 3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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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 2편 , 3편


 4. 마음 부딪히기.


 - 



 늦게 연습에 향한 날엔 꼭 껄끄러운 점이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지금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한참 진행 중인 세 사람의 연습을 토모에는 별로 깨고 싶지 않았다.  


 안 그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토모에였기에, 애프터 글로우 3인의 집중력이 세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란같은 경우엔 은근히 프로 의식이 철저해서, 연습도 라이브처럼 연달아 이어가는 편이었다. 일전에 종종 물어봤지만, 본인이 말하길 잘 연습할 수 있는 ‘흐름’이 존재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토모에는 연습에 늦게 도착했을 땐, 스튜디오 문에 기대 악기 소리가 멎어들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나, 왔어~”


 토모에는 일부로 셰이크가 담긴 상자를 눈에 잘 보이도록 번쩍 들었다. 막 휴식할 타이밍이기도 하고, 낮의 기온도 제법 후끈해진 터라 목이 많이 마를 멤버들을 위해 준비한 토모에의 벌충이었다. 


 그 판단이 틀린 게 아니었는지, 멤버들은 제각각 들고 있던 혹은 치고 있던 악기들을 잠시 놓아두고 대신 살았다는 얼굴을 한 채 쉐이크를 들었다. 목이 많이 마른 듯 했다.


 “토모에, 너무 늦은 거 아냐?”


 토모에가 건넨 밀크셰이크를 받아든 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이 히마리를 떠올리게 해, 토모에는 순간 울적해졌지만 이내 그걸 털어내고 활기차게 웃어보였다. 


 “미안미안, 어쩌다 보니 좀 늦었네. 오늘은 이걸로 벌충해줘.”


 송곳니마저 눈에 띄는 과장된 웃음이었지만, 란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넘어갔다. 그 대신이랄까, 란은 당연히 함께 오겠거니 여겼던 다른 멤버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히마리는?”


 토모에의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히마리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란의 행동은 거의 습관적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애프터글로우 5인내의 사이는 항상 좋았지만, 특히 토모에와 히마리는 한때 N극과 S극으로 비견될 만큼 서로의 곁에 찰싹 붙어 다녔었다. 중학교 때의 토모에는 지금보다 훨씬 남자애 같아서, 히마리와 함께 다니는 내내 이상한 소문들이 많이 따라다녔던 것도 얼핏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히마리가 세타 선배와 사귀는 사이라, 이젠 그런 모습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같이 오다가 세타 선배를 만나서.”


 란의 생각이 세타 선배에게서 멈췄을 때, 토모에의 입에서도 세타 선배의 이야기가 나왔다. 란도 대강 짐작은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히~이쨩, 요새 연습이 줄었네.” 


 모카가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토모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모카의 말대로 최근 히마리의 연습량은 ‘확’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버렸다. 전화나 톡 어플로 물어보면 집에서 연습은 나름대로 하는 중이라는데, 개인연습과 맞춰보는 연습은 또 많이 다르니 그게 문제였다.


 “...괜히 이렇게 모여서 연습하는 게 아닌데.”


 란의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섭섭함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말에 모카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받았던 셰이크가 차가웠는지, 츠구미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입에 빨대 넣기를 반복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모카가 생각하기엔 너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흡사 히이쨩을 시집보내는 것 같아 모카는 가슴이 아픕니다아~”


 “그럴 수도 있지.”


 모카의 시집이란 말에, 토모에의 마음이 과속방지턱에라도 걸린 것처럼 덜컹거렸다. 일전에 봤던 세타 선배의 턱시도 모습이 머리에 선했다. 그리고 그 옆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히마리의 모습마저도, 머릿속에 선해버렸다. 그걸 흐트러트리려 고개를 흔들고 싶었지만, 갑자기 그러는 건 눈에 또 너무 많이 띄어버린다. 그래서 토모에는 억지로 마음을 달랬다. 


