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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와타오시] 비온 뒤에 땅 굳는다.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17 18:10:53
조회 1637 추천 30 댓글 11
														



54편 이후 얘기로 써봤어.




.

.

.

「메이드로서가 아니라, 저를 당신의 파트너로 삼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클레어는 레이에게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였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을텐데.

쾅. 쾅.

허나 클레어는 침대에 얼굴을 묻은채로 주먹을 연신 내리친다. 귀가 새빨개진 것을 보아,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을테지.

레이의 말을 받아들인 그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선 그녀가 솔직하게 기뻐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이후, 마나리아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한 말.

「레이는 내 꺼라구! 내 꺼를 뺐지 말아줘!」

이 말이 문제였다. 다시 한 번 그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린 클레어가 꺄악-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뒹군다.
그녀 스스로도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단순히 마나리아가 레이의 입술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일까? 조바심이 난 이유는? 왜 그 행동을 말리려 했을까?
여러 문제가 클레어의 머릿속을 헤집었을 때 답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레이 테이라. 그녀의 메이드였다.

"......."

레이의 이름을 떠올리자 클레어의 머리가 조금이나마 평정심을 되찾는다. 클레어 본인도 원인을 모르지만 레이를 떠올리면 진정할 수 있다.

"레이...."

이름을 한 번 입에 담아본다. 가슴 안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클레어는 느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겼을 때 처럼 안심이 되는 따뜻함이면서 동시에 사랑스러운 감정.

'사랑...스러워...?'

거기까지 생각한 클레어는 흠칫했다. 그렇게 생각한 자기 자신에 놀라움을 느꼈다. 분명 자신이 마음에 둔 사람은 따로 있었을 터인데, 어느샌가 그 자리는 레이가 있었다.
정말? 진짜로?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내이며 답을 찾으려 애를 쓰려 했을 때 물에 돌멩이를 던져 파문이 일듯, 노크 소리가 클레어의 사고를 멈추었다.

"누, 누구시죠?"
"한 밤 중에 실례합니다. 레이입니다. 클레어님."

문 너머로 들린 목소리에 클레어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걸음에 다가가 문을 여니, 잠옷 차림의 레이가 서 있었다.

"...왜이리 숨을 헐떡이고 계신가요?"
"벼, 별일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엄청 신경쓰이는데요. 그 말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레이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저를 부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 낮, 그 난리가 끝나고 레이는 클레어에게 호출을 받았다. 자기 전에 자신의 방에 와달라는 말로.

"혹시 드디어 저를 받아주시기로 마음 먹으신건가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앉으세요!!"

캬악-. 클레어가 침대 위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넵, 하는 대답과 함께 전광석화로 클레어의 침대에 엉덩이를 붙힌다.
정말이지, 클레어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레이의 옆에 앉았다.

'어라, 바로 옆?'

레이는 갸웃거리면서 옆을 본다. 클레어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처럼 아래를 보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레이는 정면을 바라본다. 그렇게 방 안에 침묵이 돌았다. 먼저 운을 트는게 좋지 않을까, 레이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떼려 했지만 클레어의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미, 미안...해요."

그 말에 레이는 깜짝 놀라 클레어를 바라봤다. 클레어는 여전히 눈을 내리 깐채 손을 모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어, 음...지금 뭐라고 하셨죠?"
"미안하다구요!!"

레이의 말에 클레어가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전히 레이는 눈을 끔벅인다.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의 얼굴을 본 클레어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을 잇는다.

"...전 사실 포기했어요. 더는 당신과...이런 관계가 될거라곤 생각하질 못해서...언니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나서 그제야 알았어요. 당신에게 여유가 없었다는걸...."
"......."
"하지만 전...도저히 레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어요. 하찮은 자존심 문제죠. 짐을 지우게 한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었어요."

클레어는 그제서야 레이의 눈을 보았다. 놀란 듯한 눈이였다.

"미안해요...그리고, 다시 돌아와줘서 저, 저기...."

마지막까지 제대로였으면 좋았을텐데. 클레어는 우물쭈물하며 더듬기 시작한다.

"고, 고, 고마워요...."

사죄와 감사가 끝났다. 클레어의 말이 끝나고 수 초간 레이는 눈을 깜박였다. 클레어의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 듯 했고, 곧 레이의 입이 열렸다.

"따...."
"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갑자기 입으로 벨소리를 내는 레이. 그 기행에 클레어가 놀람과 질색, 두 가지의 표정을 짓는다.

"뭐, 뭐에요!?"
"아뇨. 클레어님의 사랑의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서 무심코."
"네?!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아하하, 레이가 평소와 같이 웃고 클레어는 양 주먹을 쥐며 붕붕 휘두른다.

