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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치사토 [늑대와 여우]

ㅇㅇ(175.210) 2019.06.23 03:00:28
조회 1731 추천 55 댓글 11
														


  굳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행동도 없었던 나는 멍하니 왁자지껄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물이 되어보고 싶다는 코코로의 말에 시작된 동물 가장대회.

 

  급작스런 코코로의 이야기였으니까, 각자 준비하기는 어려울테고, 대신에 내가 단톡방에서 참가인원들을 조사하고, 각자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동물을 선택하거나 추천받아 리스트를 작성한 후 작성된 대로 검은 옷 분들에게 의뢰해 예전에 유행했던 동물잠옷같은 옷을 준비했다. 

 

  완성된 동물잠옷을 본 카논씨가 무심코 「파자마 파티가 하고 싶네」라는 말을 흘리고 옆에 있던 하구미가 들어 「하구미도 파자마 파티가 하고싶어!」 라고 크게 말하고 하구미가 크게 말한 말을 또 코코로가 들어서 「그럼 파자마 파티도 하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내가 또 단톡방에 재공지를 하고…. 다시 수요조사를 하고…. 여차저차를 거쳐 동물 가장대회는 동물 잠옷을 입고하는 파자마파티가 되어버렸지만….

 

"어머, 미사키. 미사키는 늑대인가보네?"


  멍을 때리고 있던 나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시라사기선배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라사기 선배는 연예인으로 바쁜 스케쥴을 보내고 있으니까 당연히 스케쥴때문이라든지 컨디션조절이라든지를 이유로 대며 불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장 빨리 참석을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아마 카논씨와 친한 선배니까 카논씨에게 먼저 자초지종을 들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시라사기선배. 네, 도대체 제 어디가 늑대 같다는 건지 이게 딱이라면서 늑대를 적어놨더라구요."


  나는 젖혀진 잠옷의 모자를 만지작거린다. 나는 딱히 내가 닮은 동물이라던가 생각이 나는 것도 없고 미쉘이 곰이니까 리스트에 곰이라 써놓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당일 리스트에는 곰이 아닌 늑대가 적혀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검은 옷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내가 써놓은 곰이라는 글자를 본 코코로가 「음, 미사키는 곰보다는 늑대같은 걸」이라고 말하면서 바꿔놨다고 한다. 

  

  아니…. 뭐, 늑대든 곰이든 그렇다 치고, 어떻게 바꿔놨다고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안해주는 거지, 아무리 코코로가 퍼스트라고 해도 이 파티는 기획도, 준비도, 고생도 내가 했는데…. 나는 배신감에 사무쳐 검은 옷분들을 째려봤지만 검은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분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억울해. 


"음, 뭐, 미사키가 늑대같다는 이미지가 있긴하지. 잘어울려."


 늑대같은 이미지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다 늑대야 조심해야해. 조심해야 할 무언가. 응큼한 상상이 가득 차있고 여자라면 누구라도 좋아하는 바람둥이. 

 

"예? 설마 제가 바람둥이 같다는 건가요? 바람은 커녕 애인 한 번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모솔인데, 그런말 들으면 슬프다구요. 그리고 애초에 늑대는 일부일처제 지고지순한 동물인데 그거 완전 편견이에요."


 그렇다. 한 번도 애인이 생겨본 적이 없는 어찌보면 슬픈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늑대라는 이미지는 억울하고, 늑대입장에서도 평생 한 늑대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신들의 이미지가 망가졌있다는 것이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아니, 별로 사람들하고 섞이려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늑대 같다는거였는데. 그나저나 미사키 모솔이었구나. 몰랐네."


 시라사기 선배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는다. 나는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어쩌면 늑대에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나였을 수도….

 

"…하아, 웃지 말아주세요…. 괜히 말을꺼네서…. 선배는 여우귀인거죠. 정말 제 주인을 딱 만난 것 같아요."  