 혹여나 미소를 띤 안색이 변하지 않았을까. 행여 표정이 변했다면, 그 표정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퍼뜩 들었다. 안색을 확인하고 싶어도 벽에 걸린 거울은, 토모에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는 토모찡은 섭섭하지도 않아?”


 아직 마음이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모카는 토모에에게 말을 한 번 더 걸어보였다. 굳이 토모에를 콕 집은 것이, 고의라고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토모에는 떨리려는 목소리를 속에서 가다듬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내가 왜?”


 “그거야 토모찡은...”


 “에이! 에이! 오!”


 모카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을 때, 조용히 셰이크만 빨며 상황을 관망하던 츠구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히마리가 자주 외치곤 했던 기합이었다. 앉아있던 세 명의 시선이 모두 곧게 일어 선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어디를 보려고 해도, 세 사람이 없는 곳이 없어서 츠구미는 눈을 감았다. 


 “히마리 쨩이 없으니까, 내, 내가 한번 해봤어!”


 츠구미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있었다. 부끄러움을 참듯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그 모습이 흡사 안간힘을 쓰는 다람쥐 같아 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싱겁긴.”


 “거기선 싱겁다가 아니라~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와야 될 것 같은데~”


 “그러게.” 


 경직된 분위기가 츠구미의 생뚱맞은 기합에 조금 풀어졌다. 츠구미는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다, 어느새 셰이크를 다 마셨는지 키보드를 향해 걸어갔다.  


 “자자, 슬슬 연습하자.”


 란이 박수 몇 번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모카도 토모에도 각자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나 자리 한 구석은 채워지지 못한 채 텅 빈 공간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토모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단, 지금 연습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뭐 연습 하고 있었어?”


 “지난번에 했던 거 이어서.”


 란은 그렇게 말하며 악보를 넘겼다. 지난번이란 말에 토모에는 저번 연습 때 연주했던 곡들을 떠올렸다. 문화제 라이브를 위한 간단한 세트리스트를 짜서 순차적으로 연습을 했었다. 


 조금 새삼스럽지만, 애프터글로우는 밴드 멤버들 모두 하네오카의 학생들이다. 하네오카 중등부 시절부터 결성된 밴드라, 학교에선 종종 문화제의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애프터글로우를 직접 초청해주었다. 


 특히 올해는 학생회의 입김까지 닿아 특별히 문화제의 닫는 공연을 맡게 되었다. 부담감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라이브다보니 긴장이 조금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아직 문화제는 한 달여 정도가 남았는데도, 애프터 글로우는 연습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자체적으로 하는 연습은 본인들 나름대로 이 라이브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표명이었다.


 셋리스트를 이미 정해서 그런지, ‘곡을 정하자!’ 하며 특별히 의견이 갈리는 일은 없었다. 그럴 터인데도 의외로 연습은 지지부진했다. 딱 세 곡만 깔끔히 마무리하면 되는데, 그 세 곡을 깔끔히 마스터하기가 어려웠다. 모카와 란은 비교적 타이트한 합주에 능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츠구미의 손은 빨라지는 리듬에 적응하지 못해 가끔 음계 위를 헤맸다. 


 지금 리듬은 평소에 연주하던 리듬과는 확연히 달랐다. 변칙적이라고 해야 될까? 이전의 리듬이 세련된 느낌이 강한 깔끔함을 중시한 리듬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투박하고, 파멸적이고, 답답한 속을 털어버리듯 거친 리듬. 특히 유순한 성정을 지닌 츠구미에겐, 좀 더 견딜 수 없는 리듬이었다. 


 “조금 쉬었다 하자.”  


 좀처럼 어우러지지 않는 4중주에 란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음악 욕심이 강한 란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벌써?”


 연습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토모에는 체력이 남아돌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모카도 츠구미도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란은 마이크를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흘렀다. 


 “뭔가 묵직한 감이 없고, 붕~ 하고 뜨는 것 같아.”


 츠구미는 키보드에 엎어져 힘없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히마리가 없어서 그래.”


