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동글동글한 검정단발머리 아이가 나를 보고 있다.

내 몸을 둘러보니 검은 긴 생머리에 작은 하얀 손 에는 나뭇가지가 쥐어져있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눈높이가 매우 낮아져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아이는 일단 차치해 두고서 지금까지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대학생 나는 밤새 리포트를 작성하고 자기 전에 핸드폰을 켜서 내 최애는 악역영애를 보고 있었다. 워낙 좋아하는 소설이라 4번째로 정주행을 하고 있었던 것 까지 기억하는데…….

거기까지 떠올렸을 때, 나는 눈앞에 있는 아이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레이…….」

「릴리 아무리 노는 게 좋다고 하지만 해가 많이 저물었어. 돌아가자」

「혹시 레이 테이라..?」

「오늘 진짜 왜 그래? 아무리 그래도 더는 안 돼 시간이 늦었다고 릴리.」

혹시 이거 설마?

바보같이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흔한 이야기?

「저기, 혹시 그러면 내 이름 릴리 테이라야?」

「갑자기 왜 이상한 소리를 해 릴리? 혹시 너무 더위 먹은걸 까나?」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내 이마에 손을 덮는 레이

역시 레이 어렸을 때도 정말 귀엽구나……. 아니 이게 아니라

「아니야 레이 괜찮아.」

레이가 내 눈앞에서 뭐라고 말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소설 속세계로 전생…….

내 최애는 악역영애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다. 물론 후반부에 갑자기 주인공이 둔감해져 버린 거지 좀 답답했던 구석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그중에서 마나리아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다. 답답했던 소설에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 주인공이 고뇌에 빠졌을 때 항상 충고해주는 상냥함과 유능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당한 여왕 같은 모습!

이 세계에서라면 내 최애랑 리얼한 교류가 가능하다.

어, 그런데 레이의 어릴 적 이야기 같은 게 소설 속에 나왔었나...? 아니 그리고 지금의 레이는 원작진입전에 레이랑 다른 사람 아닌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빨리 집에 가자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아.. 응...」

레이가 내 손을 붙잡고 보챘다.

일단 나중에 그런 것들은 집에 가서 생각하자

그렇게 나는 레이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가게 되었다.

2차창작 처음 해본다. 넘 짧게 쓴거 같아 미안해 ;-; 일단은 완결은 내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