 나는 시라사기 선배에게 맞은 비웃음의 펀치에 카운터를 날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말을 비꼰다. 

 

"칭찬 고마워." 

"칭찬 아닌데…. 그런 점도 여우 같네요. 자기 예쁜거는 알아서 웃음으로 대충 때우고 …." 


 시라사기 선배는 그러니까, 여우처럼 영악했다. 

 

 지금처럼 연약하고 유약한 존재인 후배가 날린 펀치가 그런 뜻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고, 자신이 예쁘다는 아주 큰 장점의 존재를 알고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원하는 일이 생겼을 때 웃음의 가면으로 일을 쉽게 풀어헤쳐나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시라사기 선배는 자신의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막상 필요하면 언제든 웃음의 가면을 꺼내쓴다.


"미사키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어떡하지 나는 바람둥이 늑대씨는 별로인데." 


 누가 연기자 아니랄까봐 시라사기 선배는 오른손 검지를 볼에다 대고 참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지극히 드라마 발성으로 그런 대사를 읊었다.


"아으, 시라사기선배랑만 있으면 자꾸 입이…. 그리고 저 모쏠이라구요. 바람둥이 아니에요. 또 선배가 예쁘다고한거지 사귀고 싶다고 한건 아니거든요? 저도 선배 별로에요." 


 그리고 나는 언제나 시라사기 선배가 쓴 드라마 대본에 놀아나고 있다. 


"진짜로? 나 별로야?"


 시라사기 선배는 또 다시 선배의 자신작인 예쁨을 포장한 웃음을 매단 채 나에게 다가왔다. 


"아니, 그렇게 웃지마세요. 아니, 다가오지도 말고….으아…. 맞아요. 선배 괜찮은 사람이에요. 근데 전 지고지순한 늑대라서 선배랑은 사귀고 싶지 않거든요.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만날거에요."


 이것도 편견일 수 있겠지만, 나는 선배가 한 사람만 사랑하는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귀찮음을 얼굴에 매달고 의무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사랑한다는 말은 달콤하게 속삭이며 얼굴은 무표정한. 

 

 내가 봐온 나의 상상속의 선배는 그런 모습이었다.


"미사키도 편견이 있구나, 여우도 늑대랑 똑같거든. 한 사람만 만나. 좋아하는 사람." 

"근데 그게 저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는 선배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칼날을 세우며 선배가 쥐고 있는 마리오네트의 줄을 끊으려 발악하고있었다. 


"맞을 수도 있잖아?"

"놀리지 마세요. 아닌거 다 알거든요. 으, 선배랑만 있으면 진짜…. 아 선배, 저기 아야선배가 부르는데요. 저도 이만 가볼게요." 


 저 멀리 아야선배가 손을 흔들며 시라사기 선배와 나를 부른다. 탈출의 기회였다. 나는 아야선배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재빨리 시라사기 선배의 앞에 던져놓으며 선배에게서 빠져나온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


"참, 어쩜 내 주변에는 눈치 없는 사람만 있는건지 모르겠네."


 오늘도 내 앞에서 도망치는 사람의 모습을 나는 바라보고있다. 내가 그렇게 무섭나? 웃어줘도 잘해줘도 지레 겁을 먹고 날을 세우며 뒷걸음질만 치니 참으로 답답하다.

 

 아마 대놓고 입술도장을 콱 찍어도 저 놈은 선배가 나를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며 입술을 벅벅 지워낼 것이다. 늑대는 무슨, 미쉘탈을 쓰고 곰인 척을 하더니 정말로 곰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왜 아야짱은 아야선배고 나는 시라사기선배인데?"


나는 곰에게 들리지 않을 불평을 중얼거린다. 


"근데 내가 예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마이너스가 백만개가 쌓였지만 여태껏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그리고 무심코 곰이 흘린 무엇보다 달콤한 꿀단지에 나는 용서하기로 한다.





시라사기씨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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