 베이스가 있다면 좀 더 리듬이 무게감을 가졌을 텐데. 지금 이 자리에 히마리가 없는 것이 란은 새삼 아쉬웠다. 그동안 남몰래 연주를 받쳐주던 토모에가 활개를 치기 시작했으니, 키보드 홀로는 버틸 수 없었던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히이쨩은~ 묵직하긴 하지~”


 란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모카가 제대로 딴지를 걸었다. 안 그래도 땀으로 물든 츠구미의 얼굴이 더욱 화끈하게 열을 올렸다. 그것은 멀뚱멀뚱 듣고 있던 토모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땐~ 드럼이 중심을 잡아줘야 되는데~ 솔직히 토모찡이 치는 리듬 너무 빠르다고~ 츠구도 따라가려다가 자꾸 틀려버리잖아~”


 의자에 앉아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모카가 불평을 대놓고 내뱉었다. 그녀의 눈썹이 팔자로 흐트러졌다. 현을 손톱으로 살짝 뜯는 걸 보니, 어지간히 이번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했다. 


 “미안, 미안. 다음 곡부턴 특별히 더 주의할게.”


 그렇게 말하는 토모에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갔다. 어렸을 적부터 쳐온 큰북 덕에 리듬감이 있다고 자부하는 그녀로서는, 모카의 지적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마냥 틀린 부분도 없었기에, 토모에는 그냥 모카의 지적을 참고 넘기기로 했다. 


 “나, 나는 괜찮은데...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까 조, 조금 더 연습하면 되고! 아하하...”


 츠구미의 어설픈 웃음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아까처럼 풀리지 않는 분위기에 츠구미는 남몰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것은 검지로 빨간 브릿지를 꼬고 있던 란 또한 마찬가지였다. 



 “됐어~ 모카는 오늘은 그만 할래.”



 그러더니 들고 있던 기타를 케이스에 넣었다. 그 말 그대로 모카는 이만 집에 돌아가려는 듯 했다. 츠구미는 토모에와 모카를 번갈아보다가, 일단 모카를 말려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츠구미가 다가가기도 전에, 모카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자기 기분 좀 나쁘다고 남을 배려해주지 않는 다면, 이런 거 다 소용없어.”


 그녀의 마음속엔 잘 벼린 칼이 숨어 있었다. 평소의 말투와는 다른, 확실히 감정을 표현하는 모카의 어투였다. 토모에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모카는 아직 할 말이 다 끝나지 않은 듯, 들으라는 것처럼 더욱 비아냥거렸다.  


 “토모찡, 이리 멋대로 굴 거면 상점가가서 큰 북이나 실컷 치지 그래? 혼자 치는 건 잘하잖아.”


 “이봐, 모카!” 


 토모에는 란을 밀치고 지나가, 그대로 모카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아니, 옷깃보다는 멱살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모카의 하늘색 후드집업이 구깃구깃, 구겨졌다.  


 “이게 듣자, 듣자하니까...”


 “토모에 쨩!”


 츠구미가 토모에의 다른 쪽 팔을 잡고 매달려보았지만,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빛을 한 채, 모카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모카도 지지 않고, 나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봐봐, 또 한계에 다다르면 갑자기 폭발하기나 하고....”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였다. 분명, 밴드의 일로 란과 불협화음이 있었을 때 한 이야기였었나. 석양이 지는 풍경을 배경삼아, 토모에는 란을 제 품에 안아주었다. 아버지에게 밴드를 하겠다며 솔직하게 말한 란을 위해, 토모에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란한테는 솔직하지 못하다면서 뭐라 한 주제에, 정작 본인은? 본인은 뭐가 그렇게 잘났어, 토모찡.”


 “말이 심하잖아, 모카쨩!”


 너무나도 격한 언사에 츠구미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급변했을까. 히마리가 없다고, 이렇게 갑작스레 변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솔직히 표현해보자면, 뭔가 터질 게 터진 느낌. 그동안 묵혀두고 담아뒀던, 그리고 곪아버린 감정들이 불어 터져 버린 그러한 감각이었다. 벌레가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것처럼, 등줄기엔 불안한 예감만이 가득했다. 