"감사합니다. 클레어님."
"네?"

갑작스래, 레이는 표정을 바꾼다. 자신을 받아들여달라하였을 때의 표정. 클레어는 당황했다. 레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클레어를 끌어안았다.

"앗, 그, 무슨...!!"
"정말 기쁩니다. 클레어님."

레이의 품 안에서 클레어가 몸을 떤다. 레이는 더욱 그녀를 힘주어 안는다. 레이의 귀가 클레어의 달아오른 귀에 닿았을 때, 비로소 클레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이상 장난으로 중요한 말을 얼버무리지 않을게요. 사랑합니다. 클레어님."
"ㅡ."

저질렀다. 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느때와 같이 클레어가 소리치며 화를 내겠지. 레이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예상과 달리 클레어는 얌전했다.

"어라? 클레어님?"
"......."

오히려 대답이 없자, 레이는 불안해졌다. 레이가 클레어를 놓고 안색을 살피려하자, 오히려 클레어 쪽이 레이의 등을 꽉 잡아 떨어지지 않으려한다.

"......바보."

작게,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레이의 머리를 강타했다.
동시에 이성까지.

"꺅!"

클레어의 양어깨를 잡은채 쓰러트린다. 힘없이 쓰러지는 클레어. 그 위에서 레이는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꼬아놓은 금발머리는 긴 생머리로 풀려있다. 샤워를 했을 것이다. 진지한 레이의 표정에 클레어의 눈동자가 떨린다.

"클레어님. 낮에 하셨던 말씀은 어떤 의미죠?"
"네, 네?"
"레이는 내 꺼다, 뺐지 말아줘. 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레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클레어의 새빨간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오른다.

"그,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의미가 아니란건?"
"그, 그게...."
"잊으시라고 명령하셔도 잊을 수 없어요. 오늘도 하루종일 그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분명 내일도, 내일 모래도...항상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거에요."

그러니까, 부디. 레이가 말을 잇는다.

"당신의 마음을 가르쳐주세요."

레이는 클레어에게 얼굴을 가까이한다. 설마, 키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클레어는 눈을 꽉 감은채 옷을 붙잡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클로에는 긴장때문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입술에 무언가 닿는 기색은 없었다. 클로에는 살며시 눈을 떴고 웃음을 참지 못해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레이가 보였다.

"ㅡ! 다, 다, 당신!!"
"하하하하!!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귀여우셔서, 아하하하하!!"

레이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렇게 웃어제끼고 있지만 레이는 사실 이성의 끈을 놓았었다. 다만 눈을 질끈 감은채 몸을 바들바들 떠는 클레어의 모습을 보니 끊어졌던 끈도 다시 붙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ㅡㅡㅡ!!!"

클레어의 얼굴이 더욱더 빨개져간다. 새빨간 사과처럼 달아오른 그 얼굴에 슬슬 폭발한다는 조짐을 읽은 레이가 몸을 떨어트리려는 찰나.
클레어는 레이의 팔을 붙잡고 역으로 쓰러트린다. 방금 전과 반대 상황. 레이는 눈을 크게 뜨고 클레어를 바라본다.

"평민 주제에...."

평소처럼 독이 오른 말. 하지만 이번엔 무언가 다른 독이다.

"각오는 되셨겠죠!?"

툭, 툭. 클레어가 잠옷 단추를 하나씩 푼다. 분위기에 완전 휩쓸렸다.

"크, 클레어님?"

다급히 클레어를 부르는 레이. 하지만 이미 클레어의 사고회로는 한계에 달해 주변소리 같은건 들리지 않고 있다.

'이대로? 이대로 나 덮쳐지는거야?'

그거야말로 꿈에 바라고 바라던 시츄에이션이라고 레이는 생각했으나, 막상 눈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레이는 입을 어버버 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며 당황한다. 그리고 결국 비장의 수를 쓰고만다.


"Zzz...."
"!?"

레이는 자신에게 수면마법을 아주 강하게 걸었다. 그러자, 1초도 걸리지 않고 수면에 빠졌고 클레어는 이를 갈았다.

"레이!!! 이런 미적지근하게 끝낼거에요?! 레~이~!!!"

레이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레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비온 뒤 땅 굳는다. 누가 말했는지 몰라도 참 잘 지었다. 꿈속에서 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주행 다해서 호다닥 써 봐. 거의 10년만에 써보는 팬픽이라 부실해도 이해해줘.


개인적으로 마나리아 등장 이후 둘이 싸우고 화해하는 부분이 너무 좋더라. 비 온 뒤 땅 굳는다란 말이 생각나서 제목으로 한 번 지어봤어


와타오시 더 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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