 “너같이 컨셉 잡고 빙빙 돌려대는 말만 하는 애한텐 듣고 싶지 않아.”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닌데~? 화내라고 하는 말이야, 나한테~”


 토모에는 이를 악물었지만, 모카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그냥 모카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갈 뿐이었다. 


 “토모찡은 멋진 척, 쿨한 척은 다 하는 주제에, 히이쨩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잖아?”


 그 순간,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토모에는 두 손으로 모카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쾅, 하고 울린 소리에 모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벽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할 말 남았어?”


 조명이 너무 그늘져서, 모카는 제 멱살을 강하게 부여잡은 토모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되려, 안 보이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네. 지금 토모찡의 얼굴 보나마나 무시무시하게 변했을 테니까.... 


 이거, 아무래도 히이쨩 얘기를 꺼낸 건 좀 무리수였을지도?


 “아니, 아직 좀 남았는데~ 그래~ 한번 히이쨩, 히이쨩하고 울어봐. 그러면 히이쨩이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


 그래도 모카는 끝까지 입을 놀렸다. 엎질러져도 한참은 엎질러진 물이니,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모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토모에는 손을 번쩍 들었다.


 “할 말 다 한 거로 안다.”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모양인지, 토모에는 모카의 말을 끊었다. 솔직히 한 대 정도는 각오하고 말했지만... 아. 말도 아직 다 안 끝났는데, 너무하네. 토모찡. 


 “두 사람 다 그만해!”


 그런 모카의 뺨을 츠구미가 살려줬다. 츠구미는 토모에의 팔에 매달려서,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눈에는 숨길 수 없었던 눈물을 한 아름 매달고 있었다. 방울방울진 눈물이 금세라도 뚝, 하고 볼을 타고 떨어질 것 같았다. 


 “토모에도, 모카도! 왜 그렇게 서로를 상처 주는 거야! 이런 거, 이런 건 우리답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는 츠구미는 토모에의 손을 부여잡고 처연히 울기 시작했다. 모카도, 토모에도 아닌 츠구미가 먼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성실하고, 착한 그녀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씁쓸히 서있던 란이 츠구미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토모에는 모카를 놓아주었다. 모카가 살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제 목을 만졌다. 잔뜩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것도 그녀는 잊지 않았다. 토모에는 그런 모카에게 등을 돌리고, 제 주먹을 한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붉게 피가 몰려 있는 제 손. 모카의 촉감이 아직도 제 손가락에 남은 것 같아서, 토모에는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제 감정에 앞서 친구의 멱살을 그런 식으로 잡다니. 친구 이전에 인간 실격이다.


 토모에는 드럼 옆에 내려놓았던 크로스백을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괜히 열이 받아, 그대로 드럼을 발로 차버렸다. 드럼이 둥, 소리가 아닌 쾅, 소리를 내며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토모에!”


 란이 토모에의 이름을 불렀지만, 토모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츠구미.”


 대신 란의 이름이 아닌, 란의 품에서 울고 있던 츠구미의 이름을 입술에 담았다. 훌쩍, 훌쩍 울던 츠구미의 고개가 토모에를 향해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토모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츠구미를 향해 의문 한 가지를 던졌다. 


 “우리다운 게, 뭐야?”


 좀 더 근본적인, 그러나 그 누구도 쉬이 답변할 수 없는, 정답이 없는 의문. 그래서 란도, 모카도, 츠구미도 그녀의 질문에 쉽사리 답을 줄 수 없었다.  


 “이제 모르겠어, 그런 거. 하나도.”


 저도 모르게 꽉 깨문 입술에선, 진한 피 맛이 났다. 

 

 


 “왜 그렇게 토모에를 자극한 거야, 모카.”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란이 어렵사리 꺼낸 말은 다름 아닌 모카를 책망하는 말이었다. 란으로선 모카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밖에는 내지 않았다.


 토모에는 그대로 어딘가 가버렸고, 한참을 울던 츠구미는 모카와 란이 간신히 하자와 카페까지 데려다주었다. 행여나 저의 질문이 토모에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츠구미는 그게 걱정스러웠다. 잔뜩 울어버린 제 마음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을 토모에를 더 걱정해주었다. 


 “글쎄~” 


 “적당히 넘어가려 하지 말고.”


 모카는 평소처럼 말을 끌었고, 란은 좀 더 확실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결국 그냥 넘어갈 순 없겠구나 싶어서, 모카도 팔짱을 끼고 짐짓 딴청을 피우며 말을 이어갔다. 


 “그냥? 모카는 토모찡이 답답해서 그런 걸지도~?”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란의 말엔 모카도 동의하는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제 속을 풀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 친구를 보는 것도 모카는 충분히 괴로웠다. 


 우다가와 토모에가 우에하라 히마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프터 글로우 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만 서로 갈팡질팡하면서도 항상 붙어 다니는 토모에와 히마리였기에, 멤버들도 두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넘어간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히마리는 덜컥, 카오루 선배와 사귀고 있다며 그들에게 고백했다. 계기가 없는 고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히마리는 언젠가 토모에와 사귈 거란 믿음이 굳건히 존재해서 그들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 언젠가는 애인도 생기고 우선순위가 더 높은 사람이 생길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적어도 히마리가 토모에와 사귀었다면, 토모에가 저리 상처 받고 방황을 할 일도 없었을 텐데.  


 결국 지켜봐준다는 명목 하에 벌어진 방관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프터 글로우의 리더였네, 히마리.”


 란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석양이 진 밤하늘은 별이 안 보여 언제나 쓸쓸해 보인다. 별은 분명히 밤하늘에 존재하고 있을 터인데도, 란의 눈엔 밤하늘이 그렇게나 고독해보였다. 


 “후딱 돌아오지 않으면 리더 자리도 박탈이라구, 히이쨩.”


 그것은 모카의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토모에는 집 앞의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를 받아둔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이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것은 처음이었다. 뚜욱, 뚜욱, 뚜욱, 하고 걸어지는 송신음에 토모에의 마음도 긴장으로 인해 두근, 두근, 두근, 하고 뛰었다.  


 “시라사기입니다.”


 전화의 주인이 전화를 받았다. 주인의 성 또한, 틀리지 않은 채였다. 


 “치사토 선배.”


 토모에는 주인의 성이 아닌,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아, 토모에.”


 “모르는 척 잘 하네.”


 반갑다며 말하는 치사토의 목소리를 토모에는 한번 비꼬았다. 오늘 폭풍같은 일이 많았는데, 평안한 목소리를 들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저장 안 해뒀거든.”


 “거짓말.”


 “진짠데?”


 두 사람은 투닥투닥 거리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키득, 키득 웃었다. 서로 문자로만 연락한 것 치고는, 어제 본 사람들처럼 편안한 분위기였다. 


 “혹시 하네오카 근처 맥도날드로, 잠깐 나와 줄 수 있어?”


 그래서 우다가와 토모에는 늦은 시간에도 그러한 말을 자연스레 꺼낼 수 있었다.


-


 이번에 쓰면서 고민했던 점. 


 호칭을 쓸 때 '쨩'을 붙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쨩'을 붙이면 뭔가 더 언밸런스하게 보일 것 같아서 붙여버림. 


 일본식 호칭 번역하시는 역자 분들 존경스럽슴니다...  


 애프터 글로우 1장을 많이 참고하면서 썼음. 솔직히 그렇게 폭언 날라다녔는데 뒷끝 없으면 그게 생불이지, 사람임? 


 한 번 쓸때마다 7천자, 8천자가 넘어가더니 결국 9천자를 찍었다. 슬슬 빤쓰런각 싸게,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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